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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인터뷰

[회원 인터뷰]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지역 운동의 장을 열어라! - 전국퀴어모여라의 Roza님을 만나다!

by 행성인 2016. 10. 14.

인터뷰 받은 사람: Roza Keun(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전국퀴어모여라)

인터뷰 한 사람: 오소리,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속기: 스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이번 회원 인터뷰의 주인공은 전국퀴어모여라에서 열혈 활동을 펼치고 있는 Roza Keun님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함께 해 온 오랜 회원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활동을 잠시 쉬다가 1년 전, '특별한' 계기를 통해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는데요. 술을 좋아한다는 Roza 님에 맞추어 이번 인터뷰는 맥주를 마시며 진행했어요! 술과 함께여서인지 여느 때보다 진솔해서 더욱 즐거웠던 그 인터뷰, 함께 보시죠! 

 

 

오소리: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Roza: 저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 ‘전국 퀴어모여라(이하 전퀴모)’에서 활동하고 있구요. 닉네임은 Roza Keun 한국어로 근로자 입니다. 신입회원이에요. 가입한 지 1년 지났어요. (웃음)
 
오소리: 닉네임의 뜻은 무엇인가요
 
Roza: 사실 예전에 쓰던 닉네임은 있었어요. Solid라고, 대학교 외대모임에서부터 10년 가량 쓰던 닉네임이 있었는데, 시간도 많이 지났고 페이스북 가입하면서  계속 그걸로 하기엔 뭔가 진부하기도 하고… 그래서 뭘로 쓸까 고민을 했죠. 실명을 좀 넣어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제가 오픈 게이는 아니니까 좀 과한 면이 있다 싶어서. 결국 결정한 게 그냥 내가 지금 근로자니까. 로자라는 이름의 어감이 예쁘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그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 전퀴모 대전모임에서부터 이 닉네임을 제대로 쓴 거 같아요. 사실 노동자인 입장에서 근로자라는 단어의 늬앙스가 별로 안 좋아서 고민은 했는데 일단, 행성인에서 다시 활동하는 만큼 여기서는 근면 성실히(?) 열심히 일하자는 뜻에서 정했죠. 왠지 행성인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달까. 무엇보다 ’동자 로’보다 ‘로자 근’이 더 예쁘잖아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끼리 일을 하는 게 되게 아름답다고 느껴졌어요

 

 

오소리: 행성인에 처음에는 어떻게 들어오셨나요?
 
Roza: 2000년대 초반쯤인가 였을 거예요. 그 때 당시 동인련(동성애자 인권연대. 현 행성인)에서 ‘대학 동성애자 모임’과 캠프를 연 적이 있었어요. 기획단부터 시작해서 이후 행사에 많이 참여를 했었던 것이 시작인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교 선배 중에 고모씨라고  제주도에 계시는 (웃음). 그 형이 여러 사회운동과 동인련 활동을 하고 계셨는데 같이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단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성소수자 운동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 다른 인권 운동과의 관계를 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에 동인련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다만 활동을 제대로 하진 못하고 후원을 한다거나 주요 행사 같은 게 있으면 서포트 하는 식으로 활동을 했죠.
 
겨울: 연대 활동 같은 게 맘에 드셨나요?
 
Roza: 그것도 그렇고. 뭣보다 이름은 동인련 이긴 했지만, 실제론 정체성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란 느낌도 한몫 했죠. 그 부분부터 출발인 것 같아요. 당시 동성애라는 이슈에만 관심을 가졌던 제 사고의 범위를 확대시킨 것 같고. 우리만의 운동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운동의 접점도 가질 수 있었죠. 예를 들면 반전 집회에서 그런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 전쟁을 반대하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모인 와중에 거기서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고 너무 뿌듯했었고. 학교 다닐 때 학생회 활동을 하던 와중에, 집회에서 학생회 친구들을 만나서 의도치 않게 커밍아웃을 하기도 하고. 근데 뭔가 그렇게 커밍아웃을 하니까 어색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어? 너 여기 왠 일이야?” 하고 만났는데 깃발을 보더니 “어… 형… 그랬었어요?” 하면  “어 그랬어…” 이런 식으로.  그 이후에도 그 후배와는 현장에서 자주 만났죠. (웃음) 그런 경험들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오소리 : 동인련 오기 전에 학생 운동을 하셨던 건가요?
 
Roza: 정확히 학생 운동이라기 보다는 학생회를 했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되었어요. 학생회 활동이지만 역시 집회를 나갈 기회를 많았으니, 학생회 사람들에겐 조심스레 커밍아웃을 했었고, 그 결과로 당시 홍석천의 커밍아웃이 갖는 의의를 학생회 자료집에 싣기도 했었죠.

 

겨울: 안에서 물들이셨군요. (웃음)

 

Roza: 네, 전염을…

 

오소리: 그 당시에도 학교 내 성소수자 모임이 있었죠?
 
Roza: 네. 제가 운영자를 했었어요.
 
오소리: 그 때 학교모임 이름이 뭐였었죠?
 
Roza: 우리 학교가 영어로 HUFS라고 불러요. 거기에 의인화 -an을 붙여서 외대인을 HUFSan이라고 부르거든요.  거기에 이반을 붙여서 ‘훕산 이반’이었죠.
 
겨울: 학생회 활동이나 운영자를 하셨던 거 보면 리더십 자질이 충분하셨나봐요.

 

Roza: 아니, 사실 맡을 사람이 없었고… 그냥 활동하는 게 재밌었어요. 사람을 모으고 같이 이야기 하는 것들이. 물론 주된 목적은 연애도 한 몫 하긴 했었지만. (웃음)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끼리 일을 하는 게 되게 아름답다고 느껴졌어요.
 

 

결혼식, 그 투쟁의 현장을 통해 올드멤버들이 다시 뭉치다!

 

투쟁 현장 같았지만 아름다웠던, 그 결혼식

 

오소리: 행성인에 처음 가입하셨던 게 거의 10년 전이죠?
 
Roza: 아마도… 그렇죠.
 
오소리: 그러다 잠시 활동을 쉬고 작년에 재가입하게 된 이유가 동인련 올드멤버들이 다시 뭉치게 된 계기라고도 들었는데, 어떤 일이 있었나요?

 

Roza: 활동을 쉰 몇 년 간, 이거는 현 활동가들 분한테 죄송스런 마음인데, ‘내가 타성에 젖어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도 외부에서 관찰자적인 입장으로 활동들을 바라보게 되는 기회가 됐던 거 같고. 뭐 그게 결국 저에겐 지금도 이로운 방향인 것은 맞아요. 그러다가 작년에 결혼하신 여 여사님께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때 저의 오래된 동지이자 친구인 유결이 결혼식 준비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큰 돈은 아니더라도 돈을 좀 모은다거나 공연을 한다거나. “우리 ‘끼망새’는 같이 해봐야 되지 않겠니.” 그런 이야기를 저에게 한 거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되고 구체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행성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와중에 아이다호 IDAHOT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공동행동 행사가 있었죠. 그래서 오랜만에 사람들 좀 볼까 해서 갔어요. 거기서 사람들이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죽어있던 마음이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나는 여태까지 밖에서 뭘 했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나는 그간 무엇을 하고 있었나. 관찰자 적인 것이 과연 내 마음을 대변할 수 있었는가. 특히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지인님이 발언하는 말을 듣고 감정이 폭발해서… 내가 어디에 서있어야 하는지를 그때 다시금 깨달았던 거 같아요. 행사 후에 짐 정리하고, “Roza도 뒷풀이 가야지?” 라고 남웅이 제의해서 따라가게 되었죠. 사실 되게 고마웠어요. 따라가서 뒷풀이 하던 와중에 “이제 다시 가입해~” 라고. 이래서 자연스럽게 재가입을 하게 됐어요.

 

오소리: 요새 올드멤버들 활동이 활발한데 그 전에는 자주 만나거나 그러진 않으셨어요?

 

Roza: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방을 주로 다니다 보니까 서울에서 따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저 같은 경우는 행사들에서 가끔 가다 보는 식으로 띄엄띄엄 만났어요.
 
오소리: 다시 뭉쳤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Roza: 아마도 제 입장에선 그 화두가 결혼식인데요. 두 가지 기분이 들었어요. 첫 번째는 당연히 좋았죠. 다만 두 번째는 결혼이란 건 참 일반적인 행사인데 왜 우리는 이렇게 ‘조직’을 해야만 치를 수 있는 특별한 행사인가 싶기도 하고. 또 농담 삼아 우리 만날 일은 이제 조사밖에 없다고 했는데, 물론 이런 식으로 갑자기 경사도 있었지만. 그저 어떤 일상적인 일로 자주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오소리: 아까 잠깐 언급했던 '끼망새' 활동도 하셨는데 '끼망새' 소개와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Roza: 원래 희망새라는 노래패가 있어요. 끼망새 멤버인 병권, 고모씨 형도 그 당시 학생회 활동을 했었으니 알던 노래패고. 아마 그때가 중대 영화제였나? 세 명이 모여서 ‘통일 아리랑’이란 노래를 불렀는데 저희를 희망새가 아니라 끼망새라고 사람들이 부르면서 끼망새가 됐어요. ‘기갈 아리랑’으로 바꾸고 이런 식. (Roza님의 한마디: 극단 희망새님 죄송합니다ㅠㅠ)
 
오소리: 오랜만에 결혼식에서  다시 공연하셨을 때 어떠셨나요?
 
Roza: 아, 아직 내 안에 기갈이 살아있구나! 그때 농담식으로 병권이형이 “이반해방의 세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 때 기동이형이 “투쟁!”이라고 외치시는데… 이야! 결혼식장에서 투쟁이란 말이 나오다니. 누군가에겐 결혼식장이, 물론 농담이지만, 투쟁의 장소이기도 하구나. 하지만 그게 전혀 슬프지 않고 뭔가 유쾌하고 희망찬 느낌이었어요.

 

오소리: 기동이 형 결혼식 때 ‘끼망새’ 제안도 받고, 총회 때 노래도 부르시고. 촌극 때도 굉장한 열연을 펼치시고. 개인기가 많으신데 평소 따로 연습을 하시나요?
 
Roza: 원래부터 흉내 내는 것에 대해 재미를 느꼈어요. 드라마 자주 보고, 노래 같은 것도 좋아하고. ‘아 이런 거 하면 재밌겠다’, ‘저거 되게 포인트 있네?’ 그런 거 기억했다가 나중에 써먹고. 사실 개인기라기 보다는 가벼운 극본을 짜고, 예를 들면 ‘이 사람이 이 역할 하면 되게 어울리겠다’ 이런 걸 잘 캐치하는 거 같아요. 시켜주면 또 잘하더라고.
 
겨울: 그러면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는 어떤 역할을 시켜보고 싶으신가요?
 
Roza: 스톤은 주토피아의 나무늘보를 하면 잘 할 거 같아요. 겨울은 눈 내리는 겨울날에 남자 친구한테 바람 맞고 생머리 휘날리며 눈 맞는 캐릭터 . 오소리는 앞에선 온갖 씩씩한 척 다하면서 뒤에서 남자친구랑 싸우고 눈물 펑펑 울리는 요조숙녀 .
 
일동: 뭐야. 오소리는 팩트잖아. (웃음) 사실 묘사네 (웃음)

 

Roza: 이미지가 그런 걸 어쩌라고!

 

 

전국퀴어모여라, 지역 운동의 장을 열다!

 

전국퀴어모여라

 

오소리: 전퀴모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활동하게 된 계기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Roza: 처음에 알게 된 건 서강대 인권포럼 갔었을 때였어요. 호림이 맡았던 섹션이었던 거 같은데. 그때 질문 중의 하나가 나이든 동성 커플이었거든요. 그 때 제가 말했던 의견 중의 하나가 지방 사는 사람으로서 30대를 넘긴 성소수자가 처한 현실에 대해 얘기했던 거 같아요. 그 질문을 하고 났더니 행성인 활동가 중 한 명이 지역 조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해 준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가 재경이었던 거예요. 그 이후에 아이다호 행사 때 대전에 계시는 분과 인사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나중에 기동이형 결혼식 때 재경을 만나서 이야기 하던 와중에  “대전에 활동하는 우리 회원들이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분이 그분이었죠.  그 자리에서 바로 카톡방을 만들어서 대전 사람들이랑 이야기 시작하고. 이게 제가 전퀴모 활동을 하게 된 계기였던 거 같아요.

 

서울 사는 행성인 회원들은 만나기 쉬운데 지방 사람들은 되게 만나기 어렵단 말이에요. 근데 대전에서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때 카톡방 사람들이랑 만나서 막 술 마시고. 농담 삼아 오늘 대전지부가 만들어졌다고 말하고. 근데 그게 지금은 현실이 되었죠. (웃음)
 
오소리: 전퀴모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전퀴모가 어떤 단체이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간략히 설명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Roza: 전퀴모는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소수자 분들을 만나기 위해서 분기에 한 번씩 다른 지역 커뮤니티 내지는 개인을 찾아가는 모임이에요. 제가 들어오고 나서는 광주, 부산, 대전,  대구 등을 갔구요. 많은 단체와 개인을 만날 수 있는 모임으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오소리: 어떤 단체들을 만나셨나요?
 
Roza: 광주 가서는 전남대 라잇온미를 만났고, 부산에 가서는 QIP, 레즈비언 생애 기록 연구소 부산팀을 만났었고. 대전에선 솔롱고스, 카이스트 이클, 충남대 레이브, 단국대 분들. 이번 대구 가서는 무지개인권연대, 레즈비언 액티비즘 시즌 2, 영남대 유니크, 대구 성소수자 인권 모임 대소인도 만났었고.  대구에서는 약 서른 분 정도 오셨어요. 각 단체를 만나면서   커뮤니티의 필요성, 커뮤니티를 조직하는 데 있어서의 애로사항 등을 공통적으로 얘기한 것 같고… 아! 대구 같은 경우는 퀴퍼가 있으니까 퀴퍼가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갖는 지 등등을 얘기 했어요.

 

오소리: 8월에는 대전 산책, 9월에는 대구, 쉼표 등 전퀴모가 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굉장히 흥하고 있어요. 전퀴모의 성장 배경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Roza: 음. 누군가의 노력이었다라고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우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왜 여태까진 커지지 않았었는지는 지금도 드는 의문이에요. 대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지방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고 그 단체마다의 고민도 있고 지역마다의 특색 있는 고민도 있더라고요.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직접 만나 듣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한 것이 그 해답이지 않나 싶어요. 처음에 여덟 명, 몇 명 이런 식으로 모였었는데 이번 대전 모임에서 마흔 명 가까이 모이게 된 것은 누구나 하고는 싶었는데 그 장이 없었던 것이고, 그 장을 열어준 것이 다인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전퀴모 멤버들이 각자 뽐낼 수 있는 분야가 많았던 것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해요.
 
겨울: 지역에 사는 성소수자들 중에 커뮤니티에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건가요?

 

Roza: 네. 제 생각엔 그래요. 단지 그 커뮤니티가 어떤 커뮤니티인지에 따라 그 지향점은 다를 거예요. 예를 들면 대전에서는 대학 단체, 지역 인권 모임을 만나서 이야기 했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어떤 성향의 커뮤니티를 열망하는지는 다를 것이고요. 모두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 다양하고 각기 다른 욕구들을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오소리: 본인이 생각하는 전퀴모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Roza: 물리적으로는 멀지만 심리적으론 가깝다는 점? 다른 이유로는 역할 분담도 되게 잘 되고 있는 거 같아요.  누군가가 방향 설정이나 기획을 하면 또 누군가는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실무적이고 세부적인 일을 보강해주는 분이 있고, 또 누군가는 그 기획된 내용을 시각화 디자인 해주고, 또 누군가는 사람들을 섭외하고. 이런 식으로 앞서 말했지만 본인이 잘하는 분야가 있다 보니 일이 잘 진행될 수밖에 없던 거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화상 통화하면서 얼굴을 자주 본다는 것이랄까..
 
오소리: 전퀴모는 화상으로 회의 하는 게 참 특색인 거 같아요.
 
Roza: 모이자면 돈이 들기에…(웃음)

 

겨울: 웹진팀도 참석률이 저조할 때 한 번 해볼까요. (웃음)

 

오소리: 현재 연애 중이신데, 애인과 전퀴모 활동도 함께 하고 계세요. 연애와 전퀴모 활동 중 무엇이 먼저 였나요?

 

Roza: 연애가 먼저였어요.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네요. ‘라마’가 함께 했죠. 오세요. 전주로. 요즘도 가끔 처음 만난 그곳에 가서 술을 마시곤 해요.

 

오소리: 전퀴모 활동 같이 하자고 꼬신 건가요? (웃음)

 

Roza: 꼬신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것 보단 행성인 활동을 같이 하자고 권유를 했고, 일단 애인도 여러 가지 사회 현상부터 시작해서 관심이 많고, 본인이 생각을 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결정한 것 같아요.  그런 관심이 있다 보니 사람들 만나는 것도 꺼려하지 않고, 행성인 올드멤버부터 전퀴모 대전지부 사람들까지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퀴모와 친해진 것 같아요. (인터뷰 후에 애인님께서 전주지부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

 

오소리: 연애와 활동을 병행하면서 좋은 점 혹은 불편한 점은 없나요?
 
Roza: 불편한 점은 딱히 없는 것 같고... 물론 제가 워낙 술을 좋아하다 보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약간의 트러블은 있지만. 우리 자기는 소주 좋아하고, 난 맥주 좋아하고. 활동 때문에 그렇게 싸우진 않아요.
 
겨울: 저는 장거리 연애 할 때 교통비 부담이 많이 됐는데요. 교통비 부담은 없으세요?
 
Roza: 정말 다행인 건 서로 자취를 하기 때문에. 게다가 서로 터미널에 가까워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요. 한 명이 버스로 가면 왕복 2만원 밖에 안 되고. 가끔 차 가지고 내려가서 주변 공원이나 주변 지역에도 가고. 또 전퀴모 활동을 할 때 행성인에서 어느 정도 지원이 되다 보니까 조금 부담 없이 다른 지역으로 여행가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겨울: 여행을 따로 갈 필요가 없네요.
 
Roza: 근데 그 여행이… 거기 가서 토론을 하고 그러니까… 음…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그러니까… 음… 둘만의 시간이… 음…  (웃음)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오소리: 가족 중 한 명에게 커밍아웃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가족에게 커밍아웃 했을 때의 상황이 어떠했나요? 
 
Roza: 처음 커밍아웃한 사람은 남동생이었어요. 대학생 때 휴학하고 집에 있는데 너무 심심하고 (이반)시티를 너무 하고 싶은데  제 공간이 없는 거죠. 그 땐 컴퓨터가 한 대 밖에 없으니까. 그것도 전 서울에서 생활하다 잠깐 집에 있었으니 제 방엔 컴퓨터가 없고 동생 방에만 있었으니까. 이 공간에 살면서 내 탈출구가 하나 있었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동생한테 무심코 얘기를 했는데 “야 사실 형 남자 좋아한다.” 이러니까 “형 그래도 수술은 하지마.” 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 일반인들은 아직 개념 자체도 잘 모르는구나 느꼈죠. 이런 거 보면 동생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는 별로 없는데, 가족에 대한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저를 이해했던 거 같아요.

 

오소리: 다른 가족한텐 커밍아웃 하실 생각 없으세요?
 
Roza: 부모님한텐 안 될 거 같아요. 동생이 결혼을 했는데 일단 제수씨도 알아요. 그래서 명절 때도 내 결혼 얘기가 나오면 동생 부부가 그거에 대한 방어도 해줘요. 예전엔 신경질만 냈는데 이번 명절 땐 웃기게도 뭔가 논쟁거리(?) 처럼 얘기했던 거 같아요. 일단 내가 “결혼은 안 할거다.” 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사회의 룰을 따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엄마 아빠 솔직히 말해봐, 옛날에 그 시대를 살아서 모진 시집살이를 했는데 그게 사회의 룰이라고 따르라 했으면 그 게 당연한 거냐.”고 했더니 아빠가 “그 시절엔 다 그렇게 살았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제수씨랑 엄마가 난리가 난 거예요. 발끈 하시면서 어머니도 “그 때도 그렇지 않았다고!” 아버지는 되게 멋쩍어 하시는데 뭔가 되게 재밌었어요. 이런 주제가 우리 집에서 이런 식으로 전개 된다는 것이, 나와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 사회의 고정관념을 엎을 수 있는 의제를 던질 수 있겠구나 하는. 앞으로 명절이 이런 식이라면 얼굴 붉히지 않고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오소리 : 그전엔 명절이 불편하셨나요?
 
Roza: 불편했죠. 결혼 언제 하냐. 해야지. 만나는 아가씨는 없냐. 이러 시니까. “난 남자가 있는데~”

 

오소리: 가족과 대화할 때 결혼 안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럼 동성 결혼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Roza: 열심히 투쟁해야죠. 할 수 있다면 해야죠. 그런데 당장 이 상황을 봤을 때 나 죽기 전에 되려나.
 
오소리: 죽기 전엔 될 거 같아요. (웃음) 동생 분은 Roza님께 애인이 있는 거 아시나요?
 
Roza: 동생에게 보여주진 않았는데… 아! 제수씨가 알고 있어요. 동생이 주말 부부라서 제수씨랑 같이 살았었는데 그런 얘기를 저녁에 술 먹으면서 많이 했거든요. 가끔 카톡으로도 이야기 하고, 지금 애인을 대전에 있을 때 만났으니 같이 술 마실 때 얘기했죠. 언젠가 제수씨가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어머님과 같이 동성애자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시는데 처음엔 좀 안 좋게 보는 듯 하다가 “하긴 저 사람들도 그게 운명이겠지.” 라는 중립적인(?) 입장의 말을 하셨다며. 음. 그래도 얘기는 못할 거 같고. 지금도 몸이 힘드신데, 그 모진 풍파를… 완전 산전수전 다 겪은 분인데, 그 분한테 내가 구태여 그 짐을 또 지을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어차피 나는 나대로 살고 부모님은 부모님 대로 사시는 분들이니까. 
 
오소리: 사회생활 하면서 커밍아웃 하신 적은 없으세요?

 

Roza: 이전 회사 나오면서 했어요. 인사 담당자 분한테.  저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인사 운영 하실 때 그런 부분 조심해달라고. 결혼 얘기 나올 때마다 스트레스 받았다고. 그렇게 얘기하니까.  “그러냐. 알겠다. 알려줘서 고맙다.” 라며. 딱히 불쾌해하는 반응은 아니었어요.

 

오소리: 지금 다니는 회사에선 불편한 점 없으신가요?

 

Roza: 딱히 없는 거 같아요. 이 직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어떤 사람들 같은 경우는 회사를 ‘나의 꿈을 실현 시키는 곳’, ‘내 제2의 인생’이라고 하는데… 근데 저한테 직장은 그냥 삶의 보조적인 의미고 그 자체가 저에게 꿈은 아니니까. 그래서 딱히 불편한 점은 없어요. 여기서 난 딱 내 일 끝내고 내 생활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오소리: 행성인에서 매년 송년회 때 상장을 만들어서 회원들에게 드리고 있는데요. Roza님은 ‘CMS의 여왕’ 상을 많이 차지하셨는데, 행성인 회원 유치 비결은 무엇인가요?
 
Roza: 그 때 오랜만에 돌아온 것도 있고, 활동을 쉰 텀이 길어서 열의에 차 있었던 것도 있고. ‘내가 다시 와서 뭘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어느 정도 제 나이 또래 된 사람들 보면 직장도 다니고 한 달에 만원씩 내는 게 부담이 아니니까. 그래서 꼭 운동과 생활을 분리하지 않고, 내 생활에 있는 사람을 기반으로, 주변부터 차근차근 ‘영업’을 한 것 같아요. 아직 내가 활동가로서 이론적 기반이나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활동가들이 열심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단 재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가볍게(?) 후원유치를 했어요. 월 만 원이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되리라! 뭐 거창한 비결이 있었던 건 아닌 거 같아요.  한가지 행성인 회원들에게 부탁하자면 주변 사람들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너 이런 거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 활동이나 문제에 전혀 관심 없어 보여도 말문을 여니까 관심이 있는 사람도 은근히 많더라고요. 이후에 이 사람을 어떻게 우리 활동에 관심을 갖게 만드냐는 우리의 몫인 거고.

 

오소리: 올해도 cms 여왕 자리를 두고 다투고 계신다는 소식입니다.

 

Roza: 놓치지 않을 거예요. (웃음)

 

오소리: 다시 돌아오고 나서 보니 행성인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Roza: 일단 활동하는 친구들이 다 달라졌죠. 같이 부대끼는 활동가들이 이제 다른 활동을 하고 있거나, 안 계시는 분들도 많고. 나이주의에 대해서 없애자라고 말만 하지 그 간극을 ‘어떻게’ 줄일까에 대한 생각은 좀 부족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어요. 예전 활동가들과 지금 활동가들이 어떻게 얘기를 나눌 것인지 등.

 

오소리: 최근 가입하는 행성인 회원들의 연령대가 낮다 보니 올드멤버들과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는 거 같은데, 그래도 Roza님은 적응을 잘 하시는 거 같아요.
 
Roza: 저는 성격이 이래서 그렇지, 사실 저도 거리감은 느껴져요. 일부러 끼어드는 성격이라 그런 거지. 사실 그러면서도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 혹시 실수할 까봐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성격이 이런 저도 그런데 처음 오는 분들은 정말 어색할 거 같아요. 그런 분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고 새로 오신 분들에게도 분명히 조심해야 될 부분은 상기시키되, 몰라서 실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질타보다는 잘못된 부분을 즐겁게 토론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소리: 옛날과 비교해서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Roza: 사무실이 넓어 졌구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게 되었네요. 옛날 사무실은 단칸방이었죠. 아니, 단칸방도 아니고 뭐랄까 옥탑방 가건물 느낌? 성북동 사무실 때는 가정집이어서. 집에서 술 먹다가 이웃 주민들한테 항의 들어오기도 하고. 참 추억이네. 근데 이젠 참 번듯한 사무실이 있으니.

 

스톤 : 되게 어려웠구나.
 
오소리: 그 때가 그립진 않으세요?
 
Roza: 어느 시절이던 그립긴 하지요. 근데 그게 추억이니까 아름다운 거지… (웃음)
 
오소리: 행성인에서 해보고 싶은 것 혹은 바라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Roza: 지금도 물론 잘 모이고 있지만, 이제 슬슬 나이가 들면서 도태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한 번 만들어 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청소년 문제만큼 심한 게 50~60대 넘어서 직장 잃어가는 사람들, 실버 퀴어 문제이지 않을까. 그래서 저희 단톡방에서 우리만의 상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얘기도 나오고. 그리고 그렇게 소외되고 있는 분들을 Care할수 있는 모임을 구상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일동: 완전 좋다. 너무 좋아요.
 
Roza: 그리고 지역 성소수자 단체랑만 만나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꼭 성소수자 단체가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 단체들과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또 앞으로 연애도 더 오래 잘했으면 좋겠고.
 


오소리: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신다면?
 
Roza: 대전 모임에서 마지막에 구호 비슷하게 외쳤는데요. 고등학교 때 처음 정체화를 했을 때, 저는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혼자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PC 통신을 하면서 ‘아,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해방감이 들었어요. 그 때의 해방감이 정말 컸어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행복하다’ 이런 생각도 들고. 지역에서 혼자라고 생각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전퀴모가 찾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우리는 맥주를 더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