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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무지개로 연대하라!

by 행성인 2016. 11. 9.

유결(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가끔 이곳저곳에 출몰하는 회원인 유결입니다.

 

저는 경상도에서 학교에 다니다 계속 벽장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습니다. 그해 여성의 날이었나, 서울역광장에 나갔는데 무지개 깃발이 있더라고요. 괜히 심장이 뛰고 신나서 카메라를 들고 펄럭이는 깃발을 찍는데 그때 깃발을 들고 있던 분이 저를 노려본 기억이 나네요. (저는 정말 깃발만 찍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속된 단체가 없던 저는 얼굴 한 번 본 적 있다는 이유로 이경에게 이끌려 무지개 깃발 아래 서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행성인의 회원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여성의 날에, 비정규직 집회에, 이주노동자 집회에, 반전집회에 함께하던 무지개 깃발이 좋아서 열심히 나갔습니다. 저는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했지만, 여성이었고, 노동자이기도 했는데 이 단체는 그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한다는 점이 좋았거든요. 물론, 무지개깃발을 보며 흘깃거리고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쟤넨 여기 왜 있는 거냐는 사람들도 있었고, 혐오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깃발 아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과 멀리서 다가오지는 못하지만 이 깃발을 보며 힘을 내는 사람들이 있어 견딜만 했어요. 우리는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곳에서 성소수자이면서 당사자로서, 혹은 연대자로서 함께 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계속 우리를 드러낸 덕에 이제 집회행렬 안의 무지개 깃발은 당연한 것이 되어갑니다. 민주노총에서는 작년에 가족수당 조건에 동성커플을 포함시키기도 했어요. 그리고 지난해 아이다호에서는 쌍용차 노래패가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고, 학생인권조례, 서울시민조례 투쟁 때 정말 많은 곳에서 함께 연대해주었습니다. 어찌 보면 기간에 비해 너무 작은 변화라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런 작은 변화가 쌓이고 쌓이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겠죠.

 

요즘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나고 매일 새로운 비리들이 드러납니다. 게다가 계속되는 분야별 성폭력 사건들과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철도파업과 난방비 인상 등 집에서조차 맘 놓고 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시국에 집회에 나갔더니 여기저기서 온갖 혐오를 버무린 문장들의 향연에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나가려고요. 나가서 계속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집회에 나가서 이긴 적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지치기엔 남은 삶이 너무 억울하잖아요?이렇게 살다 보면 또 어디선가 조금 더 나아진 세상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나아진 역사에 우리가 발자국을 남기게 될 거예요. 반드시.

 

여러분도 함께 하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