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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세상을 바꾸는 군대를 만나다

by 행성인 2017. 3. 21.

찰스 & 기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부패한 정부관료, 턱없이 싼 임금으로 고용하는 자본가, 그리고 미제국주의는 필리핀 민중과 원주민 그리고 소수자 무슬림을 억압하고 학대하는 3박자 주범입니다. 빈부격차는 너무도 심하고, 도시의 판자촌이 즐비하고,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 광산회사는 마을의 산, , 강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공산당 창당 48주년 기념행사_출처: 필리핀 대안언론 KODAO Prodution (링크: https://kodao.org/2016/12/29/pulang-bagani-battalion-leads-celebration-of-cpps-48th-anniversary/)

 

 

신자유주의의 최첨단을 걷고 있는 천박한 사회를 갈아엎기 위해 혁명적 좌파조직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공산당(CPP, Communist Party of Philippines), 신인민군(NPA, New People Army: 공산당의 무장군대), 전국민주주의전선(NDFP, National Democratic Front of Philippine: 노총과 같은 조직들이 연합하여 공개적, 합법적 투쟁을 하는 연맹체) 세 조직들을 일컬어 CNN 이라고 부릅니다.

 

작년 12월 공산당 창당 48주년을 맞이하여 남편과 함께 기념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좋은 벗 M의 초대로 참가할 수 있었는데요, 보안을 위해 가명을 부여 받고, 밤 동안 1톤 트럭버스를 타고 10시간을 달려 도착하니 아침이 되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코코넛 정글로 들어가 약 1시간 정도를 걸어 도착한 곳은 진흙 위 무대를 만들고 붉은 깃발을 장식해 놓은 혁명군의 해방구였습니다.

 

우리는 정치적 연설을 듣고, 군인들의 집단무, 합창, 풍자극을 감상했습니다. 

 

한국이나 필리핀이나 저항과 투쟁의 문화는 아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제가 사회주의 성소수자로서, 27년간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고 투쟁하면서 혁명을 위해 투쟁하는 군인을 처음 보았다는 사실 입니다. 사령관은 60대로 보였고, 20-30대 젊은 군인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혁명군은 머리에 뿔난 괴물이 아니라, 아름다운 미소로 친절하게 우리를 맞이해주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성소수자의 인권과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당은 필리핀 공산당이 유일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혁명군대에 많은 성소수자 군인들이 열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매우 기뻤습니다.  쿠바혁명과 러시아혁명에 성소수자 군인들의 투쟁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성소수자는 사회에 공헌하는 가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만나고 온 후, 민다나오섬 시골마을로 이사를 가게 된다면 작게나마 수입의 일부를 혁명세금으로 내려고 합니다. 간호사로서 약품을 지원할 수 있기를, 응급처치 등의 교육에 재능기부도 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그러다 발각되어 꼬레아로 강제추방 당하면 어떡하나 두려움도 갖게 됩니다. 남편과 생이별 ㅠㅠ)

 

필리핀 사회를 개혁하는 유일한 길은 혁명 밖에 없습니다. 그 정도로 심각합니다. 행성인 여러분께서도 필리핀의 민주주의와 혁명을 위해 기원해주시고, 가능하시면 후원도 해주시고, 그리고 응원도 많이 보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다른 세상은 가능합니다.

차별과 억압 없는 사회의 건설은 가능합니다.

 

탄핵 후 대선 그리고 이후 정치 일정에서도 행성인 친정 식구 여러분 힘내서 열심히 투쟁해주세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호모포비아 무리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처벌하고, 동성결혼이 법제화 될 때까지 쭈욱 투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