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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종로의 레스토랑! - 글로우 키친(Glow Kitchen) 사장 앤초비, 이든님 인터뷰

by 행성인 2017. 4. 13.

인터뷰 한 사람: 주원, 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터뷰 받은 사람: 앤초비, 이든(글로우 키친(Glow Kitchen))

 

 

이미지 출처: 글로우 페이스북 페이지

 

주원: 간단하게 자기소개 및 글로우 키친(Glow Kitchen, 이하 글로우) 소개 부탁드려요.

 

이든: 저는 이든이라고 하고요. 현재 직업은 라이터(writer)고요. 부업으로 앤초비랑 같이 글로우를 운영하고 있어요.

 

앤초비: 저는 앤초비구요. 글로우 운영하고 있어요.

 

이든: 글로우는 소주와 맥주와 와인이 공존하며, 게이와 레즈와 일반이 공존하며, 이탈리아와 아시아와 한국적 음식이 공존하는 퓨전 레스토랑입니다.

 

 

아, 이 친구랑 하면 되겠다...!

 

인터뷰는 글로우에서 진행됐다 /(좌) 앤초비 (우) 이든

 

주원: 처음에 글로우를 운영하게 된 과정을 들려주세요.

 

이든: 앤초비님과 제가 스파이크라는... 고고댄스그룹?

 

앤초비: 미디어 퍼포먼스 그룹. (웃음)

 

이든: (웃음) 네, 국내 최초의 이반 미디어 퍼포먼스 그룹이었는데. 제가 고고보이 역할이었고 앤초비님이 드랙퀸 역할이었어요. 그때 같이 공연을 하다가 재미있는 가게를 내보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앤초비님께 제안을 했고, 앤초비님이 흔쾌히 수락을 하셔서 종로에 가게를 내게 됐죠.

 

국내 최초 이반 미디어 퍼포먼스 그룹 스파이크

사진 출처: 스파이크 페이스북 페이지 

 

오소리: 그게 언제였어요?

 

이든: 재작년 9월이었어요.

 

주원: 글로우가 신선하다고 느낀 게, 레스토랑이잖아요. ‘키친’인데, 처음부터 이런 컨셉으로 생각하셨던 건가요?

 

이든: 그랬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돈 되는 건 다 팔잖아요. (웃음) 처음엔 우아하게 피자, 파스타 팔고. ‘왠 소주? 맥주까지만 팔자, 와인 위주로 팔자’ 이랬는데,  경기가 안 좋아서 친구들이 소주 없으면 안 온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팔기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소주가 더 많이 나가요. 굳이 레스토랑 와서 피자 시켜서 소주 먹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주(酒)종에 대해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게,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갖는 편견과 동일한 게 아닐까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웃음) ‘주(酒)종에 귀천을 따지지 말자, 소주 먹는 고객을 양주 먹는 고객과 동일하게 대하자’ 하는 마음으로 지금은 소주도 팔고 있고요. 그리고 앤초비님이 요리사로서 재능이 뛰어나세요. 그래서 말하면 온갖 요리가 다 나와요. 다 맛있으니까 이태리 음식만 팔기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사실은 앤초비가 잘하는 요리집인 거예요. 장르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음식은 앤초비가 거의 다 레시피를 짜서 만들고 있고, 앤초비가 잘하는 요리를 넣어서 하다보니까 레스토랑으로 하게 된 거죠.

 

오소리: 앤초비님은 이전부터 요리 관련한 사업을 하셨던 거예요?

 

앤초비: 군대에 있을 때 취사병을 하게 돼서 어떻게 하다가 요리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 이후로 쭉 요리를 하고, 혼자 레스토랑을 1년 정도 하다가 형이랑 같이 시작하게 됐어요. ‘게이’ 레스토랑 말고, 그냥 개’인’ 레스토랑으로. (웃음) 그냥 동네에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조그만 레스토랑이었어요. 사실 별로 할 생각 없었는데 마침 자리가 딱 나서, 하면 되겠다 싶어서. (웃음)

 

이든: 차렸다고 그래서 한 번 놀러 갔는데, 사실 그 전엔 요리를 하는 줄은 알았는데, 먹어본 적은 없었어요. 가서 먹어봤는데 되게 놀랐어요. 조그만한 가게였는데, 테이블 한 여섯 개 있었나? 그런데 메뉴판에 메뉴가 100개인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만 골라 시켰는데 다 되더라고요. 사업적으로 봤을 때 이게 무슨 능력이냐면, 100가지 요리를 다 다른 재료로 만들 수 없거든요. 메뉴를 컨설팅할 수 있는, 그러니까 특정한 재료로 재고관리를 하면서도 이 메뉴를 전부 자기가 관리할 수 있다는 건, 혼자 운영하는 레스토랑인데 그걸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뛰어난 능력이거든요. 실력이 좋은 셰프라도 가게를 운영하는 관리자로서 실격인 경우가 많은데 앤초비가 그걸 잘하는 걸 보고, ‘아, 이 친구랑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소리: 그 전부터도 레스토랑을 열 생각은 있으셨던 거예요?

 

이든: 저는 그냥 자아실현으로 종로에 있는 친구들이 편히 올 수 있는 아지트, 시트콤 ‘프렌즈’에 나오는  센트럴퍼크 카페 같은 그런 걸. 그런데 막상 차려 놓으면 월세에, 직원들 월급에… 자아실현으로 유지가 안 되거든요. 스케일이라는 지금은 영업을 안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거기가 저희 친구들 아지트였는데 없어져서 되게 아쉬웠거든요. 그런 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친구들은 오히려 안오게 되더라고요. 아지트라는 건 사실 장사가 안돼야… (웃음)

 

 

성소수자 업소? 성소수자'가 운영하는' 업소!

 

BISTRO & BAR GLOW

 

주원: 글로우의 정의라고 해야 하나?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글로우는 종로에 있고, 이쪽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공간인데, 글로우를 ‘성소수자 업소’ 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든: 이거 그건 아니죠? 충격 르포. (웃음)

 

앤초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게이바들이 많잖아요. 소주방 많고. 글로우는 어떻게 보면 바이기도 하고 소주방이기도 하고. 다만 사장이 성소수자인 가게? 그리고 원래는 레스토랑 차리면서, 물론 게이분들이 많이 오길 기대하고 만든 건 맞긴 한데, 정성들여서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하잖아요. 그래서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는 성소수자가 하는 가게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이든: 성소수자만 출입이 가능한 업소는 아닌데, 성소수자에 당연히 열려 있고, 퀴어 관련 행사에 많은 후원을 하고 있고. 일반들도 오셔서 처음에는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지금은 오시는 고객들이 알아서, “저쪽은 여성 분들 많으니까 우리들은 이쪽인가 보다.” 하고 앉으시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같은 데 가도, 이쪽 거리이고 누가봐도 주인도 이쪽인 거 같지만, 스트레잇들도 같이 와서 어울리고 거부감이 없거든요. 그 안에서도 그걸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같이 융화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이쪽 가게인데, 게이가 8명인데 레즈비언 여성 친구가 같이 있어서 거부를 당한다거나 그런 경우도 많은 상황이라서. 저희 가게는 레즈비언이나 다른 정체성을 가진 퀴어분들도 많이 오시거든요. 그리고 저는 사실 그게 좀 좋거든요.

 

오소리: 스트레잇 손님들이 여기에 성소수자들이 많이 온다는 걸 알고 오시는 거예요?

 

이든: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단골 중에는 아시는 분들도 있긴 있어요. 지금은 이걸 아예 구분을 안할 수는 없어서, 바(bar)로서는 섞여 있으면 조금 문제가 될 거 같아서, 레스토랑 영업 시간이 8시고, 8시 이후는 바의 영업인데, 8시 이전에는 모두 받고, 그 이후에는 성소수자 손님만 받고 있어요.

 

주원: 받는 과정에서 못 들어 오는 경우도 있어요?

 

이든: 많아요. 사실 장사 안 될 때는 텅텅 비어 있는데, 왔는데 예약된 좌석이라 못들어오신다고, 죄송하다고 그러고 돌려보내죠.

 

오소리: 필터링하는 방법이 있으세요?

 

이든: 게이다(gaydar). (웃음) 아니 그런데 진짜, 남성들이 들어와도 일반 남성들은 정말 느낌이 달라서, 종업원들이 정말 귀신같이 잘 해요.

 

주원: 관련 에피소드 같은 거 있나요?

 

앤초비: 예전에 퀴어문화축제 하기 전 날이었는데, 여성 두 분이 밤 시간에 오신 거예요. 처음에는 예약이 됐다고 안된다고 하고 보냈는데, 다시 들어오셔서, ‘저희 여자라서  안 받으신 거냐고, 저희 다 알고 왔다고. 제발 한 번만 앉아서 먹게 해달라고, 먹고 싶다고’ 그래서 자리 드린 적이 있었거든요. 그 분들이 또 마침 마감까지 계셨어요. 그 분들이 저를 알아보셔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일 퍼레이드 하시려면 힘드시겠네요.” 이런 말을 하셔서 그때 너무 신기했어요. (웃음) 

 

주원: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 있을까요?

 

앤초비:  장사를 하다보면 장사가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형은 직업이 있지만, 저는 이거 밖에 없으니까 혼자 생활하려면 금전적으로 쪼달릴때가 있기도 하고. 그리고 형은 매장에 잘 안 나오시거든요. (웃음) 저 혼자 관리를 하는 어려움이 있죠.

 

이든: 할 말이 없네요. (웃음) 그런데 저는 진짜로 앤초비가 힘들어하면 그게 힘들더라구요. 저는 매장에 자주 못오니까. 지금은 직원들끼리 사이가 좋아요. 주방 직원들은 스트레잇이고 홀직원들은 다 이쪽인데, 서로 알면서도 너무 잘 지내고, 지금은 마음이 조금 놓이는데, 그 전에는 직원들끼리 반목이 있으면 되게 힘들었어요. 누구랑 누구랑 싸우고, 갑자기 안나오고 이러면, 저는 여기에 없으니까 손 쓸 수 없는 느낌. 

 

주원: 고용되시는 분들 중에 성소수자가 아니신 분들도 계시다고 하셨는데, 일하시는 분들과의 사이에서 ‘성소수자 업소’라는 것 때문에 생긴 어려운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앤초비: 저는 면접볼 때 처음에는 커밍아웃을 해야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모르는 사람한테 커밍아웃은 여기서 일하면서 처음 해봤거든요, 못 믿으시겠지만. (웃음) 그게 입이 잘 안떼지더라고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급하니까 편하게 했는데 (웃음) 이게 처음이 힘들잖아요 뭐든지. 그래서 약간 싫어하실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많이 바뀌었나봐요, 사람들이. 사실 일하는데 지장은 없으니까. 신기했어요.

 

이든: 저는 부모님한테도 이야기 했고 회사에서도 다 알고 있고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데, 이게 약간 습관? 해버릇하면 입이 안떨어져서 그렇지, 가장 어려운건 부모님이고 그 다음이 회사고, 그게 아닌 지인들은 평소에 퀴어에 대해 안좋게 생각했던 사람도 내가 퀴어라고 하면, 친구가 퀴어라고 하는데 거기다가 대고 더럽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그래서 제 친구들 중에도 원래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가 친하고 좋아했던 사람이 퀴어라고 하니까 '아, 이게 방송에서 나온 이미지를 생각해서 되게 안좋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대요. 그 다음부터는 저희 커뮤니티에 이슈가 있으면 옹호해주고 후원도 해주고 그런 사람들도 많거든요. 세상이 전체가 부정적인 의견이 70이어도 내 주변의 70이 다 나에게 부정적이진 않은거 같아요.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까지 반응이 나쁘진 않은거 같아요.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는데 그런 사람은 애시당초 빨리 말해서 멀어지는게 나아요. 굳이 숨기고서는 왜 만나.

 

오소리: 맞아요.

 

글로우의 키친은 오픈형이다.

 

앤초비: 솔직히 여기가 ‘성소수자 업소’라서 운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업소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어요. 오히려 더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내가 성소수자고 성소수자들이 오는 업소에서 일하다 보니까 오히려 편하잖아요. 끼 떨기도 편하고. 왜냐면 내가 성소수자 아닌 업소에서 일하면 감춰야 할 일들이 더 많을텐데, 여기서는 감출 일이 없으니까. 저희 할로윈 때에는 이벤트도 하고 그러거든요. 여장도 하고. 아닌 업소에서는 잘 못하니까 오히려 저는 편한거 같아요.

 

이든: 가게에서는 주방에 있는 일반 직원들이 잘생겨서 애들이 실수 할까봐 노심초사해요. (웃음) 단체 엠티를 얼마 전에 스키장으로 갔는데, 저는 그때 가게 공사가 있어서 못갔는데, 계속 밤에 잘 때 혹여라도 애들이 술먹고 잘못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저희가게 같은 경우는 가게 사장들이 이쪽이다보니까, 일반 직원들이 마치 남성위주의 문화가 정착된 일반 회사에서 소수 여성직원이 느끼는 그런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되게 특이한 경우죠. 용어 쓸 때도 은어를 쓰지 않도록...

 

주원: 에피소드가 또 있나요?

 

앤초비: 회식 같은 거 할 때, 아무래도 게이들이 많다보니까 게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잖아요. 그런데 얼마 전에 형이 너무 대놓고 술 취해서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다들 민망해가지고, 수위를 좀 넘으셔서. (웃음)

 

이든: 초반에 저희가 다 이야기를 하고 왔는데, 바 쪽에서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게이들만 쓰는 용어를 썼는데 그걸 주방에서 듣고 “저게 무슨말이야?” 이러면서 은어를 막 추측하고 그러더라고요.

 

오소리: 손님 중에 주방 직원한테 플러팅하거나 그런 분들은 없었어요?

 

이든: 이쪽 사람들은 다 알거든요. 오히려 일반 여성분이 너무 잘생겼는데, 말걸고 싶은데, 저 분도 게이겠지? 하시길래 일반이라고 하니까 데쉬해서 데이트도 하고.

 

주원: 오, 그걸 손님들이 직접 물어보세요?

 

이든: 네 물어봤나봐요. 그랬던 경우도 있고. 이쪽 분들은 의외로 말을 잘 못걸어요. 다 바라보기만 하고 용감하게 대쉬하는거는 일반 분들이 더 잘하지 이쪽 사람들은 잘 못하더라고요.

 

주원: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네요. (웃음)

 

앤초비: 약간 오해했던 것 같아요. 일반들이 우리를 너무 혐오한다 이렇게 역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이든: 네이버 댓글만 보면 살고 싶지 않잖아요. (웃음)

 

앤초비: 그런데 되게 열려 있는 생각을 갖고 있는 직원 분들이 많아요. 오히려 더 감동받을 때도 있고.

 

이든: 맞아요. 면접보는데 초반에는 앤초비가 커밍아웃하기 불편하다고 해서 제가 면접을 보고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일하고 있는 직원 이야기에요. 내가 이쪽이고 손님도 이쪽이 많은데 괜찮냐고 했더니 그 직원이 고객이면 다 같은 고객이지 게이고객 일반고객이 따로있냐고. 딱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어머 감동.

 

주원: 한 번도 면접볼때 싫어했다거나 어색해 했다거나 하신 분들은 없어요?

 

이든: 있을 수는 있어요.

 

앤초비: 오신다고 해놓고 안오신 경우가 있거든요.

 

이든: 분명 있겠죠. 대신 알 수는 없는거니까.

 

앤초비: 그런데 면전에다가 대고 뭐라고 하셨던 분들은 없어요.

 

 

당당하게!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글로우

 

익선동 맛집 글로우

 

주원: 글로우가 익선동 맛집으로 유명해졌는데, 소위 성소수자 커뮤니티 밖에 있는, 굳이 종로에 올 일이 없는 분들이 소문을 듣고 많이 오게 됐는데,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있기도 했을 것 같아요.

 

이든: 퀴어문화축제 때 같은 경우에는 레인보우 깃발도 달고, 퀴어 커뮤니티나 에이즈 예방 포스터도 붙여 놓고. 정체성을 숨기고 영업하거나 위장을 하는 경우는 없어요. 일하는 직원 면접 올 때도 제일 먼저 하는 게 커밍아웃이거든요. 사장이 이쪽이어서 손님들 대부분이 이쪽인데 괜찮냐고 처음부터 물어보거든요. 그런데 손님이 한분 한분 들어올 때마다, “사장이 게이인데 괜찮으세요?” 이럴 수는 없으니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숨기지는 않는 거예요. 평일 낮에 게이 전용으로 밥을 판다면 아무도 안 오겠죠. 누가 평일 낮에 밥 먹으러 종로까지 오겠어요. 그러다보니까 운영을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 같기도 해요.

 

앤초비: 낮에 장사를 시작하면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게이 분들 중에는 노출되는 걸 싫어하는 분들도 많으니까. 그런데 진짜 자연스럽게 잘 흘러간 것 같아요. 게이 분들도 일반인 분들 계셔도 그냥 자연스럽게 식사하시고, 서로 신경 안쓰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오소리: 처음부터 낮에도 영업하셨던 거예요?  

 

앤초비: 처음에는 밤에만 바 장사를 했는데.

 

이든: 레스토랑이라고 만들었는데 밤에만 하는 게 좀 그렇지 않냐, 그래서 몇 달 있다가 시작을 했었죠. 처음에는 당연히 파리만 날리다가, 사람들이 맛있다는 블로그 후기도 올리고 그래서. 왜냐하면 저희는 게이 커뮤니티에서만 유명하고 스타다보니까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모르고, 쌩뚱 맞게 이런 위치에 왠 레스토랑? 이러다가, 지나가다 오신 분들이 맛있다고 얘기해주셔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앤초비: 그리고 좀 좋은 게,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싫어하거나 자기 정체성에 아직 혼란이 있거나 그러면 종로 게이바에 오기 싫어하는데, 저희 가게에 오고. 그리고 저번에 한 번 되게 좋았던 게,  게이 분이 어머님이랑 같이 와서 우리 레스토랑에서 커밍아웃을 하셨는데, 어머님이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잖아요. 글로우는. 그런 거 보면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밝은 분위기의 글로우 내부

 

이든: 자기 친구한테 커밍아웃은 했는데, 그 친구랑 같이 갈 곳을 정한다고 했을 때, 완전 쌩뚱맞은 곳이 아닌 중간 정도의, 마치 민물고기와 바다물고기가 강 하구에서 어울리듯이, 그런 느낌으로.

 

앤초비: 그런 경우 되게 많아요. 아는 동생이 애인을 사겼는데, 애인이 종로3가 가면 게이들 가는 데, 그런 데 싫다고 그랬는데, 여기 한 번 오더니 좋았나봐요. 자주 오시고.

 

오소리: 혹시 그런 걸 원하시고 인테리어나 컨셉을 잡은 거예요?

 

이든: 그거는 얻어 걸린거죠. (웃음)

 

앤초비: 진짜로. 제가 말했잖아요. 돈 되는 건 다 팔고, 이쁜 거 다 걸고 하니까. (웃음)

 

이든: 그런 건 있었어요. 처음부터 일반, 이반용으로 같이 해야한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레스토랑 영업을 해야하고, 메뉴도 술 안주가 아니고 레스토랑에서 파는 메뉴라서,  단가가 소름돋게 비싸거든요. 그리고 가게 자리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똑같은 면적이어도 안쪽이 아니라 바깥이라서 더 비싸거든요. 그럼에도 이 자리를 굳이 잡고 돈을 들였던 거는, 같이 영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아예 안 될 줄 알았어요. 욕만 먹고 부정적으로 될 줄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받아주셔서 고맙고, 게이와 레즈가 같이 오기 편하니까 레즈비언 분들도 좋아하시고.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할 얘기가 조금 있는데, 겐트리피케이션 이라고 하더라고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약간 변형해서. 게이들이 있던 장소인데 거기가 핫 해져서 일반 업소가 들어와서 게이들을 쫓는다. 그런데, 미국의 ‘capitol hill’이 그 도시에서 가장 힙한 곳인데 게이힐이거든요. 겹치는 게 이상한 우연은 아닌 것 같아요. 이태원이 그런 특수성을 가지고 클럽 문화의 본산지로서 지금의 이태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냥 우연히 외국인과 게이들이 모여 있어서 된 게 아니었던 거잖아요. 트랜스젠더 가게 같은, 우리나라에서 그 당시 못 받아들였던 문화적인 부분들이, 외국인들이 많은 특수성 때문에 이태원에서 생기게 된 거고, 그러다보니까 게이들도 모이게 되고, 그런 문화적인 바탕에서 그 장소의 특수성이 일반 사람들 중에 힙하거나 트렌디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요소가 되었고, 그래서 지금의 이태원이 된 건데, 종로도 사실 아예 관계가 없진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그렇게 될 때마다, ‘우리는 쫓겨나는 입장이어야 되냐’고 생각할 때, 그 생각은 ‘게이는 숨어서 모르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쫓겨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게 아니고 우리가 오히려 당당하게 문화를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희 둘다 퀴어문화축제 공연을 계속 해오고 있는데, 축제에 가장 매력을 느꼈던 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에요. 우리 나라에서 성소수자 인식을 바로 잡는데 가장 성급한 게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커밍아웃한 유명인 100명인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게이로 사는 건 아직도 홍석천 한 명 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미국 같은 경우도, 대부분 동성결혼에 반대하고 보수적인 사회였는데, 동성결혼 찬성이 과반이 넘을 정도로 변했던 계기를 들어보니까, 외부적인 미디어 영향도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내부에서, ‘나는 원래 동성애가 좀 싫었는데 나 친한 누구가 게이고, 결혼을 한다는 데 내가 반대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아니더라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의식이 변했다고 하는데.

 

“네가 반드시 커밍아웃 해야 우리 나라 게이 인권이 발전해.” 라고 커밍아웃 강요가 될까봐 얘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축제가 사실 그런 역할을 해줘요. 특정 누구에게 커밍아웃을 시키지는 않지만, 처음에 축제에 나올 때 대부분 불안해하거든요. 시청 광장 대낮에 자기 얼굴을 드러내는 걸. 그래서 제 친구 같은 경우도 한 여름인데 머플러 뒤집어쓰고 선글라스 끼고 왔는데, 막상 와서 필 받고 신나니까 선글라스 벗고 웃통까지 다 벗고 행진할 때 소리지르면서 행진하고.

 

자기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다닐 수 있고, 만약에 이태원이나 종로3가에서 일반들이 자기를 봤을 때 그게 뭐가 어때서 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얘기가 전혀 없겠죠. 그런 사회가 아직 안된 우리 사회를 탓해야하는 것도 맞지만, 우리가 노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더 당당해지는 부분이어야 될거 같아요. 특정 개개인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걸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하기 힘든건데, 아무리 지금 문재인 후보에게 가서 ‘나중에 아니고 지금할게요’ 라는 말을 듣고 와도, 우리가 스스로 사회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않고 계속 숨어있다면 소용이 없거든요. 그때도 결국 문재인 앞에서 그 얘기를 입밖으로 큰목소리 내서 얘기해 준 여성퀴어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얘기가 우리에게도 알려질 수 있었던 것처럼, 커밍아웃 없이는 아무런 성취도 얻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주를 팔아도, 마음은 신라호텔에

GLOW KITCHEN

 

주원: 글로우에서 제일 자신있는, 야심찬 메뉴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앤초비: 야심찬 메뉴… 전데. (웃음)

 

이든: 앤초비 빼고 다. (웃음) 페스트리 피자를 대부분 좋아하시더라구요. 도우가 크라상 도우라서 되게 바삭하고 부드럽죠. 파스타는 멘타이코가 제일 유명해요. 그리고 러버덕 샤워.

 

앤초비: 저희 마스코트가 러버덕이거든요. 그래서 칵테일 메뉴가 있어요. 러버덕이 올라가 있는.

 

이든: 사진 찍으러 많이 오세요. 이거 시키고 환호 하면서 사진 찍고 올리시고. 사진 찍으라고 의도하고 만든 거예요.

 

앤초비: 제 아이디어랍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실제로 러버덕샤워를 시켜보았다. 카와이...

 

주원: 다른 업소보다 메뉴 구성과 인테리어에도 신경쓰시는 것 같은데, 다른 업소와의 차별화 전략 같은 게 있을까요?

 

앤초비: 차별화라기보다는, 아무래도 레스토랑이다보니까 작은거 하나하나에 알게 모르게 정성을 쓰는 편이에요. 제 성격도 좀 그렇고.

 

이든:  셋팅 하나라도, 직원들에게 “소주를 팔아도, 마음은 신라호텔에 있어라.” 라고 그래요. (웃음) 주문 받을 때도 주문 받은 거 한 번 꼭 확인하고, 물 드릴 때도 “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하고. 오시는 분들이 뭘 시켜도, 호텔급은 아니라도  좋은 레스토랑 온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음식 퀄리티도 최대한 신경쓰고요. 다른 사장님이 저희 단가보고 놀라면서, “너네는 뭐 먹고 사는 거니.” 이러는데, 좋은 재료로 좋게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을 해서. 유통기한이 사실은 사용기한이 아니거든요. 냉동보관하면 되긴 하는데, 그것도 다 버리고. 오픈 키친이잖아요. 그래서 조미료도 안 쓰고. 케찹 같은 소스까지 만들어서 써요. 그 정도로 노력을 해요. 그 부분이 차별화인 것 같아요. 셰프의 부지런함. 
 
주원: 사실은 제가 글로우 기획을 하게 된 것도 제 사심이 많이 들어갔어요. 제가 채식을 하거든요. 저는 게이이기도 하고 채식을 하는 사람인데 종로에 오고 싶어도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요. 그런 와중에 가게 앞 메뉴에 비건 표시된 음식이 있는걸 발견하고 너무 신나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이든: 없애면 안되겠다. (웃음)

 

주원: 없애지 마세요! (웃음)

 

이든: 사람들이 많이 안찾더라고요. 그게 업주 입장에서는 고민이에요. 그런 걸 위해서 저희는 남겨놓고 싶고, 솔직히 많이 안 찾아도 메뉴에 남길 수 있는데, 잘 모르고 그걸 시키고는  “아니, 만오천원이나 주고 고기 한덩이 안주냐”면서 비건이 뭔지 모르고 불만을 표시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블로그에 돈이 아까웠다고 악평 남기신 분들도 계셨어요.

 

주원: 저는 비건입장에서 가격 이만큼 주고도 다시 와서 먹고 싶을 만큼 맛있었거든요. 솔직히 토마토 파스타 아무데서나 먹을 수 있는 건데 너무 맛있어서 제 주변에 채식하는 퀴어 친구들한테 여기와서 먹으라고 홍보하기도 했어요. (웃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비건 메뉴에 대해서 어떻게 알게 되셨고, 올리신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하고요, 지금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일부분 나오긴 했지만 (웃음) 비건 메뉴를 늘리시거나 비건으로 바꿀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해요.

 

앤초비: 음식을 할 때 어떻게 짜냐면, 토마토소스, 크림 소스, 그리고 오일 스파게티가 있으면 각각 세 메뉴씩 해서 닭, 새우, 꽃게 이런식으로 메뉴를 짜요. 그런데 토마토 소스는 어울리는 재료를 찾아보면 제 개인적으로는 야채만 들어간게 제일 맛있더라구요. 토마토 소스를 신선하게 먹을 수 있어요. 솔직히 비건 분들을 생각해서 만든건 아니고, 얻어걸린 거 같아요 (웃음)

 

이든: 아니, 그렇게 했다고 그래~ (웃음)

 

앤초비: 그냥 메뉴를 짜고 형이 이름을 붙인거에요. 사실 저도 비건이 뭔지 잘 몰랐거든요. 그냥 채식주의자가 있구나, 했는데 치즈 이런것도 안드시는 지 잘 몰랐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형 때문에 알게됐고요. 이렇게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소식을 지금도 들었지만 전에도 몇번 들었거든요. 비건 분들이 오셔서 종로에 이게 생겨서 너무 좋다라는 이야기를 한번 들었어요. 메뉴 짤 때 비건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피자같은 것도 비건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든: 비건들이 비건 메뉴를 파는 레스토랑이나 채식 식당을 찾기 힘들더라도 찾아갈 수는 있는데, 가장 힘든건 여러명이 단체로 회식이나 술 마시러 갈 때 나 하나 때문에 채식식당으로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결국엔 여럿이 가서 같이 먹어야 하는데 거기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예 없는게 가장 문제인 것 같거든요. 종로에 술 마시러 오셨을 때 진짜로 그러면 선택의 폭이 없어지잖아요. 집에서는 내가 요리해먹고 나왔을 때도 혼자서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선택을 할 수 가 없으니까, 있는 메뉴도 비건에 맞추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이 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완전 채식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반발에, 제가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돈까스를 먹어봤어요. 친구집에서 먹는데 너무 맛있는거야. (웃음) 아니 이 맛있는걸 하면서. 저는 라면도 못먹고 자랐거든요. 그게 되게 싫었는데, 하여튼 그 불편함이나 어디가서 뭘 못먹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아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비건 메뉴, 포모도로 파스타. 맛도 일품.

 

주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지금 생각나시는 메뉴 중에 포모도로 파스타 말고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생각 나는 것 있으세요?

 

앤초비: 토마토 소스 피자, 치즈 빼서.

 

이든: 치즈를 빼더라도 저희가 도우가 특별하고 다른걸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주원: 도우에 우유나 이런 건 안들어가요?

 

이든: 아 근데 버터가 들어가요.

 

주원: 아~ 그렇구나 (아쉽), 그런데 채식하는 사람들도 비건인 사람들도 있고, 유제품은 먹는 베지테리안들도 있고 그러니까 표시만 해놓아도 좋을 것 같아요.

 

앤초비: 샐러드는 괜찮지 않을까요?

 

이든: 샐러드도 드레싱을 올리브유로 하니까 다 가능하고...

 

 

종로 - 커뮤니티

 

종로3가역 4번 출구 앞에 위치한 GLOW

 

주원: 글로우 밖의 전반적인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을 여쭤보는 질문인데요. 사장님이 생각하실 때 종로라는 공간은 게이 커뮤니티에게 어떤 곳일까요?

 

앤초비: 친정같은 느낌? (웃음) 모든 잘못이 다 감싸지는 곳. 종로, 이태원 이런 공간이 없으면 사실 끼 떨만한 곳이 없잖아요. 아무래도 게이바들이 종로, 이태원에 몰려있다보니까. 필요한 공간인 것 같아요.

 

이든: 굳이 종로라고 특정을 더 지으면, 이태원과 비교했을 때, 이태원은 이 꼴로는 못나가는 것 같아요. (웃음) 종로는 더 후줄근하게 나갈 수 있어서 더 친정같고 이태원은 약간 시댁같은 느낌? (웃음) 바리바리 하고 꽃단장 하고 뭔가 채비를 하고 나가야 하는 곳이고. 왜냐면 종로 문화의 상징이 포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여기에 풀메이크업하고 나오면 되게 더 그렇고. 더 편하게. 평종이라는 말은 있어도 평태원이라는 말은 없거든요. (웃음) 그럴 수 있는게 평일에도 업무 끝나고 잠깐 들러서 한잔 하고 갈 수 도 있고. 이태원과 대비했을때 좀 더 무방비로 있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 종로만의 편안함이 있는거 같아요.

 

주원: 두 분 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유명하신데, 그게 영업에 영향을 미치나요?

 

앤초비: 영향을 안 미친다고 할 수는 없는데, 막 소름돋게 다 저를 보러 오는건 아니잖아요. (웃음)

 

이든: 덕을 많이 봤죠. 확 사람을 한 번 모을 수는 있는데, 꾸준하게 유지하는 힘은 다른 힘인 것 같아요. 앤초비의 손맛인거지. 사실 오픈할 땐 별짓 다했거든요. 저희 페이스북 가면 동영상 있는데, 엄청 웃긴 동영상 막 올리고 반응도 좋고 했는데, 그런 걸로는 딱 한 번 오는 거죠. 오픈빨인 것 같아요. 오픈할 때는 이쪽분들만 오는데도 줄서서 막.그때는 떼돈 벌 줄 알았는데. (웃음)  그게 다 지나가고, 남는 사람들은 결국은 가게의 퀄리티를 보는 거죠. 어떤 음식이 어떻게 나오고, 어느 정도 친절하고, 분위기가 어떤지에 따라서 이 정도의 매출이 나는 것 같아요.

 

주원: 종로에 자기 업소가 있다보면, 두 분의 게이 라이프도 달라질 것 같은데, 전과 다른 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앤초비: 아무래도 ‘사장님’이라는 타이틀이 있다보니까 다른 업소를 가더라도 다른 사장님 눈치를 보게 되고.

 

이든: 맞아. 진상 못 부려.

 

앤초비: 내가 원래 엄청 진상이거든요. (웃음) 어디 놀러가서도 정신줄 놓고 하는데, 정신줄을 좀 붙잡고 있는 다거나.

 

이든: 아니야. 그런데도 또 정신줄 놓고. 

 

앤초비: 아니야. 그것도 붙잡고 있는 거였어. (웃음)  아무튼 그런 게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내가 노는 건 상관없는데 형이랑 같이하고, 직원들 눈도 있고 하니까… 슬프죠. (웃음)

 

오소리: 다른 가게랑 교류도 하고 그러시나요?

 

이든: 호텔포차랑 저희는 친하니까 교류 이벤트로, 저희가 호텔포차가서 영업해주고, 거기서 와서 일일 호텔포차 같은 체인지 이벤트도 하고. 다들 재밌어하고 좋더라고요. 사실 저는 여기 차리기 전에 종로에 잘 안왔거든요. 맨날 클럽만 다녀서. (웃음) 그래서 종로 쪽 토박이 분들하고는 그렇게 교류가 많지 않은데, 그래도 친하신 분들은 되게 잘해주시고 좋으신 것 같아요. 초반에 생기고 많이 감동 받았던 게, 딱 세 달이긴 했는데, 저희 가게가 오픈빨 때문에 손님을 싹쓸이 했는데, 나 같으면 너무 싫을 거 같은 거야, 내가 다른 종로 사장이면. 그런데도 다른 사장님들이 오셔서 비싼 샴페인도 팔아주시고, 덕담도 해주시고. 진짜 성자다… (웃음) 그런 생각을 했었죠.

 

앤초비: 이게 다, 내가 옛날에 뿌린 돈 덕에. (웃음)

 

 

커뮤니티와 인권운동의 가교역할

 

글로우의 마스코트 러버덕, 가게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주원: 글로우가 이제 1년 반 정도 됐는데 앞으로 더 성장을 할텐데 바람이나 비전같은게 있으신가요?

 

이든: 앞으로 더 성장하지는 않을 것 같고 (웃음) 게이업소가 되게 주기가 짧아요. 소름끼치게 많이 생기고 없어져서, 제가 어렸을 때, 10여년 전에는 호흡이 5년, 10년은 갔는데 요즘에는 1~2년 주기인거 같아요. 그게 되게 안타까워요. 제가 정들었던 가게들은 남아있는게 없어요. 다 없어지고 프렌즈만 유일하게 꿋꿋이 버티는 거예요. (웃음) 프렌즈도 그렇고 비바라던가 나름의 독특한 자기 가게만의 정체성이나 문화적인 컨텐츠를 갖고 있는 가게들이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글로우도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모여드는 그런 계기는 앞으로는 없을 거예요. 오픈 때 그건 다 써먹었고. 남은건 글로우만의 독특함이 있고 그래도 그걸 좋아해서 찾아주시는 고객이 있으면 나름 정착이 된거니까, 그분들을 위한 가게로서 그냥 금방 없어지지 않고 5년, 10년 갔으면 좋겠어요. 왜 그런게 있잖아요. 이 바닥 생활 열심히 하다가 잠적하고 싶을 때, 혹은 잠적을 일부러 하지 않아도 일상이 바쁘고 회사생활이 바쁘면, 그리고 어쩌다가 애인 생겨서 잠시 떠날 때가 있거든요. 종태원 나가지 말고 서로에게만 집중하자 이러면서 안나오는 사람들 많거든요. (웃음) 그러다가 차이고 남자들 찾아서 종로를 오랜만에 나왔는데, 아는 가게가 하나도 없는거야. 그런데 예전에 갔던 그 가게가 아직 있고 그래서 같이 갈 수 있고, 진짜 친정같은 가게로 남아있었으면 좋을거 같아요.

 

앤초비: 저는 내일이 없는 사람이라. (웃음) 장사가 앞으로 폭발적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보다는 꾸준히 찾아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식 좋아해주시거든요. 물론 자주오면 질릴 수 있는데, 그래도 나름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으니까, ‘아 그래도 이거는 신경써서 바꿨네’ 하시면서 잘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든: 우연히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걸 수도 있는데 글로우가 생기고 나서 그 이후에 생긴 가게들이 퀄리티가 좀 높아진거를 저는 느끼거든요. 롤모델이라는게 ‘요새 뭐가 괜찮다더라’ 하면 거기에 사람들이 영향을 받잖아요. 롤모델이 우리가 소름끼치게 쓸 데 없는데 돈 많이 쓰면서 다른데서 잘 안쓰는 그릇부터, 메뉴판도 꾸미고 인테리어도 자주 바꾸는데,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니까 그 다음에 생긴 가게들이 저희랑 비슷한 느낌으로 운영하시는 거 같아요. 저희를 따라했다는 말이 아니고, 노력을 많이 하시고 인테리어도 신경 많이 쓰시는게 보이는 거죠. 종로가게도 ‘많이 신경쓰고 노력하는 거를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를 아시고 나서는 인테리어도 뛰어나고 세련된 가게들이 많이 늘어난 거 같아요, 제 생각에.

 

주원: 글로우는 퀴어문화축제랑 레드파티 등 퀴어 행사에 많이 후원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성소수자 이슈 중에서 특별하게 관심이 있으신 부분이나 성소수자 운동 전반에 대한 생각, 참여 계획 같은 게 있으신가요? 행성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앤초비: 저는 원래 인권운동이나 성소수자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쩌다가 이태원에서 끼떨다가 공연도 하게 되고 많은 사람을 만났잖아요. 성소수자 분들을 만나고 인권운동 하시는 분들도 만나고 하다보니까 자연적으로 관심이 생긴 거 같아요. 그런데 다들 마찬가지 아닐까요? 숨어 지내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잘 몰라서 그런거지 이런거 관심을 조금씩 가지다보면. 사실은 저는 지금도 잘 모르거든요. 후원하고 있고 봉사활동도 하지만,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냥 어쨌든 내가 성소수자로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고 더 나은 환경이 되면 좋잖아요. 그런 환경을 위해서 앞으로 뭘 해야할지 제 스스로가 잘 모를때가 있거든요. 근데 이런 분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싶어요.

 

이든: 제가 축제에서 활동하는 건 제 개인으로서 인데, 개인 이든이 아니고 글로우 사장으로서 종로 업소와 해보고 싶은게 있어요. 이쪽 가게들 전체가 중심이 되어서 종로에서 축제를 했으면 좋겠어요. 마치 지역의 청양고추 축제처럼 (웃음). 모든 가게들이 다같이 자유이용권 같은 걸 만들어서 종로의 모든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거나 연계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은 제가 작년에 업소 후원 받으려고 업소 목록 체크해보니까 108개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업소가 있는데 교류도 없고 커뮤니티도 없고. 몇몇 바 사장들이 단체카톡방 만들어서 노동 협동조합 느낌으로 의견도 교류하고 모임도 하자고 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쉽지는 않은 일이죠. 하여튼 그런게 있으면 가격담합을 하자는게 아니라 서로 좋은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이 할 수 있는 사업이 되게 많을 거 같은데, 종로 축제의 날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모든 업소들이 다같이 레인보우 깃발 걸고. 아까 말했듯이 익선동이 일반에게 점령당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우리들의 공간이었는데, 일반들한테 점령당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안좋다. 여기는 여전히 게이들의 지분이 있는 우리의 땅이라고 말하고 싶으면 정말 108개 업소가 레인보우 깃발 크게 걸고 그렇게 큰 축제를 하면 익선동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줄 수 있죠. (웃음) 경쟁하자는 건 아니지만.

 

주원: 뭔가 서울의 카스트로 스트릿 같은 그런 느낌으로 가는 거네요.

 

이든: 맞아요. 게이들만 올 수 있는 곳으로 가면 결국 더 구석으로 들어가야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우리의 본거지는 종로나 이태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어요. 그런거 보다 우리가 도심안의 그 본거지로 남고자 한다면 공존하는 법을 결국 배워야 할 거 같고, 공존하면서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고 하면 더 앞으로 나와야겠죠.

 

주원: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하시고싶은 말씀이나 홍보 해주세요!

 

이든: 모든 젠더 환영합니다. 비건도 많이 채워넣겠습니다.

 

앤초비: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단체들이 정말 좋은 일들을 많이 하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거든요. 근데 보통 이런 단체 분들이 저희나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는걸 되게 어려워 하시더라고요. 되게 쉬운데. 이 인터뷰도 어떻게 보면 쉬운건데 되게 어렵게 부탁하시더라고요.

 

주원: (웃음) 제가 처음이라 긴장해가지고요… (웃음)

 

앤초비: 도움같은거 드릴 수 있으면 많이 드리고 싶으니까. 저희가 잘 몰라서 안하는 거 같아요. 도와드릴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오소리: 독자 분들께도 한마디 부탁드려요.

 

앤초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솔직하게 한다고 말씀 드렸는데 포장된 것도 많아요~ (웃음)

 

오소리: 못하신 말씀 있다면 마지막 한 마디.  

 

이든: 행성인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축제하면서 되게 많이 느끼는데, 인권단체 쪽과 연관된 커뮤니티에는 여성 퀴어들이 많으신데 남성퀴어들이 관심이 없는 걸 수도 있고 문화적으로 되게 분리가 되어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축제에서 활동하는 게이 분들은 일반 게이커뮤니티랑은 또 안친해요. 정보를 생산했을 때 공유가 이 안에서만 도는게 페이스북의 메커니즘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전파가 안되고 중간에 끊기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올해 축제를 할 때도 인권활동의 좋은 수많은 일들을 커뮤니티로 퍼나르는 가교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게이들도 맨날 술퍼마시고 내일 없이 놀지만 말고 (웃음) 이런 일 있으면 후원도 하고 참여도 했으면 좋겠어요. 누구보다 많이 놀아봤던 저희니까. (웃음) 이쪽 마음도 알고 연결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오소리: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주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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