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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행성인 신입회원 모임 디딤돌 후기

by 행성인 2017. 6. 13.

 

일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내가 행성인 사무실을 처음 방문했던 것은 2015년 여름이었다. 당시 활동했던 학내 언론에 ‘성소수자 부모모임’ 인터뷰를 싣기 위해서였다. 나를 비롯한 두 명의 취재기자는 행성인 사무실을 찾느라  30분가량을 헤매다가, 뜨끈해진 비타500을 손에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인터뷰를 시작해야 했다.

 

초행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행성인 사무실을 찾는데 약간 헤맸다. 조금 긴장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인권단체에서 활동해 본 적도 있고, 주변 지인들에게 거의 커밍아웃을 한 상태이기도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가장 주가 되는 단체, 회원들 대부분이 성소수자인(일 것으로 예상되는) 단체에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게 왜 긴장할 일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떨리는 마음으로 행성인 사무실에 들어섰다.

 

별로 넓지 않은 사무실에는 4개의 긴 책상이 원을 그리며 놓여 있었고, 20여 명의 사람이 다소 어색하게 나란히 혹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차라리 다른 단체의 OT처럼 강의 형식이면 이렇게 어색하게 앉아있지 않아도 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자리를 잡았다.

 

1부에서는 행성인의 지난 활동, 단체 소개 등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받았다. 그 전에 ‘평등한 모임을 위한 약속’을 다 같이 읽는 시간을 가졌는데, 단체 내에 ‘어떤 종류의 차별이나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할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형식상의 절차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약속의 내용을 읽으면서 이곳에서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인권을 말하는 단체에서도 다른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빈번하게 목격되곤 하는데,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소수자, 약자들에게 안전한 모임을 만들 것을 약속하는 글을 읽으며 행성인이라는 단체에 대해 좋은 첫인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2부가 시작되기 전, ‘아이스브레이킹’이라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을 준비해 주신 활동가분들께서 스파게티 면과 접 테이프, 마시멜로 등을 꺼내는데, 솔직히 불안했다. 괜히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게임 시켰다가 오히려 정말 돌이킬 수 없게 어색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고, 역시나 우리는 ‘조별로 스파게티 탑을 쌓아 마시멜로를 올리기’ 게임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색한 것도 잠시였고, 게임 전에는 서로의 이름도 잘 모르던 조원들과 약간의 집단의식(?)마저 느껴졌다(그리고 우리 팀이 1등 했다!). 이 활동을 통해 조원들과 일단 가까워졌기 때문에 다음 순서였던 ‘권력 꽃 그리기’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나는 그 권력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를 꽃으로 표현한 뒤 서로에게 설명하는 활동이었다(내 옆자리에 계시던 신입 활동가 분께서는 ‘조별활동 같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다). 활동가로서는 꼭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 활동이었고, 조원들의 ‘권력꽃’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을 조금 더 잘 알게 되기도 했다.

 

 

 

 

사무실에서 진행된 뒤풀이까지 마치고 돌아오자 말 그대로 긴장이 탁 풀렸다. 사실 신입회원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긴장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내가 이 단체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성소수자인 친구들이 있고, 가끔 관련 집회에도 나갔지만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회원으로서 다른 회원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내 정체성을 숨기지 않아도 안전할 수 있는 곳에 갔는데 거기에서도 적응을 못 하면 나는 이제 어떤 사람들을 만나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디딤돌에 참가하신 행성인의 기존 활동가들은 신입 회원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해서 배려해 주셨고,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되어 신입 회원들끼리도 금세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신입회원 모임에는 나처럼 4~5월 중으로 행성인 후원을 시작한 분들도 있었지만, 이전부터 꾸준히 후원해 왔지만 모임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분들도 있었다. 지금도 왠지 부담되어서, 어색할까 봐, 아직 주변에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활동을 망설이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께 꼭 ‘디딤돌’을 통해 행성인의 문을 두드려 보기를 권한다. 나는 이 모임을 통해 행성인이 나에게 안전한 공동체임을 느꼈고, 무엇보다 활동에 대한 기대감과 의지를 얻었다.

 

일단 한 번 와 보세요! 해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