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내가 행성인 사무실을 처음 방문했던 것은 2015년 여름이었다. 당시 활동했던 학내 언론에 ‘성소수자 부모모임’ 인터뷰를 싣기 위해서였다. 나를 비롯한 두 명의 취재기자는 행성인 사무실을 찾느라  30분가량을 헤매다가, 뜨끈해진 비타500을 손에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인터뷰를 시작해야 했다.

 

초행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행성인 사무실을 찾는데 약간 헤맸다. 조금 긴장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인권단체에서 활동해 본 적도 있고, 주변 지인들에게 거의 커밍아웃을 한 상태이기도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가장 주가 되는 단체, 회원들 대부분이 성소수자인(일 것으로 예상되는) 단체에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게 왜 긴장할 일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떨리는 마음으로 행성인 사무실에 들어섰다.

 

별로 넓지 않은 사무실에는 4개의 긴 책상이 원을 그리며 놓여 있었고, 20여 명의 사람이 다소 어색하게 나란히 혹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차라리 다른 단체의 OT처럼 강의 형식이면 이렇게 어색하게 앉아있지 않아도 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자리를 잡았다.

 

1부에서는 행성인의 지난 활동, 단체 소개 등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받았다. 그 전에 ‘평등한 모임을 위한 약속’을 다 같이 읽는 시간을 가졌는데, 단체 내에 ‘어떤 종류의 차별이나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할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형식상의 절차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약속의 내용을 읽으면서 이곳에서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인권을 말하는 단체에서도 다른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빈번하게 목격되곤 하는데,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소수자, 약자들에게 안전한 모임을 만들 것을 약속하는 글을 읽으며 행성인이라는 단체에 대해 좋은 첫인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2부가 시작되기 전, ‘아이스브레이킹’이라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을 준비해 주신 활동가분들께서 스파게티 면과 접 테이프, 마시멜로 등을 꺼내는데, 솔직히 불안했다. 괜히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게임 시켰다가 오히려 정말 돌이킬 수 없게 어색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고, 역시나 우리는 ‘조별로 스파게티 탑을 쌓아 마시멜로를 올리기’ 게임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색한 것도 잠시였고, 게임 전에는 서로의 이름도 잘 모르던 조원들과 약간의 집단의식(?)마저 느껴졌다(그리고 우리 팀이 1등 했다!). 이 활동을 통해 조원들과 일단 가까워졌기 때문에 다음 순서였던 ‘권력 꽃 그리기’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나는 그 권력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를 꽃으로 표현한 뒤 서로에게 설명하는 활동이었다(내 옆자리에 계시던 신입 활동가 분께서는 ‘조별활동 같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다). 활동가로서는 꼭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 활동이었고, 조원들의 ‘권력꽃’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을 조금 더 잘 알게 되기도 했다.

 

 

 

 

사무실에서 진행된 뒤풀이까지 마치고 돌아오자 말 그대로 긴장이 탁 풀렸다. 사실 신입회원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긴장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내가 이 단체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성소수자인 친구들이 있고, 가끔 관련 집회에도 나갔지만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회원으로서 다른 회원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내 정체성을 숨기지 않아도 안전할 수 있는 곳에 갔는데 거기에서도 적응을 못 하면 나는 이제 어떤 사람들을 만나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디딤돌에 참가하신 행성인의 기존 활동가들은 신입 회원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해서 배려해 주셨고,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되어 신입 회원들끼리도 금세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신입회원 모임에는 나처럼 4~5월 중으로 행성인 후원을 시작한 분들도 있었지만, 이전부터 꾸준히 후원해 왔지만 모임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분들도 있었다. 지금도 왠지 부담되어서, 어색할까 봐, 아직 주변에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활동을 망설이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께 꼭 ‘디딤돌’을 통해 행성인의 문을 두드려 보기를 권한다. 나는 이 모임을 통해 행성인이 나에게 안전한 공동체임을 느꼈고, 무엇보다 활동에 대한 기대감과 의지를 얻었다.

 

일단 한 번 와 보세요! 해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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