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6월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커밍아웃 워크숍'을 마련했다. 커밍아웃 워크숍이란 커밍아웃을 준비하는 당사자 혹은 커밍아웃 대상자가 커밍아웃을 잘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PFLAG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아름답기만 한 커밍아웃은 없다'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일원이 한 말이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참여했다. 커밍아웃은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인데, 조금이라도 덜 괴롭게 효과적으로 하고 싶었다. 이렇게 준비에 준비를 거듭해도 어렵긴 매한가지겠지만 말이다.
자기소개를 시작하며 참석자들이 본인의 커밍아웃 여부와 이번 워크숍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두 조로 나뉘어 진행됐고, 각 조에 진행자가 배치돼 모임을 이끌어갔다.
이어 커밍아웃을 경험한 활동가 '모리'와 '곱단'이 패널로 참석해 본인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풀었다. 본인의 경험에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회원들에게 나눠 준 유익한 시간이었다.
패널과의 대담 후에는 본격적으로 워크숍이 시작됐다. 제일 먼저 설문지 읽기를 했다. 사전에 참석자들이 작성한 설문지를 조원 모두가 무작위로 나눠 가졌고, 그 설문지를 보며 다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유추하여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통 커밍아웃 당사자는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본인의 입장에 갇혀 있고, 커밍아웃 대상자는 커밍아웃을 듣는 입장에만 한정돼 대화가 잘 오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설문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니, 당사자는 커밍아웃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커밍아웃 대상자는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커밍아웃을 어느 그룹(가족, 친구, 직장 등)에 할 것인가에 따라 키워드를 뽑았다. 본인에게 커밍아웃이란 어떤 의미이고, 친척 혹은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할 때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참여자들은 커밍아웃에 대해 각기 다른 키워드를 교환하며 자신의 생각을 넓혀 나갔다.
마지막으로 조별로 상황(커밍아웃 대상자가 커밍아웃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경우 등)을 설정해, 직접 대사를 쓰고 역할극을 수행했다. 참여자들 중 특히 커밍아웃을 준비하는 당사자는 커밍아웃 연습을 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컸다. 꼭 커밍아웃을 하는 당사자 역을 맡지 않더라도 커밍아웃 대상자 역을 맡음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역할극은 실제 상황처럼 현장감이 넘쳤으나 화기애애했다. 조원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온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치며, 훌륭한 커밍아웃 시연을 해냈다. 나도 떨리는 마음으로 가상의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가상인데도 어찌나 떨리고 말하기 힘들던지. 지금 다시 말해보려고 해도 입이 잘 떨어지질 않는다.
역할극을 끝으로 프로그램은 종료됐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부모님에 대한 내 생각이다. 나와 부모님 사이에 존재하는 높은 담은, 어쩌면 내 상상 속의 담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나는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막막함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놓치고 있었다. 워크숍은 그 점을 잘 짚어줬고, 힘을 얻었다. 커밍아웃을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도 워크숍을 통해, 자신만의 이정표를 잘 꾸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 와 보셔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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