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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전국퀴어모여라] 광주퀴퍼, 우리도 할래요? (feat. 광주여성민우회)

by 행성인 2017. 8. 23.

재경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전국퀴어모여라, 웹진기획팀)

 

이 글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소모임 <전국퀴어모여라> 블로그와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여러모로 전퀴모에게는 의미가 깊었습니다. 키보드로 전국의 전퀴모님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만 하던 재경이 광주로 돌아갔고, 그와 동시에 광주에서 민우회 사람들을 만나서 신나게 놀기 시작하더니, 까마귀날자 배 떨어진다고 광주에서 무지개버스까지 떠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를 하였지요. 물론 그들을 서울까지 가게 바람을 이빠이 집어 넣었던 재경은 일을 핑계로 처 오지도 않았었죠. 그들이 처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온 날, 전퀴모는 그토록 염원하던 무지개 깃발을 들고 퍼레이드에 참여하였습니다. 아, 그날의 감격은 잊을 수가 없지요. 정말 아름다웠어요 흙.

그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들과 광주전퀴모임지기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악 눈이 부셔! (은우님이 디자인한 전퀴모 깃발)

 

1. 서울퀴어문화축제 어땠어요?

 

재경 : 얼마전에 서울 퀴어문화축제(이하 퀴퍼)가 끝났고 해서 그것 관련해서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해서 모였는데요. 처음에 지금 민우회 활동가 분들도 계시고 전퀴모 분들도 계시고 하니까.

요즘 핫한 이슈가 혐오 아니겠습니까. 혐오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광주에서 출발하는 무지개 버스 타고 이번에 퀴퍼 가신 분 손 한번 들어 주세요. 이렇게 아무님, 은하님, 도담님, 보통님 계시잖아요. 광주에서 출발하는 무지개 버스는 처음이었는데, 어댔는지 이야기 한번 해봐요. 다른 지역에서는 광주에서 무지개버스 간다니까 관심 폭발이었어요. 부산에서는 자주 왔었는데 다른 지역 에서는 거의 처음 이었죠? 전주에서는 있었나요?

 

진형 : 전주에선 없었어요.

 

로자 : 대전 민주노총 에서 아마 같이 올라 갔었을 거예요 작년에.

 

아무 : 저는 자랑스러웠어요. 그런데 기획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체성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한 거예요. 그냥 지역에 이런 것들이 이슈가 되고 관심을 갖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고, 함께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까, 놓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광주 무지개버스 안에서 자기소개를 했었다고 한다.)

 

재경 : 버스 안에서 소개를 했어요?

 

아무 : 예, 소개 했어요.

 

재경 : 뭐, 이름이랑 소속 같은?

 

아무 : 네네 그랬죠. 그러니까 소속이라는 것이 참 많은걸 내포 하고 있죠. '전퀴모 에서 왔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어려울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로자 : 개인 참가자들이 모여서, 같이 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으로 지원하신 분들이 무지개 버스에서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면 좋았겠네요. 아무래도 지역 이라는 것 자체가 커뮤니티를 형성에 좋은 곳은 아니니깐요.

 

아무 : 그래도 퀴퍼에 다녀오신 분들이 성소수자 뉴스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재경 : 보통님은 어떠셨어요?

 

보통 : 제가 혐오넷(혐오대응네트워크) 민우회 담당자 거든요.

 

보통 : 뭔가를 혐오 하는 네트워크는 아닙니다 하하하. 제가 제안 해서 광주 무지개 버스를 하게 됐는데, 정말 무지한 상태로 한 거였죠. 사실 버스 안에서 소개하고 그런 것도 미리 조심해야 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막상 자기소개를 시작하니까,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예요. 진짜 잘못 됐다고 생각 하진 못했어요. 그래서 아, 이런 부분들까지 다시 고민해야 하는구나. 그런 것이 최소한의 배려인데 싶은 생각이 들어서 무척 반성 하고 그랬어요. 아직 회의를 하진 못해서, 혐오넷의 다른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진 잘 모르겠지만, 재밌는 부분은요. 처음에는 별 흥미가 없던 사람들이 퀴퍼 다녀오셔서는 둘만 모이면 그렇게 성소수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완전 뿌듯한. ㅎㅎ

 

아무 : 맞아요.

 

보통 : 그런 면에서는 완전히 달라졌죠.

 

로자 : 일 준비 하시는 입장에선 사실 그런 반응만 봐도 되게 기운 얻고 그러잖아요.

 

보통 : 요즘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는데요.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그런 프로젝트에요. 근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자꾸 퀴어 이야기가 나와서 ㅎㅎ 진짜로 민우회도 퀴어에 빠져 있고 저도 빠져있단 생각이 확실히 들더라구요.

 

재경 : 아 좋네요. 도담님 어떠셨어요?

 

도담 : 전 개인적으론 다시 깊은 생각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어요.

 

재경 : 그러니까 이런 명절이 더 있어야 한다니까요. 1년에 10번씩 있었으면 좋겠어.

 

로자 : 하지만 지갑은 점점 털리고.

 

재경 : 은하님은 어떠셨어요?

 

은하 : 저는 혼자 탔는데요, 다른 분들이 서로 아는 사이 같아서 혼자 외로웠어요. 으하하하 명절에나 보는 먼 친척이랑 같이 있는 기분이랄까요?

 

 

재경 : 또 그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퀴퍼에 가면 우리를 싫어하는 분들이 먼저 우릴 맞아주잖아요? 이번엔 부스까지 차렸다면서요. 그분들이 신촌에서 퀴퍼를 열 때, 퍼레이드 차량 앞에 눕고 난리가 났었어요. 처음 느꼈던게 분노였거든요.

그래도 우리가 함께 있으면 단단한 보호막이 우릴 감싸고,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 주는 듯한 그런 공동체 같은 느낌이 있어서너무 행복했어요.

 

로자 : 저는 그런 해방감을 느꼈던 게 이년 전 이었나. 퀴퍼가 처음으로 서울 광장에서 열렸을 때, "여러분 뒤를 돌아보십시오!" 그래서 뒤를 돌아보는데, 사람이 쫘아아악 서 있는 거예요. 예전에는 썬글라스까지 끼고 얼굴을 가리고 다녔는데, 그때는 내가 여기서 사진을 찍혀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대구 퀴퍼에 갔는데, 서울 퀴퍼에서 느낀 해방감보다는 분노만 가득했어요. 우리가 행진 할 때마다 양 옆에 따라와서 계속해서 계속 외치는 거예요. 그때 또 술을 마시다 가니까 열 받잖아요 그래서 "교회도 세금 내라!" 에이즈 때문에 막 나라 재정이 망가진다 하면 "너네가 세금 내!"그러고 다니다가. 정말 너무 열 받아서 (그때 당시 대전 살던 때라) 대전에 와서 시경 님이랑 술을 마시다가, 다음날 회사 연차 내고 안 나갔거든요.

올해는 되게 아이러니 했던 게 대구도 그랬고 서울도 그렇고 뭔가 자기네(혐오세력)들이 자체적으로 행사를 하더라구요. 물론 한쪽에서는 트럭에서 "동성애는 죄악입니다 동성애는 죄악입니다"같이 랩 같지도 않은 랩을 막 하고 우린 옆에서 "동성애는 최곱니다" 하고 맞받아치고. 근데 이게 나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세력이 주변에 없으니까 이게 나의 운동의 원동력이 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냥 축제구나, 이렇게 축제가 끝났구나 라는 생각에 되게 힘이 빠지더라구요.

 

아무 : 우린 굉장히 안전할 때 갔구나

 

로자 : 예, 그러니까 굳이 퀴퍼에 와서 대응 해 봤자니까, 본인들의 뜻만 전하면 되는 거죠. 그래서 올해는 이게 뭔가 평화로운 건가? 이게 축제로서 행진을 하는데 이게 축제로서 느낄 수 있는 건가? 하는 그런 불안감만 있지 해방감과 싸워서 이기는 그런 느낌이 없었어요. 대구도 그랬어요 대구도 막 따라와서 방해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냥 조용히 줄 서서 피켓만 들고

 

진형 : 퀴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단체 커밍아웃 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 커밍아웃을 못하게 하고 싶어 하는 게 혐오세력이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너흰 커밍아웃 하면 안돼, 뭐 이런 식이었다면 이젠 커밍아웃 자체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쓰잖아요. 이번에 보면 서울광장 안으로 들어와서 사진을 찍는 식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었어요.

 

재경 : 진수님은 이번에 안가시고 전에 한 번 왔었죠? 그때 어땠었어요?

 

진수 : 네 15년도에 갔었어요. 뭐 그냥 엄청 좋았어요. 늦게 가서 거의 퍼레이드만 참여 했는데. 거리에서 남자가 남자와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다는데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꼈어요. 평소에 얼마나 억압 받고 있길래 저런 모습 으로도 해방감을 크게 느낄 수 있을까 하면서 아 이런게 있어야 사람들이 그래도 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재경 : 벼리님은 퀴퍼 가 보셨어요?

 

벼리 : 스킵 하겠습니다.

 

 

 

우리는 그냥 우리! (출처 : we-are-meant-to-thrive.tumblr.com)



2. 내가 겪은 최악의 차별은?

 

재경 : 그렇죠. 우리가 퀴퍼에서 느끼는 해방감은 평소에 받은 차별과 혐오를 몸 안에 체화하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돌아가면서 이번엔 하나씩 이야기 해보면 좋겠어요 내가 겪은 최악의 차별.

 

보통 : 최악의? 그냥 일상 생활 속에서?

 

벼리 : 한번은 찜질방에 갔어요. 찜질방이 남자가 입는 옷과 여자가 입는 옷도 다르잖아요. 어떤 아주머니가 그러는 거예요. 남자가 왜 여자 옷 입냐고. 그래서 여자라고 했더니, “목소리까지 그렇게 바꾸면서까지 여자 몸이 보고싶냐”고. 그 말에 열받잖아요. 그래서 옷을 벗었어요. 그랬더니 어휴 별꼴이야 하면서 그냥 가는 거예요.

 

아무 : 엄청 수치스럽다.

 

재경 : 진짜 너무 기분 나쁠 거 같아. 그 사람이 잘못 한건데 미안하단 말도 없이 별꼴이야 정말.

 

벼리 : 그리고 다른 여직원 둘이랑 출장을 가서 방을 잡았는데, 모텔 주인 할머니가 혼숙하면 안된다고 우리 방으로 찾아오셨어요. 그래서 “저 여자에요” 했더니 못 믿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주민등록증 보여주는데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거예요. 내가 머리를 길러야 하나, 어떻게 해야 이런 치욕을 덜받을까…

 

재경 : 어 저도 노래 부르면서 들어가요.

 

 

 

화장실에 들어가면 노래부르는 이가 프린트 한 전퀴모 이미지


아무 : 목소리 들려주려고?

 

재경 : 네. 허밍을 하면서 들어가요. 그리고 일부러 헛기침을 계속 해요.

 

벼리 : 그리고 집결지를 지나가면 언니들이 저를 계속 잡아요. 놀다 가라고. 한 언니한테 여자라고 하고 지나치면, 다른 언니가 잡고…

 

재경 : 그러게 너무 티났나? 얼굴에 써있나봐요.

 

진형 : 근데 비 성소수자들도 느끼는 것 같긴 해요.

 

재경 : 우리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진형 : 시스젠더 헤테로 애들 중에서 여자애들이랑 둘이 있을 때 보다 오히려 저랑 같이 있을때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애들이 있더라구요. 되게 안절부절 못하거나 그런거 있잖아요.

 

로자 : 같이 있기 싫어하는 그런 거?

 

재경 : 뭔가 섹슈얼한 이상함?

 

진형 : 예 뭔가 그런 이상함.

 

로자 : 동성과 같이 있다는 느낌이 안드는 이상함? 그럴만 해.

 

진형 : 아. 그렇네

 

벼리 : 저희 그 제 직장에서 여성분들이 많아요. 근데 갑자기 저의 허벅지를 탁 이렇게 잡더니 "아 되게 딴딴하다." 막 이러는 거예요. 기분 나빠서 “이러지 마요”라고 했는데, 듣지도 않아요. “네가 남자였으면…” 이런 말도 서슴없이 해요. 내가 매력있다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왜 거기에 굳이 ‘남자였으면’이라는 가정이 붙는건지.

 

 

자신에게 커밍아웃하는 사람이 없다면, 빙고해보기를 권한다 (출처: 페이스북)

 


재경 : 다른 분들은 또 없으세요?

 

채민 : 두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연애하고 있었는데, 사귀는 언니랑 있다가 부모님한테 딱 들킨 거예요. 그래서 여자랑 사귀냐길래 그랬다고 했더니 온갖 욕을 하셨어요.

다른 하나는 친한 친구가 갑자기 이상한 종교에 빠지더니, 성경공부 하자면서 자기랑 말씀을 공부하던지 아니면 절교하자고 강요하더라고요.

 

진형 : 가정에는 저도 알려졌거든요. 그리고는 화도 나고 짜증도 엄청 내고 그랬어요. 지금도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말이에요. 내가 왜 그랬나 정리를 해보니까, 제가 성소수자임을 들키기 전까지 부모님의 대우와 들킨 후의 저에 대한 대우가 너무 차이가 심한 거예요. 예전에는 부모님의 자랑 이었던 사람이 들킨 이후로는 오점으로 변하는 과정이 말이에요.

 

재경 : 바뀐 게 하나도 없잖아요.

 

진형 : 그쵸. 사실 저는 변한게 없는데 순간에 평가가 달라지니까 이게 그렇게 까지 심한 일인가 뭐 그래서 점점 안보게 되더라구요.

 

재경 : 가족이 뭔가 자신의 정체성을 밝혔을 때 하는 대응 방식이 대부분 다 처음에 그런 식으로 나타나잖아요. 성소수자부모모임 사이트나 가이드북을 보시면 단계별로 잘 나와있으니까요. 참고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은하 : 저는 신나서 커밍아웃을 한 케이스거든요. 여자친구 생겼다고 하니까 엄마가 “어, 동성애는 안돼” 하고 당황하시더라구요. 결론적으로는 실패한 커밍아웃이었어요. 나중에는 제가 커밍아웃을 한 걸 아예 잊으시곤, 동성애 관련 화두가 나올 때마다 정말 의아하단 듯이 “그럼 여자끼린 어떻게 할까?” 하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내가 알려줄 수도 없고ㅋㅋ

 

로자 : 가족에게의 커밍아웃은 한 80%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동생에게 커밍아웃 했을 때, 가끔씩 본가에 오던 때라 동생이랑 같이 방을 쓰고 있었어요. 사이트에 들어가서 오늘 무슨 모임이 있나, 사이트에 들어가서 애들하고 술을 마셔야 하는데 동생이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그걸 못하니까. 안되겠다, 내 공간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서 “야, 나 사실 남자 좋아해”그랬더니 “어 그래도 수술은 하지마.” 하고 끝이었어요.

또 어머니 한테도 커밍아웃을 했는데, 처음엔 조금 충격을 받으셨지만 “그것도 니 팔자지” 라고 하시고 종결을 지으셨어요. 그런데 언젠간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고 계세요.

 

재경 : 진수님은 그런적 없으세요?

 

진수 : 저는 사실 저도 혐오를 사실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어릴 때, 남자 애들 중에서도 여성스러운 친구를 같이 따돌렸었어요. 처음에는 그친구랑 너무 이야기도 잘 통하고, 취향 취미 같은 것도 잘 맞아서 놀았는데, 왕따를 당한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저도 같이… 정말 그 친구 너무 미안하고. 지금도 한번 만나면 무릎 꿇고 사죄 하고 싶어요.

 

재경 : 여성스러운 남자에 대한 혐오도 되게 심했다고 들었어요. 여고에서 남성스러운 여자아이들은 이렇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데.

 

보통 : 맞아 인기 있는데.

 

재경 : 네, 남고에서 여성스러운 남자아이는 놀림이나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도담 : 힘의 논리잖아요.

 

로자 : 그런데 또 그것도 대부분은 그랬는데 우리 학교는 좀 이상했는지 그렇게 여성스러운 친구가 누가 뭐라든 굴욕하지 않고 되게 당당한 거예요. 쉬는시간 되면 식당 아주머니랑 막 대화 하면서 호호호 웃고, 그러니까 애들이 오히려 잘 친해지더라구요. 사실 그런거 같아요. 자기 혐오가 심해지다보면 주눅이 들고 그러잖아요.

 

진수 : 저 하나 더 있어요. 대학 다니면서 학술대회를 갔는데 주제가 동성애와 기독교 윤리 이런 주제였어요. 동성애라는 주제길래 신기해서 가 봤는데, 막 간호학과, 의학과 이런 사람들이 교수들이 건물 하나 빌려가지고 동성애 혐오하는 학술 대회를 하는 거예요. 학생같아 보이는 사람들도 엄청 많고요. 주최자들이 대학 교수이니, 학점 운운하면서 학생들을 동원하기가 쉽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다니는게 가장 여성/남성스러운거 아닌가!! (출처: 9gag.com)


3. 남자? 여자?

 

재경 : 여자는 머리가 길고 분홍색을 좋아해야 하고, 남자애들은 파란색을 좋아하고 말이에요. 산부인과에서도 아들이냐 딸이냐 물어볼 때, 육아용품 무슨 색으로 준비해야 되냐고 물어보고요.

 

아무 : 그거는 다 그래요. 공주냐 왕자냐, 군대를 보내야 하냐 마냐 하면서요. 군대도 남자들만 가는 것도 아니고 남자도 안 갈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에 대한 대답은 전부 다 성차별 적이더라구.

 

로자 : 그걸 떠나서 왜 남의 애 성별을 가지고 궁금한지.

 

진형 : 뉴스를 봤는데 아이를 낳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아이의 성별을 물어봤을 때 아직 아이가 정하지 않았다. 대답을 하는 사람이야기를 봤어요.

 

아무 : 제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 에게도 부탁 했어요. 제 아이가 다섯 살이거든요? 그러면 뭔지 다 알아요. 그래서 선생님께 아이가 스스로의 성별을 고민할 수 있도록 남자니 여자니 이런 것들을 조심해 달라고요. 그랬더니 알겠다고 그러시더라구요.

 

보통 : 저도 첫째 조카를 그런 구분 없이 키우려고 노력 했으나 유치원에 가서 수포로 돌아갔어요. 여자아이인데, 이제는 분홍색이 아니면 안 되는 아이가 되어버린 거예요.

 

아무 : 문제는 화장실 하고 목욕탕이에요. 다섯 살 때부터는 엄마가 생물학적 남자로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여탕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이게 안 가르쳐주고 싶어도 안되잖아요. 이게 가장 성별을 빨리 선택하게 하는 장애물이 되는 것 같아요.

 

로자 : 피부 톤에 따라 파란색을 입을건지 분홍색을 입을건지가 결정적으로 정해지는데 말이죠.

 

은하 : 퍼스널 컬러가 얼마나 중요한데.

 

보통 : 나 이 색깔(남색) 퍼스널 컬러ㅋㅋㅋㅋ

 

아무 : 우리 아들은 핑크가 퍼스널 컬러란 말이야.

 

로자 : 난 소프트 핑크. 그래서 얼굴도 점점 빨개져

 

진형 : 알코올 레드.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퍼스널 컬러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 좋다 (출처 : thediva-dish.com)

 

4. 혐오에 대처하는 방법

 

재경 : 다른 분들은 이런 경우에 어떤 식으로 대처 하시는 지가 궁금해요.

 

진형 : 확실히 기분이 좋을 때는 농담으로 많이 넘겨 주는 것 같아요. 뭔가 이런게 약간 있는거 같아요. 시혜적으로. 그래 너네는 모르겠지.

 

재경 : 내가 얼마나 멋진데 뭐 이런 느낌?

 

진형 : 너희는 모르겠지. 너희는 이정도 까지만 이해를 해라 그런 느낌이 있네요.

 

재경 : 다른 분들은?

 

벼리 : 기분이 좋았을 때는 “아휴 난 남잔 줄 알았네” 라고 말하면 “머리 긴 남자들도 많아요” 하고 넘겨요.

 

아무 : 저는 모든 문제에 회피하지 않아요. 전략은 ‘언제나 스멀스멀’ 이거든요? 평소에는 활동가들끼리 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부분을 다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아닌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그게 힘들잖아요. 그때도 저는 불편하게 된다고 해서 말을 안하지 않아요. 저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운동의 일환라고 다 생각을해요. 그래서 퀴퍼 간다고 했을 때도 육아모임 엄마들에게 말했어요. 그 중에 디자이너 친구가 있는데, “정말 나 퀴어스럽게 디자인 해봐. 나 뭐 입어야 돼?”이렇게 물어요. 그러면 자꾸 “퀴어가 뭐야?”라고 물어요. 그러면 “성소수자를 퀴어라고 한대”라고 조금씩 알려줘요. 그러면 그날 뉴스를 보고 싫어할 수 있다가도, 자기가 아는 내가 거기에 가니까 또 대놓고 혐오할 수 없게 되잖아요. 내 친구가 거기에 갔는데.

그래서 여성 문제건 퀴어 문제건 항상 여지를 두어요. 그래서 조금씩 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어요.

 

재경 : 어 괜찮은데요?

 

로자 : 스멀스멀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요. 지금 직장은 자기 표현에 대해서 인정 많이 해주는 자유스러운 회산데, 이전 회사가 제조업 이었거든요. 거기는 전통적인 게 강해서 결혼하라는 얘기가 매년 나왔어요. 막 이사님이 내년 사업계획은 저 장가 보내는 거라고. 그래서 친한 여자 선배가 “어휴 이사님 로자씨 남자 좋아해요” 그러면 저도 “예 맞아요 저 남자 좋아해요”하면 농담인줄 알고 그냥 흘러가는거죠. 어차피 저는 이미 커밍아웃을 한 셈이니 거기에 긍정도 부정도 안하죠. 그 다음 부터는 “저 남자 좋아 한다니까요.”라고 말하고. 그게 나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 이라는게 참 역설적으로 슬픈 일 인 것 같더라구요.

 

재경 : 그런데 이게 또 실제로, 진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로자 : 맞아요

 

아무 : 그냥 재밌는 사람이 되는.

 

로자 : 그래서 전 그 회사 나올 때 결국 이사님 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나왔어요.

 

아무 : 진짜 농담으로 받아들이신 거예요?

 

로자 : 네 그렇죠. 나중에 뭐 인사정책 같은 거 하실 때 저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 것도 잘 고려 하시라고.

 

아무 : 와~ 멋있다.

 

진형 : 그런데 진짜 저번에 안희정 문재인 볼뽀뽀가 되게 희화화 되고 패러디 되고 그랬었잖아요? 그때도 정말 느낀 건데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의 동성애만 환영 받는다.

 

아무 : 진짜.

 

은하 : 맞아요 브로맨스, 걸 크러쉬.

 

재경 : 하지만 진짜 그들이 브로맨스나 걸 크러쉬가 사랑이라고 생각 해버리면 다들 혐오를 하기 시작 하잖아요.

 

로자 : 사실 문화를 소비하는 입장 에서는 브로맨스 걸 크러쉬 너무 좋아요. 문화를 소비하는 입장 에서는 ㅋㅋ

 

재경 : ㅋㅋ 근데 그말은 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요. 남자들이 좋아하는 걸 크러쉬. 그런 말 요즘 많이 나오잖아요?

 

은하 : 이상해요. 왜 남잔데 걸 크러쉬라는 말을 쓰지?

 

아무 : 걸 크러쉬를 해도 성적 대상화가 되는구나!

 

도담 : 그럼 걸 크러쉬를 왜 붙이는 거야? 그냥 남자가 좋아하는 것들 이잖아

 

로자 : 남성이 원하는 페미니즘 이랑 이성애자가 원하는 성소수자 운동.

 

로자 : 갑자기 그 얘기 하니까 혐오 때문에 떠오른게 하나 있는데. 저는 혐오 중에 제일 꼴 뵈기 싫은 게 우리 내부 안에 내부 혐오 있잖아요. 막 사이트 같은데 보면 퀴퍼에 대해서 그렇게 욕을 해요. 제발 좀 얌전하게 하라고. 이성애자들이 바라는 식으로 운동을 하라고.

 

은하 : 그런데 얌전 하던데? 가보니까. 사실 퀴퍼가 문란하다길래 되게 기대하고 갔거든요.

 

로자 : 그러니까. 와보기나 했는지 와보지도 않고서 그 몇장의 사진을 가지고 판단 하는게 되게 웃기잖아요. 그런데도 그게 매년 반복 돼요 매년.

 

로자 : 그러면서 막 길거리에서 모델들이 팬티 입고 그런 사진에는 너무 멋있다고 막

 

보통 : 그런데, 음란하게 한 적은 있어요?

 

아무 : 다른 것들이 더 음란해. 술 광고 음료수 광고도 다 음란 하고.

 

재경 : 물총축제!

 

로자 : 맞아. 건사연은 뭐 하는거야 거기 가서 활동 해야지.

 

재경 : 자 여기까지, 준비된 질문은 다 끝났습니다.

 

 

 

모두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