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성소수자, 세상을 넘보다> 3부작 회원 교육의 두 번째 강연인 <성소수자와 페미니즘>이 지난 10월 20일 인권재단 사람에서 진행되었다.  언니네트워크 더지님의 강연을 듣고자 40명 가량의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행성인의 모든 공식 행사에서는 <평등한 약속>을 소리 내어 읽고 함께 약속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양한 정체성과 연령대, 정치적인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행성인에는 그만큼 갈등도 많을 수밖에 없기에, 평등하게 활동하기 위한 약속을 읽으며 다짐하는 것이다. 행성인 회원이기도 한 더지 님은 “평등한 약속을 읽고 시작하다니 벅차고 떨린다며, 강의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런 것이 바로 페미니즘!” 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지속될수록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강연은 왜 페미니즘을 공부하러 여기에 모였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왜 성소수자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더 관심을 갖는지 궁금해서 왔다는 분부터,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진 가부장적 마인드가 불편하여 이 곳에서 배우고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청소년까지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참석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더지님은 페미니즘 이라는 것을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배우고 싶은 사람도 있고, 자신의 문제와 더 연결 되어 알고 싶은 사람도 있고, 페미니즘이 새 물결과 함께 굉장히 논쟁적인 위치에 있어, 알아가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은 페미니즘에 대한 즐거움을 많이 느끼고 성소수자가 어떻게 페미니스트 주체로 될 수 있는지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더지님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초기 페미니즘은 여성 권리 운동으로 시작했다. 남성과 대비해 가지지 못한 교육의 기회와 투표권 등을 갖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리고 권리 운동과 함께 남/여 이분법적 체계 속에서의 여성의 타자성이라는 관점이 추가되어 여성 해방 운동으로 나아갔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예를 들어 교육권이 생겨서 학교에 왔는데, 여성은 남성과는 계속 다른 위치에 놓여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니 말이다. 이러한 경험은 이분법적 세계와 ‘중심’이 있고 그 중심에서 벗어난 타자성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인간과 자연, 이성과 본능, 어른과 아이, 발전과 전통과 같은 이분법적 체계에서 여성은 자연, 본능, 아이, 전통과 같은 영역에 가깝게 놓여진다. 대통령과 영부인들이 모일 때, 남성들은 흔히 양복을 입지만, 영부인은 그 나라 전통 의상을 입는 것, 여성의 출산으로부터 대지와 같은 상징을 결부시켜 자연을 연결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적 세계에서 인간과 자연, 이성과 본능, 어른과 아이에는 분명 위계가 존재한다. 이분법적 위계 속에서 구성되는 타자의 위치에 대한 사유에 따라 페미니즘은 점점 그 고민의 폭을 넓혀왔다.
 
이렇게 페미니즘의 고민이 확장되면서 중요한 물음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여성의 억압경험은 동일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타자의 위치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되기에, 여성들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위계로부터의 타자화뿐 아니라, 인종, 빈부, 학력, 국적 등에 따라 다양한 이분법적 체계로부터 타자화를 경험하며 타자성이 교차된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백인 여성들 중심의 페미니즘과는 다른 흑인 여성들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흐름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더지님은 이렇게 다양한 타자를 가시화 시키며 또한 그것을 페미니즘의 영역으로 이야기 함으로서 다르고 차이가 있는 여성이더라도 함께 할 수 있음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예로 2004년 3.8 여성의 날에는 ‘다름으로 닮은 여성연대’의 무지개 시위를 들었다. ‘다름으로 닮은 여성 연대’는 장애여성공감,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OW(Women Against War),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가 모여 성별, 성정체성, 장애, 나이 등의 '다름'으로부터 비롯되는 다양한 시선과 방식으로 다양한 여성들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전쟁과 폭력이 일상화된 세상에 저항하고자 한 연대체였다. 줄여서 ‘다닮연대’라고 불렸던 이들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강화하는 모든 차별과 폭력을 반대한다! 장애여성도 가족을 다양하게 구성할 권리가 있다! (혈연, 비장애인 중심의 가족을 강요하지 말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이 근절되지 않는 한 일상적인 평화란 없다! 혈연 중심,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중심주의를 반대한다! 등을 함께 주장했다.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하게 교차적인 타자화를 경험하게 하는 이분법적 위계 자체, 중심-타자의 체계 자체를 해소하지 않으면 여성이라는 타자의 위치도 어떤 방식으로든 재생산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여, 더지님은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를 ‘젠더 관계의 변화를 위한 인식과 실천’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 인권의 전체 집합이라거나 여성의 문제만을 말하는 것 그 이상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소수자 삶과 운동은 젠더 관계의 변화를 요청하는가? 이에 대해 더지님은 성과 관련해서 크게 생물학적, 해부학적 특성: 몸  / 법적 성별  / 성별 정체성  / 성적 지향 (끌림)  / 성별 표현 과 같은 5가지 요소로 구분하며 설명했다. 성소수자는 이러한 요소들이 주류적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게이 레즈비언부터, 논바이너리, 젠더 플루이드, 젠더 플렉서블처럼 점점 더 다양하게 자신을 정체화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욕망의 결은 다 달라서 세상이 볼 수 없는, 아직 언어로 만들어지지 않은, 어떤 욕망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정체화의 과정이 젠더에 대해 굉장히 다양한 감수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더지님은 보았다. 삶이 다양하지, 언어가 다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요즘 많이 이야기가 나오는 MTF 트렌스젠더, 혹은 트랜스 여성을 여성 페미니스트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구도에 대해서도 더지님은 이야기 했다. 요즘 어떤 종류의 새로운 페미니즘 물결을 타고, 일부에서는 MTF를 여성 페미니스트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논리는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규범적 여성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랜스 젠더 여성이 ‘여성’으로 패싱되기 위해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외모나 제스춰를 재현하고 답습하기에,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규범적인 여성성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나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수술을 하지 않았거나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의 경우, 여성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남성이기만 한 것도 아닌, 여성으로 확실하지 않기에 가짜 여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남성의 특권을 포기하지 않고, 특권은 유지하고, 여성성을 취하고 싶은 것이라고 해석하며 자신들은 강제적 여성이고 트랜스는 자발적 여성이라고 하는 입장을 취한다.
 
이에 대해 더지님은 오히려 트랜스 여성에 대해 말하면서, 사회적으로 트랜스 여성과 시스젠더 여성이 같은 것을 요구 받으니 함께 싸울 수도 있는 것인데, 여성 억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경계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바라보았다. 또한 두 번째 논리에 대해서도 강제와 자발이라는 나뉨은 굉장히 인권적이지 않음을 짚었다. ‘우리는 진정한 억압을 경험하는 여성이고 너는 그러한 억압을 선택한 여성이야’ 라는 구도로 트랜스 여성을 논쟁적 위치에 두게 되는데, 흔히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 자발적이냐 강제적이냐를 두고 잣대를 들이미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되어버림을 더지님은 이야기 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수술을 다 거쳐서 여성으로 패싱 되어도 여성성을 강화하기에 안되며, 수술을 하지 않거나 논바이너리도 안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트랜스 배제적인 페미니즘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며, 사실상 트랜스젠더 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더지님은 말했다.
 
강연을 마치고 ‘행성인, 성소수자 운동,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갈등, 당면한 어려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자유 발언 및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이야기와질문이 나왔지만,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이것이었다.
 
“저는 여기 올 때, 저는 한남충이니까 워마드 페미니즘 일원이 될 수는 없잖아요. 그 사람들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며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분들은 MTF 가 아니라 MTT 라고 하잖아요. 그 이야기는 진짜 여성이 누구냐의 문제인데, 심지어 '똥꼬충'은 그분들 입장에서 챙길 수가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여성 운동 진영에 “똥꼬충을 지지해달라 연대해달라” 라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싶었어요. 날것으로 말하면 이런 느낌이 많이 들었죠. 또한 정말 똥꼬충은 여성에게 그만큼 연대를 하는가라고 되돌려 질문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았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에 대해 더지님은 자신도 페미니즘 내부 비판자처럼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작년과 올해 성소수자 인권포럼에서 메갈리아에서 일어난 게이 논쟁과 워마드에서 일어난 트랜스 혐오에 대해 돌아보았음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질문자가 이야기 한 부분 중 안타까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강제, 자발의 구도처럼, 누가 누구에게 연대해줘야 누군가에게 연대할 수 있다는 개념에 대해서 인권이나 평등 정의를 가진 곳에서 그런 접근을 하는 것이 굉장히 반 페미니즘 적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게이가 여성이 아닌 것은 맞는데, 이 또한 여성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느냐를 보았을 때, 여성이면 여성 억압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여성이다 라는 순환 논리에 빠지면, 다양한 사람이 가진 젠더 경험이 들어갈 틈이 사라지게 되는 것 같다고 더지님은 이야기 했다. 다른 질문의 답으로 이야기 했던 부분이지만 같은 결이기에 더지님의 의견을 추가로 적어보자면, 흔히 생리대 화학성분 문제를 ‘여성문제’로 이야기하는데, 거기에 맞서 싸우는 주체가 반드시 생리대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여성만 해당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더지님은 말했다. 인간은 어떤 분비물을 내보내는데, 청결하고 냄새가 나지 않게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 해로운 화학 물질을 넣은 것을 사용하는데, 그런 환경이나 상황에 처한 사람이 여성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아용 기저귀나 어른들이 쓰는 기저귀처럼 말이다. 페미니즘적 관점을 자원으로 해서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와 함께하는 운동이 바로 페미니즘임을 함께 환기하며 긴 강연과 질의 응답 시간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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