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해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여성모임)

 

 

 

행성인에서 여성모임을 4년째 하며, 사회와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의 여성주의 활동과 담론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단체에서 언제쯤 페미니즘을 다뤄주려나 싶었는데, 2017년 하반기 회원교육에 올라온 ‘성수수자와 페미니즘’ 제목을 보자마자 한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행성인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실질적으로 느꼈던 페미니즘, 여성주의 활동은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여성들의 자발적인 저항운동이 일어난 때이다. 그 안에서 새로운 방식의 다양한 연대체나 여성 활동가들이 생겨났고, 개개인이 모여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과 억압, 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 흐름에 힘 입어 새롭고 다양한 여성주의 커뮤니티와 활동들이 생기는 걸 보며 ‘드디어 나도 여성으로서 사회에 소리내고, 저항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여성으로서의 역할들을 부여 받았다. 학교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체육시간에 참여할 수 있는 운동종목에 제한을 받았고, 운동화를 신을 수 있는 남학생들과 달리 구두만 신고 다녀야 했다. 가정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집안 일을 해야 했고, 직장에서는 화장과 옷차림에 대한 규제가 있었으며, 사회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참여했던 활동들에 대한 비난을 받았다. 결국 사회가 만든 여성성을 답습하고 그 안에서여성이 갖춰야 하는방식들을 이어나가는 역할을 해 나간 것 이다.

 

왜 나는 그런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을까? 교과서에서, 매체에서, 사회에서 여성에게 달린 수식어들은 여성스러움, 조신함, 단정함, 모성애 등 주체적인 사람이 아닌 전통적이고 보조적인 역할, 다양한 여성성들을 억누르는 단어들로 표현된다.  사회에는 여성을 가두는 언어체계들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문법에 맞는 행동양식을 따랐기 때문이다. 나는 행성인 활동과 페미니즘을 접하고 나서야 (젠더가 가진 위계와 권력) 사회에서 사용된 이분법적인 표현들이 얼마나 나를 억압하고 움추려들게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같은 여성이라도 어떤 사람은 아시아여성, 어떤 사람 백인여성이다. 또 어떤 여성은 성적으로 자기결정을 할 수 없는 연소자들이기도 하다. 더지님의 강의에서 ‘여성은 동일한 억압을 경험하는가?’ 부분이 있었는데, 성별 이분법적 구조 하에서 여성은 유사한 억압 경험을 하면서도 각자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그 경험이 다르게 구성 되는 지점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강의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페미니즘은 성별 이분법을 포함한 위계 권력 구조에 맞서 천착한 운동' 이라는 것과 더지님이 페미니즘의 정의로 제안한 '젠더 관계 변화를 위한 실천’ 이라는 말이었다. 페미니즘이 이분법적인 위계에 맞서며 다양한 타자성들을 적극적으로 페미니즘 담론화 시켜왔고, 타자를 억압하는 체계와 맞서 싸워온 이같은 활동이 다른 타자들 뿐 아니라 다양한 억압을 가진 여성들의 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해답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앞으로 가져가야 할 메시지 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성소수자와 페미니즘이 연결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성별 이분법적인 사회에서 약자로, 소수자로 배제되어 철저히 무시당해왔고 권리를 박탈당해왔다. 사회적 차별을 겪는 방식또한 비슷하다. 성소수자들도 페미니즘의 주체이며, 이분법적으로 주어진 젠더와젠더 관계를 변화시키고, 그 장벽들을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는 분명 변해가고 있다. 성별(sex)이라는 단어 사용에서 젠더라는 표현으로, ‘보이쉬하다/여성스럽다’ 라는 표현에서 젠더리스 혹은 ‘나 다움’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을 볼 때마다 성소수자와 페미니즘 운동이 만나서 결국 우리가 가진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느꼈다.

 

젠더가 가진 권력을 무너뜨리고, 동등한 권리와 관계를 위한 페미니즘.
젠더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다양한 젠더들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성소수자 운동.

두 운동이 만나 더 다양한 타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이 경험하는 억압에 대해 고민하고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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