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지난 11월 5일, 행성인 노동권 팀의 기획으로 진행된 유경순 선생님의 여성노동자 운동사 강의를 들으러 다녀왔습니다.

 

 이번 강의는 크게 가부장제적 자본주의 (성별 노동 분업과 가족 임금제),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민주노조운동, 구로 동맹 파업과 1880년대 여성 노동자 운동의 확산, 신자유주의 시대, 여성적 빈곤과 여성 노동자 운동을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무려 순수 강의만 4시간 넘게 진행되었을 만큼 유경순 선생님과 참가자들의 열정이 듬뿍 묻어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장장 4시간이 넘게 진행된 강의였기에 어떤 식으로 강의 후기를 적으면 좋을까 고민하다 유독 기억에 남는 2개의 두 가지 이야기를 적고자 합니다.

 

 

 # 콘트롤 데이터라는 회사가 있었다. 70년대에 콘트롤 데이터는 남성에게만 가족 수당을 주고, 아기의 성별이 남자면 여자일 때에 비교해 많은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고, 여성이 관리자급에 승진한 사례가 없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결국, 여성들이 노조를 만들었는데 남성들이 아무도 안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여성 의제를 두고 싸웠다. 그 결과, 여성이 관리자급에 승진하기도 하고, 여성이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퇴사하는 분위기였는데 결혼 후에도 근무를 희망한다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임신한 여직원들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산전산후휴가나 수유 시간을 보장받는 등의 변화가 생겼다. 그 결과, 외국 자본이 철수해서 문 닫기 전까지 전체 직원 중 기혼 여성 비율이 15%에 달했다.

 

 # 남성들은 노동력으로 생산을 하면 임금을 받지만, 흔히 여성들이 수행하는 가사 노동, 돌봄 노동, 성 노동, 출산 노동엔 임금이란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 즉, 무임금이다. 이러한 구조의 원인은 사회에서 여성이 하는 노동은 인간으로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이자 아내로서 사랑의 행위로 하는 일이라고 판단하는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성 노동자가 겪는 문제의 핵심은 여성의 일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자연화시키는 경향이다.

 

 2017년을 살고 있는 82년생 ‘김지영’들은 남성과 평등하게 교육을 받은 세대이지만 그들은 남성보다 월급은 더 적고 비정규직 비율은 더 높으며 아기를 낳으면 육아를 해결할 길 없어 퇴사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성소수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성소수자들은 혼인을 중심으로 자격이 주어지는 가족수당, 주택지원, 경조사 지원 등에서 배제되고 혹시나 아웃팅되어 퇴사당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트랜스젠더들은 트랜지션을 한다고 해도 성별 정정을 마치지 않는 한 채용 과정에서 법정 성별과 다른 모습으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법정 성별이 요구되지 않는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여성들은 남성 중심적 노동 환경에서, 성소수자들은 성별 이분법 및 이성애 중심적 노동 환경에서 차별과 배제를 겪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별개의 이야기로 들리지만 노동사 안에서 누락되고, 탈락된 존재인 여성과 존재조차 드러낼 수 없는 성소수자들은 ‘없는 존재’로 닮아있습니다. 문득 행성인 무지개 텃밭에 걸려있던 ‘여성에게 좋은 것은 퀴어에게도 좋다.’라는 문구가 생각납니다. 과연 여성에게도 그리고 퀴어에게도 좋은 직장이란 어떤 직장일까요? 콘트롤 데이터 사례를 다시 상기해봅시다. 이제 우리에게도 노조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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