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권소식/국내 인권소식

수도권 외 지역에서 성소수자 활동을 한다는 것

by 행성인 2019. 10. 12.

 

푸른 (충남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 행성인 트랜스인권TF팀 공동팀장)


9월 28일 충청남도 천안에서 ‘성소수자 차별 실태와 과제’를 주제로 강연이 있었다. 필자가 알기로 충남내의 공개 강좌에서‘성소수자’를 다룬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번 강좌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하면서 지역에서 성소수자 활동을 한다는 것이 수도권과 어떻게 다르며, 과제는 무엇일지 스스로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강좌를 준비하면서

충남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하 충남 차제연) 차별금지법 강좌를 공모사업으로 신청할 때부터 성소수자 차별은 꼭 다뤄야한다고 생각했다. 필자가 당사자여서가 아니라, 지역일수록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었다. 그런 환경이라서지역의 활동가들이 의도치않게 성소수자 차별발언을 하는 경우를 여러번 목격했다. 또한 인권활동가들에게서 성소수자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요청도 있었다.

공모사업에 선정이 되고나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운영위원장인 웅님에게 ‘성소수자 차별 실태와 과제’강의를 부탁드렸다. 통화를 끊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우려의 목소리였다. ‘혹시 강좌에 혐오세력이 몰려와서 ‘깽판’을 치면 어쩌지? 강좌를 준비하면서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는 커녕, 활동가와 당사자들이 상처만 얻게 되면 어쩌지?’ 이런 우려 때문에 충남차제연 내부회의에서강좌를 어느 범위까지 홍보할지, 언론을 통한 홍보를 할지의 여부에 대해서 논의하기도 했다.

논의를 하면서 충남차제연이 올해 아이다호 때 진행한‘충남평등행진’이 떠올랐다. 작년 인천퀴어문화축제의 충격이 선명히 남아있던 당시로서는 어떻게든 ‘무사히’ 행진을 해야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행진을 준비하면서 이번과 마찬가지로 홍보를 어느 범위까지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경찰에게 여러차례 강력하게 협조요청을 했다. 혹시모를 충돌을 대비하기 위해 내부에 안전팀을 두어 운영했다.

 

 


지역에서 성소수자 활동을 한다는 것

 


우려와 달리 강좌는 무사히 끝났다.하지만 한편에서는 지난번 충남평등행진 때와 마찬가지로 미약한 규모의 행사였기 때문에 ‘무시’당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충남도 그렇지만 지역은 성소수자 인권활동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주변인들의 인식이 나쁘기 때문에 나서서 활동하기가 어렵고,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높은 수준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필자는 올해 초 지역성소수자모임 워크숍에 참석하여 ‘지역에서 성소수자 운동하기’를 주제로 발제를 한적이 있다. 당시에 전국에서 모인 성소수자 단체들도 열악한 단체상황에 대해 공유했다. 활동가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지역 내의 성소수자 의제를 모두 떠맡아야 하는 현실로 인해 몇 안되는 활동가들이 소모되는 것, 반차별 운동에 생각만큼 연대해주지 않는 지역 내 시민단체들, 열악한 재정 등. 지역에서 성소수자 운동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충남에는 아직도 성소수자단체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여러 대학 성소수자 모임에서 차제연에 참가하여 활동하거나, 개인활동가 몇 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 대학 성소수자 모임 활동가로부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아니라, ‘충남 성소수자 단체’에 참가해달라는 요청을 들었으면 자기 노출에 대한 부담감에 고민했을 것 같다는 속마음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지역에서는 성소수자들이 위축되도록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문화가 공고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소수자 차별 실태’ 강좌에 참가한 분들은 당사자 보다는 비당사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집중도도 높았던 것 같고, 질의 응답시간에도 여러 질문들이 나왔던 것 같다. 그만큼 지역에서도 성소수자 차별에 대해 알고 싶었던 분들도 많았다는 걸 확인했다. 또한 충남 차제연 내의 활동가들도 깊이 알지 못했던 사안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자리였다.

충남 차제연 내에도 인권, 청소년, 청년, 여성, 장애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이 참가하고 있는데, 서로의 활동분야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연대하는 과정이고, 영화 ‘런던 프라이드’처럼 그 과정이 강한 에너지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앞으로 충남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그날이 오기를 꿈꿔보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