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 (동성애자인권연대)
10월 21일 조계사에서 <평등한 일터를 위한 토론회-노동현장과 성소수자 차별> 토론회가 열렸다. 조계종 노동위원회 주최의 행사였는데, 이 자리에는 당연히 조계종 노동위원회를 비롯한 노조 활동가들이 왔고 당연히 조계종 스님들이 왔으며 당연히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종교계에 노동쟁점을 다루는 단위가 있다는 것도 생소했지만, 종교와 노동에 성소수자 이슈까지 함께 다루는 자리다보니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 나오리라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토론 주제에 맞게 발제자와 토론자는 주제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이들로 구성되었고, 발제내용 또한 성소수자 노동환경과 노동권, 성소수자 노동자의 조직화에 대한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토론시간. 다양한 구성원들만큼이나 상이한 관점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성소수자를 이슈로 하는 토론회에서 스님들은 승가공동체가 육욕을 멀리하기에 성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나누지 않는다고 했으며, 노조 활동가들은 노조에 성소수자가 보이지 않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직장 내 차별사례가 발생할 때 구제수단의 필요를 역설했다. 개중에는 성소수자와 동성애자의 차이를 묻는 스님도 있었고, 노동운동에 몸을 담거나 관심을 두는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노조의 단결과 성장에 있어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기도 했다. 참여자들의 관점과 이야기들은 다양한 만큼이나 상이했고, 토론은 중구난방의 분과토의처럼 이뤄졌다. 토론시간에는 아예 같은 직종의 참가자들끼리 서로만 아는 논제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중생을 향한 고집멸도(苦集滅道)의 가르침이 어떻게 성소수자의 가시화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며 노동조합의 단결로 이어질 것인가. 줄일 수 없는 질문의 길이는 아직 불교와 노동권, 성소수자 간의 자유연상법처럼 의식의 흐름을 기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말이 이렇지 사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소수자 노동권의 문제의식을 나눈 것만으로도 이 날의 행사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키워드 사이 영겁의 거리가 훅 느껴졌던 조계사에는 바닥에 도배된 국화꽃이 비에 젖어 가을 끝자락의 노란 희망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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