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하며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위해 싸운 여성들을 기억하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연대하자
3월 8일은 여성해방을 위해 스스로 투쟁하며 삶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를 기념하는 세계여성의날이다. 1908년 노동시간 단축,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여성노동자들이 벌인 투쟁을 기념하며 시작된 이 날은 이후 100년 넘게 저항하는 여성들의 역사를 대표해 왔다. 오늘날 여성들이 누리는 최소한의 법적 평등과 자유는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이 아니라 투쟁의 성과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여대는 이 날의 정신이 성소수자들에게도 소중한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성에게나 성소수자에게나 차별과 혐오에 맞선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늘날 여성의 삶은 여전히 해방이나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현실은 처참한 수준인데 여성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4분의 1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 대법원은 KTX 여성 노동자들을 “씹다 버려진 껌” 취급했다. 사회 곳곳에 성폭력과 여성 혐오가 만연해 있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동시에 출산과 양육의 책임은 압도적으로 여성에게 지워진다. 이런 현실을 뒷받침하는 편협한 성별 고정관념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성소수자 차별과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은 성소수자들이 가족을 파괴하고 출산율을 저하시킨다고 비난한다. 모든 사람들이 신화에 가까운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의 틀을 강요받는다.
최근 한국 사회는 ‘혐오’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여성혐오와 성소수자혐오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불안과 불평등을 먹고 자란다. 치열한 경쟁, 불안한 삶 속, 누구도 존엄하지 못한 사회에서 차이에 대한 존중과 차별 해소,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외면당하거나 심지어 적대의 대상이 된다. 혐오는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한다. 누군가를 향한 차별과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 사회는 모두에게 더 위험한 사회다. 동성애자들이 문란하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성에게 부과되는 위선적인 성도덕을 강화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공간에서 성소수자들이 안전할 수 없다. 우리가 “성소수자에게 좋은 것은 여성에게도 좋고 여성에게 좋은 것은 성소수자에게도 좋다”는 구호를 외치는 이유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언제나 여성노동자를 비롯해 차별에 맞서 저항하는 여성들을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다. 나아가 여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성소수자혐오에 맞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자. 혐오와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다양성이 공존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연대하자.
2015년 3월 5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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