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篇小說



金 飛

 

 

 

데리다 - 패밀리, 가족 혹은

 

 

 

 

  "정말이야? 정말 헤어진 거야?"

  "뭘 자꾸 물어? 사람이라는 게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는 거지. 그게 뭐 별거냐?"

  "그래도 이 누나 이번에는 좀 달랐잖아요? 매번 누가 있기는 했던 것 같았는데, 이렇게 우리들한테 그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적은 없었거든요."

  "걔네들은 원 나잇이고. 그냥 즐기려고 만나는 사람 이야기를 뭐 그렇게 상세하게 할 게 있냐?"

  "놔둬라, 쟤네들은 아직 그런 거, 모를 때다. 키스하면 사귀고, 같이 자면 결혼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애들한테 그런 이야기하면 충격 받아."

  "그래서 형은 괜찮다싶으면 무조건 한번 자보고, 만나서 반갑다고 악수하듯이 찐하게 키스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저 자식이? 또 슬슬 사람 성질을 긁기 시작하네?"

  "너야말로 무슨 그런 이야기가 있어? 그러니까 사람들이 동성애자하면 떠오르는 게, 사우나니 에이즈니 그렇지. 너야말로 몸 사리고 다녀."

  "이 형 안 그렇게 봤더니형 순결 어쩌고저쩌고 그런 고리타분한 사람이었어요? 이성애자들이 하는 건 어른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 동성애자들이 하는 건 변태 짓이라 이거예요? 이성애자들이 섹스 하다가 걸린 병은 사면발니고, 동성애자들이 하다가 걸린 병은 무조건 에이즈냐고요? 우리 데리다 형, 좀 깨어있는 양반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에요, !"

  "우리 형이 뭐가 어때서요? 그럼 형처럼 몸을 막 굴리면서 사는 건 깨어있는 거고, 그렇지 않은 건 보수 꼴통이란 거예요? 우리 형이 얼마나 현명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사람인데 그러냐고요!"

  "쟤 또 시작이다. 야야, 지금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왜 자꾸 멀리 가냐 멀리가길?"

  "그래, 다들 너무 멀리 가는 거야. 이성애 동성애가 무슨 상관이야? 어디든 상우 오빠 같은 사람도 있고, 데리다 오빠 같은 사람도 있는 거지. 그리고 애인이 있어도 살 냄새 한 번 맡기 쉽지 않은, 팔자 더러운 나 같은 인간도 어디에나 있는 거고. 에휴!"

  "누난어때?"

  "뭐가?"

  "헤어진다는 거나는 매번 힘들던데. 내 애인은 유부남이고, 와이프도 있고 아이들까지 있는데도, 헤어진다는 생각만 하면여기가 찌릿해. 그냥 찌릿한 정도가 아니라, 뭔가 날카롭고 무거운 게 박힌 것 같아."

  "글쎄, 모르겠네."

  "모르긴 뭘 몰라? 괜찮지는 않지. 한 동안 얼굴이 활짝 폈었는데, 오늘은 완전히 맛이 갔는데 뭘. 잠이나 제대로 잔거냐?"

  "잠이 제대로 왔겠어요? 차라리 차인 거면 마음이라도 편했겠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화를 냈다고?"

  "그럼 그 형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냐? 하필 그 때 가족과 싸웠다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가족들하고 별로 관계가 좋지를 않다거나."

  "그 사람 가족에 대해서는 좀 알아?"

  "그냥 뭐부모님이 별거 중이시라는 거 하고, 그 사람은 어머님 손에서 자랐다는 거. 아버지랑 따로 살고 있는 형이 하나 있고, 그리고 오래도록 우울증을 앓았다는 거요. 뭐 그 정도에요."

  "에이, 그럼 그 형도 편안한 가족 관계는 아니었던 모양이네."

  "따지고 보면 세상에 아무 일도 없이 편안하기만한 가족이 어디 있? 사람이라는 게 다 제각각인데 TV 드라마에서 보듯이 그렇게 끼니때마다 모두 모여 같이 밥 먹, 하다못해 형제들 일에도 화를 내든 머리통 깨지게 싸우든, 관심 가져 주고. 난 우리 아버지랑 이야기 한 마디 하는 일도 며칠에 한 번이고, 내 동생은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어."

  "차라리 아무런 관심도 없는 형은 그나마 나은 편이네요. 저는 아직도 우리 집안 식구들이 생일 때만 되면 화장품이니 여자 옷이니 그 따위 것들을 선물해주는데. 우리 집 식구들은 내 정체성 같은 거 아직 인정하려고 들지도 않아요."

  "너는 아직 어려서 그렇지. 그러니까 변할 거라는 희망을 갖는 거지. 희망이 아니지, 바람이지 그냥 바람."

  "우리 엄마는 좀 공주같이 자라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 것도 몰라, 관심도 없고.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결국에는 좋은 여자 만나서, 평범하게 살 거라고 믿고 계셔. 좋게 말하면 낙관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무관심한 거고."

  "다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하시는 건 아니고? , 그거 아냐?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더 우울하대잖아. 매번 낙관적이고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더 스트레스가 심하대."

  "어떻게 생겨먹은 부모든, 나는 그런 부모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난 할머니 손에서 자랐거든. 말 안 듣는 동생이나 언니 같은 것도 있었으면 좋겠어. 초등학교 때, 동생이랑 싸우고 언니에게 맞았다는 친구 이야기를 듣다가, 왈칵 울어버린 적도 있었어. 막 억울하고 속상한 거야, 나는 왜 그런 사람이 없지? 나한테는 왜 가족이 주름 많고 허리 구부러진 할머니 혼자뿐이지, 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막 억울하더라? 허허."

  "? 현아 누나 운다, 누나 울어요?"

  "아냐, 울긴 왜 울어? 그런 걸로 우는 건 중학교 때 이미 다 끝냈어. 안 울어, 이젠. 허허."

  "우는데 뭘? 그럼 눈에서 나오는 그건 콧물이냐? 너는 콧물이 눈에서 질질 흐르냐? 하여간 저 아줌마, 청승은. 정용호, 너는 왜 잠자코 있어? 평소 같았으면 제일 목소리 높여 떠들던 놈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잠잠해?"

  "그냥요."

  "그냥이 어디 있어? 너도 네 가족들 이야기 좀 해 봐. 너처럼 싸가지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한번 들어보자고, ?"

  "저희 가족은그거였어요. 아까 형이 말했던 TV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거밥 먹을 때 가족들 다 같이 모여서 밥 먹고, 가족들이 무슨 일 있으면 제일 먼저 가서 함께 고민해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회의도 했어요. 그게 지겹거나 싫지도 않았고, 아빠가 재미있고 너그러운 사람이라 가족들이 제일 좋은 친구였고 든든한 사람들이었어요."

  "히야! 짜식, 너 복 받은 놈이었구나?"

  "근데근데 난 왜 견딜 수 없이 우울했던 거죠?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런 가족을 가졌는데, 나는 도대체 왜 그랬던 거죠?"

  "……."

  "나는 왜 그토록 혼자서 괴로워하고 외로웠던 거냐고요?"

  "……."

  "사장님, 계산해 주세요!"

  ", ! 갑니다!"

  

 

 

 

 

 

김비

1971년 남과 북의 경계 위, 삶과 죽음의 경계 위,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경계 위에서 태어났다. 

2000년 서른 살의 나이에 '여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고, 200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플라스틱 여인]이 당선되어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2년 세계문학웹진 <국경없는문학> www.wordswithoutborders.org의 세계 퀴어문학을 소개하는 자리에 단편소설 [입술나무]의 영어판을 게재하였고,

에세이 [네 머리에 꽃을 달아라], 장편소설 [빠쓰정류장]을 출간했다.

부끄러운 기억 같은 책 몇 권을 썼으며,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만드는데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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