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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퀴어하지 않은 퀴어문화제가 되길 2009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기 4. 친구와 단 둘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친구가 저에게 물었지요. “주말에 뭐 할거냐?” 저는 서울에 가서 ‘퀴어문화제’에 참석할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게 뭐냐는 친구의 질문에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당당하게 정체성을 드러내고 축제를 즐기는 자리라고 대답했지요. 5초 쯤 생각한 다음, 친구가 물었습니다. “거길 네가 왜 가냐?” 저도 5초 정도 생각한 다음, ‘뭐랄까, 인권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라고나 할까-’라고 대답했습니다.(함양이라는 단어가 좀 우습지만, 정말로 저도 모르게 그런 단어가 튀어나왔습니다.) 친구는 희한하게 작동하는 조형물을 감상하는 표정으로 5초가량 저를 쳐다보더니, 한 마디 했습니다. “아 그래.” 저는 같이 가자고 권했습니다. .. 2009. 7. 6.
퀴어문화축제를 가게 되기까지... 2009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기 3. 내가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가한 것은 2007년, 바로 재작년. 그 때 나는 라틴 회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참가경위가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라는 카페에 올라온 퀴어문화축제 개최공지를 보고 참가했던 것 같다. 거기서 ‘아수나로’ 회원이자 라티너인 해밀을 만났고, 그로 인해 퍼레이드에 처음 참가했음에도 적응을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당시로부터 2년 전(2005년) 나 자신의 첫사랑이 여자였음을 까맣게 잊은 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한 '이성애자'는 아니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잠시 다른 얘기로 그것도 슬픈 얘기로 빠지자면, 난 첫사랑에 첫 아웃팅을 당해본 경험이.. 2009. 7. 6.
미소가 떠나지 않던 날 2009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기 2. 친구에게 물어봤다. “넌 ‘인권’이나 ‘인권운동’하면 어떤 생각이 들어?” “글쎄, 잘 모르겠는데…난 좀 부정적?”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인권운동이란 이런 이미지 아닐까. 오랜 기간 억압을 받아온 듯한 표정과 그에 걸맞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어둠의 세계에서 하는 그 정도의 일. 이 부정적인 이미지와 실제가 괴리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권운동을 비롯한 각종 운동의 지나친 비장함은 그런 이미지를 생성해내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해왔었기에, 이번에 처음 참석해본 퀴어문화축제는 나에게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운동과 즐거움은 하나가 될 수 있구나. 시종일관 화려하고 유쾌했던 그날의 축제 속에서 내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축제를 통틀어서 가장 인상이 .. 2009. 7. 6.
하루, 꿈을 보다 2009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기 1. 올해로 세 번째 참여한 퀴어 퍼레이드. 재작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의 축제 또한 마냥 즐기고 좋아했던 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 의해서이다. 1. 열린 공간 - 개방성 첫째는 그것이 “열린” 공간이라는 이유에서이다. 토요일 대낮, 청계천 한복판의 수많은 이성애자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역시나 수많은 성적소수자들이 (명백히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의심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낸 채, 함께 모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짜릿한 전율이었다. 평소처럼 토요일 밤거리의 종로나 이태원이 아닌, “대낮”에 그 게토를 벗어난 곳에 모여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게 곧 성적소수자들을 위한 공간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 2009. 7. 6.
Again 1969, 우리는 스톤월 항쟁을 잊지 않았다 “성(性)소수자들에게도 침묵을 깨고 경찰폭력과 차별에 저항한 역사가 있습니다. 1969년 6월, 미국 뉴욕의 볼품없는 싸구려 술집 스톤월(Stonewall)에서 시작된 성소수자들의 투쟁은 전 세계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긍정하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60년대 전 세계에서 벌어진 대중투쟁 물결 속에서 폭발한 스톤월 항쟁은 폭넓은 대중투쟁의 과정 속에서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 제10회 퀴어문화축제 동성애자인권연대 Pink Revolution 퍼레이드 참가단 제안서 중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5월 30일로 예정되어 있던 퀴어 퍼레이드가 6월13일로 연기되었다. 국민장이 마무리되는 바로 다음날 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다 보.. 2009. 6. 1.
미국 - 진전되고 있는 결혼 평등 테드 제닝스는 시카고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 및 조직신학 교수로 동성애학을 강의하기도 한다. ≪예수가 사랑한 남자(The Man Jesus Loved: Homoerotic Narratives from the New Testament)≫, Pilgrim Press, Cleveland 2003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랑은 이번호부터 정기적으로 제닝스 교수가 보내주는 글을 번역해 싣는다. 흔쾌히 기고 요청을 수락한 제닝스 교수에게 감사를 전한다. 동인련 회원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준 2주 동안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얼마 전 나는 미국에 돌아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이 벌써부터 미국 LGBT 권리 운동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한 가지 움직임은 레즈비언과 게이 결혼 문제에.. 2009. 6. 1.
박쥐 존재의 갈증 구원 따위는 없었다. 박찬욱은 떼레즈 라깡의 원작자 에밀졸라를 뛰어넘는 이 기괴하고 끔찍한 동시에 매우 우아하고 매혹적인 B급 영화 속에서 인생 본연의 목마름(thirst)을 표현해 냈다. 이 영화가 갖는 복잡하고 어려운, 그래서 허무하기까지 한 스토리라인은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의 원작을 살짝 빌려와 인간의 감정과 욕망, 정체성, 섹슈얼리티, 믿음, 사회적인 계급과 종교 등을 마구 뒤섞여 놓아 보는 이들의 시각이나 관점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뉘게 만든다.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에게 물컹하고 비균질한 정액을 마시는 불편함마저 끊임없이 제공한다. 대속과 부활, 영생을 말하는 종교영화인 듯 하다가, 피가 낭자하게 흐드러지는 B급 호러무비 인듯하다가, 순간순간 파고드는 블랙 코미디 앞에서 관객은 어리둥절.. 2009. 6. 1.
HIV/AIDS 인권활동가 윤가브리엘이 말하는 불행과 행복 HIV/AIDS 인권활동가 윤가브리엘의 자전적 에세이 가 2010년 11월말에 발간되었습니다. 12월8일에는 윤가브리엘의 삶을 위로해 왔던 노래로 엮은 북 콘서트가 열립니다. 윤가브리엘의 삶과 사랑, 그리고 희망이 담긴 이 책은 그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 숨죽여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HIV/AIDS 감염인의 삶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 수만 해도 수 백 명은 될 것입니다. 시력을 잃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희망은 사람의 몫’이라는 주제로 에 1년 동안 연재해 왔던 글들을 다듬고 보완해 드디어 출간하였습니다. 그래서 발간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를 통해 HIV/AIDS 감염인의 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 2009. 6. 1.
영화 <엑스맨> 시리즈를 돌아보면서 오랜만에 달려간 영화관에서 내가 보게된 건 이었다. (원제목은 오글거리는데다가 한영전환이 귀찮으므로 이하 엑스맨으로 부르겠다.) 같이 갔던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긴 했지만, 내심 난 엑스맨을 기대했다. 다른 재미있는 영화들도 많다던데, 굳이 엑스맨을 기대한 건 이유가 있다. 어떤 기대감인지, 엑스맨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알지 못할 것이다. 뭐, 충분히 모를 수 있을 게다. 눈창을 허옇게 뒤집더니 웬 폭풍이 몰아친다든지 선글라스를 벗더니 시뻘건 파괴광선이 눈에서 뿜어져 나온다든지, 이런 SF 환타지 짬뽕국물 같은 영화 시리즈에 관심과 기대를 걸 사람이 이런 장르 매니아 말고는 잘 없는 탓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의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 보고 지나치고 말거나 할 뿐이다. 적어.. 2009. 6. 1.
대학로 한복판에서 우리를 외치다 5월 둘째 주 토요일, 그날의 대학로는 맑고 화창했다. 가면을 쓴 혹은 쓰지 않은 10대 성소수자들이 거리에서 "우리가 여기 있어요!" 하고 활발하게 외치고 있었다. 발언이 처음이라 좀 횡설수설했지만 그날 나는 마이크를 잡고 이런 활동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인식, 알리는 것, 의미. 그때 내가 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얘기는 그런 것들이었다. 솔직히, 대학로 캠페인과 같은 알리는 활동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시위를 하고, 소송을 걸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그런 활동들에 비하면, 그것은 조금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토요일 단 하루, 종일도 아닌 불과 몇 시간동안 우리가 여기 있다고 외치는 일이 과연 .. 2009. 6. 1.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5월 7일 목요일. 나는 사무실에서 캠페인을 준비하게 되어서 무척 설레었던 것 같다.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이것이 이번 캠페인의 슬로건이었다. 캠페인에 쓸 꽃들을 오리는데 내가 얼마나 실수를 많이 했던지 지금도 많이 부끄럽다. 나팔꽃을 만든다고 했지만 촉수달린 괴물을 만들고, 해바라기를 만든다고 했지만 결국 또 문어를 만들고.그러나 토요일 날 캠페인의 무지개봄꽃 동산에 꽃이 하나씩 필 때 마다 내가 직접 오린 꽃들이 걸린다는 게 뿌듯했고 좋았다.(비록 실수는 많이 했을지라도...킁) 그로부터 이틀 후, 5월 9일 토요일에는 3시부터 육우당 추모 & 청소년 문화제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40명에 가까운 동인련 회원들과 청소년 성소수자(주로 Rateen에서 온...)들이 참가했으며 마로니에 공원 외곽 쪽.. 2009. 6. 1.
광주 기행문 - 동인련과 함께한 5월의 광주 신이에게 전화가 왔다. 글 하나를 쓰란다. 반갑지 않은 전화였다. 분명 부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특별히 월요일까지 시간을 주겠노라고 한다. 백수는 언제나 소심하고 한가해야 하기에 별 불평도 못하고, 딱히 핑계거리고 못 찾고, 그러겠다고 허락, 아니 인정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오신 이모 덕분에, 평소 새벽 5시의 클럽같이 휑한 우리집이 좀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내방에 자리를 잡았다. 좋은 기회다. '글이나 써야겠다.' 망가진 컴퓨터 때문에 손글씨를 써야한다는 생각이 미치자, 내 마지막 섹스 때 굴렸던 나의 몸보다 오랜 시간동안 쓰지 않았던 연필을 찾기 위해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연필, 연필깎기, 종이는 꼭 이면지어야 하고, mp3에, 적당한 .. 2009. 6. 1.
육우당, 오세인. 그들과 함께였던 날 4월 26일은 동인련에서 육우당 6주기와 오세인 11주기 추모행사가 있었던 날이다. 내가 사는 파주에서 서울역까지 한 시간, 또다시 서울역에서 인천까지 한 시간씩, 무려 두 시간을 잡아서 난생 처음 인천이란 곳에 가보게 되었다. 인천에 도착해 지하철역을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게 조금씩 느껴졌다.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대충 입었기 때문에 몸은 금방 차가워졌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불어오던 찬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봄이라고 하기 우스울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은 하나둘 모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무비스에요." 발걸음을 옮겨 향한 곳은 인천가족공원. 한달 하고도 5일이 남아있던 그날. 친구인 우주와 나는 제 10회 퀴어문화축제에서 공연할 게이시대의 안무를 길을 걸어가면서도 정신없.. 2009. 6. 1.
4월 이야기 동인련 4월 회원프로그램 '외출' : 벚꽃놀이 참가기 영화 가 개봉한 것은 내가 고3이었던 무렵이었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대학에 입학한 이듬해 4월, 나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그 영화를 보았다. 벚꽃이 비처럼 우수수 떨어지던 계절이었다. 마츠 다카코가 우산 속에서 청초하게 미소 짓는 의 포스터를 볼 때면, 아직도 아련하게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은 가물거릴 듯 선명하고, 따뜻하면서도 스산한 바람이 부는 흐릿한 풍경이다. 기억과 욕망으로 얼크러진 잔인한 4월이 다시 돌아왔다. 동인련은 이토록 잔인하게 아름다운 4월을 맞아, 꽃비나리는 봄의 산 속으로 잠시 외출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스무 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가했고, 우리 모두는 일상의 욕망을 떠나 살구 빛 봄 속으로 녹아들었다. 조.. 2009. 4. 28.
니들이 계간(鷄姦)을 알아? 군형법 제92조 “계간(鷄姦)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008년 8월 육군 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군형법 제92조가 평등권과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를 미루고만 있다. 군대 내에서만 해결하기 힘든 이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는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와 함께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신속한 위헌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성폭력과 동성애는 구분되어야” 군대는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남성들 중에서 3급 이상의 신체등급에 판정을 받은 자.. 2009. 4. 28.
종로 게이바에서 탄원서 받기 군형법 92조 위헌판결 촉구를 위한 캠페인 참가기 4월4일 오후 늦은 저녁. 종로 낙원동에서 동인련 사람들을 만났다. 그 날 낮에 캠폐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탄원서 작성을 위해 한 팀은 가판대를 설치해서 거기서 목소리를 내며 홍보를 했고, 한 팀은 종로에 있는 게이바를 돌면서 홍보를 하기로 했다. 내가 맡은 팀은 게이바를 도는 팀이였는데, 처음에는 나도 군형법에 대해 두 세 번씩 들어도 못 알아들었다. 그리고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했는데 그걸 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니깐 떨리기도 하고 너무 어려웠다. 막상 첫 바를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말할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이 도는 형들의 뒤에서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지켜보면서 나도 같이 듣.. 2009. 4. 28.
장례식장의 이중풍경 회사에서 짜증나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무렵 어머니로부터 할머니의 부음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지난 5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셨던 할머니께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셨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께서 일하다 다치셔서 장례식장을 찾아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친척들은 이미 도착해 분주히 장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고모부로부터 내가 3일 동안 해야 할 일을 전해 들었다. 장례식장 입구에서 부의금을 넣는 통을 지키면서 신발정리 및 오는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하루가 참 길 것 같았다. 대부분의 게이, 레즈비언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결혼적령기의 나이이다 보니 친척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껄끄럽다. 정말 성스러운(?)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숨이 막힐 정도로 답.. 2009. 4. 28.
초콜릿과 사탕보다 더 달콤했던 - 무지개학교 놀토반 2월&3월 수업 Part 1. 길을 헤매다 보충수업을 들으며 방학 같지 않은 방학을 보내던 2월 어느 날, 친구 무비스군이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바로 무지개학교 놀토반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작년, 부산에 있을 때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보를 많이 접했지만 참가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서울에 있으니 나도 청소년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굉장히 설렜다. 하지만 14일, 사무실을 찾기 전까지는 정말이지 위화감 투성이였다. 한성대역 6번출구‘쪽’이라고만 적혀있는 웹자보하며, 아무리 전화해도 전화기가 꺼진 상태인 0505로 시작되는 이상한 전화번호 등은 여러 가지로 의심스러웠다. 심지어 무비스군은 혹시 납치범들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었다. (새우잡이 .. 2009. 4. 28.
To. 동인련 언제나처럼 하루를 마감하면서 캔맥주 빈캔을 차곡차곡 쌓아놓을 때쯤이었지. 네이트온으로 팀장님이 웬일로 말을 다 거셨댜~? “Solid형 잘 지내? 글을 한편 써줘야겠어” 흠... 올게 왔군. 글 쓸 사람이 떨어진 거야. Fresh한 신입회원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왜 나야... 농익은 이야기가 필요한 건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일상사를 써야되는 걸까, 고민고민하다가 다음날 바람이 너무 청아해서 반가를 내고 시내에 나가 모 카페에 혼자 폼 잡고 펜을 들었으나 지나가는 풍경(아마 사람이었겠지)에 매료되어 글 쓰는 걸 잊은 지 오래, 결국 마감이 지났다는 소리에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기 시작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도 무슨 내용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선 인터뷰가 편한 것 같다.) 하마터면 오늘.. 2009. 4. 28.
연애, 그 달콤 쌉싸래한 인생살이 - 방현희, 『바빌론 특급우편』,「연애의 재발견」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외쳤던 영화를 기억하는가. 봄날이 가듯, 연애의 봄도 사랑의 봄도 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했던 이 대사는 사랑의 진리 같은 대사라고 생각한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을 외치는 로맨스 드라마들보다 사랑을 콕 집어 말해주던 그 대사는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꼭 공감할 말일 것이다. 방현희의 소설「연애의 재발견」은 이런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애라는 게 그렇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연애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며, 두 사람이 설령 사랑하여 연애가 시작됐다 해도 한 사람이 마음이 식어버리면 그냥 그 상태에서 끝나거나 지지부진하게 이어가다 안 좋은 결말을 맺게.. 2009.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