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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167

4월 이야기 동인련 4월 회원프로그램 '외출' : 벚꽃놀이 참가기 영화 가 개봉한 것은 내가 고3이었던 무렵이었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대학에 입학한 이듬해 4월, 나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그 영화를 보았다. 벚꽃이 비처럼 우수수 떨어지던 계절이었다. 마츠 다카코가 우산 속에서 청초하게 미소 짓는 의 포스터를 볼 때면, 아직도 아련하게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은 가물거릴 듯 선명하고, 따뜻하면서도 스산한 바람이 부는 흐릿한 풍경이다. 기억과 욕망으로 얼크러진 잔인한 4월이 다시 돌아왔다. 동인련은 이토록 잔인하게 아름다운 4월을 맞아, 꽃비나리는 봄의 산 속으로 잠시 외출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스무 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가했고, 우리 모두는 일상의 욕망을 떠나 살구 빛 봄 속으로 녹아들었다. 조.. 2009. 4. 28.
세상을 아름답게 비출 또 하나의 무지개별 - 먼저 하늘로 간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들을 추모하며 - 평소 같았으면 기억도 나지 않을 꿈 때문에 중간에 몇 번이나 깼을 법한데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너무 슬프고 서러웠던 장례 때문이었을까. 술에 취했는지, 슬픔에 취했는지도 모른 채 이틀간을 장례식장에서 지내다보니 많이 지쳤었나보다 오랜 시간 뇌종양 말기로 투병생활을 해 왔던 故 원희영(단영) 회원이 3월11일 사랑하는 파트너와 친구,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먼저 하늘로 떠났다. 늦은 새벽 핸드폰 진동소리에 잠깐 일어난 나는 전화를 건 이의 이름을 보고 직감적으로 A가 파트너의 부고를 전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한 목소리로 희영씨가 편안한 얼굴로 하늘로 떠났음을 알려주었다. 그날 밤 급하게 회사 .. 2009. 3. 30.
동인련 회원프로그램 ‘외출’ 10여년 동안 활동가, 회원, 후원회원… … 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인련을 스쳐갔다. 그러는 동안 동인련은 어느새 훌륭한 동성애자 인권모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가는 등의 활동에 부담을 느끼거나 쉽게 적응하지 못해 떠나버린 회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지(어디 있는지 안다면 잡아오고 싶다). 이젠 거리에 나가서 힘차게 우리의 요구를 외치고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회원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서로의 삶을 격려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모임에 나오는 사람이 있더라도 편안하게 동인련의 활동과 사람들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러한 취지로 시작한 2009년 회원프로그램 “외출”이 벌써 두 번의 .. 2009. 3. 30.
네 시작은 미비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 활동소식 _ 2009 겨울 동인련 청소년 세미나 "청소년 이반, 인권활동을 위한 첫 걸음" ‘이반만세’는 ‘이반들의 (자신)만만한 세미나’라는 이름을 줄여서 만든 2008년 동인련 세미나 이름이다. 2008년 여름에 기획해서 정말 가볍게 진행하려고 했던 것이 갈수록 스케일이 커졌고, 이반만세가 끝난 후 다시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다음 이반만세 주제를 잡다가 내가 ‘청소년’을 주제로 건의했고, 그러다가 비공개 겨울 세미나가 순식간에 잡혔고, 청소년 자긍심 팀이 갑자기 확 커지더니 ‘무지개 학교 놀토반’까지 열게 되었다. 처음 기획 때까지만 해도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다. 이번 세미나는 이름도 참 길었다. 풀 네임이 2009.. 2009. 2. 27.
서로에게 '말 걸기' -Part 1.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이야기 앞으로 3회에 걸쳐 동성애자인권연대 내부의 이야기 (회원이야기, 활동이야기, 꿈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마다 감추고 싶은 비밀도 있고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듯이 단체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1년 동안 참 많은 회원들이 거쳐 갔고 또 많은 활동들이 있어왔지만 우리에게,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밝히기 싫은 것은 철저히 숨기기 바빴습니다. 단체 활동도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것! 사람 냄새나는 동인련을 만들기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선 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며 앞으로 더 나은 활동을 만들어나가는데 초석이 되었으면 합니다. Part 1.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이야기 최근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내부에서는 단체명을 변경해야 되지 않.. 2008. 8. 25.
이반만세 돌아보기 오리 동성애자 인권연대에서 진행하는 세미나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그마한 방 안에 옹기종기 모여, 처음 보는 사람들과 동성애의 역사,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니. 새롭다. 일상의 공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아웃팅 당할까봐 참거나, 호모포비아 발언을 고쳐주고 단어 설명해주느라 시간을 다 잡아먹곤 하는데.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세미나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이제야 조금 세미나하는 맛이 나는구나. 역시 세미나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고, 후기는 복잡했던 머리를 정리시켜 주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 글에는 나의 관점만이 들어가서 풍부하고 다채로운 이야기와 농담이 삭제되어 있으니, 궁금하면, 다음 세미나에서 만나요. 세미나 첫 번째는 주제는 “동성애의 역사”였다. 사회의 경제, 정치적 구조에 따라 동성애를 포.. 2008. 8. 25.
2박 3일 동안 동인련과 '랑'하기 아니마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박 3일의 동인련 워크샵 '랑(함께라는 뜻의 우리말)'을 다녀왔다. 주말에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왔다 그치기를 반복해서 큰 문제는 없었다. 큰 비가 한 번에 내리고 맑게 개었으면 무지개를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말이다. 어쩌다보니 선발대가 되어버려서 떠나는 날 일찍 사무실에 나와 짐을 옮기고 아용이 형 차를 타고서는 먼저 가평으로 출발했다. 심상치 않게 생긴 먹구름이 하늘을 빼곡하게 덮고 있어서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어디론가 떠난다는 설렘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 가던 수학여행이나 대학교 때 가던 OT, MT는 아는 사람들끼리 가는 것이어서 긴장감 같은 것이 없었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2008.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