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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취향 존중해 주세요, 그런데 혹시 내 취향 빻았나요? - 『섹스할 권리』를 읽고 편집자 주: 본 원고는 행성인 HIV/AIDS인권팀의 '함께 읽는 섹스' 프로그램에서 쓰인 원고입니다. 김민지(행성인 HIV/AIDS 인권팀) 7년쯤 전 친구와 연극 한 편을 봤다. 지체장애인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킬 미 나우〉에서 주인공은 말한다. ‘나도 섹스하고 싶다’.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자위를 도와주다가, 나중에는 ‘이해심이 많은’ 성노동자 여성이 주인공을 ‘돕게’ 된다. 『섹스할 권리』의 초반부를 보면서는 이 연극이 떠올랐다. 아미아 스라니바산은 섹스할 권리란 없다고 말한다. 섹스란 샌드위치를 나눠 먹는 것과 달라, 섹스는 섹스이며, 그 누구도 섹스를 ‘나도 (남들처럼) 누려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누리지 못하는’ 권리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페미니즘 리부.. 2023. 5. 27.
[회원 에세이] 바이를 위한 커뮤는 없다 eppe 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에 참여하면서 영어 약자인 IDAHOBIT이 대체 무엇인가, 흔히 ‘아이다호’로 알려져 있는 행사에 뒤의 BIT는 무엇인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게 되었다. IDAHOBIT은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의 약자로,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 혐오에 반대하는 날을 의미한다. 뒤에 붙은 ‘바이포비아’를 확인하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동성애 혐오랑 양성애 혐오는 조금 결이 다르지 않나? 나는 레즈비언으로 스스로 정체화하고 있다. 게이 클럽에서 남자들이 케이팝 걸그룹댄스 추는 걸 보는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 남자에 대한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이 딱히 없다. .. 2023. 5. 27.
육아#14. 어느덧 아가는 두 살, 엄마는 환갑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잠이 올 땐 아빠, 아플 땐 엄마 아가들은 잠이 오면 보채면서 잠투정을 하지요. 우리 딸내미가 아빠를 찾을 때는 졸리거나 잠잘 때 아빠 옆에 코알라처럼 딱 달라붙어 자는 껌딱지가 됩니다. 내가 자신과 아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누우려고 하면 (엄마 자리)저리로 가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이 녀석 엄마를 찾을 때는 어디가 아프다고 약을 바르고 호 해달라고 달려 옵니다. 모기가 물어서 가려울 때 물파스를 발라 달라 하고요. 다리에 상처가 나서 밴드를 붙일 때는 연고를 발라 달라고 합니다. 문제는 물파스나 상처 연고를 만진 손을 입으로 빨아 먹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구강을 상쾌하게 해주는 스프레이는 먹어도 괜찮아서 그걸 뿌려주고 호를 해주는데, 이 녀석 여기.. 2023. 5. 27.
행성인 웹진 2023년 04월호 행성인 2023년 4월 활동 스케치 [4월 행성인 추모 주간] 추모의 정원 [회원 인터뷰] 이것저것 요구하고 아무거나 규탄하는 들판의 논바/젠퀴 동지들 [국내 최초 성‧재생산 전문의원 색다른 의원을 알아보자 1탄] 지오와 호림의 색다른의원 방문기-색다른 의원 얼마나 색다를까? [국내 최초 성‧재생산 전문의원 색다른 의원을 알아보자 2탄] 색다른 의원을 개원한 산부인과 의사 최예훈님 전격 인터뷰 [활동 후기] 내가 사는 지구~ ‘나’를 위해 지키지! [회원에세이] 무지개의 찬란함부터 그늘까지 – 시드니 월드프라이드 탐방기 [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13. 아이와의 실랑이: 어찌해야 쓸까나, 핸드폰을 2023. 4. 27.
행성인 4월 활동스케치 오소리(행성인 사무국장) #1.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Open Mic 매년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International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 TDoV)입니다. 이 날을 맞아 지난 4월 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주최로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오픈마이크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행성인에서는 아카데미 4주차 프로그램을 마친 후 아카데미 참가자분들과 다함께 오픈마이크 행사에 참여하였고, 행성인 회원인 무나님과 소유님은 멋진 합동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발언으로 참여해주셨는데요. 발언 내용은 무지개행동 SNS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2. 414 기후정의파업 -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지난 4월 14일, 다수의 .. 2023. 4. 26.
[4월 행성인 추모 주간] 추모의 정원 남웅(행성인 미디어TF) 행성인의 역사는 애도의 역사다 '육우당'은 이제 상징적인 이름이 된 것 같다. 현석이 아니라 육우당을 계속 부르는 것은 아마도 그의 아호가 이미 친구들을 품고 있어서일 것이다. 육우당만 언급하기 미안할 정도로 많은 동료들이 곁을 떠났음에도, 4월은 육우당 추모의 달로 행성인 너머 시민사회운동 안에서도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매년 4월이면 행성인은 추모주간을 갖고 이런 저런 행사들을 기획했다. 10주기부터는 규모를 키워 대중행사를 진행했다. 집회와 캠페인을 하고, 두 차례 문학상을 진행하고, 기도회를 하고, 코로나 직전까지는 장애운동과 연대문화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내부 추모행사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이들이 행성인을 찾았고 활동을 시작하며 동료가.. 2023. 4. 25.
[회원인터뷰] 이것저것 요구하고 아무거나 규탄하는 들판의 논바/젠퀴 동지들 인터뷰 회원 : 이안, 지운 인터뷰 진행 및 편집 : 남웅 (미디어 TF) 편집자 주: 4월을 맞아 미디어TF는 최근 행성인에 두각을 보이며 활동에 참여하는 이안과 지운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사회적기업 노란들판(맞아요...노들장애인야학에서 자립생활 작업장에서 시작한...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다 됐고 현수막 만드는 거기) 에서 함께 일하는 퀴어 커플인데요, 퇴사를 앞둔 두 사람의 일터와 활동, 파트너십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만나봅시다. 웅: 먼저 두 분 인터뷰 수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이안(이): 안녕하세요. 행성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안이라고 합니다. 디자인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운(지): 안녕하세요. 저도 행성인 회원인 지운입니다. 육체 노동을 하고.. 2023. 4. 25.
[국내 최초 성‧재생산 전문의원 색다른 의원을 알아보자 1탄] 지오와 호림의 색다른의원 방문기-색다른 의원 얼마나 색다를까? 지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작년 9월 성·재생산 건강 클리닉 ‘색다른 의원’이 개원했습니다. 행성인 회원이기도 한 최예훈님께서 개원한 ‘색다른 의원’은 성적 지향, 지정 성별,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든 편안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기획한 클리닉입니다. 개원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 방문하고 싶었지만 개원한 지 6개월이 지난 이제서야 행성인 회원 분들께 색다른 의원을 소개합니다. 지난 3월 20일, 작년부터 산부인과 진료의 필요를 느꼈으나 일정에 밀려 가지 못했던 호림과 산부인과에 대한 불쾌한 기억에 잠식당해 역시나 진료를 차일피일 미뤄온 지오(필자)가 진료와 탐방이라는 일타쌍피의 목표 아래 색다른 의원의 문을 열었습니다. 색다른 의원은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조명이 편안함을 느끼.. 2023. 4. 24.
[국내 최초 성‧재생산 전문의원 색다른 의원을 알아보자 2탄] 색다른 의원을 개원한 산부인과 의사 최예훈님 전격 인터뷰 지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국) 1.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작년 9월에 셰어의 연계클리닉 ‘색다른의원’을 개원한 산부인과 의사 최예훈(활동명 후니)입니다. 행성인과의 인연은 2017년 독서모임 ‘완독’을 통해서였는데, 초반 몇년간 한달에 한번 출석체크 하다시피 하다가, 재작년부터 이런저런 활동과 개원 준비 등으로 지금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네요.^^;; 2. 개원을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간호사 선생님들의 경력도 화려했는데, 함께 의기투합을 한 과정도 궁금합니다. 개원 스토리는 길지만 축약해 볼게요^^ 그동안 셰어가 지향해 온 가치와 비전이 현재 한국의 의료 현실에서 실현가능한지 가늠해볼 수 .. 2023. 4. 24.
[활동 후기] 내가 사는 지구~ ‘나’를 위해 지키지! 소연(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 나는 지난 4월 14일 연차를 내고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청사에 다녀왔다. 기후정의파업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사당역에서 행성인 활동가와 회원을 만나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려 정부 청사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에 도착했다. 낮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건물과 아파트, 작은 상가뿐인 조용한 곳이었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살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라는 쓰잘데기 없는 호기심을 품고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했다. 현재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은 기후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정의는 과개발국의 기술발전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이 저개발국에게 더 많은 피해가 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한.. 2023. 4. 24.
[회원에세이] 무지개의 찬란함부터 그늘까지 – 시드니 월드프라이드 탐방기 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랑이 이겼다!” 지난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와 내 남편 성욱이 원고로 참여한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항소심에서, 우리는 승리했다. 한국 사법부에서 동성 부부의 권리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내·외신 가리지 않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판결 직후 3일 동안 끊임없이 인터뷰가 이어졌고 슬슬 지쳐갈 무렵, 우리 부부는 계속해서 쏟아지던 인터뷰 요청은 잠시 뒤로 한 채,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으로 시드니월드프라이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게 마침 판결 3일 뒤부터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어쩌다 보니 승소 기념 여행이 된, 여러모로 의미 있었.. 2023. 4. 24.
육아#13. 아이와의 실랑이: 어찌해야 쓸까나, 핸드폰을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손 씻기와 쌈장 찍어 먹기 최근 아이의 행동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손 씻기 입니다. 예전에는 맘마를 먹이기 전에 물수건으로 아이의 손과 입을 닦아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닦고 맘마를 먹습니다. 손 닦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졸졸졸 흘러 나오는데 그 물에 손을 대면서 신바람이 나기 때문입니다. 손씻기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건강 행위 이지요. 앞으로도 이 습관은 계속 가자꾸나. 언젠가 한번은 손을 씻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씻는다고 우겨 대서 물로만 씻어주고 “끝~”했더니 아니라고 손 사래를 쳤습니다. 이유 인 즉, 엄마 아빠처럼 손에 비누를 바르고 문질러야 한답니다. 손 씻자고 하면 싫다고 머리를 절레절.. 2023. 4. 24.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 3월호 🌸 목 차 🌸 행성인 2023년 3월 활동스케치 & 회원가입 한마디 [소모임 열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몸짓패입니다”- 행성인 몸짓패 [소모임 열전]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독'서를 매개로 서로를 말하는 자리 - 행성인 책읽기 소모임 완독 [소모임 열전] 내가 쫑긋에 가는 이유_행성인 이야기 나누기 소모임 "쫑긋" [소모임 열전] 그냥 뛰고 차고- 퀴어 풋살모임 큐리블 [회원 에세이] 편안한 일상이란 어떤 걸까? [레인보우패밀리] 육아#12. 소대변 훈련: 아가야~쉬야 하자 ✒️ 2023 행성인 웹진 기고 제안하기 ✒️ 2023. 3. 28.
행성인 2023년 3월 활동스케치 & 회원가입 한마디 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국장) #1.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8회 한국여성대회 지난 3월 4일, 제38회 한국여성대회가 서울광장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여성대회의 슬로건은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 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 였는데요. 행성인도 섹슈얼리티를 가로지르는 온전한 성평등을 요구하며 함께 참여했습니다. 행성인은 서울광장 한 켠에 마련된 여성대회 전시존에, 지난 2020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에 온라인캠페인을 통해 만든 트랜스젠더플래그를 전시하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부스에서 진행한 혼인평등 퀴즈, 스티커 배포, 인증샷 등 진행을 함께 했습니다.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에서 활동 중인 무나님은 페미난장 무대에서 발언과 노래 공연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한 편,.. 2023. 3. 28.
[소모임 열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몸짓패입니다”- 행성인 몸짓패 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몸짓패) “안녕하세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몸짓패입니다” 몸짓 공연 무대에 서면 몸짓패 소개를 이렇게 시작한다. 행성인 몸짓패 소모임에는 별도의 이름이 없다. 단체 명칭에 몸짓패의 활동 이유가 분명하게 녹아져 있어 별도의 상징적인 이름을 만들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름을 만들지 않은 것이 무던한 구성원 성향상 굳어져온 것도 있겠지만, 연대 활동 자체에 집중하는 이들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서 나는 그게 참 좋았다. 몸짓은 노동운동에서 민중가요에 맞춰 춤을 통해 선동하는 문화예술운동이다. 행성인 몸짓패는 2013년도에 시작되었다. 몸짓패를 시작할 무렵 집회가 익숙한 행성인 회원들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그렇지 않던 성소수자 회원들에게는 낯선 운동.. 2023. 3. 26.
[소모임 열전]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독'서를 매개로 서로를 말하는 자리 - 행성인 책읽기 소모임 완독 지오(행성인 책읽기 소모임 완독) 행성인 책읽기소모임 완독은 2016년 10월에 토리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행성인 회원들을 초대하는 제안의 말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 "행성인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위한 단체입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머물기를 청한 공간입니다. 인권운동에 뜻을 두는 것은 단지 후원하고 활동에 지지를 표하고 사안에 서명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인권운동이 돈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후원을 늘리는 것이나 힘 있는 세력의 힘을 빌리는 것만이 아닌 까닭입니다. 회원단체에 모인 수많은 개인들이 의미를 나누는 것이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회원단체로 운동을 하는 것은 너와 내가 이 곳에서 만나 뜻을 나누는 것이 전제라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한국 성소수.. 2023. 3. 26.
[소모임 열전] 내가 쫑긋에 가는 이유_행성인 이야기 나누기 소모임 "쫑긋" 덕현(행성인 이야기 나누기 소모임 "쫑긋") 쫑긋은 행성인 회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소모임입니다. 쉽게 말하면 수다 모임, 친목 모임이지요. 쫑긋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인권 활동에 대한 부담 없이 오고 싶을 때 와서 가볍게 이야기 나누는 공간이 행성인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사실 이런 모임을 만들기에 저는 그리 적합한 사람은 아니예요. 저는 수다 모임보다는 회의가 더 편한 사람이거든요. 친한 친구들과도 일 년에 한두 번밖에 연락을 안 할 정도로 친목에 대한 욕구는 크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행성인에서 활동하면서도 사람들과 따로 만나 노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오히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만나 활동하다 보면 친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은데, 여러 일들을 겪으.. 2023. 3. 26.
[소모임 열전] 그냥 뛰고 차고- 퀴어 풋살모임 큐리블 소연(행성인 큐리블) 2019년 퀴어 여성 풋살팀에 들어가고 어쩌다 1~2번 풋살을 했다. 풋살 붐이 일고 나서도 가끔 공을 차러 간 게 전부인데, 주말에 시간내기 힘들기도 했고 내가 풋살에 재능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평일에 풋살을 하고 싶어서 여러 플랫폼을 찾아봤는데 남성팀, 여성팀, 혼성팀이 있었다. 일회성 경기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운동하기에 나는 낯을 가린다. 더구나 풋살이 팀 운동이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여성팀에 자리가 다 찼을때는 굳이 혼성팀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왕초보 실력으로 ‘남성’들과 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는 본인의 레벨에 맞춰 팀을 편성해주었음에도 ‘남성’은 운동을 잘한다는 편견 때문에 괜히 그.. 2023. 3. 26.
[회원 에세이] 편안한 일상이란 어떤 걸까? 종우(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성정체성으로 인해 겪을 수 밖에 없는 반복적인 불편한 일상 나는 50대 비수술 트랜스 남성이다. 아직도 성별을 정정하지 못했다. 호르몬 주사만 23년째 맞고 있다. 외모와 목소리가 주민번호 뒷자리 첫번째 숫자와 달라서 남들은 겪지 않아도 되는 불편한 일을 자주 경험한다. 통신, 은행, 보험 등에 문제가 생기면 보통 사람들은 직접 방문하지 않고 고객센터로 전화해서 처리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 전화를 통해서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직접 가서 처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때가 많다. 고객센터에서는 목소리와 주민번호상 성별이 일치하지 않아 전화로는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민원처리할 때는 주민번호를 적거나 신분증을 제출할 때가 많은데, 집근처에 .. 2023. 3. 26.
육아#12. 소대변 훈련: 아가야~쉬야 하자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필리핀에서 비가 내리는 우기는 10월부터 2월까지 약 4개월 입니다. 이 기간에는 아침, 저녁으로 매우 선선하고 가끔은 춥게 느껴집니다. 이제 우기가 끝났으니 햇볕이 작렬하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가와 함께한 소소한 날들을 써내려온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유수와 같습니다. *인형 놀이와 동물 이름 부르기 인보의 쫑알대는 언어가 많이 늘었습니다. 완전한 문장은 아직 못하나, 단어를 하나씩 쫑알댑니다. 아이들이나 그림을 보고 ‘베이비 베이비’를 외쳐 댑니다.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은 언니, 오빠뻘 되는 아이들도 모두 베이비라고 부릅니다. 동네 언니들은 우리 집에 놀러와 인보를 데리고 인형 놀이를 해줍니다. 가끔 저 와도 인형을 데리고 소꿉놀이를 합니다. .. 2023.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