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1929 [죠니의 러시아통신] “호모포비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수치이다!” - 러시아의 IDAHO 종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을 맞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5월 17일은 1990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국제 질병 분류에서 삭제한 날이다. 각국의 성소수자들은 이 날을 기억하고 널리 알리기 위하여 2005년부터 5월 17일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로 지정하고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폭력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럽 성소수자들의 연합 운동조직 ILGA-Europe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가장 보장받지 못하는 유럽 국가로 러시아가 2년 연속 지명되었다. 그래서 러시아에.. 2013. 5. 30. 당신의 모든 시간 - 당신의 일터는 어떠십니까? 형태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5월 1일은 메이데이, 노동자의 날입니다. 저는 지금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 앉아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당기는 느낌이 드네요. 저는 오늘도 회사에 출근을 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곱 시 십오 분 저의 알람은 늘 저를 깨웁니다. 일어나기 싫어서 5분만 5분만 하다가 시계를 보면 일곱 시 삼십 분을 넘기는 날이 더 많습니다. 저는 마포구에 살고 있는 동성애자 게이입니다. 늘 마포구청 근처를 지나가며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회사 근처의 역까지 가는데 삼십 분 정도의 시간이 흐릅니다. 늘 빈자리가 언제 생기지 않을까 이리저리 눈알을 굴려보아도 근처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일어나는데, 제 앞에 앉은 사람은 저보다 멀.. 2013. 5. 30. 당신의 모든 시간 –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형태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오늘은 5월 21일 화요일 지금 시간은 새벽 1시 48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개인 칼럼이지만 웹진의 한 호에 두 개의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웹진팀에 양해를 구하고 글을 추가로 하나 더 써도 되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지난 주말은 제가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5월 16일 경향신문의 기사 [한 30대 동성애자의 고백… 직장에서도 야한 사진 권하며 “성전환수술 할 거니”] 인터뷰에 대한 의견들 때문이었는데 인터뷰 내용이 너무 어두웠고 사진은 모자이크 되어 너무 우울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시간 동안 인터뷰는 진행되었고 저는 제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사정.. 2013. 5. 30. 여섯 번째 편지 당신은 비가 오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었죠.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당신은 수업을 하다가 말고 창밖을 쳐다보았죠. 설레는 표정이었어요. 그때 오래도록 당신을 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요?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이 바라보던 창가 맨 앞자리에 내가 앉아 있었다는 것도, 당신이 빗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듣기 위해 창문에 가까이 오는 순간 얼굴이 발갛게 변했다는 것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는 것도.한 번도 당신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요. 꿈에서 늘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이름 뒤에 습관처럼 붙어 있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지워보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지워지지 않았어요. 당신의 이름 뒤에 중얼거리던 나의 마음도 지워보려고 했어요. 당신도 지우려고 했는데, 지워지지 않았어요.그래서,.. 2013. 5. 30. 5월호 편집후기 모리발행작업 날 사무실이 너무 더워서 제 상태가 매우 안 좋았어요ㅜ 퀴퍼땐 나시를 입을까 생각중. 이주사님 말대로 전 정말 쇼핑 중독자인가봐요. H&M에서 본 예쁜 나시가 잊혀지지가 않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퀴어퍼레이드날 만나요! 학인5월호는 웹진 발행작업에 참가를 하지 않아서 팀원들에게 미안하네요. 6월부터는 열심히 할게요. 종원합법적인(?) 퍼레이드 참가는 처음이라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ㅠㅠ 개인적으론 한복을 입고 싶은데 모든 계획이 수일 내에 실현될 지는 의문이에요. 올해에 못하면 내년에는 꼭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나타나겠어요. 바람육우당 문화재때 웹진의 엄청난 고퀄리티와 글 쓰는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청소년자긍심팀과 함께 웹진일을 도와주게 된 바람 이라고 합니다,5월호를 같이 마감 작업 .. 2013. 5. 30. 고(故)육우당 10주기 추모위원 ‘봄꽃’ 여러분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지난 4월 22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고(故)육우당 10주기 추모주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특히, 동성애혐오 세력에 의해 차별금지법안들이 철회되고, 군형법에 동성애 처벌을 명시하려는 시도가 벌어진 상황에서 고(故)육우당 10주기 추모주간은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맞서 행동하는 중요한 결집점이 되었습니다. 추모주간은 학생인권조례 무력화시도 반대 기자회견으로 시작됐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와 목소리를 드러내고 문용린 교육감에게 성소수자 학생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권친화적학교+너머, 무지개행동이 추모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했고 교사, 학부모가 연대발언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4월 25일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추모기도회는 차세기연, 한기연, 천주교인권위원회가.. 2013. 5. 5. 사진으로 보는 4월 27일 청소년 성소수자 캠페인 및 추모문화제 4월 27일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캠페인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와 육우당 10주기 추모 및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문화제가 성황리에 진행됐습니다. 문화제에는 300여 명이 참여해 "성소수자가 여기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혐오를 멈춰라" 하고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지지와 후원을 아끼지 않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3. 5. 5. 육우당 추모문화제에 온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다! 학기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우리가 여기에 있다!” 이 외침을 시작으로 지난 27일 토요일 대한문에서 고 육우당 추모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LGBT 성소수자만 여기에 있던 것은 아닙니다. 이번 문화제는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이는 자리였습니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번 문화제에 참가했습니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성소수자 인권이 후퇴하려는 지금의 현실에 반대하고 성소수자 인권 지지의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동인련 웹진 랑'은 문화제 참가자 8명을 인터뷰했습니다. 문화제에 참가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묻고 성소수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많이 들.. 2013. 5. 5.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거리 캠페인 후기 하권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자긍심팀) 내가 19살엔 신경도 쓰지 않았던, 존재 하는 줄도 몰랐던 일들에 나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앞서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꿈꿨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 사람의 안타까운 마지막을 추모하는 10주년 행사가 열린 해다. 19살이라는 나이의 이 청소년이 선택한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이번 행사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작게는 청소년 성소수자 지지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의 성소수자, 그리고 사회에서 외면받고 차별 받아온 모든 소수자들이 한 곳에 모여서 자신이 여기 이곳에 자랑스럽게 존재함을 세상에 알리는 장이 되었다. 항상 이 조선땅에 나 홀로.. 2013. 5. 5. 사진으로 보는 청소년 동성애자 故육우당 10주기 추모기도회 4월 25일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기연이 함께 주관한 "청소년 동성애자 故육우당 10주기 추모기도회 - 이름없이 잊혀져간 이들을 '성소수자'라는 존재 그 자체로 기억합니다"가 열렸습니다. 차별과 혐오 속에 먼저 세상을 떠난 성소수자들을 기억하는 이 자리에 많은 기독인들과 성소수자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2013. 5. 5. 육우당을 만나고 와서 달꿈 (동성애자인권연대) 그의 납골당에 찾아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과 다름없이 일요일에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에 있는 인천가족공원으로 향한다. 그날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골목마다 한창 피었던 벚꽃들이 한 시기의 끝자락을 알리며 우수수 내 곁으로 흩날렸다.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이미 그의 부재 이후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날 육우당을 기억하고 있는 회원들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 그와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의 사진을 보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그를 기억한다.그래서 그와 나의 거리는 참 멀기만 한데도, 가끔은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법도 한 것이 그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청소.. 2013. 5. 5. 故 육우당 10주기에 부치는 그리스도인의 편지 가가린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나는 소위 '신앙의 가문'에서 태어난 신실한 개신교인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성경의 가르침, 그리고 기독교적 가치를 삶의 우선순위로 삼도록 양육되었고,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며 성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자 나의 (신앙)생활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점점 가학적으로 변해 갔습니다. 매일의 기도는 탄식과 눈물로 점철되었고, 나의 존재는 끊임없는 회개 속에 뒤덮였습니다. 나는 온 피조물이 누려야 마땅한 하느님의 은혜와 예수의 사랑을 알고 느끼고 있었음에도 나의 자격조건을 항상 의심했습니다.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동성애자 정체성과 그리스도인 정체성 중 하나를 지워버리기 위한 고통의 과정을 뒤로하고 스스로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 2013. 5. 5. [제1회 육우당 문학상 기획후기]늦었지만 새로운, 서투르지만 절실했던 쓰고 읽는 실천의 장 웅(제1회 육우당 문학상 기획자) 동기의도는 단순했다. 먼저 육우당을 두고 이야기할 때마다 회고되는 익숙한 기억들- 일테면 시조시인이 꿈이었다는 것과 떠난 후 남겨진 몇 편의 시조와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는 사실이 하나라면, 10주기 즈음부터 그의 글을 진지하게 읽고 되새기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그들 중 누군가로부터 청소년 성소수자의 이야기들이 좀 더 많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나온 것이 또 하나의 동기였다. 이를테면 청소년에게 동성애가 해악하다는 구호와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조직되는 소위 ‘문용린시대’에 청소년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좀 더 울림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들, 아니, ‘청소년’, ‘성소수자’라는 당사자성에 대상을 좁히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청소년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요구가 높아.. 2013. 4. 23. [당선작]<깊은 밤을 날아서> 이은미 “오공육 둘, 칠오일 셋.”“칠공일구 다섯.”여기, 소년과 나무가 있다.소년은 길 건너 ‘로얄고시원’에 살고 있고 나무는 ‘여기’ 살고 있다.사람들은 몸통에 621번 은빛 번호표가 박힌 나무를 가로수(街路樹)라고 부른다.소년은 날마다 여기서 가로수인 나무와 지나가는 버스 수를 센다.“칠공이오 넷, 아니 다섯인가?”“이제야 오는군. 칠공육은, 둘.”이 ‘지루한 놀이’를 처음 하자고 한 건 나무였다.“뭐야! 방금 칠공이이 지나갔어. 왜 안세는 거냐?”“아, 미안 칠공이이 셋.”소년이 버스 세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나무는 까칠해진다. 버스 세기는, 이 ‘지루한 놀이’는 나무의 유일한 취미인 것이다.그건 그렇고 그게 언제였더라? 이 ‘지루한 놀이’를 시작한 건, 이 년 전 늦은 여름이었다.소년은 땅바닥을 .. 2013. 4. 23. [우수작]<병균> 이재영 “왜 나한테 온 거니?”밖에 비가 온다는 이유로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내가 여자였기 때문일까. 경찰서 안은 남자들의 땀 냄새가 둥둥 떠다녔다. 나는 굳이 내 앞에 선 소년에게 땀과 함께 묻어나오는 짜증을 감추려 애썼다. 퇴근이 한 시간 남은 시점이었다.소년의 손엔 검은색 접이식 우산이 들려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은 듯 작은 몸에선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소년이 거쳐 온 바닥마다 빗물이 고여 있었다.“경찰 아저씨들은”소년이 잠시 고민하다가 단어 하나를 골라냈다.“무섭거든요.”난 빗물에 잠긴 네 다크서클이 더 무서워, 얘, 하려다 꾹 참았다. 소년의 얼굴이 진짜 겁을 먹은 듯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이구나. 소심한 아이들은 참 다루기 쉬웠다. 이거 공무집행 방해죄인거.. 2013. 4. 23. [우수작]<아프로디테의 소년> 노랑사 다리 위에 서있는 남자의 모습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특정한 인물이 아니다. 단지 나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신체적인 조건들을 충족한 하나의 대상일 뿐으로 우연히 나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남자의 셔츠위로 드러난 가슴 굴곡에 나는 셔츠 아래 가려진 그의 단단한 육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의 넓은 어깨와 발달된 팔의 근육은 그를 견고하고 정밀한 하나의 구조물처럼 보이게 했다. 그 구조물 사이엔 내 몸의 구멍을 채우고 나를 희열에 차게 할 단단하고 거대한 물건이 달려있을 것 같았다.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의 육체가 내 시야에서 부피를 키워가면서 나의 욕망도 부풀었다. 하지만 나의 욕망과 그의 육체는 평행하는 운동이었다. 이내 허전함과 외로움이 그로부터 나를 차단하였.. 2013. 4. 23. [우수작]<아직 말할 수 없어> 김현중 1보도블록 위로 점점이 멍이 들기 시작했다. 초저녁부터 으스름이 깔리는가 싶더니 이내 비가 쏟아졌다. 혹시나 해서 들고 온 우산을 펼쳤다. 여름 더위가 아직 덜 여물었는지 바람이 제법 차갑다.야간 자율학습도 빼먹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집안에 들어서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후 다섯 시, 주택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놀고 있었다.주인도 못 알아보는 썰렁한 거실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 교복을 벗어 던졌다. 오랜만에 잡힌 약속이라 그런 지, 들뜬 기분에 설레어 그만 어수선하게 옷장을 뒤집고 말았다. 이리저리 여유 부릴 시간은 없었다. 청바지와 늘어난 티 하나를 걸치고,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대충 넘기다가 새까맣게 그은 팔뚝을 보았다. 축구를 할 때면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리는 버릇 탓에, 여드름 .. 2013. 4. 23. [우수작]<아메리카노> 낌 청명한 여름이었다. 하늘은 시퍼런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았고, 흰 구름이 손가락으로 찍어 바른 양 툭툭 떠다니는, 그런 좋은날에, 나는 시원하다 못해 추운 카페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추워서 떠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제 곧 있으면 B가 올 것이고, 곧 닥칠 그 만남이 나를 혹독한 긴장에 몰아넣고 있었다. B는 7년째 함께인 친구이다. 중학교 1학년, 같은 반인 그 애를 처음 본 순간 토끼가 한 마리 떠올랐다. 피부는 분필가루마냥 하얗고 커다란 눈망울은 겁에 질린 토끼 같았다. 내가 나의 정체성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는 내가 그녀에게 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애는 내 시선을 끌었다. 나는 그 애와 친해지려했고, 친해졌고, 그 만남은 지금까지도 순수한 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7년 동안 우.. 2013. 4. 23. [우수작]<에스컬레이터가 좋더라> 외 모리 에스컬레이터가 좋더라 너와의 키 차이는 19센티 정도라서뽀뽀하는 순간마다 네 목이 안 아플까그래서 형은 말이야, 에스컬레이터가 좋더라 벚꽃 길 용기 주말이 피크라기에 남산에 가기로 했는데벚꽃은커녕 아직 추우니 기상청이 야속하다손잡고 걸을 용기가 벚꽃 길에선 날 텐데. 서점 서점은 책장이 많아 뽀뽀하기 좋더라.열심히 일하는 서점직원 이쪽으론 오지마요.간고등어 헬스책은 보지마요 내사랑. 영등포구청역 저녁으로 곱창 먹어서 냄새날 거래도당신 냄새 살 냄새 코 뭍고 맡고 싶어얼른 와요 내사랑 영등포구청에 있을게요. 치과 웃을 때 왼쪽 앞니 귀여워 죽겠는데그 앞니도 내꺼니까 교정 안하면 안 되나요하겠다면 그 전에 뽀뽀라도 많이 해요 2013. 4. 23. 제1회 육우당 문학상 심사평 육우당이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해에 마침내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제정되었습니다. 어쩌면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아마도 그건 비로소 우리가 그의 삶과 죽음을 동시에 껴안을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육우당이 스스로 삶과 죽음을 뒤바꾸며 우리에게 남기려 한 것이 슬픔이나 좌절이 아니라 분명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가능하다는 열망과 의지의 메시지였음을 기억하려 합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그의 살아 생전의 꿈을 ‘문학상’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의 꿈으로 나누려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첫 회라 많이 생소하고 작은 문학상에 63편이라는 기대치를 뛰어넘는 많은 작품이 들어와 놀랍고 기뻤고, 그래서 무엇보다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심사위원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2013. 4. 23. 이전 1 ··· 67 68 69 70 71 72 73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