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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릴레이 인터뷰③] 혜성처럼 등장한! 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를 만나다! 인터뷰: 이주사, 모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참여: 봉순, 매튜, 반야, 미묘, 아넬, 콩호두 1. 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에 관한 소개 부탁 드려요.(간략한 소개, 서강대 퀴어 모임의 역사) 춤Q: 서강대학교엔 1999년 정도부터 친목 위주의 커뮤니티인 서강이반모임 ‘If Is’가 있었는데, 작년까지 있다가 사라져버렸어요.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모임을 이끌던 한 사람이 대부분의 일을 맡아서 하다보니 그 분이 졸업하면서 모임이 관리가 안 된 것 같아요. 그래서 2012년 가을 학기부터 기존 모임의 회원들 몇 명과 알음알음 알던 사람들이 모여 서강퀴어자치연대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모임을 만들 때 기존 모임의 한계점을 개선하려는 욕심이 있었어요. 기존 모임은 학내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었.. 2013. 3. 13.
동인련의 새바람, 문화예술모임의 주역들을 만나다 재경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재경- 인터뷰를 맡은 재경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부담갖지 마시고 수다 떨듯이 재미있게 놀다 가면 좋을 거 같아요.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Jason - 저는 스물 한 살 Jason이구요. 원래 저는 닉네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공개적을 활동을 하다보니 아웃팅에 대한 걱정을 무시할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쓰는 거에요. 고향은 영남권이구요. 저는 서울에 일찍 올라왔어요. 지방엔 정말 저 같은 애가 없었거든요. 제가 처음 서울에 놀러 왔을 때가, 한창 원더걸스 Nobody가 나오고, 소녀시대 Gee 가 나와서 스키니진이 엄청 유행했었어요. 고향에선 제가 스키니진을 입으려고 하니까 남자가 무슨 그런 옷을 입냐고 했어요. 그런데 서울에서는 모두 스키니진 입고 다.. 2013. 3. 13.
청소년 성소수자 또래상담가 양성교육을 다녀와서 이상연 (청소년 성소수자 또래상담가 양성교육 참가자) 한 달에 서너 번 문득문득 생각나는 동인련. 여느 때처럼 동인련 홈페이지에서 공지사항을 읽으며 스크롤을 내리는데 왼쪽 하단에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또래상담과 인권교육을 시작합니다!’라는 하늘색 위젯이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에 또래상담과 인권에 관심이 많아서 위젯을 클릭했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참가 신청서를 다운로드했다. ‘지금 고3인데 공부는 안하고’, ‘아빠한테 걸리면 어쩌려고’라는 생각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집중을 못했고, 고민고민 하면서 ‘내가 미쳤구나’하는 마음으로 헤헤거리며 참가신청서 양식을 채우고 있는 내 모습. 이게 어쩌면 내 삶의 큰 변환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전 왠지 모를 긴장감에 두 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2013. 3. 13.
사이먼 후지와라 개인전 리뷰 '스토리텔링의 즐거움: 부권질서의 해체를 통한 부자(父子)관계 다시읽기' 2013. 2. 2- 3. 24 아트선재센터 2층 웅 (동성애자인권연대) 어머니와 아이의 이자관계에 아버지가 개입하여 사회적 질서와 규범을 심어놓는다는 서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일반적 내러티브로 알려져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근중심주의, 가부장제로 환기되면서 이성애주의의 가족과 민족, 국가와 문명의 골격을 이룬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근친상간과 동성애는 이성애 가족모델 아래 터부로 그려지며 부권의 ‘번식’을 강화하는 기제로 자리매김한다. 부권질서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규율함으로써 제도화되어왔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비판과 저항에 당면함에 따라 해체 또는 전복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이먼 후지와라(Simon Fujiwara)의 작업 역시 이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이번 국내 개인전에서 .. 2013. 3. 13.
[서평] 동화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를 읽고 조나단 (동인련 웹진기획팀) J. 슈타이너가 쓰고 J. 뮐러가 그림을 그린, 라는 동화가 있다. 주인공은 에… 곰이다. 곰이 곰인 채로 있고 싶어한다는 것이 이 동화의 요지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하는 것처럼 곰이 곰으로 있는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하지만 문제가 된다. 바로 곰을 곰으로 인정하지 않는 자들 때문이다. 사람 사이에서 많은 갈등은 인정받고자 하는 데서 나온다. 내 의견, 내 생활 양식, 내 취향 나아가 그 전체를 아우르는 나 자신까지도 말이다. ‘나는 나일 뿐인데 너는 왜 나를 나로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도 나를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는데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2013. 3. 13.
떨림을 느끼다, 용기를 배우다 -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를 읽고 세하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처음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리스트를 작성했다. 고른 책들은 모두 두서도 순서도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소녀, 소녀를 사랑하다」라는 책을 가장 먼저 집은 것은, 신의 계시 같았다. 이야기는 리자의 편지로부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첫 만남과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실히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 그 와중에 일어나는 서로 향한 갈망과 갈등, 그릇된 판단으로 인한 어리석은 실수, 그리고 성난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편견과의 싸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두 어린 소녀의 사랑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닌, 우리 사회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편견에 맞서 싸워나간다. 또한, 이야기 내내 편지는 결국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몇 번이고 적어 내려가면서 자신의 내면과의 갈등을 계속하여 반복하.. 2013. 3. 13.
2013년 1~3월 활동소식 이두해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안녕하세요? 올해 초 신상 회원이 된 “李先生” 입니다. 동인련 주변만 맴돌다가 알게 된 지 거의 십여년 만에 회원이 되었네요. 아주 동그란 안경/O-O/을 보게 되면 웃으며 인사 나누어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들의 정권 “세습”이라는 ‘새 술 헌 부대에 ‘담기 신공’으로 조금은 암울하게 출발한 2013년이었지만, 동인련은 사무실 이전이라는 새 술 새 부대에 담기’ 거사로 바쁘게 시작했지요. 자 그럼 2013년 1~3월에 동인련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이제부터 살펴볼까요? 여러분의 참여가 동인련을 만들어가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저부터 열심히!!!! 1월 4일(금) 함께살자 농성촌 지킴이 @ 대한문 농성촌 1월 5일(토) 울산 현대, 부산 한진 희망버스 .. 2013. 3. 13.
2013년 3, 4월 활동 알림 3,4월에도 동인련에는 많은 모임과 행사가 있어요. 미리 일정을 확인하시고 관심 있는 행사 놓치지 마세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동인련 대표 메일(lgbtpride@empas.com)이나 대표 전화(070-7592-9984)로 연락주세요. 3월 12일(화) 7시 노동권팀 세미나 - 읽고 토론하기 3월 14일(목) 7시 인권교육팀세미나 - 동인련 사무실 무지개텃밭 3월16-17일(토-일) 에이즈팀 워크숍 3월 17일 2시 ‘Q레파스’ - 함께 보고 이야기하기 무지개텃밭 3월18일 7시 육우당 10주기 기획단회의 무지개텃밭 3월 20일 7시 인권상담팀 정기모임 무지개텃밭 3월 21일 7시 30분 사무실 개소식 무지개텃밭 3월 22 일 7시 30분 5차 운영회의 무지개텃밭 3월 23일 3시 신입회원 모임 디.. 2013. 3. 13.
2013년 3월호 편집후기 재경이렇게 날씨 좋은 날, 일어나자마자 사무실로 달려오게 만드는 웹진팀의 위엄이란! 글은 많아졌지만 즐거웠어요! 헤헤. 나단인권포럼, 총회, 웹진팀 워크샵까지 참 일정이 많았지만 편집후기를 쓰는 시점이 오긴 오네요. 새로 함께 하게된 두해님 반가워요. 4,5,6월에도 좋은 기사로 만나뵐게요. : ) 진구화창한 날에 즐거운 발행 시간! 이었습니다.....오늘 따라 날은 더욱 좋고, 글도 많고. 엠티도 다녀오고 맛있는 국수도 먹고 행복하였습니다! 일 다시 시작하면 이 행복도.. 조금은 멀어질지 모르죠 ㅠㅠ 결론은 행복하였습니다! 학기자4월, 5월, 6월 웹진은 참 할일이 많네요. 계속 일하지 않고 놀겠습니다! ^^ 모리 이양ㅋ 3월호는 사실 가볍게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글이 너무 많아졌어요ㅠ 4월 육우당.. 2013. 3. 13.
[사무실 이사 완료!] 성소수자 인권 활동이 자라날 무지개 텃밭을 마련했어요! - 충정로에서 서교동으로 가기까지 장병권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국장) 2013.01.18(금) : 마지막 짐을 싸다. 지난주 12일 이사의 달인(이라 쓰고 잡역부라 읽는다)들이 싸놓은 짐에 컴퓨터와 접이식 테이블, 여러 사무 물품을 오리와 정리하는 것을 끝으로 이사 준비를 마쳤다. 이틀 후면 드디어 이사를 한다. 동자동에서 성북동, 그리고 충정로까지 매번 이사를 할 때마다 그렇지만, 이곳 충정로 ‘슈렉 아파트’에서의 3년은 특별했다. 더부살이하기도 했고 이런 저런 희노애락을 함께 한 곳이어서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찡했다. 퇴근하며 집에 가는 길, 미리 남겨 놓은 사진을 한 번 더 보면서 앞으로 동인련이 더 잘되게 빌어 달라고, 이곳을 지나며 그저 좋은 추억으로만 남기진 않겠다고 약속도 했다. 서울 곳.. 2013. 2. 7.
동성애자인권연대 2012년 활동 갈무리 카이 (웹진기획팀) 안녕하세요. 카이입니다.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정확하게는 음력 설날이 지나야하지만요). 다들 희망에 가득찬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지금은 비록 어려운 현실이 보이지만 말이에요). 앞일을 내다보기 전에 이전의 발자취를 다시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2012년 동인련에서는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살짝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에게 2012년은 제가 동인련에 온 해이기도 하네요. 4월에 청소년 자긍심팀에서 주관하는 고(故) 육우당 추모행사인 무지개봄꽃을 피우다 캠페인을 시작으로 각 팀을 기웃기웃거리다가 또 평택의 쌍용자동차노동자 연대도 갔다가 9월에는 동인련 후원의밤, 그리고 지금의 웹진팀 합류 등, 개인적으로 나름 꽤 알찬.. 2013. 2. 7.
2012년 "너, 나, 우리 랑" 총정리! 학기자 (웹진기획팀)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너, 나. 우리 랑’은 2012년에도 꾸준히 발행됐습니다. 2012년은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대선과 총선이 있었고, 동인련도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팀별로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고, 사무실 이전 후원 캠페인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어느 해나 마찬가지겠지만 참~ 많은 일이 있던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네요. 웹진기획팀은 2012년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웹진을 발행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차츰 팀원들이 늘어나고 팀이 안정되면서 웹진을 정기적으로 발행했습니다. 팀원은 동인련 가입 1년 내외의 회원들이 많았고, 한 달에 한 번 발행하는 것이 힘에 부칠 때도 있었지만, 의욕적으로 왕성하게 팀 활동을 이.. 2013. 2. 7.
[기고] 성소수자가 철탑에 오른 현대차 비정규직에게 보내는 편지 - 성소수자가 현대차 비정규직과 '희망'을 말합니다 오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안녕하세요. 지난 1월 5일 희망버스 때 편지를 쓰고 두 번째네요. 그때 고마웠어요. 송전탑 아래 집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용기 내어 드러내면서 함께하신 동성애자 동지들"이라고 말해주어서 고마웠어요.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계속 울컥울컥했어요. 아마 이름이 먼저 불린 적이 없어서 그랬나 봐요. '동성애자'라는 사람들은 항상 없는 걸로 여겨지거나, 있어도 애써 말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삭제돼 버리곤 했거든요. 차별금지법 때도 그랬고, 학생인권조례 때도 그랬고, 마포구 현수막 사건 때도 그랬거든요. 먼저 말해 준다는 게 나에게 그렇게 큰 것일지 몰랐어요. 듣고서야 알겠더군요. 이 편지는 언제나 어색해요. 나는 당신을 잘 모르거든요. 내가 아는 건 현대차 사내 하청은 불법.. 2013. 2. 7.
박근혜 집권과 2013년 - ‘법과 질서’가 공격할 인권과 민주주의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 정치적 양극화 속에 탄생한 대통령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유례 없이 높은 투표율, 엄청난 정치적 양극화를 통한 박-문 양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 속에서 말이다. 문재인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보다 270만표나 더 얻고도 선거에서 졌다는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을 멘붕에 빠지게 했다. 우리는 박근혜 당선 이후 줄줄이 이어진 노동자들과 활동가의 죽음을 목도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총결집한 우파들이 얼마나 혹독한 방식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을 낭떠러지로 내몰지에 대한 절망과 두려움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계속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박근혜는 진보 운동과 인권, 민주주의 의제들에 대한 탄압의 고삐를 조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공언한 각종 복지.. 2013. 2. 5.
웹진기획팀장 취임사 모리(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안녕하세요. 2013년부터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팀장을 맡게 된 모리입니다. 웹진기획팀은 2012년 힘차게 부활했습니다. 현재 웹진팀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10여명에 이르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학교에 다니거나 일을 하고 있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 좋은 웹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웹진’랑’은 성소수자 노동권, 청소년 성소수자, HIV/AIDS 감염인 인권,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이슈를 담았습니다. 또한 인권 단체의 매체로서 단순히 소식 전달이 아닌, 하나의 운동의 축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는 새해를 맞이하며 웹진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웹진 ‘너, 나, 우리 랑’은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소식.. 2013. 2. 5.
성소수자 인권교육 꾸러미가 발간됐어요! 2013년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또래상담과 인권교육을 시작합니다. 그 일환으로 동인련은 성소수자 인권교육의 길잡이가 될 자료집을 발간했습니다. 자료집을 준비한 회원들이 를 발간하게 된 취지와 과정을 소개합니다. 이 자료는 동성애자인권연대 홈페이지 무지개 놀이터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가치에 던지는 물음! 누구나 진행할 수 있는 성소수자 인권교육 자료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을 때만해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외부교육을 진행할 때 사용했던 교육내용을 모아 목차를 만들고 살을 덧붙이면 그럴듯한 자료 하나쯤은 쉽게 발행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교육이 뭐지? 라는 원초적 물음 앞에 자료제작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교육.. 2013. 2. 5.
[전시리뷰] 김두진 <걸작(傑作)masterpiece> - 세상의 프레임을 지우는 삶을 빚어내기, 선컨템포러리, 2012. 12. 13- 2013. 1. 6. 웅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주문, 경계, 해골 빨간 마법의 구두를 세 번 부딪히며 ‘집만큼 좋은 곳은 없어(No place like home)’ 라고 주문을 외는 순간, 도로시는 이상한 나라에서 일상의 현실로 돌아온다. L. 프랭크 바움의 원작소설이지만 우리에겐 주디 갈란드의 영화로 친근한 에서 주문은 현실로 돌아오는 열쇠이자 모험의 끝을 알리는 신호로 작동한다. 오즈와 캔자스, 마법과 현실, 낯선 영토와 익숙한 공간을 분리하고 연결하는 문지방처럼 주문은 두 세계 사이에 있다. 십여 년 전 김두진 작가는 영화에 다소 짓궂은 변형을 가한 영상작업을 선보인 적이 있다. 말하자면 구두 끝이 부딪치는 부분만 자르고 늘여놓음으로써 현실로 돌아오는 주문만을 끝없이 외도록 했던 것이다. 주문 한마디에 즐거운 모험이.. 2013. 2. 5.
[이주사의 받아쓰기] 새로운 출발 이주사(동인련 웹진기획팀) ‘받아쓰기’ 코너를 통해 문장력 강화를 해 보겠다는 원대한 꿈은 산산조각나고 말았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뒷전이었던 것이 사실이죠. 워낙 글쓰기를 싫어하는 성격도 도움이 되지 않았구요. 그래서 올해는 받아쓰기의 성격을 명확히 해서 정기적으로 글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받아쓰기는 성소수자 해방을 꿈꾸는 사람들이 돌아보고 교훈을 얻을만한 성소수자 해방운동가들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특히, 다양한 억압과 차별, 불의에 저항하고 섹슈얼리티와 성해방의 전망을 사회 변혁 전망과 함께 말과 글, 행동으로 현실과 역사를 바꾸려 노력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동성애자/성소수자 운동의 역사가 거둔 중요한 성취들은 언제나 거대한 사회적 격변, 혁명적 열망.. 2013. 2. 5.
다섯 번째 편지 오랜만이야,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우린 어제도 만났었지. 어제도 함께 만나서 술을 마셨지. 미안해. 언니와 웃고 떠드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어제 즐거웠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어. 언니와 다시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는 이 말을 꼭 해야할 것 같았어.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많다고 해서 서로의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는 것 정도는 알아. 내가 매일 아침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사실을 언니는 알고 있지. 그래서 아침에 만날 때면 언니는 아메리카노를 내밀잖아. 내가 맥주를 마시면서 담배 피우는 걸 좋아하는 걸 알잖아. 그래서 늘 언니는 내가 맥주를 마시면 담배를 내밀잖아. 하지만, 아메리카노 첫 모금을 마실 때 어떤 느낌인지, 클럽에 가서 맥주 한모금과 함께 담배를.. 2013. 2. 5.
행복에 대하여 모리(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그놈의 행복이 문제였다. 가족들이 내가 게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그 녀석이 자기가 게이란 걸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것도 모두 행복의 문제였다. 집에 내려갔을 때 나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이성애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오랜 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족들을 기만한 것”이 그 죄목이었다. 그들의 주장은 이랬다. 내가 “30살이 되면 대부분의 동성애자가 그렇듯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는 건 의사인 누나가 찾아본 이상한 논문이 입증해 주고 있었고(사실 그 논문을 읽기나 했는지 의심스럽지만), 내가 불행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주변 사람들에겐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 기다려 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재밌는 것은 가족.. 201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