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SAY] 12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달애기 취급 하지마! 시간을 거슬러 9월 말, 야자 중간에 뛰쳐나온 세 인물, 나와 수민과 도경을 다시 무대에 세운다. 배경은 어두컴컴한 학교 운동장으로, 을씨년스러운 낡은 건물, 맨 꼭대기 층만 희멀겋게 불을 켜놓은 음침한 교사를 세우고, 닳아빠진 스탠드와 흙바닥 가득 먼지가 이는 운동장을 깐다. 나에게는 짤막한 반바지를 입히고, 수민에게는 하복셔츠, 도경에게는 얇은 가디건을 입힌다. 그렇게 무대가 갖춰지면 인물이 등장하고 대사가 읊어지기 마련, 오늘의 대사는 도경이 먼저 뱉도록 되어있다. 여잔데, 여자도 좋아는 하는데, 스킨십도 하고 싶은데 어떤 성적인 관계까지는 거부감이 든다면, 그걸 양성애자라고 할 수 있어? 새카만 하늘에는 흐르는 별과 구름 몇 점을 올린다. 아직 밝게 빛나지 않아 노르..
2014. 12. 8.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 새 - 나, 나 아닌
長篇小說 金 飛 2. 새 - 나, 나 아닌 나는, 내가 아니다. 사람들은 나를 가리키며 내 이름을 불렀지만, 그건 내가 아니었다. 거기에 나는 있었고 사람들은 나를 불렀지만, 대답한 건 나 아닌 나. 다른 이름이니, 그건 내가 아니라고 나는 말해야한다. 여기에 있으면서 여기에 있지 않고, 언제나 없는 나를 찾아 여기에 있지 않은 나를 불러내야하는 것. 나 아닌 나로 나를 부르는 것. “왜 자꾸 말을 빙빙 돌리세요? 그러니까 지금 내 정체성에 의문을 재기하시는 거잖아요? 당신이 어떻게 트랜스젠더냐, 수술까지 해놓고 여전히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건 도대체 무슨 정신 상태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잖아요, 지금?” 그래서 나는 내가 내 이름을 만들어주었다. 내가 사는 이 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오직 나 자..
2014. 11. 23.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1. 산 - 그래, come
長篇小說 金 飛 1. 산 - 그래, come 우리를 가로막은 건, 가루로 그려진 하얀 선이었다. 옆에 사람을 곁눈질하면서도 서로를 마주보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결승선만 바라보았다. 누구도 말하지 못했지만,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선 가까이 발을 딛기 위해 모두 안간힘 썼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두려웠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사진 속 나는 과장된 웃는 모습뿐이었는데, 나는 그때의 내가 겁에 질렸다는 걸 스물이 훨씬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의 말대로 항상 어깨를 활짝 편 채 걸었고, 선생님의 질문에 제일 먼저 손을 들어 대답했고, 답을 모르더라도 일단 손부터 들고 생각했다. 맞고 틀리고는 나중 일이었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준비물들을 두 개씩 챙겼고, 착한 학생이 되려고 항상 선생님..
2014. 11. 16.
성소수자의 평등한 노동권을 위한 노동운동의 역할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1. 중층적이고 복잡한 차별들 “차별은 단순히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차별은 임금과 노동조건, 눈에 보이는 인격적 모욕을 포함하여 그 노동자를 위계화함으로써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게 만드는 다양한 기제의 작동 과정이다. 작업복 색깔, 호칭, 휴가사용, 휴게실 사용제한 등을 통해서 나와 다른 노동자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고 그에 맞는 행위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차별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을 경쟁시키고 위계화한다. 기업들은 이미 형성된 사회적 위계, 즉 여성, 장애인, 청소년과 노인, 성소수자, 저학력자 등 사회적으로 형성된 차별을 업무상의 위계로 전환시킨다. 업무가 분리되고 업..
2014.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