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부모모임)
안녕하세요! 활동가 편지로는 처음 인사 드리네요. 저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회원이자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가 어나더입니다. 저는 며칠 전 행성인 20주년 기념 아카이빙 발간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여름 이후 부모모임 이외의 행성인 행사를 거의 나오질 못했는데 오랜만에 나들이 나가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저는 내년 2월이면 단체 활동을 시작한 지 2년이 됩니다. 동인련이 행성인으로 바뀌는 순간부터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단체에 발들여놓기 전의 시절들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행성인 이전에 동인련이었을 때, 아니 그보다 더 전이었을 때부터의 경험담을 당시 사람들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마치 구전동화 주인공으로부터 생생하게 이야기를 듣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10년 뒤, 20년 뒤에 나도 이들처럼 저 자리에 앉아서 경험을 이야기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10년 뒤에 나는 어떤 모습의 활동가일까, 어떤 식으로 단체에 기여를 하고 있을까 상상해보면 왠지 지금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겠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최근에야 든 생각이지만 저는 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활동해왔고 앞으로도 쭉 그럴 예정이거든요. 올 한 해,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할 일도 많았죠. 운동판에 새로 발을 들인 모임이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어서 동시에 여러 사업들이 진행되곤 했습니다. 활동은 일로 다가왔고 피로로 느껴졌습니다. 번아웃이 종종 오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내가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게 뭐길래, 활동가가 뭐길래’ 하면서요. 하지만 제가 스스로를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가’라 칭하고 모임에 믿음을 갖고 나오며, 타 활동가들과 함께 헌신하는 이유는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실이 눈으로 확연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월례 정기모임 사회를 보면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많이 뵙고 이야기 나눕니다. 퀴어 퍼레이드 같은 행사장에서는 부모모임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감동 받으시는 분들을 직접 목격하기도 합니다. 특히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진행한 프리허그 영상과 성소수자 부모모임 홍보영상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을 때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활동가’라고 불리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사무국에 계신 분들처럼 쉼 없이 정진해야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활동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목격할 때 ‘내가, 그리고 우리가 참 열심히 달려왔구나’ 새삼 뒤돌아보게 됩니다. 그 와중에 저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그 동안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노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충분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입니다. 헌신이 이렇게 돌아온다는 걸 경험하면서 ‘활동가’라는 단어에 가했던 무게가 한결 덜어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주년 아카이빙 자료 발간행사의 토크쇼는 그런 점에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활동했고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활동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활동가’는 하는 일의 양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정기적이든 비정기적이든 본인의 상황에 맞춰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행성인 회원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장 단체 안에서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위치에서 무언가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활동가’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추운 겨울 건강 조심하시고 올해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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