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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에세이59

내가 홍콩 시민들에 연대하는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 소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노동권팀) 최근 나는 매주 홍콩의 민주주의를 촉구하고 홍콩 시민들에 연대하는 한국에서의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원래 홍콩은 내게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 아니었다. 영화가 유명했다지만 영화를 잘 보는 편도 아니었고, 단지 우연히 보게 된 기사들에서 한국보다 성소수자의 상황이 좀 더 나은 지역으로 기억된 정도다. 그래서 솔직히 고백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미디어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기사의 비중이 점차 커지던 때에, 우연히 민간인권전선 의장인 지미샴 씨에 대해 알게 된 이후 관심이 생겼다는 걸. LGBT 단체 활동가라는 그의 이력이 특이해서 찾아보다가 홍콩의 여러 가지 상황을 알게 되었다. 몇달 째 지속되고 있는 시위 뿐 아니라 홍콩 성소수자들의 상황을 비롯한 사회의 여러 모.. 2019. 12. 6.
자존감에 관하여(feat.성소수자) 앤디(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자존감'. 현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인문학이 점차 저평가 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 자존감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관심은 줄지 않는다. 이유는 이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 사회에서 잘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아마도 자존감이라는 방어기제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부끄럽게도 과거 나의 자존감은 거의 바닥이었다. 핑계에 불과하지만 우선 나는 이 사회의 잘못된 통념과 인식 속에 사로잡혀 성소수자로서의 내가 굉장히 이상하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 힘든 존재라고만 생각해 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성소수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지고 이 세상이 원망스럽고 부모님까지 가끔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피해의식 속.. 2019. 7. 6.
우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서울시 공무원을 반대해야 하나?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어버이날 오전부터 기사 몇개가 소통방에 공유됐다. 어지간하면 이 시간은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고 점심 메뉴를 고민할 시간이다. ‘서울시 공무원들 "서울광장 퀴어행사 반대"’ (국민일보, 백상현기자) '서울시의 다수 공무원들은 서울광장 퀴어행사를 반대한다' (기독일보, 이나래기자) 아니,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이 또? 2014년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파기로 성소수자들이 서울시청 본관로비에 농성할 당시 직접 사과문까지 올린 분이 입장을 번복할 리 만무하다. 이들은 박원순 시장과 다른 노선을 천명한다(고 한다). 성명의 제목인 즉 ‘서울시의 다수 공무원들은 서울광장 퀴어행사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17명이 7일 발표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짜증도 분.. 2019. 5. 8.
길벗의 평화교육 수기 그 첫번째 길벗(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웹진기획팀) 제가그동안 경험해왔던 교육은 오늘날 보통 교실(강의실) 안에서의 구도는 항상 교사(교수)와 학생(수강생)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 구도에서 힘은 가르치는 교사에게 절대적으로 부여되어 왔고요. 교실 앞 쪽 칠판은 오롯이 교사의 영역이고 교사의 지시 (혹은 명령)에 한해 칠판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또한 질문이나 대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그 시간은 교사의 시간이거든요. 질문을 하더라도 질의 응답정도로 축소 되고, 설령 기회가 오더라도 질문은 쉽지 않아요. 교사는 해당 과목의 지식 정보를 꿰차고 있다고 여겨지기에, 그 질문이 교사로부터 검열 당할까 (예를 들어, 내가 수업 내용에 벗어나는 질문을 하는 건 아닐까) 두렵거든요. 우리는 교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끊임없.. 2019. 4. 28.
마약 수사와 아웃팅 가십 보도를 비판하기 앞서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하는 것들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9일 밤 뉴시스는 을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이어 다른 언론들에서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극적인 표제를 내걸었다. 몰몬교와 마약과 동성파트너까지 언론은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키워드도 망설임 없이 동원한다. 누군가를 타인으로 밀어내는 언론의 태도는 온갖 키워드들을 엮어 소위 ‘낙인 돌려 찍기’의 각본을 만든다. 보도 직후 몇몇 동료들은 언론 아웃팅을 규탄하는 논평을 내야하는 게 아니냐고 요청했다. 곧바로 언론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기사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질문은 단체 활동가의 의견을 급하게 물었다. 하지만 방향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규탄의 대상을 언론에만 두는 것이 온당할까. 혹여 그렇다면 ‘혐오 표현 반대’로 귀결 지으면 되는 것일까. 설령 그가 범죄자라 할지라도 .. 2019. 4. 12.
섹스라도 마음 놓고 하고 싶다 마당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몇년 전, 강남에 있는 회사에 취직을 하면서 집을 옮겼다. 좁고 춥지만 정든 옥탑방을 떠난 나는 관악구에 위치한 원룸으로 이사했다. 수십 가구가 사는 대형 공동주택인 이곳은 회사와 가까웠고 이전보다 넓었으며 주방이 분리되어 있었다. 주거만족도는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었지만 단 한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새로 살게된 집 1층에는 경비원의 주거공간도 함께 있었던 것이다. 노부부인 그들은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살폈다. 편하지 않냐고? 안심이 되지 않냐고? 그렇긴하다. 나는 안심하고 집으로 택배를 보낼 수 있었고 늦은 시간에 이상한 사람이 건물에 따라 들어오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좋은 점은 거기까지. 싱글인 나.. 2018. 1. 14.
퀴어를 환대하는 공간 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2017년이 지나고 2018년이다. 지난해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던 일은 심리 상담 치료가 종료된 것이다. 재작년부터 받은 심리상담은 내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였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상담 치료 중 들었던 말이 이번달의 키워드 ‘공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많은 성소수자가 꺼려하듯, 나 역시 치료자에게 내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말하지 못했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야 눈꼽만한 용기로 목소리를 냈다. 잔뜩 움츠러든 내 어깨가 민망할 정도로, 커밍아웃을 들은 치료자는 무덤덤 아니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 공간은 모두에게 평등합니다.” 꽤 당연한 듯한 이 말이 내게 울림을 준 까닭은 대다수.. 2018. 1. 14.
대통령 앞에 펼친 무지개 깃발, 그래도 삶은 여전하다 마당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페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은 1950년대 호황기 미국에 사는 레즈비언들의 사랑을 다룬다. 전쟁과 맞물린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기술의 발전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풍족함을 누리던 때, 주인공 캐롤은 백화점에서 만난 테레즈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는 어둑한 식당의 한편에서 테레즈를 유혹하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대도시의 고즈넉한 외곽 지역을 돌며 애정을 나눈다. 은밀함과 도피로 가득한 이야기. 나는 이 참으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람을 마치고 극장을 나온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주인공 캐롤이 자신의 성적 지향 때문에 사회와 갈등을 빚는 부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따금 게이들을 비롯해 성소수자들의 공간으로.. 2017. 12. 25.
후천성 인권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 2쇄 출판을 축하하며,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에 보내는 편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저는 행동하는 인권연대 회원 여기동 입니다. 이번 ‘후천성 인권결핀 사회 아웃팅하다’ 2쇄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1년 출판 이후 6년간 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2013년 간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그 이듬해 창원문성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간호학도들을 가르쳤습니다. 2015년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남편 찰스 까야사님을 만나 행성인 회원님들이 마련해주신 결혼식을 갖게되었습니다. 그 당시 남편은 비자없이 미등록 상태로 늘 공공장소에서 체포를 두려워하여, 제가 필리핀에서 은퇴비자로 영주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2016년 남편과 함께 필리핀으로 이주해와, 현재 민다나오섬 수리가오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이 마.. 2017. 12. 24.
아무도 묻지 않은 '남성성 반성'의 기록 일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아니, 내가 남자가 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멋있어’보이고 싶었고, 영화를 보면 항상 남성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했으며 내게 선택권이 생긴 이후로는 항상 남자 옷을 입었고 머리를 짧게 잘랐다. 2차 성징이 나타난 후에도 나는 내 몸과 별로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동성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꼈다. 뭔가 애매하게 내가 여자가 아닌 것 같은데 여자인, 아니면 여자인 것 같은데 여자가 아닌 듯한 느낌을 안고 살다가 페미니즘을 만났다. 페미니즘은 내가 왜 스스로가 여자가 아니라고 느꼈는지-사회에서 재생산하는 여성상에 내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사회에서 내게 보여준 여성상이 얼만큼 허구인지.. 2017. 11. 10.
남성성은 왜 ‘남성’성인가요 스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남자가 뭐죠?” “성 결정인자(sry)가 있는 사람이요.” “sry가 뭐죠?” “남자를 만드는 유전자요.” 성을 의심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와 비슷한 무한루프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예 거짓이라고 까지 말하기엔 뭐하지만, 뭔가 중간에 거대한 비약이 생략된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찜찜해지는 생물학 공식들 말이다. 남자는 순전히 생물학적으로도 정의가 계속 변하고 그 경계도 너덜너덜한데, 과연 sry라는 특정 물질에 1대1 대응될 수 있는 걸까. 나는 성이란 순환논리로서만 존재하는 것이며, 비논리이자 토대가 없고 따라서 인과도 없다 생각한다. (그리고 성차별이 그토록 비논리적인 이유도 성이 애초에 비논리라서 그렇다 생각한다.) 따라서 성을 단단한 토대를 가진.. 2017. 11. 10.
약자들간의 혐오는 어떻게 멈출 수 있는가? 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의 자리에 놓인다. 여성이기에, 장애를 가졌기에, 빈곤하기에, 성소수자이기에 차별을 받는다. 성별, 장애(신체조건), 병력, 외모, 나이, 출신 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 전력, 보호 처분, 성적 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 차별금지법에서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항목만 보아도 권력이 얼마나 다양한 구조로 작동하고 사람들을 그 영향 하에 있게 하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교차적이고 복합적인 서사를 갖기도 한다. 저학력 빈곤층 한부모 가정, 장애인 여성, 난민이면서 성소수자인 경우와 같이 말이다. 부조리한 사.. 2017. 11. 10.
어디든 과거를 넘어 현재, 미래에도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어디든 과거를 넘어 현재, 미래에도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위 글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소모임 블로그와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케이(전국퀴어모여라) 지난 8월 5일 라잇온미와 전퀴모, 한국성적소수자인권문화센터가 함께한 광주퀴어아카데미 해외 드라마에 꼭 잠깐이라도 나오는 성소수자가, 분명 어디에나 살아갈 우리가 유독 한국 방송이나 극장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감사하게도 최근 2년 사이에 정식 개봉한 성소수자 영화가 많아졌다. 그러나 캐롤, 로렐, 연애담, 데니쉬 걸, 문라이트, 런던 프라이드 등등 아가씨를 제외하고 이 모든 영화들이 내가 사는 지역에는 단 한 회도 상영되지 않았다. 이상하다. 2012년도에 개봉했던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분명 이 도시에서 봤었는데, 그 동안 이 동네에 무슨.. 2017. 8. 13.
2000-2017, 당신의 고독이 찬란할지라도 투쟁의 시간은 연결되어 있다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00년 커밍아웃을 했던 연예인이 인생을 갈무리하는 에세이집을 냈다. 책을 소개하는 기사는 그의 47년을 회고하는 인터뷰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허심탄회하게 살아온 날들을 고백한다. 하지만 예의 이야기는 고독과 고통에 사무친 시간으로 과거를 소환한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커밍아웃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 커밍아웃 이후 방송에서 퇴출되었다는 뉴스도 떠오른다. 십 수 년을 따라다닌 ‘대표 게이’ 타이틀은 게이 연예인으로서 외로웠던 과거를 복기시켰고, 농담의 대상으로 소모된 동성애자의 이미지를 감내한 그의 모습을 오버랩 시킨다. 그는 고립의 시간이 당신의 인생을 지치고 곪게 했다고 말한다. 당시 커밍아웃은 성소수자에게 침묵의 재갈을 물리던 사회에 날린 일종의 ‘기습시위’.. 2017. 6. 26.
성소수자이기에 좋은 점!! 에리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안녕하세요! 저는 좀 우울하고 무기력할 때, 종종 다른사람의 이야기, 특히 '좋은 기억'이나 '행복한 기억'을 듣고 싶습니다. 저 또한 퀴어/성소수자로서,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지고 살면 얼마나 힘든 일이 많은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제가 꼭 다른 퀴어/성소수자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고(故) 육우당님의 추모문화제에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성소수자이기에 좋은점을 써주세요." 라는 부탁에 많은 분들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지금까지 살아왔던 경험을 돌이켜보며 메시지들을 써주셨습니다.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메세지판을 만들고, 바람 때문에 날아가지는 않을지 계속 보고 있던 분들에게 또 감사하다는 말씀.. 2017. 5. 12.
구두를 싫어하는 신데렐라 루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소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일찍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게 되면서, 소녀는 새어머니와 두 명의 새언니를 식구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새어머니와 두 명의 새언니는 재를 뒤집어쓴 아이라는 뜻의 ‘신데렐라’를 소녀의 이름으로 바꾸어버렸고, 갖은 집안일과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도록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어느 날, 소녀가 사는 나라의 궁전에서 큰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왕자의 신붓감을 찾기 위한 무도회였습니다. 새어머니와 두 명의 새언니는 화려한 드레스와 장신구로 잔뜩 치장한 채, 마차를 타고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신데렐라는 산더미처.. 2017. 5. 9.
게이와 페미니즘 : 가깝고도 먼, 어쩌면 살얼음판 같은 관계에 대해서 스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많은 이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게이와 여성은 절대 동병상련의 관계만이 아니며, 어떤 면에선 서로에게 적대적인 감정까지 가지고 있다. 어떤 게이의 혀끝에선 천박한 여성혐오가 신랄하게 쏟아져 나오며, 특정 페미니즘은 게이를 ‘여성 혐오의 최종적 화신’으로 본다. 물론 저들이 주류는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들 얘기를 꺼낸 것은, 저들이 그저 un-pc한 존재로만 낙인찍혀 담론의 뚜껑자체가 닫힌 건 아닌지 좀 아쉬운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여성혐오적인 게이, 가장 게이혐오적인 페미니즘은 들여다 볼 가치도 없이 폐기 처분 해야 하는 걸까? 1. 게이에게. 너는 ‘왜’ 여성혐오를 하니? 게이의 여성성은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계속해서 갑론을박하던 주제였고, 나 역시.. 2017. 3. 16.
나는 여러 명을 사랑합니다 디올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담론이 크게 존재하지 않는 폴리아모리에 대한 글은 오로지 저의 생각으로만 쓰였다는 것을 알립니다. 다른 폴리아모리스트들을 포함하지 않으며, 논리상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폴리아모리는 아직 저도 계속 생각해 나가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연애 정상성: 나는 폴리아모리를 지향한다 "연애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나와 지속적인 사랑의 관계를 유지할 것' '무슨 일이 있을 때 연락할 것', '갑자기 연락이 끊기지 말 것', 그리고 '나 이외에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지 말 것' 등 "연애하자!"라는 말로 이 수많은 약속을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사회가 연애에 정상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아모리에 대한 .. 2017. 2. 4.
연애, 그리고 퀴어니스 겨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우리가 퀴어니스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예를 들어, 사회가 규정한 젠더 역할에 어긋나는 젠더 표현을 하는 것이 있다. 그중 연애에 관련된 것이라면 동성인-혹은 그렇게 패싱되는-사람과의 연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퀴어들의 정체성을 포괄하지도, 그리고 표현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바이섹슈얼, 혹은 기타 폴리섹슈얼, 팬섹슈얼 등의 연애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사회가 동성과 사귀는 사람은 레즈비언/게이로 너무 확고하게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타 지향성은 지워지는 경향이 있다. 이 기저에는 모노섹시즘, 즉 한 젠더에만 끌리는 것이 여러개의 젠더에 끌리는 것보다 우월하다, 혹은 그것이 정상적이다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때문에, .. 2017. 2. 4.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우리를 기억하기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1. 남일 같지 않은 남 얘기 이불을 뒤척이다 여느 때처럼 폰을 만지작 거리며 페이스북을 본다. 지난 월요일 새벽에 올라온 이태원 클럽 '르퀸'의 마지막 영업일 사진에 시선을 멈춘다. 화면에 떠오른 맨 몸의 얼굴들. 토요일의 열기는 다소 빠진 모습이다. 끝을 즐기는 기분을 읽고 싶었는지 얼굴과 표정, 흥건한 몸에 눈길이 간다. 땀에 젖어 부대끼는 살들이 플래시에 반사되며 반짝인다. 클럽은 내게 ‘다른’ 영역으로 밀려난 세계였다. 정신없고 시끄러운 공간, 무엇보다 육덕진 어둠 속에서 육덕지지 못해 마주해야 했던 고립의 기분은 숙취보다도 떨치기 힘들었다. 한밤의 정신분산적 쾌락은 아침이면 이불킥을 불렀다. 밤새 논 뒤 혼자 첫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 밀려드는 공허함이 싫었다... 2016.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