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자존감'. 현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인문학이 점차 저평가 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 자존감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관심은 줄지 않는다. 이유는 이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 사회에서 잘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아마도 자존감이라는 방어기제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부끄럽게도 과거 나의 자존감은 거의 바닥이었다. 핑계에 불과하지만 우선 나는 이 사회의 잘못된 통념과 인식 속에 사로잡혀 성소수자로서의 내가 굉장히 이상하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 힘든 존재라고만 생각해 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성소수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지고 이 세상이 원망스럽고 부모님까지 가끔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피해의식 속에서 벽장 안에 나라는 존재를 계속 가두어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벽장 속에서 나오고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끊임없이 해오면서 점차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동안 사회의 잘못된 편견과 분위기 속에서 어두운 벽장 속에 스스로를 가두었던 지난날의 나한테 너무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마치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참가자들에게 프리허그를 해주는 것처럼 나 또한 과거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한 번 껴안아 주고 싶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잣대와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재력, 외모, 학벌, 집안, 정치적 이념, 종교 등. 심지어 개인의 성적 정체성이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동안 이 대목에서 굉장한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다. 재력, 학벌, 정치적 이념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좌우될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은 절대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동성애가 선택의 문제라며 죄라고 여기는 일부 기독교나 무지한 사람들에게 이 점을 알려주고 교육을 통해 이러한 잘못된 무지함을 점차 개선시켜 나가야 할텐데 그들의 완강한 거부반응에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물론 사회가 점차 다양성을 포용하여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들이 살기 좋은 시대로 변해가겠지만 사회가 변하기 전에 성소수자 개개인부터 자존감을 제대로 지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더욱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특별히 다가오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타인에 대한 평가에 둔감해지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굉장히 낯을 가리고 소심한 성격의 나는 타인에 대한 평가가 나를 짓누르고 심지어 약간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고는 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나는 마치 ‘아이언맨’과 같은 마블에서 만들어낸 히어로가 아니기에 다른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한테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 나랑 별로 상관 없는 사람의 말과 평가에 내가 너무 휘둘린다면 결과적으로 나만 손해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남들의 평가에 관대해지며 나 스스로를 아끼고 그 에너지를 자기계발에 쏟는 사람들을 닮으려고 하다 보니 훨씬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러한 사실을 좀 더 어릴 때 깨닫고 나라는 존재 자체를 충분히 사랑했다면 성소수자로서의 나를 이렇게 부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남의 평가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에 대한 욕심에 대한 집착도 버리기로 했다. 과거 마음이 힘들어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 당시 의사는 자존감이라는 복잡한 단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정의를 해본다면 스스로에게 못해도 괜찮아라고 다독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에서 낙방해도 “괜찮아 나는 충분히 잘해낼 수 있어.” 라던가, 인간관계에서 예민해질 때면 “그 사람하고 사이가 좀 나빠지면 어때?” 하는 식의 말이다. 이렇게 못해도 괜찮다며 실수해도 괜찮다며 스스로를 끌어안고 충분히 사랑해주는 주문을 계속 되뇌이다 보면 타인과 별개로 너무 소중한 내 스스로에 대한 실존 자체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솔직히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거의 실천하지 못했지만 나도 앞으로 이러한 주문을 스스로 외우면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공격받을 나의 자존감을 지켜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여 이따금씩 여성과 성소수자들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기도 한다.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성소수자 내에서도 상대방의 자존감 깎아내리기는 분명히 존재한다. 사실 정작 성소수자 세계에서도 소위 ‘끼순이’라고 불리는 소위 너무 '여성'적인 남성 동성애자들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다. 어찌보면 이 또한 사회에서 학습된 것이 아닐까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성소수자 본인은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고 싶어하지만 막상 그들과 다른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등급까지 나누어 배척하는 경우를 보면 일부 성소수자들 또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이 서로 강한 연대감과 형제애를 가지고 서로의 자존감이 올라갈 수 있도록 서로를 충분히 존중해주고 격려해주어서 성소수자들의 자존감이 어떠한 사회의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처럼 견고히 지켜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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