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이야기/조나단의 끼Look(룩)퀴錄(록)5 HIV/AIDS 감염인의 삶과 사랑 - <푸른알약> 리뷰 조나단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권 운동을 하다 보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열악한 누군가의 고통, 막막함, 슬픔을 계속 접하게 된다. 고통을 가중시키는 열악한 사회 시스템과 편견에 찬 인식들, 다양한 아픔들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인권 운동 당사자들의 기쁜 순간이나 연인으로서의 모습 같은 삶의 부분들은 막연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런 막연함이 당사자들을, 함께 생을 살아가는 사회적 동료에서 연민을 갖게 하는 누군가로 손쉽게 전락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이라는 책은 에이즈 환자와 연인이 함께 겪는 세세한 삶의 순간들을 보여줌으로써 에이즈 환자의 삶 중 아름다운 어떤 시간들을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은 HIV에 감염된 카티라는 여자와 연인 관계.. 2014. 2. 26. 망각에 대한 공동체적 책임 - 영화 <망각의 땅>을 보고 조나단 (웹진기획팀) 지난 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을 보았다. 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그것을 현재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영화이다. 1986년 4월 26일은 체르노빌에 살고 있던 안야와 표트르의 결혼식 날이었다. 체르노빌은 노동절을 맞아 곧 놀이공원이 개장될 예정이었고, 물리학자인 알렉세이와 어린 아들 발레로는 사과나무를 심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노란빛이 섞인 따뜻한 화면은 대기가 갑자기 검은 소나기가 내리고 물고기, 벌의 떼죽음과 동물들이 불안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시작으로 점차 무채색으로 변한다. 원전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화재를 진압했던 모든 소방관들은 방사선에 노출되어 가족들과 차단된 채 죽는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나와 출동했던 소방관 표트르 역시 마찬가지다... 2013. 7. 18. [서평] 동화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를 읽고 조나단 (동인련 웹진기획팀) J. 슈타이너가 쓰고 J. 뮐러가 그림을 그린, 라는 동화가 있다. 주인공은 에… 곰이다. 곰이 곰인 채로 있고 싶어한다는 것이 이 동화의 요지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하는 것처럼 곰이 곰으로 있는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하지만 문제가 된다. 바로 곰을 곰으로 인정하지 않는 자들 때문이다. 사람 사이에서 많은 갈등은 인정받고자 하는 데서 나온다. 내 의견, 내 생활 양식, 내 취향 나아가 그 전체를 아우르는 나 자신까지도 말이다. ‘나는 나일 뿐인데 너는 왜 나를 나로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도 나를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는데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2013. 3. 13. [만남] 서평: 우리의 명절에 ‘우리’는 조나단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명절은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과 전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이고 민족적 정서가 담겨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전형적인 농업 사회였던 우리나라는 농사를 시작하면서 풍작을 기원하거나 추수에 대해 감사를 하는 제사 의식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명절이 되었다고 한다. 며칠 후면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왔다는 추석이다. FTA로 드러나듯 기간산업의 육성을 위해 농업을 버릴 수는 있어도 추석은 명절이다. 자기계발을 이룰 수 있다며 국민이 미미한 수혜를 동반한 책임을 나눠 부여받게 되고, 농민들은 알아서 저농약이나 무농약으로 업그레이드하며 경쟁력을 키워야 하더라도,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하듯 추석 차례상은 비싸진 국산 햇 농산물로 채워질 것이다. 그렇게 추석은 오늘날에도 뿌린 것.. 2012. 9. 22. <타인의 고통> 서평: 당신의 맹점엔 무엇이 갇혀 있나요? 조나단(동인련 웹진기획팀) 수상하다. 입시 전쟁, 살과의 전쟁, 메달 쟁탈전, 전쟁 같은 사랑, ‘진짜 전쟁이 시작된다'는 온라인 게임 광고까지… 그물을 던지면 오늘 지나온 거리에서 전쟁어(語) 두세 마리는 어렵지 않게 건질 수 있다. 비약과 은유의 미학을 얕잡아보는 것은 아니다. 나도 삶이 전쟁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전쟁에 비유할 것이 너무나 많을 만큼 우리는 고단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수상하다. 나는 전쟁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경험한 적이 없는 전쟁을 능숙하게 묘사할 수는 있다. 포탄이 떨어지고, 벽 뒤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상황. 소녀는 강간당했으며 마을 사람 모두는 이미 닷새째 굶주렸고 시체는 묻지도 못한 상황 같은 것. 모두 내가 소비했던 사진과 영화 이미지다. 그 이미지들은 정말.. 2012. 8.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