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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지향 · 성별정체성36

[TDOR 특집] 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 소하(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1년 전의 나입니다. 불안과 우울의 시절을 겪고 있지만, 그럭저럭 살아내고 있습니다. 1년 후에 나는 안녕한가요? 부디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요. 먼저, 이 편지를 쓰게 된 이유를 간단히 전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TDOR을 맞아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어떤 글을 쓸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즐겁고 유쾌한 글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와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다 보니 어둡고 우울한 글을 보이게 될까, 걱정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재작년에 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매우 낯설었습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지금의 나와는 영 다른 사람 같아!” 그래서 떠올랐습니다. 1년 뒤에 나에.. 2023. 11. 19.
[TDOR 특집] 그날 죽지 못한 나는 연수(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매년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줄여서 TDOR 이라고 한다. 2019년 11월 어느 날, 나는 ‘조각보’라는 트랜스젠더인권단체에서 TDOR 행사 공지를 올린 것을 보았다. 그때는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명확하게 정체화하기 전이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라고? 대체 얼마나 많이 죽길래..?’ 라는 당혹감과 함께, 연대와 지지의 마음으로 그 행사에 참가했다. 서울의 어느 한 건물, 어스름한 조명 아래 족히 수십 명은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모였다.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을 두른 LED 촛불을 든 채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조용히 무대 앞으로 나와 삶과 죽음을 오갔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2023. 11. 19.
[9월 기획] 홀로 서 있을 당신에게 : “저는 논바이너리, 비수술 트랜스젠더입니다.” 기획의 말: 최근 사이클 선수 나화린씨는 '성전환 수술 없는 성별정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트랜스젠더 동료들이 적지 않게 당황하고 실망하기도 했는데요, 한편으로는 감정적으로 개인을 규탄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자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9월 웹진에서는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원들이 저마다 에세이를 쓰면서 수술 여부에 따른 성별정정의 입장을 짚고 나아가 트랜스젠더가 동료로서 어떻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지 고민을 곱씹어보았습니다. 무나(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 “안녕하세요. 저는 논바이너리, 비수술 트랜스젠더입니다.” 한때 이 문장을 말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랬던 문장이 지금은 새삼 이걸 또 굳이 말해야 하.. 2023. 9. 22.
[9월 기획] 트랜스젠더가 바꾸는 것 기획의 말: 최근 사이클 선수 나화린씨는 '성전환 수술 없는 성별정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트랜스젠더 동료들이 적지 않게 당황하고 실망하기도 했는데요, 한편으로는 감정적으로 개인을 규탄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자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9월 웹진에서는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원들이 저마다 에세이를 쓰면서 수술 여부에 따른 성별정정의 입장을 짚고 나아가 트랜스젠더가 동료로서 어떻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지 고민을 곱씹어보았습니다. 연수(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1) 생물학적 성별? 트랜스젠더를 이해하려면 먼저 지정성별(sex assigned at birth)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지정성별이란 출생 시 외부성기를 가지고 의사가 .. 2023. 9. 22.
[9월 기획] 사람마다 원하는 모습은 다르니까 기획의 말: 최근 사이클 선수 나화린씨는 '성전환 수술 없는 성별정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트랜스젠더 동료들이 적지 않게 당황하고 실망하기도 했는데요, 한편으로는 감정적으로 개인을 규탄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자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9월 웹진에서는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원들이 저마다 에세이를 쓰면서 수술 여부에 따른 성별정정의 입장을 짚고 나아가 트랜스젠더가 동료로서 어떻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지 고민을 곱씹어보았습니다. 소하(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 나는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기 까지 오랜 디나이얼의 기간을 보냈다. 처음 위화감을 느낀 건 사춘기가 막 시작되어 성별에 따른 신체차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된 무렵이었다. 여성이.. 2023. 9. 22.
[논바이너리] 남자 아니고 여자 아니고 논바이너리 * 본 원고는 행성인 회원아카데미에서 기획한 캠페인 중 하나인 의 결과물입니다. 이번에 취합한 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의 이야기들은 지난 5월 아이다호데이 집회와 SNS에 전시한 바 있습니다. - 편집자 주 행성인 캠페인팀 논바이너리를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논바이너리라고 커밍아웃을 해도 “그래서 남자야, 여자야?” 하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행성인에서는 논바이너리 가시화를 위해 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보았습니다. 논바이너리는 우리 곁에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왕자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인사를 시작합니다. 당신처럼 제 아랫도리에게 안부를 묻기보다 평범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제 다리 사이에 무엇이 달려 있는지 궁금합니까? 타인의 가랑이.. 2023. 6. 23.
[활동 후기] 제 15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후기 : 트랜스젠더퀴어의 언어를 찾아서 무나(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장) 트랜스젠더퀴어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고 증명해야한다. 트랜스젠더퀴어 인권운동에서 가시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트랜스젠더퀴어에게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는 충분하지 않다. 이번 성소수자 인권포럼에서 나는 트랜스젠더퀴어로서 반가운 언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언어를 소개하며, 이런저런 감상을 덧붙여 본다. 1일차 연구세션2, 조윤희, 〈한국에서의 무성애 지향에 대한 탐색적 연구 : 온라인 커뮤니티 분석을 중심으로〉 먼저 발표문의 서론 중 일부를 소개하고 싶다. ‘무언가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무성애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선 ‘성적(sexual)’끌림이라는 것이.. 2023. 2. 26.
[인터뷰]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신임팀장 무나 인터뷰- 함께 있다는 감각을 배우기 진행 및 정리- 미디어TF 인터뷰이- 무나 2023년 새롭게 활동팀장과 운영위원이 된 무나와 소유의 인터뷰. 어떻게 팀장과 운영위원이 되었는지, 어떤 마음일지, 올해는 어떤 활동들을 해보고 싶은지 함께 나눠봅시다. 미디어TF(이하 '미')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무나(이하 '무')- 안녕하세요, 무나입니다. 이것저것 예술 활동을 하며 작년 봄부터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 올해 트랜스팀 팀장이 되었습니다. 감상부터 물어보겠습니다. ^^ 무- 활동 경험이 많지 않아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한데요, 그만큼 배우는 게 많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습니다. 미- 많은 회원들에게 무나는 집회에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많이 남을 텐데요, 행성인에서는 무슨 활동들을 했나요? 오기 전에 무슨 .. 2023. 2. 26.
[회원 에세이] 슬픈 2월을 보내며 정현(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매년 2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변희수, 은용... 몇 년 전 이 즈음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동료들이다. 특히 변희수 하사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거라 생각은 했으니 그가 나에게 없던 존재였던 적은 없었다. 그런 그가 내 시야에 들어왔던 건 군 복무 중 성확정수술을 받고 성별정정을 함으로 인해 군 전역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장소나 환경만 달랐지 그 일이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당사자가 그가 아니라 내가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그가 이 세상과 등졌을 당시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장기간 구직 상태였다. 전 직장을 다니면서 호르몬주사를 맞기 시작했기 .. 2023. 2. 25.
10년의 기다림, 진짜 내 모습을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 정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TF팀) (처음 행성인 회원에게 웹진에 기고할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는 뭔가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쓰려니까 어떤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써야할지 약간 막막해지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과 트랜스인권TF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현이라고 합니다. 행성인에서 활동한지 햇수로 11년째인데 이렇게 웹진 기고를 하는 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네요^^;;; 오늘은 저에 대한 이야기를 쓸까 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저는 트랜스젠더 남성이고 헤테로플렉시블 에이섹슈얼입니다. 남자로서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하고 상대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제 자신이 시스.. 2019. 10. 12.
[스케치] 2017 여성 성소수자 궐기대회 - 게임은 시작됐다 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10월 18일 저녁, 동대문구청 앞에서 가 열렸다. 지난 2015년, 여성가족부의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여성 성소수자 궐기대회(자세한 내용은 여성가족부의 성소수자 차별에 분노하는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 스케치 참조)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며, 애당초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모든 국민은 생활체육에 관하여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평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의 대관 심의를 통과해 체육관 사용료를 납부하고 대관 허가까지 받았으나,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으며, "미풍양속"에 저해될 수 있고 "시설 안전관리상 위해 우려"가 있다며, "대관 당일 체육관 공사"를 핑.. 2017. 10. 19.
화장실을 두고 일어나는 변화 겨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화장실. 누군가에게는 옷을 갈아입는 곳, 누군가에게는 쉽게 용변을 처리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별을 지정당하고, 일자리를 바꿔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며, 폭력이 일어날 수도,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는 곳이 화장실이다. 트랜스젠더의 경우가 바로 이렇다. 비트랜지션중인 트랜스젠더의 경우, 자신의 성별과 다른 성별화장실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의 경우 자신에게 맞는 화장실은 기존 성별이 분리된 화장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트랜지션을 마친 경우에도, 트랜스젠더라고 의심되는 순간 언제나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2011년 미국의 맥도날드에서 ‘크리시 리 폴리스’라는 트랜스젠더 여성은 화.. 2016. 11. 13.
‘여성성소수자’, 이야기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커밍아웃 - <2016 여성성소수자 떠들기대회>에 부쳐 정현희(언니네트워크, 퀴어여성네트워크) “내 삶을 누군가 그렇게 한 줄로 정리해버린다면 정말로 외로울 것 같다.” 나이듦과 여성의 삶을 그린 TV드라마 에 나온 대사다. ‘중졸 콤플렉스를 가진 이모의 지식인 사랑’, ‘딸년은 과부에 아들은 장애인인 오쌍분 여사’ 등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한두 줄의 묘사는 우스꽝스럽고 모욕적이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병사’로 기재된 순간도 그러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책임을 묻는 것을 두고 ‘시체팔이’라고 농락하는 말들도 그렇다. 한두 줄로 모욕당하는 누군가의 삶을 외롭게 두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는 매순간, 이야기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커밍아웃이다. ‘말’은 항상 부족하고 말들 사이의 빈 틈새는 성소수자.. 2016. 10. 9.
지금 이 순간 바이로 사는 우리들을 위해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팀) 9월 23일은 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이다. 안 들어본 사람들이 더 많을지 모르지만, 1999년부터 시작된 꽤 오래된 행사이다. 유래는 세명의 바이섹슈얼 운동가인 웬디 커리, 마이클 페이지, 그리고 지지 레이븐 윌버 세명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윌버씨가 바이섹슈얼들을 위한 파티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서 태동하였다. 그의 발언을 들어보자. "스톤월 혁명 이후 게이와 레즈비언 커뮤니티는 역량과 가시화 측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바이섹슈얼 커뮤니티 역시 역량이 강화되었지만 우리는 많은 측면에서 아직 삭제되고 있다. 나 역시 사회에 의해 한 커플이 손을 잡고 가는 것을 그들의 인식된 젠더에 따라 헤테로 아니면 호모섹슈얼 커플이라고 명칭하게끔 길러졌다." 웬디 커리에 의하면 "해마다.. 2016. 9. 23.
Wonder Man? Wonderland! 한희(트랜스젠더 활동가) Wonder Man 지난 8월 1일 발표된 허밍어반스테레오와 밴젝스의 콜라보 곡 , (아마도) 비수술 트랜스여성을 만난 남성화자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 곡의 가사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해서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인터넷상에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희화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라 하여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웃기다’, ‘충격적이다’, ‘독특하다’ 등 대수롭지 않게 보는 반응들이 주를 이루었고, 개중에는 ‘결국 마지막에 사랑한다고 끝나니 좋은 거 아니냐’는 독특한 반응도 있었다. 사실 나는 허밍어반스테레오라는 밴드에 대해서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알게된 김에 다른 곡들도 들어보았지만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이러한 가사를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2016. 9. 1.
[성소수자와 장애] 트랜스젠더와 장애, 정상/비정상적인 몸 성소수자들은 정상성 규범으로부터 일탈되고 배제되고 삭제압력을 받지만 그렇기에 정상성규범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저항하고 새로운 윤리와 제도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장애와 접점을 갖는다. 장애로 취급되거나 장애 당사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성소수자로서 장애를 대하는 경험은 어떨지 여러 분야에 걸쳐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성소수자와 장애] 기획의 글- 반짝반짝 서로를 비추는 성소수자와 장애의 이상한 커넥션 보러가기 한희(SOGI법정책연구회 연구원) 트랜스젠더와 장애의 관계(엄밀히 말해 이 말은 좀 이상하긴 하다. 모든 트랜스젠더가 비장애인인 것도, 모든 장애인이 비트랜스젠더인 것도 아니니)는 일종의 양가성을 띠고 있다. 가령 현재까지도 논의가 진행 중인 트랜스젠더의 탈병리화에 대해서 트랜스젠.. 2016. 4. 10.
또 한 번의 여성의 날, 우리에게 필요한 ‘더 더러운 커넥션’ 나기(언니네트워크, 퀴어여성네트워크) 지난 3월 5일,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서울시청에서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같은 시각, 공교롭게도 같은 날 2016 LGBTI 인권포럼이 진행되었다. 제32회 한국여성대회의 주제 “희망을 연결하라 모이자! 행동하자! 바꾸자!”와 인권포럼의 “THE 더러운 커넥션”이 한 자리에 ‘연결’되어 ‘커넥션’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첫 번째 세션인 에는 메갈리안들이 와서 분탕질이라도 쳐줬으면 싶었다. 다음 날 있었던 에는 그동안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페미니스트들만이 아니라 다른 단체의 페미니스트들이 와서 이 판의 이야기를 좀 들었으면 좋을텐데, 그러다가도 흠칫- 새삼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놀라는 것이었다. 작년 3.8 .. 2016. 3. 13.
조각보자기를 풀어헤치다 (제목 주: '조각보자기' 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발족에 맞춰 조각보 활동가 한 명 한 명의 고민, 의지, 희망을 담아 만든 문집의 표제입니다. 조각보라는 단체 명칭에 아직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조각보라고 말하는 대신 보자기라고 말실수하시는 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표제이기도 합니다.) 수엉, 준우(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2015년 11월 14일, 가 발족했다. 조각보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국내 유일의 트랜스젠더운동 단체’ 라고 설명할까 싶다가도 조금 주저하게 된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꾸린 는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 트랜스젠더의 삶에서 마주하는 차별, 혐오, 폭력에 함께 저항하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설립을 .. 2015. 11. 25.
내 삶의 전환점이 되어준 트랜스* 세미나 주하(트랜스* 세미나 참여자) 트랜스 세미나 전 회를 참가하고 나서 나는 트랜지션을 시작하지 않은 26세 MTF 트랜스 여성이다. 행성인에서 주최한 트랜스 세미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한 친구의 권유였다. 그 친구는 트랜스젠더로서 뭘 해야할지 모르는 나를 보면서 참 많이 답답해 했다. 그 친구가 트위터를 돌아다니다가 소개해 준 것이 행성인 트랜스* 세미나였다. 처음 참가할 때는 ‘세미나’라는 제목에 부담됐다.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을 다룰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가하고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가볍게 참가 할 수 있었다. 트랜스 세미나 중 인상깊었던 회차는 1회차와 6회차였다. 1회차는 친구와 같이 참가했는데 솔찍히 ‘이게 뭐야…’ 라는 소리가 나올정도였다. 내가 너무 많이 알아보고 기대한 .. 2015. 11. 9.
젠더퀴어 - 이분법을 해체하고 흐르게하다 바람(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나는 14살 때 시스젠더 남성 동성애자(이하:시스게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6년 동안 성소수자 사회에서(또는 시스게이 사회에서) 소위 “끼”가 많고 벅찬(활동적인) 게이로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다녔다. 그러던 중 나는 시스게이 사회 내부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여성비하적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가령 자신이 남성 동성애자이면서 본인을 종종 여성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방과 이야기 할때 “~년아”를 붙이거나, 시스젠더 여성의 생식기관을 성적으로 삼는 일부 시스게이 사회에 대해 막연한 불쾌감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참여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커뮤니티는 게이 커뮤니티였기에 20살 까지 그들의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 없이 조용히 활동만 해왔다. 혼자라고 느.. 2015.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