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To. 연수
연수님, 잘 지내실 거라 늘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버리셔서 한동안 너무 슬펐어요. 그렇지만, 연수님이 진짜 웃기고 열정이 넘쳤던 모습만 간직하려고 해요. 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예전에 행성인 신입회원교육인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회의에 처음 오셨을 때 되게 낯가리셨잖아요.ㅋㅋ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저와 개그배틀을 벌일 상대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같이 운동하고 놀 수 있어서 너무 즐겁고 고마웠어요.
연수님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은연중에 연수님을 많이 의지했어요. 큐리블 모임 운영이 힘들 때도 대신 맡아서 풋살부장님 해주시고 거의 잠적(?)했을 때도 잘 챙겨주셨잖아요. 큐리블 마라톤 TF방에서도 웃긴 짤들, 위로의 짤들을 보고 많이 정말 많이 위로받았어요.
연수님은 저보다 더 활동에 진심이고 진취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연수님이 더 대단해보이고 걱정도 되고, 저와 비슷한 면이 많다고 느꼈답니다. 그래서 트랜지션 일기를 보며 더 슬펐던거 같아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더 빨리 알아차려서 서로 토닥여주고 위로를 해줄 걸 하는 후회가 너무 들더라고요.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고 퀴어천국에서 즐겁게 쉬시길 바랄게요. 먼저 가서 다 기강잡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연수님이 올려주신 이미지와 글들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갈게요. 힘들 때마다 꺼내보고 연수님을 기억할게요. 연수님이 가지고 계셨던 고민, 열정, 슬픔, 절망, 희망 등등 앞으로 살아가면서 조금씩 세상에 알리고 나누며 살아갈게요.
연수님이 지난 3.8 여성파업때 용주골 투쟁에 대해, 성노동자에 대해, 트랜스젠더에 대해 말하던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에요. 그만큼 연수님은 변혁이었고 투쟁이었습니다. 혼자 그 짐을 느끼게 해서 너무 죄송해요. 짐을 맞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적다보니 제 다짐들만 나열해버렸습니다. 영원히 알지 못할 이야기가 아닐거에요. 저도 퀴어천국에 가게 되면 얼마만큼의 고난과 역경과 기쁨 슬픔 기타 등등이 어땠는지 다 말해드릴게요.
그리고 결국에 누가 제일 웃긴지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배틀도 다시 뜨자구요. 더 가까운 사이가 되지 못해 아쉬워요. 그래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꼭 지켜봐주시는건 어떠신지코요태김종민...
보고싶을거에요!
소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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