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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태성의 Melancholy4

박쥐 존재의 갈증 구원 따위는 없었다. 박찬욱은 떼레즈 라깡의 원작자 에밀졸라를 뛰어넘는 이 기괴하고 끔찍한 동시에 매우 우아하고 매혹적인 B급 영화 속에서 인생 본연의 목마름(thirst)을 표현해 냈다. 이 영화가 갖는 복잡하고 어려운, 그래서 허무하기까지 한 스토리라인은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의 원작을 살짝 빌려와 인간의 감정과 욕망, 정체성, 섹슈얼리티, 믿음, 사회적인 계급과 종교 등을 마구 뒤섞여 놓아 보는 이들의 시각이나 관점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뉘게 만든다.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에게 물컹하고 비균질한 정액을 마시는 불편함마저 끊임없이 제공한다. 대속과 부활, 영생을 말하는 종교영화인 듯 하다가, 피가 낭자하게 흐드러지는 B급 호러무비 인듯하다가, 순간순간 파고드는 블랙 코미디 앞에서 관객은 어리둥절.. 2009. 6. 1.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작년 한미 쇠고기 협상부터 드리웠던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더욱 어두워져만 가고 있다. 동인련 칼럼을 준비하고 막 넘기려는 찰나에 용산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1명이 극한의 고통과 공포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금 한국은 제3공화국이나 제5공화국에서도 일어날 수 없었던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성소수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더 큰 두려움을 가지게 한다. 언제 지배 권력이 주류의 잣대를 들이밀며 우리들에게 칼을 휘두르고 위협을 가할지 모를 일이다. 나는 조용히 이번 칼럼을 덮고 이번에는 공란으로 비워둘까.. 아니면 소설 한편을 쓰고도 남을 이 시대의 작태를 다시금 되짚어 카타르시스가 흐드러지도록 욕지거리를 해볼까.. 심히 고민을 해보다가 2009년을 시작하는 칼럼만큼은 그 테마를 사랑으로.. 2009. 1. 30.
봄날은 간다 동인련 웹진 "너, 나, 우리 '랑'" 9월호 서른은 이렇게 살수도..이렇게 죽을 수도 없는 나이라고 어느 시인이 그랬다. 그렇게 끔찍한 서른을 맞고도, 거기서 여덟 해가 내게서 지나갔다. 스물 몇 살이 되던 해, 소위 데뷔(?)를 한 셈이니 내가 게이로 살아온 시간도 얼핏 십여 년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정체성의 혼란을 고민하다 서른 몇 알의 수면제를 집어 삼키고 응급실에서 눈을 떴던 열일곱 살 이후부터 스물다섯 살이 되던 해까지의 시간은 몹시 힘들었던 기억들로 떠올려진다. 이성애자로서 살아가기를 끊임없이 강요하는 세상에서 나는 용케 내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맘을 열어 게이로 살아남았다. 나는 동성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받았던 수많은 상처와 일반이 되지 못해 나를 허비한 시간들이 억울했고 이 사회가 가.. 2008. 9. 29.
하늘로 오르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갔고 이제는 죽음이란 ‘현실’의 또 다른 이름이 별다른 감흥과 놀라움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C군의 부음 앞에서 적잖이 놀랐고 가슴이 아렸다. 작고 여린,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던 소년은 끝내 완벽한 소녀가 되지 못한 채 그렇게 쓸쓸 히 스물 몇 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은 타살이란 점과 그것이 일하던 술집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손님에 의해서였다는 점, 그리고 살해를 당한 후 불에 타 시신이 훼손되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경악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내가 기억하는 C군와의 만남은 몇 해 전 인권캠프를 준비하면서였다. 조그마한 키에 무척이나 말랐고 눈이 예쁜, 말수가 별로 없던 눈에 띄는 아이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나는 그.. 2008.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