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이야기416 [회원 에세이] 2025년 서울퀴어문화축제 퍼피 프라이드 플래그 행진 후기 마루 (행성인 HIV/AIDS 인권팀) 몇 년 전 우연히 만난 트위터 지인을 통해 펍마스크의 귀엽고 섹시한 매력을 알게 되었다. 2024년 10월 대만 퀴어 퍼레이드에서 대규모의 펍마스크 행진단 틈에 끼어 행진한 경험은 충격과 감동이었다. 나도 한국에서 퍼피 프라이드 깃발을 들고 행진하리라 다짐했다. 혼자서 다짐만 하면 흐지부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행성인 웹진에 행진 참여를 독려하는 글도 실었다. 국내 최초로 퀴퍼 행진에서 퍼피 프라이드 깃발을 들고 행진한 사람이 되겠노라 야심차게 결심했지만 당장 깃발을 주문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해 행성인 상근활동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덕분에 그가 추천한 장투지원단 뚝딱이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사이즈의 깃발과 5M 길이의 깃대를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었다. 이제.. 2025. 6. 22. [회원 에세이] 변화한 것들 바을(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안녕하세요, 웹진에 처음 글을 기고하게 된 바을이라고 합니다. 대학생이고, 2024년 11월에 행성인에 가입했어요. 사실 웹진에 글을 쓰는 건 꽤 오래된 소망이었어요.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행성인 웹진에 연락을 드렸더니, “6월 웹진을 목표로 글을 보내주세요”라는 답을 받았죠. 이 글에서는 행성인에 들어오고 나서 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해요. 저를 소개하는 첫 글이라면 제가 행성인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를 쓰는 게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사실 처음 행성인을 알게 된 건 한 친구를 통해서였어요. 사랑했던 사람, 지금은 하늘로 떠난 사람이예요. 저는 부고 소식을 듣고 한동안 세상과 거리를 두며 지냈어요.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고 .. 2025. 6. 22. [코코넛의 눈코입귀] 신은 우리를 죽도록 사랑하시거나, 죽어라 증오하시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20일은 퀴어팔레스타인연대 QK48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그리고 무지개행동이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의 달’로 지정한 기간이다. 사회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여러 이슈 중에 성소수자들이 연대하지 않는 의제가 어디 있겠냐마는,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는 나에게 다른 의제들보다 조금 더 다층적이고 섬세한 것으로 다가온다.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탄압의 역사가 애초에 여러 강대국들이 관련되었고 수십 년 전부터 이어 온 복집한 문제이기도 하고, 팔레스타인 탄압은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눈에 보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대중의 관심이나 호응을 받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며, 이란을 비롯해서 이스라엘이 공격하는 대부분의 이슬람 .. 2025. 6. 22. [문수의 지구여행기] #6. 무업(巫業)의 시간 문수 (한국HIV/AIDS감염인인권연합 KNP+) 연재의 말게이들은 외계에서 온 것 같다.그래서 지구에 여행 온 외계인의 삶을 기록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참…이 나이에 글을 쓸 줄이야, 가 아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 보는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남자로서가 아닌 게이로서의 내 삶을 솔직하게 기록해 본다. ‘인생이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고, 답답한 나머지 무당이라도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찾아간 무당은 유명 여성잡지에 나온 ‘ㅇㅇ작두도사’였다. 그는 김영삼의 부인이 대통령 선거 전에 점을 보러 가서 유명해진 무당이었다. 김영삼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예언을 해서 유명해진 뒤로는 예약을 하고 3개월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만나기 힘든 박수무당이었다... 2025. 6. 22. [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38. 토끼와 거북이 여기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기획의 말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성통곡 에피소드 1: 인보는 토끼 엄마는 거북이 아이가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자기는 토끼하고 엄마는 거북이 하자는 겁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를 본 모양입니다. 토끼는 무엇이든 빨리해서 이기는 승자, 반대로 거북이는 느릿느릿해서 지는 녀석으로 여겨서 자신은 토끼가 하고 싶은 겁니다. 어느 날 아이와 점심을 먹었어요. 그런데 자기는 토끼, 엄마는 거북이 하자고 하.. 2025. 6. 22. [회원에세이] 펍 마스크를 쓰면 기분이 좋거든요 마루(행성인 HIV/AIDS 인권팀) 성적 페티시를 소개하는 글을 행성인 웹진에 기고한 적이 있다. 바로 ‘괴물 페티시’다. 어릴 때 비디오숍에서 자주 빌려 보던 후뢰시맨, 바이오맨, 마스크맨과 같은 히어로물에 나오는 괴물에 유독 흥미가 있었다. 사춘기에 접어들고 성(性)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내가 그러한 괴물들을 성적 대상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로 괴물 덕질에 천착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실존하는 괴물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겉모습은 괴물이되 그 안에 사람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하게 했다. 페티시가 너무 독특하다보니 공감할 사람이 없는 외로움에 사무쳐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온라인 상에서 나와 같거나 유사한 페티시를 가진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연기하.. 2025. 5. 22. [코코넛의 눈코입귀] 가족 여러분, 저는 게이입니다. 이를 어쩌죠?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3월 초 어느 밤에 아빠에게 스트레스성 커밍아웃을 한 적이 있다. 써 놓고 보니까 글을 시작하기에 이보다 구린 문장이 있을까 싶긴 하다. 그런데 진짜 이것 말고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커밍아웃 유경험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조언을 한다. 원가족(특히 부모)에게서 심리적, 물리적, 경제적으로 독립했거나, 그럴 준비가 되었을 때 커밍아웃을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은 청소년기나 대학생 시절에 덜컥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다가 제대로 실패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집에서 쫓겨나거나 전환 치료까지 받은 경우도 주변에서 들었다. 나는 이십대 중반이고, 대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보내는 중이다. 당장 혈혈단신으로 밖에 나가면 단 일주일도 제대론 된 곳에서 잠을 .. 2025. 5. 22. [문수의 지구여행기] #4. 부산, 히브 문수 (한국HIV/AIDS감염인인권연합 KNP+) 연재의 말게이들은 외계에서 온 것 같다.그래서 지구에 여행 온 외계인의 삶을 기록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참…이 나이에 글을 쓸 줄이야, 가 아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 보는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남자로서가 아닌 게이로서의 내 삶을 솔직하게 기록해 본다. 1992년 말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해는 김영삼이 삼당 합당을 해서 신한국당의 대선후보가 된 해였다. 나는 부산으로 내려가서 찜질방에서 매점을 시작했다. 그리고 부산 범일동의 단란주점에서 두 번째 애인을 만났다. 그는 안경을 쓴 귀여운 범생이 스타일 친구였는데 재미교표 3세였고 부산대학교의 교환학생으로 와서 하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대담하게도 나에게 먼저 프러포즈를 했는.. 2025. 5. 22. [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37. 할머니 할아버지와 네 살 생일잔치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기획의 말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행성인 동지 여러분내란의 밤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판결까지 여러 모로 마음과 몸이 분주하게 보내셨지요? 저희는 지난달 딸내미 손을 잡고 할머니네 식구들과 함께 Moving Up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이런 행사를 다녀보니 ‘이제 우리도 학부모가 되었네!’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5월은 모국의 5월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달입니다. 5월은 무엇보다도 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게 따스함이 너무 좋.. 2025. 5. 22. [코코넛의 눈코입귀]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 비애국 성소수자의 독백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정확히 11년 하고도 하루가 모자란 날, 2014년 4월 17일 아침.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평소와 같이 학교에 갈 준비를 하면서 집 앞에 배송된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훑어보고 있었다. 대형 여객선이 침몰해서 여러 명이 구조되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크게 보도된 것 같았다. 모르는 사람들이 구조선을 타든 말든, 당장 학교에서 애들이랑 무슨 딴짓을 하고 놀지, 학교 끝나고 자기 전까지 풀어야 할 문제집 양이 얼마나 많을지가 더 중요했던 시절, 대한민국의 나름 선진적인 인명 구조 시스템이 어련히 일을 잘하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기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학교로 향했다. 그 이후로 며칠, 몇 주, 몇 달이 지나서까지 사람들이 기사 속 여객선 .. 2025. 4. 19. [문수의 지구여행기] #3. 원양, 아프리카 문수(한국HIV/AIDS감염인인권연합 KNP+) 연재의 말게이들은 외계에서 온 것 같다.그래서 지구에 여행 온 외계인의 삶을 기록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참…이 나이에 글을 쓸 줄이야, 가 아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 보는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남자로서가 아닌 게이로서의 내 삶을 솔직하게 기록해 본다. 1989년, 오징어 배를 타고 연근해로 나갔다. 오징어 채낚기는 각자 본인이 오징어를 잡는 대로 월급이 정해지는 보합제의 형태다. 오징어 낚시는 멍텅구리 낚시라고 미끼 없이 낚시 바늘을 여러 개 매달아서 바다에 던진 뒤에 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오징어를 낚는 재미있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겨울 바다는 매서운 추위와 싸워야 해서 힘들었다. 우리는 오징어 낚싯배로 흑산도 앞바다부터.. 2025. 4. 19. [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36. 자식이란?: 전생(前生)에 목숨을 구해주고 은혜를 베풀어준 빚쟁이!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기획의 말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딸내미, 너는 누구냐? “자식은 부모가 전생에 빚을 많이 져서 빚 받으러 온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 발렌시아에서 만난 조은숙 선생님(교육심리학 박사)이 들려주었습니다. 이 선생님을 인보는 은숙이모라고 부릅니다. 어느 날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고 운동 삼아 거닐며 부모-자식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자식은 전생에 내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래요”이라고 동생 훈이가 예전에 해준 .. 2025. 4. 19. [신임 운영위원 이야기] 3년, 그리고 3년, 그 뒤로도 쭉 김민지 (행성인 운영위원) 올해 행성인 운영위원이 되면서 총회 자료집에 활동경력을 싣기 위해 경력을 되돌아보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닌데 가입 년도가 헷갈려 계기가 되었던 행사를 확인하고 팀 소통방에 처음 들어간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 체크했다. 행성인에 2021년 말에 가입, 2022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3년간 활동 후 운영위원이 된 것이다. 시작 원점을 찾으려고 위로 위로 스크롤을 올린 소통방은 나눈 메시지가 정말 많고 길어서 그간 쌓인 시간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행성인을 처음 찾은 건 2021년 ‘성소수자 노동권 연속토론회-일터의 성소수자들, 노동권을 말하다!’ 행사를 통해서였다. 퀴어 술집에서 자주 만나며 친해진 친구가 행사에서 발제를 한다며 권했는데, 온라인 행사라 참석을 위한 이동.. 2025. 3. 25. [신임 운영위원 이야기] 까짓 거 한 번 해보죠 소하 (행성인 운영위원) 혼란과 혼돈이 지배하는 난세의 시기에 다들 안녕들 하신가요? 저는 소하입니다. 원래는 운영위원을 맡게 되어 각오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지면이었는데요. 각오를 이야기하자니 “까짓거 한번 해보죠!” 정도로 짧게 나올 것 같아서, 여러분이 저를 잘 이해하고 제 생각을 알 수 있도록 제 얘기를 늘어놓아 보려고 해요. 우선,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트랜스젠더 여성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게임 기획자로 일했지만, 지금은 인권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정체화한 지는 그렇게 오래된 편은 아닙니다. 19년도 하반기에 정체화를 하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으니까 대충 5년 정도 됐네요. 외모도 남성인지 여성인지 .. 2025. 3. 25. [신임 운영위원 이야기] 행성인 회원'상(像)', 초심을 떠올리며 영민 (행성인 운영위원) 2014년에 행성인에 첫 발걸음을 하고 그야말로 푹 빠졌습니다. 행성인이 태동한 이후로 어떤 회원들이 무슨 운동을 해 왔는지 그 역사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현재 성소수자 운동에는 어떤 의제가 논의되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운영회의에 계속 참관하다 이듬해에 마침내 운영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충족하여 2015년도 운영위원으로 인준을 받았습니다. 중간에 생업에 치이기도 하고, 운동이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도 했지만 2019년도까지 세 개 년도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행성인 회원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령대는 20~30대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활동이 뜸해져 얼굴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회원들이 늘어가는 것을 느꼈거든요. 하지만 저는 40.. 2025. 3. 25. [신임 운영위원 이야기] 꿈을 이루겠습니다 이안 (행성인 운영위원)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행성인에서 25년도부터 운영위원과 트랜스팀장으로 활동하게 된 이안입니다. 반갑습니다. 짧막하게, 또 편하게 이야기 나누도록 할게요. 운영위원으로서의 목표는, 행성인이라는 이름과 공간이 제게 그랬듯 많은 회원들에게 좀 더 ‘믿는 구석’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성소수자 단체로서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곳, 해야하는 일과 하고자 하는 일을 자유롭게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총회 자료집에 올라간 저의 올해 운영위 활동에 대한 다짐 문구입니다. 한 해 포부를 적도록 칸을 마련해주셨지만, 정답이랄 게 없는 그 작은 빈칸을 알맞게 채우는 일도 참 어렵더군요. 글쓰는 솜씨가 영 아닌 것도 한 몫 하지만요. 대단히, 대단한 일을, 대단하.. 2025. 3. 25. [회원이야기] 내란의 시절, 이른 추억들 남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1계엄의 밤을 보내고 곧장 독감예방접종을 맞았다. 이번 겨울은 길바닥에 납세한다는 직감에 몸부터 챙긴 거다. 근자에 잘 낫지도 않는 독감과 몸살에 죽다 살아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간 제일 잘한 일로 꼽는다. 매주 광장에 나오는 일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동료 활동가들이 전면에 나서서 조직에 들어가 주요 집회와 행진을 기획하고 단식도 불사하는데 깃발 들고 나가는 것 정도야. 매일같이 집회를 나가면 평소 뜸했던 행성인을 비롯한 성소수 동료들도 자주 보고, 동료들도 자주 보고, 자주... 까지다. 판결이 늘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집회 초반에는 광장의 새로운 풍경에, 새로운 연대를 확인하는 일에, 발언자의 용기와 웅변술에 감탄했고 각성한 언어들을 아카이빙하겠다는 .. 2025. 3. 25. [코코넛의 눈코입귀] 당신 눈앞에 퀴어는 풀만 먹습니다. 버티세요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평소에 술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일주일에 8번 정도 술을 마신다는 게 과장은 아닐 거다. 학교 수업과 알바와 집회 등 이런저런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밤에 사람들과 함께 소주 마시는 게 삶의 몇 안되는 낙 중 하나인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보면 사소하게 걸리는 게 하나 있다. 만 5년째 비거니즘을 지향하고 있어서, 일반 술집에 가면 생각보다 안주로 먹을 게 많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 메뉴에 가지튀김이나 감자튀김 같은 메뉴가 있으면 그걸 일단 시키고 본다. 감자튀김에 소주는 생각보다 많이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빈속에 술을 마시기에는 좀 그러니까 뭐라도 시킨다. 한국은 생각보다 비건 프렌들리하지 못한 나라이고, 그나마 식사를 할 때는 들깨수제비나 콩국수,.. 2025. 3. 25. [문수의 지구여행기] #2. 서울, 게이 생활 문수(한국HIV/AIDS감염인인권연합 KNP+) 연재의 말게이들은 외계에서 온 것 같다.그래서 지구에 여행 온 외계인의 삶을 기록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참…이 나이에 글을 쓸 줄이야, 가 아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 보는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남자로서가 아닌 게이로서의 내 삶을 솔직하게 기록해 본다. 1981년, 스무 살이 되었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대형 소갈비 집에서 웨이터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강남 개발이 한창이어서 신사동 옆 반포나 잠실은 땅을 고르는 중장비 트럭들로 넘쳐났다. 분주함에 덩달아 마음이 들떠서인지 시골 게이의 서울 상경기는 잠깐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순탄했고 즐거운 날의 연속이었다. 그 당시 갈비집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만 나면 동대문.. 2025. 3. 25. [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35. 거짓말, 게임앱, 산타 삼촌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기획의 말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딱 걸린 거짓말 며칠 전 아이의 거짓말이 딱 걸렸습니다. 아이가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틀어 놓고 찢어진 풍선을 갖고 놀고 있더라고요. “다 놀고 쓰레기통에 버리렴” 하니 “네” 라고 아주 쿨하게 대답을 했어요. 그런데 이 녀석 세면대 하수구에 그냥 버린 겁니다. 하수구가 막히면 대공사인데. 딱 걸리자, 마당으로 도망쳤어요. 비가 와서 바닥이 미끄러운데 그만 쿵하고 넘어졌어요 발등과 무릎이 까지고 바지에 온통 .. 2025. 3. 25. 이전 1 2 3 4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