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행성인 운영위원)
올해 행성인 운영위원이 되면서 총회 자료집에 활동경력을 싣기 위해 경력을 되돌아보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닌데 가입 년도가 헷갈려 계기가 되었던 행사를 확인하고 팀 소통방에 처음 들어간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 체크했다. 행성인에 2021년 말에 가입, 2022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3년간 활동 후 운영위원이 된 것이다. 시작 원점을 찾으려고 위로 위로 스크롤을 올린 소통방은 나눈 메시지가 정말 많고 길어서 그간 쌓인 시간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행성인을 처음 찾은 건 2021년 ‘성소수자 노동권 연속토론회-일터의 성소수자들, 노동권을 말하다!’ 행사를 통해서였다. 퀴어 술집에서 자주 만나며 친해진 친구가 행사에서 발제를 한다며 권했는데, 온라인 행사라 참석을 위한 이동의 부담도 덜한 상황이고 주제에도 흥미가 있던 터라 접속했던 행사는 정말로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다른 주제로 이루어지는 연속토론회의 다음 세션에 오프라인으로 참석하고 싶어질 만큼. 그렇게 찾은 대흥동 사무실에서 활동가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가입 권유를 받았을 때 ‘저번 토론회도, 이번 토론회도 재미있었으니까 한번 가입해 볼 만 한 것 같아, 만약 안 맞으면 나중에 해지하더라도’ 라고 생각하며 가입했다. 얼마 되지 않아 2021년의 송년회가 있었고, 송년회에서 HIV/AIDS팀 가입 권유를 받아서 함께하게 되었다.
2022년부터 행성인 HIV/AIDS팀 활동을 시작했고, 3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팀원들과 서서히 친밀감이 생겼고, 단체에 애착이 생겨 회원모임을 나가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게 제안받아 다른 팀 활동에도 참석하는 등 여러 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거치며 행성인은 내 삶에 빠질 수 없는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2023년에는 회원들과 행성인 깃발을 들고 대만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행성인 팀 회의, 회원모임, 사람들과의 만남 등이 일정표에서 매 달 빠지지 않는 지경이 되었을 때쯤, 내년부터 운영위원이 되어 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어쩌면 기다려오던 제안일지도 몰랐다. 나는 행성인을 사랑했고, 행성인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제안을 받고 든 생각은 ‘내가 어떻게 운영위원을 하지?’에 가까웠다. 소모임도 많이 나가지 않고, 활동 경력도 비교적 짧은데다가 직장, 대학원, 운동(movement), 운동(exercise), 취미(otaku)등이 꽉 짜여서 돌아가는 생활을 하며 운영위원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안정과 위안이 된 건 활동하며 친해진 영민님도 동시에 운영위원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든든한 누군가가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훨씬 나았다.
제안 후 몇 달동안 거의 잊고 지내다시피 하다가 어느 술자리에서 ‘생각은 해 보셨냐’는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운영위원은 누가 합류할지 물어보고, 어쩐지 나보다는 너무나 든든하게 느껴지는 이름들인데다 서로가 서로의 등을 떠밀어주는 형국이 되어 결국 고민 속에 제안을 수락했다. 함께 운영위원을 맡아 줄 분들을 보고 든든해하다가, 나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다가, ‘나를 믿고 운영위원을 제안한 사무국을 믿어’ 상태가 되었다가.
10월부터 계획한 2월의 긴 여행은 최대한 총회를 피해서 잡으려고 했는데, 부득이하게 겹치면서 총회를 참석하지 못했다. 행성인 총회 날, 여행지에서 노심초사 휴대폰을 쳐다보며 운영위원으로 인준이 안 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들었다. 문제 있으면 문제 있다고 연락이 왔겠지? 라고 생각하며 걱정했던 것 마저 잊었을 무렵, 운영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영위원 한 달 차인 지금, 총회 이전 예비회의부터 4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정국이 어지러워 모두가 시국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태다. 3월 행성인 회원모임은 광장에 합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날씨는 이미 완연한 봄인데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듯 하다. 집회, 집회, 결의, 시국선언이 반복되는 와중에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행성인 회원들을 위해서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
총회 자료집에 실은 포부에 ‘많은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는 운영위원이 되고 싶다’ 고 적었다. 운영위원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아는 행성인 회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꼽아 보고, 내가 모르는 회원들에 대해 생각하며 아직 행성인의 일부밖에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올 한 해는 내가 모르던 행성인의 얼굴을 보고, 모르는 의제와 사람들과 활동을 알아가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소통으로 행성인에 무엇이 필요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운영위원이 되고 싶다.
운영위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보통 3년간 맡게 된다고 한다. 나는 회원으로 3년, 운영위원으로 3년을 보내는 셈이다. 6년째가 다 지나갔을 때 행성인이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잘 상상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의 엄중한 시국에도 불구하고 3년 뒤의 미래는 기분 좋은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다. 운영위원을 끝내고 다시 이 지면에 인사하는 그 날을 기분 좋게 기다리며,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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