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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177

[회원에세이] 우정이라는 개 같은 이름 * 해당 원고는 서울에 위치한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9월 4일부터 10 월 19일까지 진행하는 전시 을 바탕으로 한 평문입니다.    남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미술비평)  1이 글은 성토에서 시작한다. 그럴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한다. 우정이라는 관계성과 그 가치에 대해 전시를 기획하고 있으니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은 직후, 과거에 겪은 몇몇 배신과 실망의 경험들이 스쳤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글을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럴 바에는 우선적으로 다소간 미화된 의미를 거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우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소모적인 경합과 신경전에, 나아가 괴롭힘과 수탈에도 아랑곳하지 않음을 박아둔다. 얄팍한 믿음과 자기주문에 기반 한 관계로 우정을 바라보면서, 서.. 2024. 9. 24.
[회원 에세이] 시간과 공간과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넘나드는 누군가와 무언가- '닥터 후' 코코넛(행성인 HIV/AIDS인권팀)    나는 초등학생일 때부터 인생의 동력을 덕질로 삼고 살아온 사람이다. 가수, 영화, 드라마 등등 별의별 것을 다 덕질의 대상으로 삼았고, 한 번 입덕했으면 웬만해서 탈덕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누구나 알 만한 해리포터, 혹은 유명한 아이돌 그룹을 파 보기도 했고, 진짜 아무도 몰라서 사람들 여럿 모인 자리에서 얘기 꺼내면 갑분싸를 만들 만큼 마이너한 무언가를 파 보기도 했다. 9년 전, 중학교 3학년부터 덕질을 시작하던 당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있는데, 영국 드라마 '닥터 후'다. 고등학생 이후로는 영어도 닥터후를 보며 학습했고(덕분에 나는 한국, 미국, 영국 억양이 애매하게 섞인 영어를 구사하며, 미국인들에게서 싱가포르 억양 같다는 말을 들은 .. 2024. 8. 26.
[서평] 젠더를 바꾼다는 것 애벌레(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    젠더를 바꾼다는 것 젠더를 바꾼다는 것, 우리 사회는 흔히 그것을 트랜지션이라고 부른다. “전환”이라는 표현을 생각하면 레버를 당기는 것처럼 손쉽게 바뀔 것 같지만 정체성을 탐색하는 일이 그리 간단할 리 없다. 트랜스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트랜지션에 대해 설명하는 일은 무척 어려울 지 모른다. 그러나 책의 저자인 먼로는 “우리는 모두 트랜지션”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모두 인생에서 전환의 시기를 거쳐간다. 성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학창 시절, 연애, 사랑, 인종, 일, 가족, 우울과 같은 인생의 여러 조각도 빼놓을 수 없다.  책의 저자인 먼로 버그도프에게 트랜지션은 자신이 “상상할 수 있었던, 유일하면서도 .. 2024. 7. 28.
[회원 에세이] 내가 사랑하는 퀴어한 케이팝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이 글이 발행될 시기는 5월 말,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퀴퍼) 직전일 것이고,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시점은 주로 퀴퍼 전후일 것이다. 퀴퍼를 처음 참석한 게 작년이었는데, 무지개를 두른 사람들이 트럭에서 나오는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추고 즐기는 모습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케이팝에서 퀴어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케이팝의 주된 소비층이 젊은 여성과 퀴어라는 인식이 있으며, 이 생각은 상당 부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케이팝의 댄서블한 비트와 끼 넘치는 가사는 내가 많이 보는 게이 커뮤니티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이태원의 게이 클럽에서는 밤새도록 (걸그룹 위주의) 케이팝이 흘러나온다. 물론 케이팝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게이들도 많고.. 2024. 5. 26.
[4월 추모주간 기획] 기억의 문장들 정리 : 남웅 (미디어 TF)  4월 27일 진행한 '행성인 기억모임'에서는 참여자들과 먼저 떠난 이들의 기억을 나누고 이들에 대한 추모와 기억에 관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정성스럽게 손으로 남긴 문장들 중에 나눔을 허락한 텍스트들을 웹진을 통해 여러분과 남깁니다.    "사진을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궁금증은 이름과 사인이었는데, 사진 속 모습과 함께 당사자의 면면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인으로부터 들으니 사진 밖의 모습도 궁금해졌다. 책상 위 사진에 작은 영혼들이 떠 있는 상상을 했다. 이 분들과 함께 모임을 가지는 느낌도 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내 주변인 같이 가까운 느낌을 받기도 했다. 사실 모든 이야기들이 다 울컥했는데, 세상을 떠난 이들과 산 자들의 관계, 그리고 남겨진 자들끼리는 .. 2024. 4. 24.
[드라마 리뷰] 커뮤니티의 이야기- 잇츠 어 신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최근에 '모두의 결혼' 자원활동가로 부스를 운영하면서 많은 시민들을 만나보는데, 외국에서 한국 여행을 왔다는 분과 이야기를 할 일이 있었다. 모두의결혼이 어떤 단체인지 설명드리니, 본인도 퀴어 당사자라고 말씀하시며 사용했던 말이 'I'm in the community too'였다. 그때 그분의 단어 선택에 흥미를 느껴, '커뮤니티', 더 구체적으로는 '퀴어 커뮤니티'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도 퀴어 당사자이다'라고 해도 되었지만 '나도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신 이유를 짐작해 보았다. 퀴어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것과 퀴어 당사자라는 것은 비슷한 말일 수도 있지만 뉘앙스가 조금 다른 것 같고, 한국보다는 외국의 자료에서 커뮤니.. 2024. 4. 24.
[연극 리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퀴어한- 연극 '13 후르츠케이크'와 '와이프'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뮤지컬에 이어 최근 연극을 보러 다니는 재미에도 눈을 떠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연극, 뮤지컬, 소설,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퀴어 서사 작품을 찾아서 보러 다니며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평가하는 것에 취미가 들렸다. 이런 나의 작년 마지막 관극은 연극 '13 후르츠케이크'였고, 올해 첫 관극은 연극 '와이프'였다. 둘 다 퀴어 서사 연극이었고, 볼 계획이 없다가 주변에서 소문을 듣고 충동적으로 예매했다는 것까지 똑같았다. 거기다가 여러 가지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어서, 물론 두 작품 모두 공연은 끝났지만 몇 년 후에 다시 공연이 올라올 때를 대비해, 이 두 가지 연극을 비교하면서 평해 보는 것도 나.. 2024. 3. 25.
[공연 리뷰] 오늘은 당신에게, 내일은 나에게, 하지만 오직 오늘 뿐- 렌트 코코넛(행성인 HIV/AIDS인권팀) 이 글에는 뮤지컬 '렌트'에 대한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렌트를 관람할 계획이 있거나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뮤지컬을 볼 때 노래와 연기 등 연출적인 요소에 더 집중하기 위해 스포일러를 미리 보고 가는 편이어서 스포일러에 예민하지 않지만, 모두의 의사는 존중해야 하니까요. 또한 이 글은 '렌트' 덕후의 주접이 들어가 있습니다. 돌아갈 시간을 드릴게요. 셋, 둘, 하나. 아직 남아 계신가요? 감사합니다. 그럼 글 시작하겠습니다. 돈 없는 학생인 나에게 어울리지 않게 좋아하는 돈 많이 드는 취미가 있다면, 뮤지컬을 보러 다니는 거다. 2021년에 '하데스타운'을 보고 김수하와 박강현의 달달함과 최재림의 성량에 .. 2023. 12. 24.
[문화 읽기] 쾌락의 열병, 커뮤니티라는 그을음을 따라 - 퀴어 미술 산보하기(2023년 5월) *편집자 주: 해당 원고는 6월 2일 카카오톡의 규제 이후 이미지 수정을 거쳐 재발행했음을 알립니다. 접속에 어려움이 있던 점 양해구합니다. 남웅(행성인 미디어 TF) 올해 5월은 여느 때보다 퀴어 작가들의 전시가 눈에 띄었다. ‘퀴어 미술’은 여전히 분명하게 범주를 나누고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 전시를 하나하나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는 말할 수 있다. 그간 자리를 다져온 퀴어 작가들이 활동 영역을 넓히고 당사자성 너머로 주제를 확장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굳이 자신을 성소수자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숨기지도 않는 이들도 많아졌다. 개중에는 굳이 당사자성을 드러내지 않거나 당사자 여부와 상관없이 퀴어적 해석을 가능케 하는 작업이 늘어난 경향도 눈에 띈다. 퀴어 관련 전시의 상당수가 기존 전시 홍보.. 2023. 6. 9.
[인터뷰] 보깅 한길에서 행동하는 성소수자를 만나다- 댄서 Cheri Boi 진행 및 편집: 남웅 인터뷰이: 체리보이(@Cheri_boi) 지난달 초, 자신을 게이 보깅 댄서로 소개하는 Cheri boi(체리보이)가 행성인에 메일을 보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사람들과 보깅을 같이 배우는 시간을 제안한 것이다. 새로운 제안에 눈이 번쩍 뜨였고, 곧바로 날짜를 잡아 사무국 활동가들과 미팅을 가졌다. 그는 어떤 동기로 행성인에 보깅을 제안한 것일까. 그는 어쩌다 보깅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한게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미디어TF는 대뜸 그에게 인터뷰를 제안하고 궁금한 건 다 물어보고 실을 수 있는 것들을 추려 실었다. 힙합, 왁킹, 보깅 남웅(이하 웅): 자기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체리보이(이하 체): 안녕하세요. 저는 ‘하우스오브러브’ 라는 팀에 속해서 보깅 댄서로 활동하고 있는.. 2023. 2. 26.
[미디어TF 르포] 페티시와 인종차별의 불화 위에서 남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미디어TF) 종종 트위터 뒷계정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의 사사로운 욕구가 중구난방으로 전시되면서 눈이 돌아가기 십상이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이 제 욕구를 표현하고 해소하는지, 트위터를 통해 어떻게 파트너를 만나고 협상의 체크리스트를 채우는지, 그렇게 만남과 관계를 영상이든 이미지든 기록하고 편집하여 제 계정에 전시하는지, 신체적 매력 외에도 플레이의 강도를 버티고 협상력과 관계의 능력들을 계정의 역량으로 삼으며 자신의 성적 매력을 홍보하는가를 엿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해외의 계정들도 살피곤 하는데, 다른 문화권과 더불어 상이한 지리적, 제도적 맥락에 위치하다보니 플레이 외적으로 어떤 요소들이 작동하는가를 좀 더 쉽게 발견한다. 그렇게 .. 2022. 7. 25.
20대 끝무렵의 기록 - 다니주누 전시 <존재의 이유> 스케치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미디어tf)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최영미 시인의 문구를 처음 접할 때에는 괜히 비장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는 저렇게 말하기도 민망한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서른을 앞둔 다니주누가 이십대 마지막 생일을 맞아 전시를 기획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엔 조금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대단한 나이라고 그렇게 기념을 하냐는 질문에 앞서 저렇게 HIV에 감염된 시간을 세고 나이들어감을 기념하는 시도가 자신의 서사에 궤적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생각을 거꾸로 하게 된 것이다. 홍보 문구 중에는 '관람 유의사항'이라고 적어넣으며 불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관람에 유의하라는 언급이 있었다. 얼마나 불편한지 가서 확인하겠다고 능청을 떨었지만 그만큼 신중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 2022. 5. 23.
우정과 애도의 틈새에서 – 2021년의 끝자락에 우리 곁에 머물다 간 공연과 전시들 남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1최근 번역 출판된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김수연 옮김, 현암사, 2021.)에서 저자인 리처드 윌리엄스는 도시가 특정 건축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는 접근에 반발하면서 성원들의 노동과 문화, 성적 욕망과 폭력, 정치권력과 자본의 ‘프로세스’에 이해 역동적으로 구성됨을 주장한다. 그 일환으로 저자는 퀴어 친화성이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다각도로 살핀다. 일테면 퀴어 친화적 도시가 세계성의 지표가 되고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동기부여가 되었는데,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스트리트나 맨체스터 캐널 스트리트가 대표적 예시인 것이다. 아시아 근방에서는 타이베이의 시먼 홍루를 떠올릴 수 있겠다.프로세스가 도시를 구성한다는 주장은 독자로 하여금 보다 일상의 층위에서 생활공간으로서 .. 2021. 12. 24.
유성원 a.k.a 버섯 북토크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일시 : 2020년 9월 7일 월요일 저녁 7:30 장소 : 행성인 교육장 / Zoom 사회 : 웅 녹취 : 갈릭 주최 : 행성인 HIV/AIDS 인권팀 웅 : 행성인 HIV/AIDS 인권팀에서 기획한 유성원 작가님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북토크 시작합니다. 코로나19 2.5 단계인 만큼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급히 기획을 조정하면서 에이즈팀원 여러분들과 조촐하게 이야기 나눕니다. 저는 책을 읽고 행사를 준비하면서 책 제목을 좀 비틀고 싶더라고요. ‘외로운 삼십대 모임 없는 토요일’…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유성원(이하 유) : 파주에 사는 서른네 살 게이 남성입니다. 주로 탑을 합니다. 정체화는 군대 전역한 스물세 살 무렵 했어요. 전에도 경험이 있었지만 스스로 게이라고 본격적.. 2020. 9. 21.
퀴어 신체로부터 장소의 가능성을 재구성하기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필자 주 - 해당 원고는 2020년 9월호 월간미술에 기고한 리뷰를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 다음의 글을 같이 읽어주세요. 남웅, 「‘타자’와 ‘타자-되기’ 사이 빗금의 연대」, 프로젝트 해시태그2020 서울퀴어콜렉티브 리뷰. 링크: http://www.projecthashtag.net/#sqc-review 지난여름 퀴어를 주요 소재로 삼는 전시들이 진행되었다. 탈영역우정국에서 열린 《작은불화/Minor infecilities》(2020.7.18-8.2)는 아시아 큐레이터들이 성소수자 작가들을 추천하여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전시 제목은 공간의 위계와 승리자의 거대서사에 저항하는데서 나아가, 질서에 예속되고 제도화되는 동성애 규범성(homonormativi.. 2020. 9. 14.
[코로나19와 성소수자] 당신의 안부 - ASMR썰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요즘은 자기전에만 들었던 ASMR 컨텐츠들을 시시때때로 틀어놓습니다. 책보고 글쓰고 방 닦고 설겆이하고 혼술하면서 허전해서 일단 틀고보는 식이에요. 안부를 얘기하는 김에 막간의 ASMR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아 얘가 키보드로 달고나커피+수플레계란말이 같은 걸 만드는구나 생각해주세요. 예전엔 많은 ASMR컨텐츠가 많은 경우 사물태핑과(초반에는 자신을 소리연구자라고 적어넣은 이들도 있었지요.) 먹방, 성적인 상황극 정도로 만들어졌다면, 이후에는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는 시도들이 눈에 띕니다. 이완과 휴식을 위한 청각 자극은 각종 캐릭터를 연성하고 롤플레이와 결합하면서 이상한 혼종들을 창안합니다. 대개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주도하는가 싶었던 자체 스튜디오형 롤플.. 2020. 4. 23.
유튜브, 해봐야 남는 것은 고통 뿐? 마당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비온뒤무지개재단 큐플래닛) 아마도 2018년 가을 쯤으로 기억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비온뒤무지개재단 사무국 회의에서 유튜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원사업도 실태조사도 아니었다. 바로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해보자는 이야기였다. 재단과 캠페인을 홍보하는 채널이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등장한 청사진은 그 이상이었다. 바로 한국 최초의 퀴어방송국. 뉴스, 인터뷰, 예능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이게 될까?’라는 마음과 ‘까짓거 해보자’는 마음이 반이었지만 어쨌거나 프로젝트는 그렇게 발을 뗐다. 그렇게 채널의 기획에서 프로그램 구성과 팀원 섭외까지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3월 18일 퀴어방송.. 2019. 10. 12.
"You have the power." 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요즘 SNS의 글들을 보면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것 같다. 지난달 14일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혐오표현규제법안이 어제 발의 취소 됐다는 기사를 봤다. 당시 함께 발의한 의원들(일일이 적어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올해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글 말미에 적어두었음)이 마음을 고쳐 먹은 것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일부 정치 세력은 혐오할 대상을 늘 찾고 적극 이용하고 있는데, 혐오이용 전략이 이루어질 수 없는 법이 생기는 게 눈엣가시인 것이다. 이 법안이 취소된 맥락과 차별금지법이 세워지지 않는 맥락은 같고, 소수자에게 이 법안이 꼭 필요한 이유 그 자체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조금은 위안이 될 영화를 공유할까 한다. 오늘 이야기 할 영화는 동성배우.. 2018. 3. 4.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 - 퀴어 프렌들리 업장 매그넘&퀸뽀차 대표, 퀸뽀님 인터뷰 인터뷰 한 사람: 오소리, 길벗, 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터뷰 받은 사람: 퀸뽀(매그넘&퀸뽀차 대표), 여단(퀸뽀님의 애인) ※ 편집자 주: 홍대와 상수역 인근 퀴어프렌들리 업장인 매그넘(2층)과 퀸뽀차(1층)를 운영하고 계신 퀸뽀님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특별히 퀸뽀님의 애인인 여단님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행성인 노래패 모임에서 우연히 퀸뽀차에 들렸다가 퀸뽀님과 인사를 나누게 됐고, 웹진팀까지 연이 닿았네요. 사실 그 전부터도 퀸뽀님은 행성인과 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퀴어프렌들리 업장에 대한 소개와 행성인과의 연은 무엇인지, 아래 인터뷰를 통해 살펴볼까요? :) 오소리: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퀸뽀: 저는 퀸뽀라고 합니다. 홍대에서 퀴어 프렌들리.. 2018. 3. 1.
‘끼순이, 부치 사절’ - 사람들은 그들을 왜 ‘사절’ 할까? 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끼순이 사절”, “부치 사절”, “일틱 선호”. 데이팅 어플을 둘러보다 보면 한 번씩은 봤음직한 문구들이다. 어플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주변 지인들이나 온라인 상에서 들려오는 경험담을 통해 접했기에 그다지 낯설지 않은 문구들일 것이다. 물론 단순 취향 차이로 끼순이, 부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종종 보이는 “끼순이/부치 나오면 죽여버린다” 등의 호불호 이상의 혐오성 짙은 과격한 문구들은, “끼순이/부치 사절”을 단순 개인의 취향만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그토록 혐오 당하며 사는 사회인데, 왜 또 누군가를 혐오하게 되는 걸까? 일단 ‘끼순이’, ‘부치’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게이는 남성을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남성, .. 2017.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