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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

[4월 추모주간 기획] 기억의 문장들

by 행성인 2024. 4. 24.

정리 : 남웅 (미디어 TF)

 

 

4월 27일 진행한 '행성인 기억모임'에서는 참여자들과 먼저 떠난 이들의 기억을 나누고 이들에 대한 추모와 기억에 관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정성스럽게 손으로 남긴 문장들 중에 나눔을 허락한 텍스트들을 웹진을 통해 여러분과 남깁니다. 

 

 

 

"사진을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궁금증은 이름과 사인이었는데, 사진 속 모습과 함께 당사자의 면면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인으로부터 들으니 사진 밖의 모습도 궁금해졌다. 책상 위 사진에 작은 영혼들이 떠 있는 상상을 했다. 이 분들과 함께 모임을 가지는 느낌도 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내 주변인 같이 가까운 느낌을 받기도 했다. 사실 모든 이야기들이 다 울컥했는데, 세상을 떠난 이들과 산 자들의 관계, 그리고 남겨진 자들끼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서 글쓰기로 마음 먹은지 10분만에 쓰기가 쉽지 않지만, 확실한 건 되도록이면 앞으로도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죽은 이들과 나와도 관계가 생긴 느낌이었다.

 

다른 곳에서 행복하고 매년 이렇게 만날 수 있길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오늘 함께 얘기하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 현빈

 

 

 

"느루!

 

이렇게 4월마다 행성인에서 얼굴을 보네요. 최근에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 오픈하우스를 기획하면서 2018년 그 여름에 함께 머리로 씨름하며 만들던 마인드맵을 다시 들여다보며 느루를 많이 떠올렸어요. 성별정정과 성확정의료의 접근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관련한 의제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칠판에 남겨가던 느루의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아마 보고 있었겠죠? 성별정정에 수술요건 폐지하라는 기자회견도, 성별인정법 발의를 위해 국회에 모였던 그 순간도. 그 마인드맵을 들여다보고 이후 있었던 활동의 궤적을 보았을때 참. 선구적이었던 워크숍이었구나 싶기도, 그 활동들이 너무 오래 걸렸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왜그랬을까...

 

여기는 뭔가 진보를 하는 것 같다가도 미시적으로는 큼지막하게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 같아요. 보고 있다면 많이 언잖아하고 있겠네요. 그래도 느루를 생각하며, 결국 극복해낼 것이라 생각하고 다짐해봐요. 

 

거기에선 행복해했으면 좋겠어요. 

 

2024. 04. 27."

 

- 빌리

 

 

 

"엽아 안녕? 네가 있는 곳에 자주 못 가서 미안해.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은 어쩌면 길고 어쩌면 짧지만 너는 나에게 아주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단다. 그리고 너라는 우주는 나에게 아주 많은 영향을 주었어. 그리고 그 영향은 나를 작게든 크게든 변화시켰단다. 사람들이 겪는 마음의 병에 대해서, 그리고 질병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누군가는 죽기 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나는 세상에 던지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너라는 우주가 이 세상에 사라진 것에 대해서 내가 하지 못한 무언가를, 너로 하여금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일단은 너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고, 어쩌면 네가 느꼈을 힘듦을 누군가 느끼고 있다면 그것이 덜 힘들수 있도록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그게 내가 마음 속에 가진 너에 대한 미안함과 부채를 갚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너를 알게 되어서 기쁘고, 나랑 친해줘서 고맙다. 내 마음 속에 있어주렴. 가끔은 꿈에도 나타나줘. 우리가 만나서 놀던 때처럼 우리만이 나눌 수 있는 이과적인 농담을 하며 웃고 싶다. 

 

너를 잊지 않을게. 내가 나중에 네가 있는 곳으로 가서 같이 만나자. 그때까지 잘 있어. 안녕."

 

- 영민

 

 

 

"블랙썬...그때 내가 모질게 대한 게 너무 후회된다"

 

- 바람

 

 

 

"까르페에게.

 

안녕 까르페, 샤넬이야. 오늘은 바람은 시원하지만 햇볕이 강한 4월 27일이야. 

 

난 드디어 노원을 떠나 성북구로 이사를 갔어. 자립을 하게 되었지. 

 

난 근속한지 3년이 넘었어. 참 시간이 빨라. 2024년은 역행을 하고 있어. 정말 절망하고 빡치는 일이 많지만, 조절을 잘하면서 견디고 있어. 그러다 견지도 쓰러지면 어쩌지? 걱정하지만 ㅋㅋ. 

 

아직 찾아가지 못하고 있어. 일이 엄청 많아...

 

우리가 2011년 청계광장에서 반값등록금 집회때 혼돈의 공간에서 잠깐 인사한 것이 요즘 기억이 나고 그래. 지금도 같이 있으면 재미나게 투쟁했을 건데. 그래도 그때 기억으로 강해지고 있어. 언제나 보고싶어.

 

2024. 4. 27"

 

- 샤넬

 

 

 

"오랜만에 너의 실물 사진을 보는구나. 세상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그 곳은 어떠하니. 너를 매일 되뇌이고 생각해."

 

- 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