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이야기/모리의 그림일기4 그리움에 대하여 모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얼마 전, 가슴 아픈 기사 하나를 봤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13년 10월 30일 아침,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한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 여성(A씨)은 여고 동창인 B씨와 함께 40년간 동거하며 살아 왔는데, 주로 B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벌고, A씨가 가사 노동을 담당해 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말 B씨가 말기 암 판정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B씨를 간병하던 A씨는 B씨의 가족과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고 하는데, B씨 가족에 따르면 A씨가 B씨 명의로 된 아파트와 보험금 상속인 명의를 자신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갈등 끝에 결국 A씨는 병원을 떠났고, B씨와 함.. 2013. 12. 25. 행복에 대하여 모리(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그놈의 행복이 문제였다. 가족들이 내가 게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그 녀석이 자기가 게이란 걸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것도 모두 행복의 문제였다. 집에 내려갔을 때 나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이성애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오랜 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족들을 기만한 것”이 그 죄목이었다. 그들의 주장은 이랬다. 내가 “30살이 되면 대부분의 동성애자가 그렇듯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는 건 의사인 누나가 찾아본 이상한 논문이 입증해 주고 있었고(사실 그 논문을 읽기나 했는지 의심스럽지만), 내가 불행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주변 사람들에겐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 기다려 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재밌는 것은 가족.. 2013. 2. 2. 가족에 대하여 모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요즘 내 눈엔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이 밟힌다. 이것저것 궁금해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엄마 옆으로 와서 손을 잡아 달라고 내미는, 나는 잡아보지 못할 그 손. 얼마 전 아버지에게 “다음 대선 때 동성결혼이 쟁점으로 나오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더니 그건 힘들지 않겠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 대선이면 5년 뒤. 난 서른을 앞두고 있을 테고, 친구 중 몇 명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중 몇은 이미 애를 낳아 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난 아빠가 될 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난 당연히 아빠가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게 됐나 보다. 가끔 친구들이 “야, 이런 건 할 줄 알아야 나중에 애도 키우지~”하며 능숙하게 전구 같은 걸 갈아.. 2012. 9. 25. 외로움에 대하여 얼마 전, 5년째 베프인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친구는 나의 협박에 반 강제적으로 나를 받아들였고 내 결혼식에도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행복했다. 약 2년 전에 처음으로 ‘게이로 산다는 것’이 인간관계에 아주 기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못하고, 어느 정도 이상은 절대로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그 무엇.분하고 억울해서 자다가 깬 그날 새벽, 블로그에 글을 마구 적었다. 마음을 열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이란 상처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날 괴물 보듯 할 거라는 걱정과, 그런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마음을 빚지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절친한 동생은 얼마 전에도 내게 이런 말을 했다.“버려지기 전에 버려야 해요.”반은 맞는 말이다. 버.. 2012. 8.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