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및 편집: 남웅
인터뷰이: 체리보이(@Cheri_boi)
지난달 초, 자신을 게이 보깅 댄서로 소개하는 Cheri boi(체리보이)가 행성인에 메일을 보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사람들과 보깅을 같이 배우는 시간을 제안한 것이다. 새로운 제안에 눈이 번쩍 뜨였고, 곧바로 날짜를 잡아 사무국 활동가들과 미팅을 가졌다. 그는 어떤 동기로 행성인에 보깅을 제안한 것일까. 그는 어쩌다 보깅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한게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미디어TF는 대뜸 그에게 인터뷰를 제안하고 궁금한 건 다 물어보고 실을 수 있는 것들을 추려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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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왁킹, 보깅
남웅(이하 웅): 자기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체리보이(이하 체): 안녕하세요. 저는 ‘하우스오브러브’ 라는 팀에 속해서 보깅 댄서로 활동하고 있는 체리보이라고 합니다.
웅: 제가 댄서 인터뷰는 처음인데요 (웃음) 춤에 대한 저의 지식도 일천하지만 이 인터뷰는 단체 회원들이 주로 보게 될 거예요. 그분들 중에는 물론 댄스에 관심을 갖는 분도 있지만, 댄스보다 다른 분야나 활동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을 테니 저를 포함한 그분들의 눈에 맞춰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질문이 이상해도 잘 받아주십사 양해를 구하는 말씀 드린 거였습니다.(웃음) 10년째 댄서를 하고 계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 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체: 춤추는 걸 어렸을 때부터 되게 좋아했어요. 집에서 엄마가 노래 틀어주면 춤추고 학교에서도 춤출 기회가 있으면 장기자랑 같은 것도 나갔어요. 막연히 춤이 좋아서 기회가 있으면 췄어요. 그러다가 17살 때 엄마가 본격적으로 춤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 먼저 제안을 했고, 저도 재밌을 것 같아서 처음으로 춤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걸 댄서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로 칠 수는 없지만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 건 열일곱 살 때에요.
그래서 학원을 처음 갔는데 처음에는 힙합으로 시작했어요. 그때는 보깅이 있는 줄도 몰랐고 학원에 가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 중에 하나가 힙합이었어요. 그렇게 힙합으로 시작해서 거의 2, 3년 배우다가 또 중간에 왁킹이라는 장르를 알게 돼서 한참 하다가 보깅이라는 춤을 또 알게 되고 접하게 되면서 이렇게 넘어온 거죠. 보깅 댄서로 활동한 지는 이제 5년 차가 됐어요. 2018년에 처음에 시작을 했으니까요.
웅: 그러면 왁킹이랑 보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돼요?
체리: 처음 춤을 배울 때는 제가 아는 게 많이 없으니까 다 따지면서 나한테 뭐가 잘 맞는지 선택하기보다 그냥 가서 배울 수 있는 힙합을 배운 것 같아요. 그렇게 배우고 춤을 계속 추다 보니까 다른 장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볼 기회들도 생겼죠. 춤 씬에 들어가게 되면서 왁킹 이라는 장르가 있다는 걸 봤는데 처음에는 새롭기도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고 나한테 더 잘 맞을 것 같은 거예요. 그때는 그게 LGBT문화에서 나온 춤인줄도 모르고 그냥 봤어요. 그냥 막연히 ‘재밌어 보인다, 매력적이다’ 라고만 생각하면서 배우게 된 거죠. 이제 와서 보면 역시 LGBT문화에서 나온 춤이고 게이들이 추던 춤이니까 당연히 나한테 더 잘 맞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했어요.
웅: 왁킹을 봤을 때 이게 LGBT 맥락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체: 처음에는 일단 춤부터 배웠고 춤을 배우다 보면 그 춤에 대한 배경이나 문화나 역사도 나중에는 같이 배우게 되잖아요. 이게 어떻게 생겨난 춤이고 누가 시작을 했고 그런 것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재미를 붙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이 장르를 하는 게 프라이드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웅: 간단히 위키 같은 데서 찾아보니까 이게 또 지역적으로 왁킹이랑 보깅이 태동한 문화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맞는지 모르겠는데 왁킹은 LA에서 나왔다고 하고(네 맞아요.) 보깅은 뉴욕 할렘 등지에서 많은 수가 흑인인 퀴어들이 볼룸(ballroom)을 열어 췄던 춤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체리보이님이 왁킹에서 보깅으로 넘어가는 데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체: 사람이 제일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계기만 놓고 봤을 때는 말이죠. 제가 왁킹을 하고있을 때지금 제 하우스에 마더로 계신 러브란(Love Ran) 선생님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그때 쌤이 여러 가지 수업을 하셨는데 그 당시에 저는 보깅이 아니라 리듬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리듬 수업은 어떤 장르든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수업이라서 그때 왁킹을 하면서 쌤의 리듬 수업을 들었는데 되게 그냥 춤적으로도 그렇고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쌤이 너무 좋았던 거예요.
그런데 선생님이 보깅 수업을 하시는 것도 알았고 저도 보깅을 관심 있게 보긴 했지만 뭔가 시도할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서 관심만 두고 리듬 수업을 계속 듣는데 쌤이 그때 개인 사정으로 리듬 수업을 잠깐 중단한 적이 있으셨어요. 근데 저는 쌤한테 계속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던 거예요. 너무 좋으니까. 그러면 쌤이 지금 중점적으로 하고 계시는 보깅 수업을 나도 들어보고 한번 배워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란 쌤이 수업을 하시니 한번 들어보자 해서 그때 처음 수업을 들으면서 시작했어요. 막상 수업을 듣고 보깅을 해보니까 너무 재밌고 왁킹 보다도 몸에 잘 맞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느끼기에 자유롭게 느껴지고, 그렇다 보니까 완전히 보깅으로 넘어간 거죠.
웅: 힙합에서 왁킹, 보깅으로 이어졌던 게 본인이 맞는 춤을 찾는 것도 있지만 본인이 퀴어로 살면서 원하는 표현을 찾아가는 궤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궁금한 게 왁킹이랑 보깅이 춤적인 요소에 있어서는 어떻게 달랐는지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체: 자유도가 높다고 느꼈다고 했잖아요. 그 이유가 일단 그 둘이 주로 추어지는 음악이 달라요. 왁킹은 디스코 음악이 주되고요, 보깅은 하우스 음악이나 하우스 음악을 기반으로 믹스를 한 보그비트에 춤을 추거든요. 근데 음악적 특징이 왁킹은 스토리가 더 담겨 있고 거기에 감정 표현이나 연기적인 측면, 디스코에 나오는 악기, 세션들을 표현해내는 것들이 되게 중요해요. 그게 저한테는 어떨 때는 자유롭고 재밌고 좋았지만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벽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근데 보깅에 사용하는 하우스 비트는 되게 단순해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루프에 이제 내가 마음대로 춤을 추면 되는 거예요. 가수 보컬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악기 세션을 세심하게 표현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더 자유롭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아까 왁킹이 LA에서 시작됐다고 했잖아요. LA에는 할리우드가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나 그런 산업들이 되게 크게 있는 도시란 말이에요. 자연스럽게 왁킹은 영화에 나오는 배우나 캐릭터에 더 영감을 많이 받아서 표현을 하고, 그걸 클럽에서 따라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방향으로 더 발전이 됐고요. 간략하게 얘기를 하면 말이죠. 그런데 뉴욕은 패션의 도시잖아요. 보깅은 사람들이 잡지를 보고 처음에 모델들을 따라 하다가 생겨난 춤이기 때문에 좀 더 그런 게 정적이고 감정 표현을 막 이렇게 꺼내서 하지 않고 그런 특징이 있죠. 왁킹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영감을 받았다면, 보깅은 패션 잡지의 모델들한테 영감을 더 받은 거예요.
하우스오브러브
웅: 이해가 됐어요. 누가 그런 얘기 했던 것 같아요. 왁킹은 영화적인데 보깅은 잡지에 가깝다고. 말씀해주신 배경이 흥미롭네요. 하나 궁금해지는 건 보깅을 수업으로 듣거나 혼자 추는 거랑 하우스 멤버가 되는 건 되게 다르잖아요. ‘하우스오브러브(@houseoflove.kr)' 에 들어간 과정도 궁금해요.
체: 저는 지금 마더가 영입을 제안해 주셔서 들어가게 된 거였는데 제가 2018년에 처음 보깅을 시작했다고 했잖아요. 하우스에 들어간 게 2021년이에요. 제가 마더인 란 쌤에게 2018년에 처음 수업을 듣고 하우스오브러브를 시작했으니까 란 쌤은 3년 정도 제가 보깅 하는 걸 보시다가 저한테 영입 제안을 주신 거죠. 하우스에 들어가는 게 제가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통은 그 하우스의 마더나 파더가 영입을 하세요. 란 쌤은 저를 좀 오래 보시고 생각을 하다가 이제 영입을 하고 싶으셔서 제안을 주셨겠죠.
웅: 심사를 보거나 따로 선발하는 절차가 없네요.
체: 심사를 보지 않고 마더나 파더가 그 씬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 자기 하우스에서 같이 활동하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영입을 제안하죠. 하우스 멤버들이랑 상의는 하시더라고요. 이런 친구들이 있는데 나는 영입을 하고 싶다, 너희들은 어때? 라고 물어본다던가. 그것도 하우스마다 다르겠죠.
웅: 하우스오브러브는 지금 멤버가 몇 명이에요?
체: 서른 명? 입니다. 저희가 한국 하우스 중에는 인원이 제일 많아요.
웅: 하우스에서는 어떻게 만남이 이뤄지나요? 정기적인 미팅이 있나요?
체: 저희 하우스는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기 연습을 하고 또 한 달에 한 번은 정기 회의를 해요. 30명이 있다 보니까 시간을 다 맞추기 힘들어서 이렇게 정해놓고 하는데 개인 사정 상 너무 많이 빠지게 되면 못 하게 되기도 하고, 그래도 가능하면 한 달에 두 번은 다 같이 만나서 연습을 하던 얘기를 나누던 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하죠.
웅: 댄스 씬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보깅이나 왁킹 같은 춤 장르도 그렇지만 하우스 같은 문화를 몇년 전에 접했다면 낯설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래에는 우리가 간접적이나마 하우스 문화를 여러 컨텐츠를 통해서 얻잖아요. 넷플릭스에서 〈포즈〉를 보기도 하고, 포즈를 보고 좀 더 찾아보는 이들이라면 더 옛날에 나온 〈파리 이즈 버닝〉 같은 기록들도 보면서 말이죠.
그게 한국 상황에서는 어떻게 다시 펼쳐질까 궁금했어요. 해외 영화나 기록들을 보면 하우스는 집을 나오거나 아니면 가난한 퀴어 친구들을 건사하면서 패밀리로 부르고 하우스를 만드는 드라마들로 접하다보니 그게 익숙한데,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댄스에 특화된 공동체는 어떻게 운영 되거나 관계가 만들어지는지 궁금했어요.
체: 앞서 말씀하셨듯이 하우스라는 문화가 생긴 것도 오래 활동을 한 마더나 파더들이 집에서 쫓겨나 어렵고 집도 절도 없는 친구들을 데려다 우리 집에 와서 지내라고 하고 케어하면서 같이 그 볼룸에서 활동하면서 생긴 문화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게 크루나 팀의 개념이 아니라 ‘하우스’라고 부르는 거고. 다른 댄스크루나 팀보다는 가족적인 모델의 특징이나 결속이 있는데, 사실 지금 하우스 멤버들은 그렇게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는 많이 없어요. 그때의 의미가 똑같이 이어져 온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때 발생한 하우스라는 문화가 오늘날까지도 볼룸 신 안에서는 있는 건, 뭐랄까요. 쉽게 말하면 팀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근데 다르게 보면 댄스 크루나 팀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긴 하거든요. 같이 일을 하고 작업을 하고 뭔가 활동을 해서 어떤 작업물을 내는 거 보면 크루나 팀 같기도 하면서 꼭 그런 게 없어도 같은 하우스 일원으로서 친밀함이 있고 뭔가 볼룸이라는 씬 안에서 같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감각도 있고요.
웅: 저는 그게 좀 궁금했어요. 이제 팀이나 크루랑 다른, 하우스가 갖는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연결이나 결속 같은 게 있는지, 차별되는 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을 하시는지 그런걸 하우스의 멤버에게 들어보고 싶었어요.
체: 옛날에는 그 차별점이 명확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근데 좀 다른 게 있다면 뭔가 좀 더 가족이라는 인식, 춤으로 모인 가족이라는 인식이 다들 있는 것 같고 개개인도 대체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고요. 같은 하우스에 있는 사람들은 보통 옆에서 같이 춤을 추고 만나는 사람들이니까 더 가깝고요.
그런데 하나 알려드리고 싶은 부분은 하우스도 나뉘어요. 메이저 하우스가 있고 키키 하우스가 있어요. 그 신이 조금 달라요. 메이저 하우스들은 되게 역사가 오래됐거나 유서가 깊고 마더나 파더가 볼룸 신에서 기여를 많이 했고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하우스를 메이저 하우스라고 하거든요. 뉴욕 같은 오리지널 신에서 그런 하우스들은 인정을 받게되면 메이저 하우스로 불려요. 그런 하우스들은 일원이 되게 많기도 하고 이제 국제적일만큼 커져서 서로 한 번도 얼굴도 못 보는 경우도 있대요.
댄스 크루나 팀은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하진 않잖아요. 근데 하우스는 오히려 그렇게 더 큰 범위에서 운영되기도 하는 거죠. 반면에 키키하우스는 좀 더 뭐랄까. 그냥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제한 없이 모이는 그룹 같아요. 그 하우스가 신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마더나 파더가 어떻게 있는지 등에 상관없이 그냥 같이 보깅을 추고 싶은 사람들이랑 만들고 멤버를 영입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해요.
웅: 국내에는 하우스가 몇 개나 있어요?
체: 여섯, 일곱 개?
웅: 그게 다 보깅을 하는 하우스인 거죠?
체: 그쵸. 한국에서 볼이 열리고 이렇게 활성화가 된 게 한 5년 남짓,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하우스도 많이 생겼고 보깅을 추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죠. 그리고 하우스가 있으면 하우스 명칭으로 불리지만 하우스가 없는 사람들은 또 더블오세븐이라고 하거든요. 007. 그런 007들도 이제 많아졌고.
웅: 그렇구나, 그러면 하우스들끼리 배틀도 하고 그래요?
체: 그렇죠. 아까 메이저랑 키키가 나뉜다고 했잖아요. 볼도 메이저볼이 있고 키키볼이 있어요. 그래서 키키볼을 가면 키키 하우스를 기준으로 하우스들이 배틀을 하게 돼요. 원래 같은 하우스들끼리는 안 싸우거든요. 우리나라는 일단 다 키키하우스고 메이저 하우스가 아직 없어요. 국내에도 메이저 하우스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제 그분들은 오리지널 신에 있는 메이저 하우스의 마더나 파더의 영입을 제안을 받아서 들어간 사람들인 거죠.
웅: 메이저 하우스라고 하면 해외에 있는 거고요.
체: 네네 한국에는 아직 메이저 하우스가 없어요.
웅: 아 하우스오브러브도?
체: 네 키키하우스입니다.
웅: 그것도 재밌다. 내부에 질서가 있군요. 그냥 우리가 메이저다 선언해서 되는 게 아닌가 봐요.
체: 씬에서 되게 오래 활동을 해왔고 기여도가 있는 사람들한테 ‘레전더리’라는 칭호를 붙이거든요. 그분들 중에서도 진짜 좀 오래 했고 뭔가 권위가 있는 분들이 회의에서 결정한대요. 회의에서 조건을 충족하는 보거를 레전더리로 임명하자든지 아니면 이 하우스를 메이저 하우스로 인정을 한다든지.
웅: 그건 처음 들어봐요. 무슨 콘클라베(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선거회) 같다!
체: 저도 그 시스템을 자세히 알지는 못 하지만, 그렇게 결정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법으로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의 위계와 질서는 있고, 근데 그게 막 뭔가 오픈 소스 같은 문헌이 있는 건 또 아니니까.
웅: 오리지널 씬에서 대회를 열면 한국에서도 넘어가서 참여하고 그러겠어요.
체: 보통 그렇게 해외에 갔다가 메이저 하우스 마더나 파더의 눈에 들어서 영입이 되는 경우들도 있고, 요새는 인스타그램이 워낙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인스타그램을 보고 영입하기도 하더라고요.
웅: 재밌네요. 하우스오브러브는 몇 년이 됐어요?
체: 2018년에 만들어졌어요. 제가 2021년에 들어갔고 제가 보깅을 시작했을 때가 2018년이니까, 제가 보깅을 시작했을때쯤 이네요.
웅: 그렇구나. 그러면 러브란 선생님이 뭔가 수업을 그때 못했던 게 하우스 만드느라 그랬던 건가?
체: 그건 아니었던 것 같고 쌤이 수업을 하시는 방식이 지금은 딱 4주 차 모집해서 수업을 하는 식인데 그때는 그냥 매주 열려 있는 수업이었거든요. 근데 그게 스트레스가 있으셨던 것 같아요. 꾸준히 듣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면 레벨을 맞춰서 수업을 하고 싶으신데 그게 뭔가 흐름이 끊기고 이러니까 잠깐 중단을 했던 것 같아요.
웅: 그게 뭔가 하우스를 만들었던 어떤 동기가 됐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네요. 지속성 있는 관계 같은 것들
체: 쌤도 처음에는 하우스가 아니라 그냥 팀으로 활동을 했었어요. ‘아이러브 보깅’ 이라는 팀으로 처음 활동을 하시다가 하우스로 전환을 하면서 규모도 커졌죠.
웅: 하우스를 운영을 하다 보면 연습실도 빌려야 되고 예산 같은 게 필요하잖아요. 그런 거는 어떻게 확보를 하나요?
체: 저희 하우스 멤버들이 다 모이는 연습을 한다고 하면 쌤이 지금 운영 중인 스튜디오로 가요. 망원에 ‘고래비츠’라고 있는데 거기서 수업도 하고 연습도 하시는데 거기 모여서 회의도 하고 연습도 하고요. 예산은 예를들어 볼 같은 행사를 할 때 일시적으로 일원들이 다 같이 목표액을 모아서 쓰기도 하고, 지금은 그렇게만 하고 있어요. 그거를 정기적으로 계속 모으지는 않고. 필요한 일이 생기면 모으는 편이에요.
웅: 수익 사업 같은 걸 하는 거는 아닌 거죠?
체: 그 부분은 각자 활동을 하면서 하는거지만, 수익 사업을 러브에서 따로 한 적은 없어요. 사실 볼도 항상 적자거든요. 그거를 수익 사업으로 보기는 어렵고, 어디서 섭외가 와서 공연을 하러 간다고 해도 그건 일시적인 거니까 안정적인 수입으로 보기 어렵고요. 페이가 들어와도 나누기 애매한 금액이면 공금으로 그냥 넣거나 아니면 그때 참여할 수 있었던 멤버들끼리 나누거나 그런 식이예요.
웅: 그 안에서도 역할 분담 같은 게 있나요? 예산을 관리하거나 실무를 보는.
체: 저희도 체계적으로 다 정해져 있지는 않은데 대체로 하는 분이 있죠. 아니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누가 이거를 담당하자 라고 정하거나.
웅: 회사가 아니라 하우스니까. 댄서 불러다가 회계 얘기를 하고 있네요. (웃음)
체: 하우스에서 활동을 이제 2년 가까이 해오고 있고 작년 말에는 볼을 열기도 했었거든요. 하우스 볼을 열면서 그런 게 좀 필요하겠다고 느꼈어요. 인원이 워낙 많기도 하니까. 역할 분담이 잘 하면서 하우스 운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볼룸
웅: 아까부터 볼을 이야기나눴는데요, 볼이 일종의 파티 같은 거잖아요. 그게 1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가요? 개최하는 빈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체: 빈도가 정해져 있지 않고요 그냥 개인이 볼에 오거나이저가 돼서 여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하우스가 오거나이저가 돼서 하우스 볼을 여는 경우도 있어요. 국내에서도 볼룸 씬이 꽤 커졌고 보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최근에는 거의 한 달에 한 번, 진짜 잦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관련 행사가 있기도 해요. 하우스가 여는 볼이나 아니면 개인이 오거나이저가 돼서 꾸준히 여는 볼들을 보면 보통은 1년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이런 식으로 열리죠
웅: 개인이 열면 그 비용을 개인이 다 부담을 하는 거예요?
체: 네 (대박이다) 이게 그런데 진짜 진짜 진짜 잘해야 본전이고 거의 대부분은 적자인데도 뭔가 씬을 키워야 하고 발전이 있어야 하고 우리가 보여주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니까 그거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다들 하는 것 같아요.
웅: 볼에서 하는 퍼포먼스 장르라고 해야 되나? 그게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체: 네 되게 많아요. 카테고리 얘기를 하면 또 한참 얘기를 해야 되는데 아무튼 되게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죠.
웅: 그게 정해져 있는 것들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그때그때 임의로 컨셉과 장르를 정하는 건가요?
체: 정해져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리고 이벤트성으로 임의로 넣기도 하는데 그런 거 말고는 다 정해져 있어요. 역사적으로 이어져온 카테고리들이 지금은 거의 규격화돼서 정해져 있죠
웅: 예를 들면 어떤 게 있나요?
체: 되게 많은데, 크게 보면 패션, 뷰티, 퍼포먼스 카테고리가 있고 리얼네스(Realness) 카테고리가 있어요. 이렇게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리얼네스를 제외한 3가지 카테고리들은 또 소분류로 나눌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패션 카테고리는 런웨이라든지 베스트 드레스라든지 그런 것들이 있고 뷰티 카테고리는 페이스, 바디 식의 카테고리들이 뷰티에 해당하고, 이제 퍼포먼스 카테고리가 제가 하는 보그 펨 이라든가 올드웨이, 뉴웨이 이런 식으로 나누죠. 되게 많이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어요. 그다음에 또 그거를 성적 지향으로 나누거든요. 예를 들어서 부치퀸(BQ)이라고 해서 게이 남성들만 나갈 수 있는 카테고리가 있고 펨퀸(FQ)이라고 해서 MTF 여성들만 나갈 수 있는 카테고리가 있고 아니면 그냥 우먼(Women)이라고 해서 이성애자 여성들이 나가는 카테고리가 있어요. 또 좀 더 포괄적으로 메일피겨(MF)라고 해서 게이 남성이랑 FTM 남성, 스트레잇 남성도 나갈 수 있는 카테고리, 그리고 피메일 피겨(FF)라고 해서 아까 말했던 펨퀸, 우먼, 드랙퀸 같은 사람들이 나갈 수 있는 카테고리로 나눌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걸 세세하게 나누면 엄청 다양한 카테고리가 나올 수 있는 거죠.
웅: 강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지난해 러브볼 포스터를 봤는데, 카테고리가 엄청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엇보다 안내 문구로 주의사항이나 약속처럼 항목들을 공들여 적어놓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여기도 공동체의 안전이나 선을 지키기 위한 질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불필요한 터치나 험한 욕 같은 거 하면 안 되고, 또 재밌던게 미성년자들은 섹스 사이렌(sex siren)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적어놓은 부분이 재밌었거든요. 그런 약속이 볼이 아니라 하우스에도 있는지 궁금했어요.
체: 하우스 안에서는 그런 약속을 따로 하진 않아요. 당연히 하우스 안에 미성년자인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를 좀 더 저희가 보호를 해야 하고 그런 건데 그거를 약속으로 따로 정해놓지 않죠. 볼룸은 좀 더 이제 공식적인 자리니까 그런 거를 정하고 제재를 하는 편이에요.
웅: 포스터 자체로 엄청난 정보를 얻었지 뭐예요. 오는 사람들은 그냥 참가자가 있고 그리고 관객이 있더라고요 이거는 다 열어놓고 받는 거죠?
체: 참가 자격 요건이 따로 있거나 관람 자격 요건이 따로 있거나 하진 않아요. 그냥 이 문화를 존중하고 퀴어 문화를 존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참가하고 싶으면 참가할 수 있고 관람하고 싶으면 관람할 수 있고
웅: 그렇게 하면 보통 몇 명 정도 와요?
체: 러브볼이 이번에 좀 크게 열린 편이었는데 참가자랑 관객이랑 합해서 거의 300명. 하루동안 진행하는데 250명에서 300명 사이로 왔을 거예요.
웅: 그럼 참가자랑 관객의 비율이 어떻게 어느 정도 돼요?
체: 아직까지는 참가자가 더 많아요. 그래도 이번에 관객들이 꽤 많이 왔거든요. 그래도 한 65%에서 70% 정도가 참가자들이지 않았을까...참가를 안 하고 진짜 보러만 온 관객분들이 꽤 많았는데 관객으로서든 참가자로서든 뭘로 와도 확실히 보깅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죠
웅: 아까 체리보이님이 잠깐 지나가듯 말씀하셨는데 본인은 보그 펨(Vogue Fem)을 한다고 하셨잖아요. 보그 펨은 어떤 건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는지?
체: 퍼포먼스 카테고리로 설명을 드릴 수 있겠는데,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보깅은 포즈에서 영감을 받아서 나온 춤이라고 했잖아요. 처음에는 포즈의 성향이 강한 춤이 있었어요. 포즈들이 연결돼서 춤이 되는 느낌인데, 처음에 올드웨이(Old way)라고 포즈의 성향이 강한 춤을 추다가 거기서 스트레칭이 강조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생겼고, 이거는 그럼 올드웨이랑 구분을 해야 하지 않겠냐 해서 나온 게 뉴웨이(New way), 그리고 거기에서 좀 더 페미닌한 느낌을 내는 걸 좋아하고 그런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춤을 추는 게 또 다른 것 같다고 해서 나온 게 보그 펨이 됐어요. 나온 시기를 순서로 하면 올드웨이가 맨 처음에 있었고 그 다음에 뉴웨이가 나왔고 그다음에 보그 펨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퀴어, 댄서, 활동
웅: 저는 그게 또 궁금했어요. 보깅만큼 되게 친 LGBT적인 게 없다 싶었거든요. 새삼 생각해보면 그 정서와 감각이 지금까지도 하우스를 결성하는데 강력한 의미를 갖겠구나 싶고요. 꼭 성소수자 당사자만 있다고 하지 않을지라도 말이죠. 그래도 하우스 안에서 퀴어 인구의 비중이 되게 높을 것 같아요.
체: 실제로 그래요. 퀴어가 많죠.
웅: 하우스에 있는 멤버들이랑 친교를 나누고 친밀함을 공유하기도 할텐데요. 그분들과는 어떻게 일상을 공유를 하는지 그런 것도 좀 궁금해요. 춤 외에는 어떤 걸 같이 하는지 말이죠.
체: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죠. 아무래도 일단 저희가 30명이라서 30명이 모두 다 함께 똑같이 친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보통 더 친한 친구들이 생기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나 춤적으로 성향이 더 잘 맞는 친구들이랑 친해지기도 하고 같이 소수로 알아서 모여서 연습을 하기도 하고. 근데 보통은 보면 일상에서도 항상 춤 얘기를 하게 되죠.(웃음)
웅: 본인이 생각할 때 자신의 춤에 캐릭터가 있다면, 좀 더 나아가서 강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체: 페미닌한 느낌이 강조된 춤이라고 했잖아요. 그리고 섹슈얼한 어필을 많이 과감하게 시도하는 춤이거든요. 그런 거에 있어서 스스로 그 춤을 잘 느끼는 것 같아요. 테크니컬한 거라든지 음악을 잘 듣고 쪼개서 그걸 다 맞춰서 보여주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음악을 느끼고 보그 펨의 성격을 좀 더 느끼고 표현하는 게 저의 강점 아닌가 생각을 해요.
웅: 제가 이거 인터뷰 준비하면서 체리보이님 이름으로 검색을 몇 개 해봤는데 숨고(www.soomgo.com)에 있더라고요. 그거 보면서 개인적으로 레슨도 하는구나 생각했죠. 그럼 생업도 춤과 관련된 일을 하는 건가요?
체: 그게 지금 목표라고 볼 수 있죠. 아직은 생업까지는 안 되고 숨고도 사실 유효한 포트가 되지는 않더라고요. 내가 유의미하게 돈을 벌어들이는 수준이 안 되기도 하고 레슨을 하든 대외적인 활동을 하든 댄서로서 수익이 조금 안정적이면 좋겠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그걸 목표로 잡고 있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다른 일을 병행해야하는 상황이에요. 지금은 일을 쉬고 있는데, 모아놨던 돈으로 춤에 집중을 해보고 싶었고 그 시점이 코로나가 조금 풀리고 하우스에 들어가게 되면서 활동을 할 기회들이 좀 많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수익이 끊긴 상태여서 이제 다시 알바랑 병행해야되는 상황이 왔어요.
웅: 그러면 체리보이님은 춤 안 출 때 뭐 해요?
체: 저는 제가 춤을 추는 게 거의 유일한 활동이고 평소에는 그냥 카페에서 음악 듣거나 일기 쓰거나.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거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냥 책 읽거나 그런 활동을 위주로 해요.
웅: 그러면 춤 말고 본인이 퀴어로서 다른 활동을 해 본 적은 있나요? 친목도 그렇고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거나 해소하기 위해서는 활동을 해야 하고 퀴어들은 그 범주가 많지는 않으니 기존 이벤트나 단체에 참여하거나 새로 그룹이나 활동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체: 춤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퀴어로서 다른 활동을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일상이 춤이랑 분리되어 있지 않은 편이거든요. 그래선지 굳이 따로 모임에 간다든지 퀴어 친구들끼리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든지 하는 경우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속해 있는 씬도 퀴어 컬처를 기반으로 하고 보깅도 퀴어적인 표현의 일환이니까 그런 거에 대한 아쉬움이나 갈증을 느끼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웅: 체리보이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니까 어머니랑 같이 찍은 사진도 있더라고요. 수영복 입고 상체에 하네스를 입은 사진 같은데, 공연이죠?
체: 국내에 있는 키키 하우스 'House Of Seas'(@houseofseas) 에서 열었던 볼에 나갔을 때였거든요. 그때 엄마가 보러 오셨었어요. 근데 제가 그 복장이 섹스 사이렌이라는 카테고리의 복장이었는데 그때 엄마랑 사진을 찍었죠.
웅: 엄마가 되게 응원을 많이 하시나 봐요. 아까도 살짝 언급하셨지만 진로 결정하는데도 많은 지지가 있던 것 같고요.
체: 요새는 자주 보러 오시지 않는데 그때는 뭔가 제가 볼에 나갔거나 하면 보러 오시기도 하고 응원해 주시기도 하고
웅: 그러면 커밍아웃도 하신거?
체: 네. 제가 18살 때였을 거예요. 제가 완전히 정체화를 스스로 한 시기가 17살이었거든요. 그 전부터도 긴가민가 했지만 이제 내가 진짜 알겠다고 느낀 게 17살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워낙 친하고 얘기도 많이 하는데 성향을 숨기면 너무 많은 부분을 숨기는 거잖아요. 그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엄마랑 더 많이 얘기하고 싶고 솔직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너무 반쪽 밖에 얘기를 못하는 느낌이 들고 답답하니까 제대로 정체화를 하고 한 1년 있다가 얘기를 한 거죠.
웅: 엄마는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체: 그때도 그냥 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셨죠.
웅: 활동하기가 어렵진 않았겠다.
체: 맞아요. 저는 그런 게 어렵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그리고 일상적으로도 저는 오픈이니까 이런 거에 대해서 부담을 느낀 적도 없고 그랬었는데 이제 뒤늦게 얘기를 들어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볼룸에 오는 것 자체에 아웃팅의 위험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아니면 카테고리 자체가 부치퀸이면 게이만 나올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니까 그거 자체가 오픈을 해야 되는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 저는 이제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죠. 제 남자친구도 처음에 그러더라고요. 볼룸 오는 거 자체가 무대 보러 가고 싶고 응원하러 가고 싶은데 거기서 볼룸을 다 촬영하는 분위기에 괜히 사진 찍히는 게 부담스럽고 그 영상이 같이 담길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고요. 이게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인권단체를 두드린 댄서
웅: 너무 퀴어해서 부담일 수 있다... 그 퀴어력을 이제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끼얹으러 오셨는데요. 체리님이 보깅을 하고 하우스 공동체를 가지면서 다른 성소수자 관련 활동을 굳이 안 해도 된다고 말씀했는데, 우리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된 거는 사실 체리보이님이 제안한 거잖아요. 퀴어 일반 대중들이랑도 워크숍을 한번 해보고 싶다. 이게 어떤 동기가 있었을지 되게 궁금했어요. 보깅 씬에 발을 걸치지 않은 사람들은 근래에 와서야 좀 알게 된 것 같았거든요. 최근에는 스우파(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나 스맨파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문화를 감을 잡게 되었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 나오는 영상들을 보면서 서로 호응을 주고 받게 된 거 같아요. OTT의 컨텐츠들도 익숙하게 만들어준 데 도움이 되었던 거 같고요. 근데 그건 체리보이님이 보깅 씬 바깥에 펼쳐진 퀴어 커뮤니티를 보는 거리감이랑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이런 제안을 하셨는지 동기를 여쭤봅니다.
체: 되게 원대한 어떤 꿈이 있거나 이런 건 아니었고, 그냥 저는 보깅이 너무 재밌고 즐겁고 이걸 하면서 되게 자유로움도 느끼고 프라이드를 다지는 기분도 들고 하다보니까 이걸 다른 퀴어들이랑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재밌는 거 같이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던 거예요. 그냥 내가 막 좋고 재밌는 거 있으면 같이 하고 싶잖아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랑.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아는 친구들이 관심 있다고 하면 ‘내가 한번 알려줄게 같이 해보자’ 하고 그러면 친구들이 막 밥 사주면서 같이 저한테 수업 듣고.
제가 생각한 거 이상으로 보람이 있던 게 친구들이 진짜로 재밌어 하고 잘 못해도 하면서 제가 느끼던 걸 비슷하게 느끼더라고요. 자유로운 느낌, 아니면 자기의 성향을 드러내고 몸으로 표현하면서 만족을 느끼고. 저는 그게 너무 큰 보람으로 다가왔던 거죠. 그래서 친구들한테 보깅을 공유하는 경험을 했고, 이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깅이 퀴어 문화고 제가 퀴어기 때문에 다른 퀴어들과 더 많이 나누고 프라이드를 키우면서 자유로움을 같이 느끼자, 즐기자는 의미에서도 같이 하고 싶었고요. 그게 저는 꼭 퀴어들뿐만이 아니라 그냥 어떤 사람이라도 다 같이 할 수 있는 어떤 취미고 문화가 됐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어서 제안을 해보게 됐어요.
웅: 저는 체리보이님의 제안이 새롭고 반가웠어요. 한편으로는 퀴어 커뮤니티에 다른 모임이나 단체들도 많잖아요. 행성인을 찍어서 제안한 배경도 궁금하긴 했고요.
체: 제가 평소에 다른 퀴어 분들과 같이 보깅을 해보는 것에 관심이 있었는데, 남자친구와 그런 얘기를 나누다가 관련 인권 단체와 연결해서 활동해보는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줬어요. 그리고 본인이 찾아서 이러이러한 단체들이 있다고 하면서 연결을 도와줬고 그렇게 행성인에 제안을 해볼 수 있었어요.
웅: 남자친구분 훌륭한 조력을.(웃음) 인터뷰를 빌어 감사드리며...체리보이님은 댄서로 무대에 오르셨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퀴어 커뮤니티 안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나 공연도 서보셨나요?
체: 아니요. 근데 해보고 싶어요. 그게 사람들한테 점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아지고요.
웅: 그럼 해보고 싶은 활동 같은 게 있으신지?
체: 지금 제안하는 워크샵도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였고, 이렇게 하는 것처럼 평소에 춤을 추지 않았던 뭔가 이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서 보깅이라는 춤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좀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건 이미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한데,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깅 레슨을 열기도 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보깅이라는 장르를 진입 장벽을 느끼지 않고 즐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익숙하게 듣는 케이팝에 안무를 짜서 알려주는 수업을 해보자 싶었어요. 쉽고 재밌게 보깅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자리를 좀 더 꾸준히 많이 만들어 가고 싶어요. 당연히 볼룸 신에서도 꾸준히 활동을 할 생각이고 개인적으로는 댄서로서 개성 있는 스타일과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보깅이 퀴어들의 기본 소양처럼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고 취미나 여가 생활로도 자리잡으면 좋겠어요.
보깅을 일상으로
웅: 이제 세일즈타임 드릴게요. 일반인 레슨은 몇 회 차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나요?
체: 지금은 5회 차로 구성했는데, 해보니까 다음부턴 4회차로 구성할 생각이에요. 5회차가 좀 어렵다고 느낀 게 일반인 분들은 각자 생활이 있잖아요. 근데 매주 같은 시간에 다섯 번이나 시간을 빼는 걸 부담스럽다는 피드백을 들어서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죠.
웅: 한 클래스에는 몇 명이 들어요?
체: 지금은 5명이에요.
웅: 너무 장사하는 것 같지만... 대중화를 위하신다니까. 프로그램 수강료는 어느정도로 책정하셨나요?
체: 제가 수업료로 책정한 건 5회차 했을 때 15만 원, 그래서 한 회 차에 거의 3만원으로 책정을 했고 클래스마다 1시간 반씩 수업을 해요.
웅: 나 또 궁금한 게 음악 장르가 그래도 좀 맞는 것들을 얘기해 줬잖아요. 하우스 같은 것들, 박자가 반복적으로 루프가 이어지는 것들. 케이팝이 잘 어울릴 수 있겠다고도 생각하는데, 어떤 노래가 좀 적합한 것 같아요?
체: 춤추기 좋은 노래를 하니까 리드미컬한게 좋고 보통은 다 댄스곡으로 많이 하게 되겠죠. 퀴어들이 공감하기 좋은 음악으로 선정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퀴어이기도 하고 각자 취향이 너무 다르긴 한데 이번 수업 때 처음에 뉴진스 노래로 수업을 했고 지금은 소녀시대 노래로 수업을 하고 있어요.
웅: 퀴퍼때 틀어주는 노래 같은 거네요.
체: 쉽게 말하면 그런 거지
웅: 체리보이님이 그런 데서 무대 하면 너무 좋겠다. 차량 같은 것도 올라가고
체: 진짜 하고 싶더라고요. 나도 저기서 춤추면 진짜 재밌겠다. 잘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
웅: 계속 홍보 타임으로 (웃음) 이제 좀 이제 마무리가 되어 가는데요,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본인을 피알할 수 있는 시간 드립니다.
체: 아까도 잠깐 얘기했는데 일단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연습을 할 생각이고 그래서 실력적인 거나 캐릭터성이나 스타일이나 개성적으로도 갈고 닦아서 돋보이는 댄서가 되는 게 목표에요. 그러면서도 씬 안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일반인도 보고 즐길 수 있을 만한 컨텐츠를 계속 제작하고 업로드 하면서 저를 알린다든지 아니면 참여 가능한 수업들을 계속 열어서 보깅을 대중화하는 활동을 한다든지 그런 걸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에요. 그렇게 제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자리가 생기고 네임 밸류가 생기면 그때는 이제 진짜 어느 작업에 국한되지 않고 되게 다양한 활동들을 제약 없이 하고 싶어요. 최근에도 하고 몇 번 했었긴 한데 가수들이랑 같이 협업을 해서 음악 활동에 같이 댄서로서 참여를 한다거나 춤씬 밖에 있는 어떤 문화 예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랑 협업을 해서 어떤 작업물을 낸다거나 퀴어 예술가들이랑 같이 협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 계획들을 구체화해야죠.
웅: 인터뷰를 통해서 체리보이님의 비전과 계획을 듣게 되는데요, 혹시 하우스 안에도 비슷한 뜻을 갖고 있는 동료들이 있어요?
체: 이거에 대해 많이 얘기 나눠보지는 않았는데 아직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는 못 찾은 것 같아요.
웅: 자기가 일단 여는 거구나. 선구자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웃음) 성소수자 운동 안에서도 자원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대중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캠페인이나 표현방식의 중요성을 고민하거든요. 그럴 때 우리는 내부에서만 제작하기보다 바깥의 자원을 연결하고 협업하는 작업을 늘리고 있는데, 그런 기회에도 같이 하면 좋겠어요. (이러고 프로페셔널 체리보이님과 무대 페이와 협업의 페이를 이야기나눴다)
다 얘기 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실 말씀 있으면 부탁드려요.
체: 인터뷰를 해보는 게 처음인데 너무 재밌었어요. 제 작은 꿈 중에 하나였거든요. 퀴어로서 보깅 댄서로서 인터뷰를 한거잖아요. 나를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게 춤을 추는 것도 있는데, 얘기를 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깅을 재밌게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꾸준히 노력을 할 생각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겨주시고 다가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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