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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177

영화 <캐롤> 수다회 겨울, 마롱, 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주의: 스포일러성 내용 다량 포함!] 겨울, 마롱, 요다 우리 셋은 지금 꽤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캐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짧은 수다회를 가졌는데요, 수다회에서 나온 캐롤에 대한 이야기들, 지금 다뤄보겠습니다. 1. 간단한 리뷰 마롱: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었어요. 트위터에서 얘기 많이 듣고 가서 배우들 표정에 집중할 수 있었고 영상도 너무 예뻤어요. 캐롤의 손톱이 신경쓰였던 사람이 저뿐이 아니라서 다행이고요. 선홍색 네일이라니. 요다: 굉장히 뿌듯했고 감동했어요 굉장히 아름다운 레즈비언 영화였고 결말도 참 좋았어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어요. 영화는 잔잔하게, 덤덤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겨울: 맞아요, 전체적으로 모든 장면에서 .. 2016. 3. 13.
설레어라, 걸스타운 요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팀) 21살에 서울로 올라오고, 내가 처음 한 것은 인터넷에서 여러 번의 검색으로 찾은 여성 성소수자 가게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누가 볼까봐 여성 성소수자 가게의 이름들과 위치를 메모장 끄트머리에 적고, 그 가게들을 방문할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성취감과 해방감에 행복해했다. 시간이 흘러 여성 성소수자 가게 하나가 없어지고 또 다른 새로운 가게가 열리는 역사가 익숙해질 때 쯤, ‘걸스타운’이라는 가게가 생겼다는 이야기에 21살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난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걸스타운은 최근에 여성 성소수자들의 SNS에서 많이 회자되는 곳이고, 퀴어 무비 나잇 등 퀴어 문화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부푼 마음을 안고 걸스타운으로 달려 갔다. 걸스타운 쉐프님.. 2016. 3. 13.
발아하는 커뮤니티 불야성 - 성소수자 커뮤니티 산보하기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표제이미지 출처: 6699press,『여섯』중 (링크: http://6699press.tumblr.com/) 1 지난 8월, 미술잡지 온라인 기사는 성소수자 콘텐츠 전문 예술 공간의 증가를 다루며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상기된 분위기를 시의성 있게 포착한 바 있다. 말마따나 2015년은 타임라인을 다시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성소수자 관련 행사와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물리적 공간은 일상의 리듬을 바꿨다. 7월 초 프라이드페어를 갔다 청량엑스포의 에 전시된 굿즈며 출판물들을 보고 며칠 뒤 플라토 미술관에서 열린 엘름그린&드라그셋 전시 에 트루바다(Truvada) 약통 이미지를 보고 혼자 키득거린 기억, 10월 어느 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전시에 '사각지대'를 찾는 .. 2016. 1. 30.
여성혐오와 게이혐오 - 한국 게이문화 용어에 관한 견해 주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나는 메갈리아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이용자도 아니고 그저 메갈리아에서 오가는 대화들을 지나가듯 읽으며, 대한민국 여성들이 남성중심사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풍자하며 저항하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공감하는, 그저 외부인이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이 글을 시작하고 싶다. 메갈리아는 가부장제 대한민국 사회에서 억압 받는 여성 집단의 감정과 분노가 표출되고, 여성혐오와 그에 저항하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담론이 형성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분노와 목소리를 가시화 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으며, 일부 전문가 집단이 아닌 대중적으로 여성 억압이라는 화두를 던질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관찰자로서, 외부자로서 메갈리아 .. 2015. 12. 15.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표백시키는 성소수자의 역사 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11월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 고시되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정권의 역사 인식을 강요하는 수단이 되기 쉽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황교안 국무총리는 `친일 독재 미화`의 왜곡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성숙한 우리 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도 역사왜곡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역사를 서술하는 다른 언어가 사라지는 것, 역사 속 사건 중 선택되어 드러난 것이 단 한가지라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위험하다.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라 36대 왕인 혜공왕은 불국사와 에밀레종을 완성한 왕으로만 역.. 2015. 11. 8.
동성 간의 Eternal Bond를 꿈꾸며, 게임 내 결혼 시스템을 통한 어느 Gaymer의 욕망 점검기록 민수(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게임, 좋아하시나요? 일전에 다른 글에서 말씀 드렸듯이, 성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투쟁하는 우리는 하나로 묶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혹시 읽어보신 적인 없는 분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다 가지가지인 상태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어쩌다 공통분모가 생기면 함께 부대낄 지점이 생기고, 그 지점이 사라지면 다시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여정이 삶이 아닐까 해요. 저의 여정에도 누군가와 함께 해 왔던 때가 수시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일부는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PC게임부터 시작하여 플레이 스테이션과 같은 콘솔에도 자주 손을 댔었고요,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과 오락실.. 2015. 10. 4.
진보를 두려워하는 '불온한' 세력의 뿌리와 고리에 맞서는 방법 Zinn(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겹치기 출연 먹방이 대유행이다. 공중파에서 종편에 이르기까지 채널을 돌릴 때마다 지지고 볶는다. 그러다 보니 몇몇 유명해진 쉐프들이 끊임없이 겹치기 출연을 한다. 유사 프로그램이 많아지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개성 없고 식상하다. 지난 9월 막을 내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을 보면 차별과 소외를 드러내고 싸우는 사람들 중 집회현장에 지겹도록 겹치기 출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집회, 철도민영화 반대 집회, 성소수자들의 축제와 각종 인권과 관련한 회의… 요리도 다르고 재료도 다른데 신기할 정도로 같은 말을 반복하며 칼날을 휘두른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그들의 겹치기 출연은 티비 프로그램처럼 채널을 돌리며.. 2015. 10. 4.
이쪽 용어 총망라 요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10월 9일은 한글날. 한글날은 한글을 창제한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한글날을 기념하여 이쪽 용어 총망라를 기획하였는데, 레즈비언 커뮤니티와 게이 커뮤니티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총망라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다. 왜냐하면 각양각색의 레즈비언과 게이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자기만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 용어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어떤 이들은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은 보편적인 용어로 조사해보았다. 이 기획을 보고, "이 용어는 그 의미가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좋다. 우리는 이곳에서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깐. 이쪽 : .. 2015. 10. 4.
‘사랑하기에 우리는 존재한다’ - 연극 <스탑키스> 후기 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8월 13일,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에서 연극 스탑키스를 보게 되었다. ‘레즈비언 연극이라니!’ 라는 호기심에 보게 된 연극이었지만, 두 여자의 사랑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무지와 폭력에 관한 내용도 함께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는 부산의 외고 교사였던 은수가 서울의 특별학교로 발령받아 오면서 애완고양이를 교통리포터인 혜연에게 맡기면서 시작된다. 은수는 겁이 없고 적극적인 반면, 혜연은 목요일 6시마다 발생하는 반복적인 소음에도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소극적인 성격이다. 이렇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첫 만남 때부터 끌려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로의 감정을 깨닫게 되던 그날, 홍대 놀이터에서 첫키스를 하다 끔찍한.. 2015. 9. 6.
영화 <스톤월>: 논란과 그 이후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이번에 개봉할 영화 은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실제로는 유색인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면모들이 ‘표백’되었다, 트랜스 여성들의 존재가 삭제되었다 등의 내용들이 을 향한 주된 비판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 때문에여러 담론 역시 촉발되었다. 이를 더 깊게 파헤치기 위해, 실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젠더퀴어 운동가 D(익명으로 남길 원했다)를 인터뷰했다. 스톤월 항쟁, 그 배경과 지워지는 정체성 Q: 스톤월 항쟁이 촉발된 배경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D: 스톤월 항쟁은 1969년에 시작되었는데, 당시는 미국에서 여러 변화가 일어나던 때였다. 리처드 닉슨이 막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미국이 베트남전에 참가하.. 2015. 9. 5.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9. 에필로그 - 행위, 문학의 長篇小說 金 飛 29. 에필로그 - 행위, 문학의 “어, 뭐야? 너도 왔어?” “누가 연락했니, 성준이 네가 연락 했냐?” “너 엄마한테 또 혼나려고 그래? 집에서 쫓겨나는 거 아니냐?” “내가 우리 집에서 살게 해 준다니까? 용호 정도면 난 동거 가능. 우경이도 이해해줄 걸?” “뒤는 잘 살폈니? 또 어디 엄마가 너 따라오신 거 아니니? 너희 엄마, 정말 대단하시더라!” “야야… 어머님도 오죽 답답하시면 그랬겠어?” “우리 데리다 형은 또 멀리까지 간다. 이해력도 정말 넓고 넓으시지. 형 인프제라고 했지, 참?” “이거 또 사람 분류하는 버릇 아직도 못 고쳤네? 그게 다 어떻게든 정답을 내고 싶어 하는 입시교육의 잔재인 거라고 그게. 인간을 그거 하나면 이미 알겠다고 퉁쳐버리는 그 태도가 그게, 그게 .. 2015. 7. 20.
이갈리아의 딸들을 통해 본 성소수자 운동 마롱(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6월 28일 개최되었던 퀴어 문화축제와 7월 5일 열렸던 대구 퀴어 문화축제는 모두 극우 기독교 세력과의 충돌이 있었음에도 성공적이었다. 미국의 동성혼 합법화와 한국에서의 김조광수 · 김승환 부부 동성혼 소송 심리 등으로 인해 성소수자 문제는 가시화되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있다. 하지만 성소수자 운동에 대한 비판과 비난 역시 눈에 띈다. 현재의 성소수자 운동과 그에 반하는 비판을 이라는 책을 통해 다루고자 한다. 은 가부장 세계의 남성과 여성이 누리는 지위가 뒤바뀐 가상의 세계관에서 맨움(생물학적 남성)이 사회와 가정의 억압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소설 내에서 맨움은 가부장 사회의 여성만큼이나 오랫동안 억압당해왔던 성별이지만 맨움 해방운동에.. 2015. 7. 18.
성소수자 문화를 들여다보다! - 프라이드페어 방문 후기 글 : 마롱(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사진 : 오소리(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 편집자 주: 사진은 신나는센터의 허가를 받고 공식적으로 촬영했음을 알립니다. 지난 7월 11일,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프라이드 페어가 열렸습니다. 프라이드 페어는 성소수자를 위한 사단법인 ‘신나는 센터’가 개최한 첫 성소수자 문화생산자 마켓입니다. 성소수자 당사자뿐 아니라 퀴어 문화축제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친환경 기업 러쉬와 배우 소유진님이 만든 소이캔들 부스 역시 참가했습니다. 퀴어 문화축제가 아닌 장소에서 성소수자가 주최하고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마켓을 만날 수 있다니 몹시 설렜습니다. 일을 마치고 태평홀에 도착한 시간이 꽤 늦었음에도 내부는 활기찼습니다. 그날은 35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 2015. 7. 16.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8. 새, 산 - 찾아서, 대리 보충을 長篇小說 金 飛 28. 새, 산 - 찾아서, 대리 보충을 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싶던 때가 있었다. 아니 소설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픈 사람들은 모두 별이 된다는 유치한 문장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득히 어딘가에서 자기만의 광량으로 빛나는 미약하지만 끈질긴 존재가 되고 싶다는 믿음 말이다. 사실은 빛이 아니어도 좋고, 하루 온 종일 빛나던 순간이었는데 빛일 리 없다고 해도 좋고, 보이지도 않는 그 빛이 어떻게 빛일 수가 있느냐고 어쩔 수 없는 불가능이어도 괜찮은 그 빛 말이다. 말을 잃어도 우리의 말이 있고, 언어를 잃어도 우리의 언어가 있듯이, 빛을 잃더라도 우리의 빛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그 확신. 아마도 나는 그 확신을 제대로 적기에 소설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 2015. 7. 8.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7. 데리다 - 이론, 화행 長篇小說 金 飛 27. 데리다 - 이론, 화행 “영상이요? 정말 괜찮겠어요?” “응, 행성인에서 이번에 피엘들과 같이 프로그램을 하나 한다고 그래서.” “행성인? 행성인은 또 뭐야? 외계인, 이방인 뭐 그런 거야?” “이 자식은 퀴어라는 놈이 그 이름도 모르냐? 헌데, 형 왜 이렇게 용감해 졌어? 오랜만에 애인 생기더니 무서운 게 없어졌어? 앞뒤 분간이 안 돼? 모르는 사람들한테 얼굴 팔리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 “봤지, 상우 형. 형은 남자인 척 어른인 척 어깨 빳빳하게 세워도, 여기 눈치보고 저기 눈치 보고 가슴팍이 콩알만 하지만, 우리 데리다 형 봐. 이 정도는 돼야 어른이고, 당당함이지.” “이 자식이 또 슬슬…” “형, 지난번에도 불 났을 때 쫄려서 이 근처에는 오지도 못했지?” “야야, .. 2015. 6. 30.
[LETSSAY] 6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빨강 차쨩 목소리만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고 뿌연 사진으로 기억하고 있다. 단발과 컷트머리 사이의 애매한 경계, 은색 안경, 쭉 뻗은 콧대와 오밀조밀한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키는 167.5라고 했다. 한사코 쩜오를 강조했다. 자기는 얼굴이 못생겨서 내세울게 키밖에 없다며. 하지만 나는 그녀를 만나 본 적이 없으니 그녀의 키가 정말 167.5인지 알 길이 없다. 그녀가 말을 할 때는 어떤 몸짓을 취하는지, 어떤 향수를 쓰는 지, 심지어 그녀의 진짜 이름조차도 알지 못한다. 낮고 깊게 울리는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너 참 예쁠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녀를 만난 것은 한 채팅 사이트였다. 23살 차쨩이예요. 왜 차쨩인가요... 2015. 6. 19.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6. 산 - 그리워하다, 사랑하다 長篇小說 金 飛 26. 산 - 그리워하다, 사랑하다 “니 진짜 혼자 지낼 수 있겠나?”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말에 오 팀장은 난감해했다. 어머니마저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날따라 최 씨 형님만을 남겨둔 채 일찍 퇴근을 해버린 터여서, 자책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엔 짜증이 섞였다. “야, 인마… 뭐가 괜찮노? 까딱하다간 몸뚱이가 날아갈 판국이었구만… 그게 허리 위쪽으로만 튕겨 올랐어도 니는 지금 여가 이리 누워있지도 몬한다. 허허 거릴 일이 따로 있지, 인마!” ‘까딱’하는 시간은 얼마나 여러 번 행운과 불운으로 나를 비껴갔던 걸까. 그의 말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까딱’의 시간은 어떤 흉터를 남긴 채 나로부터 멀어져갔을까. 다행히 철판은 무릎 인대를 끊어내.. 2015. 6. 19.
5월 여성모임 후기 - 여성모임과 함께하는 영화 상영회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를 보고 민해리(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여성모임) 안녕하세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여성모임 민해리입니다. 5월 여성모임에서는 30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여성영상집단 움, 이영 감독님의 영화를 봤습니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아이다호데이,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불거진 성소수자 반대 및 혐오에 대해 다시금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지요. 이반검열이란 2000년대 중반, 학교에서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머리가 짧거나 손만 잡아도 제재를 가하고, 스킨쉽에 따라 벌점을 매겨 행동을 규제했던 것을 얘기하지요. 영화는 이반검열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갈등을 겪는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반검열은 .. 2015. 6. 10.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5. 새 - 적의(敵意), 여기 長篇小說 金 飛 25. 새 - 적의(敵意), 여기 그래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아무리 기억해내려 해도 그런 적은 없다. 아마도 나는 나를 구덩이로 밀어 넣은 보이지 않는 힘이 일말의 여지없이 ‘적의(敵意)’라고 믿었을 것이다. 깊이 빠진 나를 구해내기 위해 어떤 손이든 나를 움켜쥘 수밖에 없을 텐데, 놓으라고, 그건 폭력이라고 버둥거리며 스스로 더 깊이 매몰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온전히 선의뿐이었나? 나를 구하려는 그 손이 내 몸을 찌르고, 나를 아프게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몰아넣을 때, 그러면 그 때 내 온 몸을 지배했던 고통은 가짜인가? 고통을 느낀 자로서의 내 감정과 통증은 의미 없이 얄팍하기만 한가? 구원이나 치유가 고통일 수밖에 없단 정의는, 고통은 곧 구원이고 치유란 .. 2015. 6. 10.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4. 산 - 자유로운, 부유(浮游)하는 長篇小說 金 飛 24. 산 - 자유로운, 부유(浮遊)하는 사랑에 관해 생각하는 일은 그만뒀다. 그 마음을 폄하할 의도는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 사랑은 쓸모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지나간 것들이 그러하듯 문득 떠오르긴 하겠지만, 나는 이제 그걸 ‘자학’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닌가, 자학을 한번 더 학대하는 일인가? 그럼 그걸 뭐라고 불러야하는 걸까? 직업교육원에서 수업을 듣는 일도 그만두었다. 아침 아홉 시부터 네 시까지 주로 엑셀이니 워드니 컴퓨터 관련 수업을 듣긴 했지만, 그 역시 지금의 나에게 쓸모 있는 건 아니었다. 주로 아주머니들이 많았던 수업은 즐겁고 경쾌했지만, 그 역시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남자가 이런 직업 교육을 받기엔 늦은 것이 아니냐, 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뭐 했느냐, 예.. 2015.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