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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177

[LETSSAY] 2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빨강봄꽃작별 그녀는 외쌍꺼풀이었다. 나는 쌍꺼풀이 없는 그녀의 왼쪽 얼굴을 좋아했다. 내 나이, 그녀의 나이 열일곱, 나른했던 봄날, 아무도 찾지 않는 새하얀 자리들, 밀려 내려온 꽃들이 우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빙글빙글 돌았던 것 같다. 그녀가 내게 입을 맞췄던 순간. 그녀와 나는 짝이었다. 봄눈이 내릴 때부터 꽃이 만개할 때까지 나란히 앉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조잘대다 보니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어.” 내가 들은 대답. “너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 지은 지 오래된 학교의 복도는 한 사람만 걸어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음의 크기가 서로 같지 않음에, 그 간격에, 그 높은 벽에, 그 거리에 순식간에 내 마음은 위태롭게 삐걱거렸다.. 2015. 2. 14.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10. 새 - 모르겠어, 행위 수행적 언어는 長篇小說 金 飛 10. 새 - 모르겠어, 행위 수행적 언어는 “모르겠어.” 그는 뒤로 걷고 있었고, 나는 앞으로 걸었다. 나는 그를 향해 다가갔지만, 그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나 우린 같은 쪽으로 걷는 중이었다. “정말이야, 이젠 모르겠어. 왜, 모르면 안 되는 건가? 모를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계산을 했던 것도 아니고… 내가 손에 쥔 결과라는 게 틀릴 수도 있는 거잖아? 틀렸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고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냥 틀린 채로 내버려두고서 다른 걸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거고.” 뒷걸음으로 걷는 그는 카메라를 들어 나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고 그는 나에게서 멀어지면서, 사진 속 .. 2015. 2. 8.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9. 산 - 괴물, and 長篇小說 金 飛 9. 산 - 괴물, and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확신도 없고, 자신도 없고, 제 존재마저 잃어버린 나에게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했었다. 그런 너에게, 미래는 없다고. 종말은 미래가 아닌가, 죽음이 현재라면 큰일 아닌가. 나만 살아남고, 우리만 살아남기를 꿈꾸는 미래는 온전히 미래인가. 현재를 사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면, 미래 따위 없어도 그만 아닌가. 확신이나 자신이 없어도 살고 있다면 이미 존재 아닌가 말이다. 나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하는 그들의 미래를 신뢰하지 않는다.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 그들 앞에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그거 하나다. 미래를 믿는 그들을 믿지 않는 것. 고백하자면, 그럼에도 나는 두려웠다. 확신이나 자신이 없는 내가 이상하지 않았는데,.. 2015. 2. 1.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8. 데리다 - 세계, 호출하는 長篇小說 金 飛 8. 데리다 - 세계, 호출하는 “비가 오면, 이소라가 생각나지 않아?” “나 같아도 좀 섭섭했겠는데, 뭘.” “누나, 누나. 비 오면 이소라 노래 생각나지 않느냐고? ‘제발’ 부르면서 울먹이는 그 언니 모습이 아직도 선해. ‘이소라의 프로포즈’할 때… 그때 그 언니 그 노래 부르면서 자꾸 눈물 나서 못 하겠다고 무대에서 여러 번 내려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되었던 적 있었잖아, 기억 나?” “그래, 그랬을 수도 있지. 보고 듣는 것하고, 실제로 마주하는 건 꽤나 큰 차이니까. 차이가 있다고 듣는 것과도 또 훨씬 큰 차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그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편견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자격지심 같은 게 더해질 수도 있었겠지.” “그건 말 그대로 자격지심 아니에요? 그건 개인이 .. 2015. 1. 11.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7. 새 - 사랑, 사람이라는 말의 오기(誤記)인 長篇小說 金 飛 7. 새 - 사랑, 사람이라는 말의 오기(誤記)인 언젠가 편지에 글자를 잘못 쓴 적이 있었다. 나는 분명 ‘사람’이라고 썼는데, 편지를 받은 사람은 그걸 ‘사랑’으로 읽었다. 가령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라고 나는 썼는데, 그는 ‘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라고 이해했다.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지.’라고 썼는데, 그는 ‘사랑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지.’라고 받아들였다. ‘나도 사람이야.’라고 썼는데, 그는 ‘나도 사랑이야.’라는 고백을 닮은 말로 읽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내 엉망인 손 글씨 탓이었다. 한글의 ‘미음(ㅁ)’을 끊어서 쓰지 않고 한 번에 이어서 썼기 때문에, 조금만 성급하게 손을 움직이거나 흘려 쓰면 ‘사람’은 영락없이 ‘사랑’이 되어버리.. 2014. 12. 28.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6. 산 - 괜찮아, 동그랗지 않아도 長篇小說 金 飛 6. 산 - 괜찮아, 동그랗지 않아도 나는 비어 있었다. 구멍이 난 봉지, 찢겨진 상자, 깨진 유리창. 그게 무엇이든 간에 나는 오래도록 텅 비었다. 구멍이 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비어있는 나를 채우려고만 했고, 새어나가는 것들 때문에 불안하고 조바심 났다. 스물 네 시간 나를 지배하는 내 안에는 균열이 있었다. 볼록 튀어나온 것이거나 날카롭게 깨진 것이거나, 너덜거리는 것이거나 지저분한 것이거나, 손끝에 만져지는 그것을 통해 내 삶이 빨려나가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두려웠던 건 그 틈이 내 몸을 따라 커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나는 완결된 구(球)가 아니었다. 그리다가 만, 흔들리거나 뒤틀린, 직선도 아니고 곡선도 아닌 어쨌거나 동그랗지.. 2014. 12. 21.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5. 새 - 진심, 페티시즘 혹은 長篇小說 金 飛 5. 새 - 진심, 페티시즘 혹은 나에게 사랑은, 마음 이전에 생각이 먼저였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앞에 두고 나는 언제나 먼저 생각하고, 괜찮은가 다시 생각해야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 일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키가 작고 새 하얀 미소를 지닌 반장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에게 다가가 좋아한다고 고백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 아이였던 내가 남자 아이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게 되었으니, 게이인가 동성애자인가 어디선가 듣거나 보았던 그런 사람들에 나를 대입해 고민하는 시간이라도 있었을 텐데, 나는 해맑은 표정으로 그 아이에게 다가가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말해버렸다. 나에게 뽀뽀해도 된다고. 내가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해도 된다고. 나는 언제나처럼 나에 관한 많은 걸 잊.. 2014. 12. 14.
[정휘아의 퀴어뮤직쌀롱 #4] “나는 락스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전설이 될 것이다.” 영국 밴드 QUEEN(퀸)의 보컬 Freddie Mercury(프레디 머큐리) 첫 번째 이야기 정휘아 (동성애자인권연대) 12월 1일 에이즈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아서 쓰는거라 너무 예상가능한 인물을 소개하는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뻔함을 되세김질 하면서 그의 짧은 인생이나마 돌아보고 그의 팬으로서 이 글을 쓴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음악을 듣고 많은 위안을 받았으며 이런식의 빚을 많이 진 사람이라서 몇 줄의 글로 과연 그를 잘 추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이번 글은 오랜만에 쓰는거라 무진장 길다! 나는 경고했다. 길다고! 참고로 이 뮤지션은 한 회로 소개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두 편으로 나눠서 쓰기로했다. 아니, 그래도 길다니까? (이 글은 google이 아니었으면 작성하지 못했을 뻔했고 엔하위키 및 위키백과 등등을 참고하였으며 인용을 많이 했다는 점을 독자여러분들께 알린다.) “I.. 2014. 12. 8.
[LETSSAY] 12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달애기 취급 하지마! 시간을 거슬러 9월 말, 야자 중간에 뛰쳐나온 세 인물, 나와 수민과 도경을 다시 무대에 세운다. 배경은 어두컴컴한 학교 운동장으로, 을씨년스러운 낡은 건물, 맨 꼭대기 층만 희멀겋게 불을 켜놓은 음침한 교사를 세우고, 닳아빠진 스탠드와 흙바닥 가득 먼지가 이는 운동장을 깐다. 나에게는 짤막한 반바지를 입히고, 수민에게는 하복셔츠, 도경에게는 얇은 가디건을 입힌다. 그렇게 무대가 갖춰지면 인물이 등장하고 대사가 읊어지기 마련, 오늘의 대사는 도경이 먼저 뱉도록 되어있다. 여잔데, 여자도 좋아는 하는데, 스킨십도 하고 싶은데 어떤 성적인 관계까지는 거부감이 든다면, 그걸 양성애자라고 할 수 있어? 새카만 하늘에는 흐르는 별과 구름 몇 점을 올린다. 아직 밝게 빛나지 않아 노르.. 2014. 12. 8.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4. 데리다 - 유령들, 이방인의 長篇小說 金 飛 4. 데리다 - 유령들, 이방인의 “어, 나도 그 영화 봤는데. 너는 언제 봤어? 일요일, 일요일? 난 그 전 날이었는데. 에이 아깝네. 같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상우 형은 누구랑 봤어? 또 어떤 놈 꼬여다가 그런 영화를 봤니? 나름 또 수준 있다고 자랑하려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런 영화 보겠다고 끌고 간 거지?” “이게, 사람을 뭘로 보고? 내가 그 감독 얼마나 좋아하는데? 페드로 알모도바르.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 ‘나쁜 교육’ 내가 그 감독 영화는 뭐든 다 찾아다 몇 번씩 보고 그러는데, 너는 나를 어떻게 보고… 짜식이 말야!” “에에에… 형 그거 전부 다른 애들이랑 봤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볼 때는, 같이 본 놈의 모든 걸 알아.. 2014. 12. 8.
초대합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한마당 “무지개 야단법석” 종원(동성애자인권연대)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며 폭력을 조장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합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 ‘합의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합니다. 성소수자, 장애인, 홈리스,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알고 보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구성원들이 침묵을 강요당하며 살아갑니다. 혐오 범죄 희생자들도, 차별과 침묵과 굶주림을 끝내 견디지 못한 이들도 모두 사회적 타살의 희생자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신나는 노래든 슬픈 노래든 비장한 노래든, 추모이자 저항이자 야단법석입니다. 1987~1991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민중은 ‘노래 혁명’으로 독립과 주권을 쟁취했습니다. 손에 손 잡고 민요를 부르는 ‘데모’는 무려 600k.. 2014. 12. 8.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3. 산 - 임브레이스, 브로큰 長篇小說 金 飛 3. 산 - 임브레이스, 브로큰 치유는 가능할까. 시간이란 그토록 힘 센 걸까. 목숨을 버릴 만큼 절박했던 감정마저 아무렇지 않게 되어버릴까, 미완의 시간을 내려놓을 만큼 우리는 강해질 수 있을까. 레나라는 주인공 여자를 둘러싼 감정들을 나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슬픔이나 안타까움이 아니었다. 의심이 먼저였다.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아득한 시간을 넘어설 수 있는 남자 주인공의 눈물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아서. 아니다, 어쩌면 부러웠던 건지도 모른다. 그 긴 시간 뒤에 다가올 ‘포옹’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 기꺼이 ‘부서질 수 있는’ 그들의 투신이 부러워서. “감독 얘기네요, 그죠?” 영화 안내문을 들여다봤다. 어디에도 자전적 이야기라는 설명은 없었다. 스페인의 섬 란타로사에서.. 2014. 12. 1.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 새 - 나, 나 아닌 長篇小說 金 飛 2. 새 - 나, 나 아닌 나는, 내가 아니다. 사람들은 나를 가리키며 내 이름을 불렀지만, 그건 내가 아니었다. 거기에 나는 있었고 사람들은 나를 불렀지만, 대답한 건 나 아닌 나. 다른 이름이니, 그건 내가 아니라고 나는 말해야한다. 여기에 있으면서 여기에 있지 않고, 언제나 없는 나를 찾아 여기에 있지 않은 나를 불러내야하는 것. 나 아닌 나로 나를 부르는 것. “왜 자꾸 말을 빙빙 돌리세요? 그러니까 지금 내 정체성에 의문을 재기하시는 거잖아요? 당신이 어떻게 트랜스젠더냐, 수술까지 해놓고 여전히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건 도대체 무슨 정신 상태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잖아요, 지금?” 그래서 나는 내가 내 이름을 만들어주었다. 내가 사는 이 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오직 나 자.. 2014. 11. 23.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1. 산 - 그래, come 長篇小說 金 飛 1. 산 - 그래, come 우리를 가로막은 건, 가루로 그려진 하얀 선이었다. 옆에 사람을 곁눈질하면서도 서로를 마주보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결승선만 바라보았다. 누구도 말하지 못했지만,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선 가까이 발을 딛기 위해 모두 안간힘 썼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두려웠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사진 속 나는 과장된 웃는 모습뿐이었는데, 나는 그때의 내가 겁에 질렸다는 걸 스물이 훨씬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의 말대로 항상 어깨를 활짝 편 채 걸었고, 선생님의 질문에 제일 먼저 손을 들어 대답했고, 답을 모르더라도 일단 손부터 들고 생각했다. 맞고 틀리고는 나중 일이었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준비물들을 두 개씩 챙겼고, 착한 학생이 되려고 항상 선생님.. 2014. 11. 16.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프롤로그 - Cafe, 데리다 長篇小說 金 飛 그녀인 나와,나의 그에게 0. 프롤로그-카페, 데리다 “그런 건, 좀 유치하지 않아?” “쫌… 그렇긴 해.” “뭐가, 그래? 매번 술 먹고 서로 들어주지도 않는 말들, 목소리 높여 떠들다가 돌아가면 그게 좋으니?” “잎새 누나 말이 맞긴 하지. 들어주는 사람은 없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줬다고 착각하면서 말이야. 그러고 나중에 물어보면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여간 또 삐딱하다, 저거.” “상우 형이야말로 또야? 형, 매번 용호가 무슨 말만 하면 쟤한테 시비거는 거, 알아? 혹시 용호한테 관심 있어? 박쥐네 뭐네 바이섹슈얼이라고 매번 시비 걸면서, 그건 항상 쟤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단 이야기잖아?” “난 사양할게요.” “저게? 나도 아니올시다야, 인.. 2014. 11. 11.
잊혀진 성해방 투쟁의 전통을 들춰보는 이유 - 『무지개 속 적색』 서평 소유(동성애자인권연대) “동성애자 인권 문제를 사회주의식으로 풀어내는 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든다.” 동인련이 노동자 투쟁에 합류하는 이유를 적은 글에 한 독자가 단 댓글이다. 비록 진보라는 분류로 자주 묶이기는 하지만 노동운동 이라던가 마르크스주의 같은 주제들과 성소수자 이슈와의 연결은 여전히 낯설다. 비록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가시화되기 어려운 척박한 토양 속에서도 지난 20여년간 성소수자들과 활동가들이 펼친 광범위한 활동의 결과로 진보 진영 내에서 의미있는 연대와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이는 필연적이라거나 새로운 사회를 향한 공동의 투쟁이라기보단 성소수자 또한 노동자라는 당연한 사실과 LGBTI의 가시성 추구에서 비롯되는 우연한 이해관계의 일치, 그리고 소수자 인권의 담론들을 통해 근래에 형성된 연대처.. 2014. 11. 11.
음악극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감상후기 웅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은 먼저 영화로 제작되고 만화로 나오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음악극으로 만들어졌다. 제각기 다른 매체로 그려진 작품들은 연출과 제작자까지도 다르기에 어떻게 원작을 변주하고 있는지 비교감상의 재미가 있다. 일테면 원작인 영화가 지보이스 멤버들까지 단역으로 출연시켜 사실감을 더한다면, 만화에서는 세련된 캐릭터들이 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낸다. 알다시피 은 장편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그렇기에 편을 나누고 컷을 분할하는 만화와 달리 무대에 올리는 데에는 제약이 따른다. 어떻게 재현해낼 것인지 적지 않은 고민이 따랐을 터, 음악극 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재현방식이 주요 포인트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눈에 띄는 시도는 무대를 다면적으로 활용하는 점이었다. 조명에 따.. 2014. 11. 11.
[LETSSAY] 11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달 집단 우울증 나는 십대. 청소년. 미성년자. 아직은 어리다는 말을 뒤집어쓰고 헛짓거리를 할 수 있는 나이. 물론 지극히 주관적 생각이라 주변 사람들은 속 터져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열아홉이라는 말에는 무슨 저주라도 붙어있는지. 반복해서 말하듯 주위에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라곤 없다. 청소년 네 명 중에 한 명은 자살시도를 해 본적이 있대. 누군가 우울해지라고 급식에 약을 탄 것도 아닐진대, 우리는 집단 우울증이라도 걸린 듯 되묻는다. 그 뿐이 안 돼? 네 명중 셋쯤은 될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 모인 넷, 다들 시도를 해봤다는 그 한 명을 자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네 명의 친구들이 모이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아. 그들.. 2014. 11. 11.
팸의 조건 다란(동성애자인권연대) 지난 8월, 이벤트 기획 단체 ‘핑크 플라밍고’가 레즈비언을 상대로 한 첫 이벤트로 ‘팸투팸 파티’를 기획했다. 퀴어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성소수자가 사회와 보다 밀접하게 소통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이벤트였는데, 당연히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열렬한 반응을 보내왔다. 그러나 '팸투팸 파티'에서 요구하는 '팸'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팸투팸 파티'는 '팸' 성향의 레즈비언들이 가입한 카페에서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페미닌(feminine)한 외모 스타일과사회적으로 여성스럽다고 여겨지는 덕목 수행에 대한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도 '페미닌한 외모 스타일'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문제는 그 다음 항목이다. 도대.. 2014. 10. 15.
[LETSSAY] 10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달가느다란 담배, 가느다란 손가락. 세상에는 너무 슬픈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많다. 묻혀갈 인생을 노래한 김광석, 빈집에 갇힌 기형도, 가느다란 담배와 그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진 윤여정. 왜 타인의 삶은 슬프게만 보이는지. 당장에 고개를 쳐들면 빽빽이 들어앉아있는 고삼들이 보인다. 그네들의 삶은 왜 그렇게 슬플까. 아니, 나는 왜 슬프다고 느끼고 있을까. 어쩌면 내 삶을 가엾게 여기지 않기 위해, 타인의 삶을 동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슬픔들은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부당하다고나 할 수 있을까. 전적으로 내 감정이지만, 타인의 삶은 슬프기 그지없다. 그 슬픔이 섹시해보일 때가 있어. 윤여정의 손가락에서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윤여정과의 인터뷰를 정리하던 한 기자는, 슬.. 201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