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9일 밤 뉴시스는 <몰몬교 신자가 마약까지로버트 할리 부끄러운 민낯을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이어 다른 언론들에서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극적인 표제를 내걸었다몰몬교와 마약과 동성파트너까지 언론은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키워드도 망설임 없이 동원한다누군가를 타인으로 밀어내는 언론의 태도는 온갖 키워드들을 엮어 소위 ‘낙인 돌려 찍기’의 각본을 만든다.

 

보도 직후 몇몇 동료들은 언론 아웃팅을 규탄하는 논평을 내야하는 게 아니냐고 요청했다곧바로 언론사에서도 연락이 왔다기사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질문은 단체 활동가의 의견을 급하게 물었다하지만 방향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규탄의 대상을 언론에만 두는 것이 온당할까혹여 그렇다면 ‘혐오 표현 반대’로 귀결 지으면 되는 것일까.

 

설령 그가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의 소수자성을 가십성 드라마로 소비하는 언론은 규탄받아 마땅하다개인정보까지 들먹이며 각종 키워드를 악의적으로 연결 짓고 자극적으로 전시하는 행태는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해당 단어에 생존을 걸고 살아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혐오에 기반한 낙인이다이미 내부에는 자성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고 가이드도 만들었다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 제8 2 '언론은 성적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현상(마약 등)과 연결 짓지 않는다고 적시하지만이들은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장 아웃팅 드라마에 열을 올리고 댓글 창이 혐오 일색이라 할지라도 규탄 대상을 언론에 국한하는 것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가령 기사들은 하나같이 동성 파트너 관련 제보를 ‘경찰관계자’에게 받았다고 전한다독자들은 경찰이 어떻게 사건에 접근하고 있는지외부에 어떤 정보를 누설하는가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더욱이 연예인과 공인의 수사일지라도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워 사건과 관련 없는 개인정보를 가십화 하는 것은 정당한지 물어야 한다.

 

이미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은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직무규칙 중 9조의 내용을 살펴보면 ①경찰관은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열람·취득하거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모든 사람의 명예와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②경찰관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개인정보를 본래 목적 외에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며본인 외의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경찰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자구적인 기준을 만들어도 명목상으로만 방치하는 관성은 직업상 책임을 방기한 결과이다그 뿐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악용해 소수자 낙인 찍기와 가십의 악순환을 지속하는 것이기도 하다언론과 경찰이 쌍끌이로 소수자를 범죄화 하고 소비하는 것은 사회적 낙인을 은연 중 대중 사회에 스며들어 혐오의 여론 강도를 높인다공권력과 여론선동자원을 확보한 이들의 유착은 소수자들에게 물리적 타격과 다름 없는 폭력을 조장하고 주도한다.

 

그렇다면 언론과 경찰을 어떤 관점으로 비판할 것인가적어도 그 방식은 소수자의 맥락을 납작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더욱이 '혐오 반대'라는 명분 아래 다른 소수자의 취약성을 배제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기사들이 쏟아진 직후 이에 대한 비판이 신속하게 나왔다미디어스가 곧바로 낸 기사의 부제는 다음과 같았다- '방점은 마약인데 "동성애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뉴시스 보도 이후 '성소수자 혐오어뷰징 극성'. 기사는 언론모니터링 활동가들과 교수들의 문장을 인용한다많은 이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공통된 어조는 다음과 같다.

 

'제보가 있었다고 해서 그를 동성애자로 넘겨짚는 것부터 잘못이며설령 그렇다고 해도 성적 지향은 낙인의 이유가 될 수 없다그런 점에 성적 지향과 마약 수사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성소수자 혐오는 안되며성소수자 낙인과 마약 사용은 분리해야 한다.[1]

 

성소수자 낙인과 마약 사용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약물을 수사 대상으로만 밀어넣는 관점은 경찰이 마약 수사를 할 때 보이게 되는 반인권적 태도를 생략하기 쉽다이미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불법적인 마약 수사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인권위는 ‘영장 없이 현장에 출동해 소변검사를 실시하고 양성일 경우 긴급체포하고 음성이면 철수하는 식의 불법적인 마약 수사가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이를 주거의 자유  신체의 자유 침해로 결정한 것이다.

 

약물사용의 과도한 범죄화와 낙인은 약물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그를 사회에서 삭제할 뿐 아니라 약물사용자로 하여금 예방과 해악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마저 잘라낸다인권과 마약 수사를 전적으로 분리해야한다는 주장은 그간 약물사용자에게 범죄의 낙인을 찍고 부정적인 뉘앙스로 일관해온 통념도 뿌리 깊게 작동하고 있거니와최근 버닝썬 사태에서 폭로된 강간 문화 카르텔 이슈 속에 약물이 악의적으로 사용해왔음이 밝혀진 배경의 영향도 없지 않다하지만 약물에 접근하는 이들은 저마다 상이한 목적과 맥락을 갖는다. 이에 무조건적으로 선을 긋는 태도는 정작 누구보다 약물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 집단들의 현실을 부정하고 은폐한다. 더불어 여성들이 강간약물로부터 위험과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안전장치들이 필요한지, 많은 게이 남성들이 어떤 경로와 배경으로 약물에 접근하며 위험에 노출되는지에 대한 고민과 변화의 노력들을 배제한다. 인권의제로부터 약물 사용과 같은 민감하고 논쟁적인 사안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것은 약물에 접근하는 게이 남성들과 데이트강간약물에 노출되는 여성들이 어떤 고립과 위축의 상황에 쉽게 놓이게 되는지 살펴보는 노력을 생략하고 이들에게 어떤 지원과 정보제공이 필요한가 고민해온 궤적을 무시한다. 다시 말해 '보호'라는 미명 하에 허울뿐인 인권을 외치는 것이다. ‘청정 인권’과 범죄로서 약물이라는 이분법을 반복 재생산하는 태도는 사각지대에 놓인 인권의 맥락을 납작하게 만드는 것일 뿐더러, 취약한 삶과 이를 착취하는 음화된 권력 카르텔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첨예한 논점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인권은 당위로만 설명할 수 없다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은 인권의 일면을 보호하기 위해 이면을 보지 못하는 우려를 낳는다우리는 인권의 당위를 논하기 앞서 인권보호를 명목으로 다른 혐오를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살펴야 한다그런 점에 마약과의 전쟁이 유발하는 공포를 끝내고 약물 사용자의 인권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국제사회 성명과 정책전문가들의 의견은 참고할만 하다더불어 지난 5 낙태죄 폐지를 '대마 합법화'에 비유하며 반대했던 법무부의 주장을 반박한 연구모임 POP의 언급 또한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불법화와 형벌주의가 짓누르는 개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금지와 처벌이 아닌 대마 사용의 긍정적 효과를 증대하고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 아래 낙태죄 폐지를 요구한다. 그것은 서로 다른 자리에 있을지라도 차별 구조에 저항하고 목소리 내는 행동이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2] 

 

금지와 범죄화, 낙인의 관점은 전환되어야 한다.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은 약물사용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며, 외려 약물이 음지에서 오용되고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이라 설득하고 요청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국가와 언론에게 조사와 처벌만 공정하게 하라는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약물사용자의 위험 예방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정확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 타인의 취약함을 살피는 시도로부터 우리는 누구도 삭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동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를 '인권'으로 부를 수 있다면, 인권을 요구하고 실천하면서 혐오를 발판 삼아 권력의 카르텔을 유지하는 장치들을 부수고 서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변화들을 모색해 나가면 좋겠다. 

 

 

 

 

 

 

 


[1] 자세한 내용은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063 참조

[2] 링크: https://www.facebook.com/popqueer/posts/627027420970409?__xts__[0]=68.ARD73FAxBSlPnhA0R9oPee79qIjmMylYoxk9bcucsH-ArO_GXj4S0YDNHZBzF0OoKsodKWK53FfYXFt020iDHHOV-7z8IMf1gAlaGiRkl_R9k8MrzhumWMR5VWJ9e8SuArCA-0gNQK6a9oSPZbLNI2S5oCReTl0pzQkHXk61nXya4TSp7xwHlmMzxdILihhuNuIZvXvJ_JFuiUtnZvzo3wXLybn5jo9czIOr-6WQSnSyHMX_VFYdPW2dpg6G8-LM-K5sVRS_usrIWhnigGyCfAUEDfVlqUnZ7-MyTXTIjbZa1jes73fe0w_VDfHQIxNK-I8kRAoZ92K1EORnZi5MUk0&__tn_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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