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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에세이59

2016년, 행성인과 함께 한 첫 1년간의 무지갯빛 잔상 퐁퐁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첫눈이 내렸다. 공교롭게도 150만의 촛불이 모인 그 날이었다. 첫눈을 보고 있노라면 한 해의 끝이 보인다고 했던가. 수많은 촛불의 불빛들처럼 따스하게 날 감싸는 눈송이의 향기가 지난 1년의 잔상과 함께 맴돈다. 내가 ‘행동하는성소수자 인권연대(이하 행성인)’에 회원으로 들어온 지는 이제 8개월쯤 되었다. 심지어 도중에 한달 간은 육군훈련소를 다녀왔으니, 행성인과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긴 편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들 중,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어느 때보다 알차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확언할 수 있다. 행성인과 함께하면서, 나는 성소수자로서 모습을 드러냈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속하게 됐으며 마침내 잃어버렸던 프라이드를 되찾았기.. 2016. 12. 3.
한 해를 돌아보며 신다애(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C 신학대 다니는 애, 신다애입니다. 기독교에서 벗어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고 싶었던 저는 3월 10일에 행성인에 가입했고 18일에 정모에 처음 나가게 되었습니다. 기존 회원 분들이 먼저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셔서 행성인이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3월 31일, 학교에 반동성애 콘서트가 크게 열린 날, 행성인 사람들도 와줬습니다. 비록 제가 현장에 있지 않고 행성인 사람들도 밖이 아닌 안에 있어서 크게 실감은 못했지만 감동을 많이 받았고 고마웠습니다. 4월부터는 가입 전부터 관심이 있던 청소년 인권팀과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막 육우당 추모제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여서 자연스럽게 바로 활동을 시작했고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행성인에 완전히 .. 2016. 12. 3.
1주기, 49재(齋)의 기억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안성 죽산 M마을 가는 길. 연고 없는 장소에 K를 보내러 가는 길. 여느 지방 터미널 택시기사들처럼 기사아저씨는 외지손님을 싣고 지역 향토해설로 어색함을 거든다. 방짜유기로 안성맞춤인 이곳엔 새터민 250명이 다니는 학교가 있고, 어사 박문수가 유과를 공양하고 꿈속에 시험문제를 받아 과거에 급제한 이후 수험생 부모들의 사탕공양이 끊이지 않는 칠장사가 있다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기계처럼 출력된다. M마을은 K가 유고로 남긴 일기장에 적어놓은 장소였다. 그와 어떤 연이 닿는지 모르지만 부모는 여기서 천도재를 지내기로 결정하고 알음알음 K 지인들을 초대했다. 이름과 달리 마을이 아니라 사찰에 가까운 이곳은 정치활동을 열심히 하다 총선낙선 후 출가한 스님이 사비를 털.. 2016. 11. 13.
[나만의 여행 계획] 밤에 뛰쳐 나가기 좋은 서울 여행지 l2lMrFox(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1] 남산 남산은 서울의 중심에 있는 해발 270.8 m 의 산이다. 약 40분 정도만 걸어 오르면 전망대에서 남쪽으로는 압구정부터 북쪽으로는 북악산에 이르는 넓은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나 남산 꼭대기에 위치한 서울의 랜드마크 N서울타워(오후 11시까지 운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백미이다. 한 인근에 명동, 이태원 등 번화가와 남산골공원, 남산식물원, 남산도서관, 국립극장 등 크고 작은 편의시설도 함께 위치해 있다는 것도 남산의 크나큰 장점이다. 만약 남산에 걸어 올라가는 것이 힘들다면 오후 11시 30분 까지 약 22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남산순환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오를 수도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오르려면 반드시 국립극장 쪽.. 2016. 7. 2.
[나만의 여행 계획] 걷기 좋은 여름 여행지 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나는 길 위를 걷는 것을 좋아한다. 길 위를 걸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길'에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길은 인생의 의미를 갖고, 누군가에게는 함께 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나는 아름다운 길들을 여행하는 것을 꿈꾼다. 어느 여행지든 아름다운 길 만을 보고 여행코스를 짜는 것은 무리겠지만, 나는 꼭 그렇게 여행 코스를 계획하고 싶다. 1. 제주도 해안도로 바닷가를 달리기에 국내에서 가장 좋은 곳은 제주도 해안도로일 것이다. 제주도에는 제주시를 기점으로 11군데의 해안도로 코스가 있다. 각 코스마다 특색이 있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광경들이 펼쳐진다. 제주도 해안도로를 자전거나 자동차로 .. 2016. 7. 2.
[나만의 여행 계획] 겨울의 여름탈출 여행 계획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처음부터 말해두자면,나는 여름을 정말 정말 싫어한다. 덥고,습하고, 벌레가 창권하며, 지속적으로 비가 오면 우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덥고 우울한 상황에서,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를 몇배로 더 받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차가운 눈이 내린 설경, 귀여운 새, 그리고 반지의 제왕. 이 세가지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은 뉴질랜드밖에 없었다. 나는 시리즈를 몹시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북쪽 섬 마타마타에있는 호비튼 쪽을 둘러볼 것 같다. 물론, 겨울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나오는 평화로운 봄의 호비튼과는 다를 것 같지만, 그럼에도 꼭 가고 싶다. 아마 실제로 보면 감격에 받쳐 울지도 모른다. 비교적 따.. 2016. 7. 2.
유지 가능한 채식을 위하여 마롱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채식, 건강상의 이유나 윤리적인 이유에서 고기가 포함된 동물성 식품을 거부하는 식생활 혹은 사회 운동이다. 채식주의자들은 시장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동물성 식품이 비윤리적인 공장식 농장에서 생산되기에 비윤리적으로 생산된 동물성 식품을 거부한다. 육계는 대부분 서너 종류의 품종으로 통일되어 있는데 이들은 태어난 지 약 한 달 만에 도축된다. 우리가 먹는 치킨은 모두 몸만 불어난 병아리다. 달걀을 생산하는 닭들은 A4용지 반장 크기의 케이지에서 사육되며 이상 행동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아리일 때 부리를 잘린다. 돼지들은 스톨(stall)이라 부리는 케이지에서 사육되며 역시 이상 행동을 막기 위해 엄니와 꼬리를 잘린다. 암컷 돼지들은 번식을 위해 발정제.. 2016. 1. 30.
겨울의 파란만장한 겨울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얘 남자랑 섹스도 해 봤어. 바이섹슈얼이라고 했고, 여자랑 섹스도 했고." 내 삶이 무너지는 순간은 짧았다. 저 문장이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타고 지나갔다. 아빠와 동생(동생에게는 커밍아웃 했지만)앞에서 저런 소리를 하다니, 힘들게 말한 것을 단순한 문장 하나로 파괴해버리다니, 내가 아빠한테 맞아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전에 투신자살 해야지, 그러면 얼마나 걸리려나, 자살 직전에 잡혀서 더 맞진 않을까, 집에서 쫓겨나진 않을까, 생존을 위해 성노동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우리 부모님은 좋은 사람들이다. 엄마는 내가 집에 있을 때면 삼시세끼 밥을 꼬박꼬박 해주시고, 방 청소도 해주시고, 나갔다 온 사이에 옷장을 정리해놓으.. 2015. 12. 10.
역전의 OB! Come Back 행성인! Tei.J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의무감을 가지고 무언가 하고자 마음을 먹었을 땐, 관심도 없던 일들이 재밌어진다. 시험기간에는 TV에 나오는 다큐도 재밌고 어려운 일을 하는 중에는 괜히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웅님의 원고 청탁 문자를 받고 마감 쫓기듯이 노트북을 열어서 글을 쓰는 와중에 괜시리 책장 한켠에 꽂힌 책들이 궁금해져서 뒤적뒤적 거리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82년에 발간된 나랑 나이가 비슷한 책부터 무려 15년 전 친구에게 빌려서 되돌려주지 못한 책, 그리고 1편만 훑어보다 도저히 어려워 읽지 못했던 책들도 있다. 옛 추억의 간접적인 기록들이 한 켠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낸 20대에 나는 어떤 고민과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던가에 대한 즐거.. 2015. 6. 10.
혐오에 저항하는 작은 몸짓 - 2015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준비하며 마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회원) 2015 아이다호 공동행동 준비 소감에 앞서 작년 아이다호 때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봅니다. 저는 작년 4월 긴 망설임 끝에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처음 발걸음을 디뎠습니다. 하지만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터라 아이다호는 미국의 아이다호 주와 관련된 날인가? 아니면 무슨 호수와 관련된 축제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중요한 약속이 있던 것도 아니지만 저는 작년 아이다호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시내 한복판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얼굴을 드러내고 참여할 만큼의 자신감이나 자긍심이 부족했습니다. 아이다호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 I.. 2015. 5. 11.
서른을 맞이하는 한 레즈비언의 이야기 요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웹진기획팀) 30살. 서른. 서른을 앞둔 사람에게 세상은 참 짓궂다. 청춘을 그리워하는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부터 3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작가와 독자가 같이 고민하는 자기계발서까지.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런 나이다. 나도 곧 서른이 된다. 나는 서른이 두렵다 나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집에서는 평범한 이성애자로 살고 있다. 회사 선배들은 결혼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며 회사에서 유일한 ‘처녀’인 나에게 결혼적령기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있다. ‘남자친구 있니’라는 질문에 남자친구가 없다고 하면 자연스레 총각인 선배들과 연결시켜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들을 조용하게 해 줄 ‘저는 독신주의자인데요’는 더 이.. 2015. 5. 10.
"먹고 사는 게 혁명이다!" - 퀴어반찬모임의 조용한 혁명 수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원래는 잘 먹고 살았다. 고등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무려 여섯 명이나 되는 대가족 속에서 살았다. 엄마는 음식을 잘 했고, 육류, 채소, 해산물이 다양하게 들어간 밥상이 매일 차려졌다. 우리 집에서도 김치를 담갔고, 가끔 외할머니가 달래김치와 파김치를 보내주기도 했다. 밥만 먹어도 건강해지는 밥상. 참 좋았다. 대학을 집에서 먼 곳에서 다니게 되면서 혼자 살게 됐다. 학교 밥이 싸고 맛있어서(정말로 맛있는 편이었다) 점심과 저녁은 거의 학교에서 해결했고, 가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집 앞 밥집에서 4천원에서 5천원 정도 내고 사 먹었다. 밥을 직접 해 먹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집에서 밥을 해 먹으려면 이것저것 갖춰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월세 내고 사는 단칸방이 워낙 좁.. 2015. 5. 10.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지닌 이들과 함께 하려면 * 이 글은 동인련 조정위원회에서 그간의 경험을 회원들과 나누기 위하여 쓴 글입니다. 이경(동성애자인권연대) ‘동성애자’인권연대라는 단체 이름 때문일까요? 이성애자를 포함해서 다른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지닌 분들이 우리 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가끔 질문합니다. 회원 중에 동성애자 비율이 높지만 여러 정체성을 지닌 회원들이 두루 어울려 활동하고 있기에 동인련이 동성애자들만 활동하는 곳으로 보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동인련은 10대 활동원칙을 통해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양성애자 그리고 모든 유형의 성적 불평등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며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성애자들과도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활동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 2014. 9. 10.
2014 동인련 여름 MT. 기갈, 쾌락, 사랑의 색으로 가득한 한여름 밤의 낭만 김민수 (동성애자인권연대 후원회원; 녀우주연상 및 MVP 2관왕)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8월 15일, 흔히 말하는 “이쪽사람들”과의 짧은 휴가를 보내는 시간, 동성애자인권연대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여름MT, 기갈은 높게, 쾌락은 깊게, 사랑은 평등하게, 일영해방전선의 날이 오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구파발, 의정부 두 팀 사이에서 어떻게 가야할지 망설이다 조금 더 가깝고 편하게 갈 수 있는 의정부를 택했습니다. 샤넬, 오소리, 라마 씨, 이렇게 4명이서 오붓하게 더블데이트를 가는 느낌적 느낌으로 버스 뒷자리에 몸을 실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꾀XX산장에 도착했을 땐 선발팀이 짐을 먼저 풀고 주변을 정리하고 저녁거리를 미리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얼추 모이고 나서 키워.. 2014. 9. 10.
서른 아홉 게이가 새싹 퀴어들에게 고승우 (동성애자인권연대)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한 성소수자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멋진 모델들과 유명 인사를 대동하고 선상 파티를 즐기는 엘튼 존? 아니면 패션계에서 화려한 쇼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크 제이콥스? 이제 게이 스타들의 아득한 안드로메다 같은 이야기에서 내가 발 딛는 땅으로 돌아와 평범한 게이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자신의 존엄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제 견해를 전해 드릴게요. 단, 이건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태클을 거셔도 어쩔 수 없지만, 마흔 평생, 아니 빠른 75년생이니 서른아홉 평생 제가 여러 연령대에서 느꼈던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셔도 된답니다. 제 평생에서 성소수자로서의 자각을 하고 일상에 게이적인 것들이 결부되기 시작한 .. 2013. 10. 22.
갓난아기가 바라본 이쪽 세상 오소리(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넌 아직 애기야” 이쪽 친구들과 놀다 보면 종종 듣는 소리다. 행동이나 체형에 관한 소리가 아니라 이쪽 세계에 입문한지 얼마 안됐다는 말이다. 그렇다. 나는 게이로 산지 막 6개월이 지난 말 그대로 ‘갓난아기’ 다. 지금부터 갓난아기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13년 1월 6일, 나는 눈을 떴다. 24년이란 긴 시간 동안 양수 속에 움츠려 있다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응애응애” 대신, “사랑해도 될까요?” 란 말을 하면서……. 솔직히 양수 속은 답답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죄다 이성애중심적인 소리들이었고, 나는 여자를 좋아해야만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남자를 좋아했던 적도 있지만 그 주변의 소음들 때문에 .. 2013. 7. 18.
내가 게이라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누구나 스스로 자신을 규정하는 것이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혹은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는) 그런 특성 말이다. 자신이 자신에게 가지는 이미지라고나 할까? 나에게도 그런 것들이 많지만 중요한 하나는 내가 게이라는 것이다. 내가 게이라는 것을 인정했을 때, 나에게 “나는 게이야!”라고 최종적으로 땅땅땅! 선고했을 때, 매우 기뻤다. 그것은 아주 묘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원래는 기쁜 일이 아니어야 했다. 나는 이성적으로 그런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고 슬퍼할 감정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기뻤다. 웃음이 났다. 이 감정은 뭐지? 미심쩍었다. 하지만 “넌 죄책감을 가져야 해!” 라고 말하는 내 안의 사람을 비웃으며 거리낌 없이 웃었다. 내가 가졌던 게이의 이미.. 2012. 5. 3.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에게 [편집자]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행사의 일환인 '퀴어나잇'에 동성애자인권연대 조은혜 회원이 발언자로 초대받았다. 퀴어나잇은 일반관객과 퀴어 커뮤니티가 어우러져 성정체성과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파티로서 기획됐다. 이성애자로서 성소수자 운동에 참여하는 이유와 자신의 바람에 대한 조은혜 회원의 이야기를 랑 독자들과도 함께 나누고자 발언문을 싣는다. 조은혜(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퀴어나잇에 오신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조은혜입니다. 제가 오늘 여기에 오게 된 건 지난 2월에 있었던 LGBT인권포럼에서 성소수자 운동을 하는 이성애자 섹션에 참여하게 됐던 게 인연이 되어 오게 됐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잘 이해가 안 되시겠지만, 저는 어려서부.. 2012. 4. 26.
[학기자의 하악하악] 레이디가가 내한공연과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 웹진팀 회의에서 나는 레이디가가에 대한 내한공연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다. 이주사가 이런 제안을 했을 때 난 선선히 쓴다고 했다. 편하게 그냥 기사 몇 개 검색해서 비슷하게 쓰려고 했다. 내한공연 반대 논평을 몇 줄 쓰고 영등위의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에 대해서 씹으려고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보통의 기사처럼 말이다. 하지만 짜증나게 글을 쓸 수 없었다. 마감이 얼마 안 남아서 빨리 쓰고 싶었다. 일요일 밤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1시쯤에 잤다. 쓰는 것이 막막했다. 그리고 몇 줄 써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메아리 같았다. 내가 쓰는 것은 누군가가 한말의 반사였다. 쓰고 지우는 것을 몇 번 반복했다. 강데스크의 “문제가 되는 사실 관계를 쓰고 거기서 이런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 2012. 4. 6.
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인권연대?! 사실 동성애자인권연대란 이름을 바꾸는 것에 별생각이 없었다. 동성애자란 단어가 이해하기 쉬운 지점도 있고(성소수자가 뭔지 아는 사람들은 정말 적다), 어차피 많은 사람들은 트랜스젠더도 동성애자에 포함된다고 여길 것이므로(다들 여성스러우면 게이라고 하잖아), 성소수자나 동성애자나 큰 차이가 없다고 여겼다. 게다가 이름만 바꾼다고 동성애자를 제외한 다른 성소수자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소개나 원칙과 방향에는 동성애자만이 아니라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곳이라고 되어있다. 무엇보다 나에게 익숙하고 정이 들어버린 ‘동인련(동성애자인권연대)’을 ‘성인련(성소수자인권연대)’이란 이상한 이름으로 바꾸고 싶지 .. 2011.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