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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I'm Fine , Thank you, and You?

by 행성인 2015. 7. 18.

 

(한국 청소년 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

 

 

 

 

*편집자 주: 본 글은 2015.06.28 서울 퀴어문화축제 <한국 청소년 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 부스에 전시되었던 글입니다.

 

<1>

 

한 때, 모 대학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벽에 붙은 이후 너도나도 한 획 한 획 정성들여 쓴 대자보로 안녕하지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삶의 무게를 토로하는 현상을 바라보며 자보의 내용마다 많은 공감이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대자보 물결에 동참해보라는 제안에 깊은 고민을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HIV/AIDS라는 질병은 정치적 진보와 보수를 떠나 누구에게나 배척당해 마땅하다는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HIV/AIDS와 관련된 이슈는 많은 대자보가 붙어있는 게시판이 아닌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황량한 반대쪽 벽면에 존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HIV/AIDS를 죽음으로 몰아 동성애와 함께 매장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고, HIV/AIDS와 관련된 기사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댓글들이 난무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면서 매몰차게 우리에게 돌팔매질하고 세상이 만들어낸 편견과 혐오로 공격한다.

 

하지만 난 괜찮다.

나에게는, 보잘 것 없지만 소중한 꿈이 있고.

남들 몰래 사회에 잘 스며들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 내고 있고.

나름대로 열심히 남들처럼 살아가고 있다.

허공을 향한 돌팔매가 어느샌가 나에게 집중되고 편견과 혐오로 날 공격하지만 한번쯤 심각하게 우릴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난 괜찮아. 넌 어때?

... 뭐 때문에 화가 난거니?"

 

 

사진 출처: 한국 청소년 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

 

 

<2>

 

언론이나 매체를 통하여 후천성 면역 결핍증 AIDS 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의 빈도 보다,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인 HIV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의 빈도는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 AIDS 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감염 시 100% 죽음에 이르게 하며, 수혈보다 성 접촉에 의해서 발병될 확률이 높으며, 특히나 이성애자 보다 동성애자(남자와 남자)사이의 성접촉에서 발생되는 빈도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질병과는 달리 완치가 불가능 하다는 이유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주홍글씨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음에 이르기 마련이고, 종교 혹은 개인의 신념 등에 의해서 성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일반적인 사람 모두가 살아가면서 성행위를 한다.)

 

자신이 보편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HIV 라는 단순한 질환에 감염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한없이 긍정적으로 낙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감염인들은 몇가지 직업군에 취업 제한을 받고 그로인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회의감을 갖는다. 또한 본인의 감염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쉽사리 털어 놓지 못하며 지내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람은 자신이 겪어 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건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이며 언젠가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보내고, 그 누구와도 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살아간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

외려 이 질환에 감염된 것을 계기로, 개인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건강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언론에서 왜곡되어 보여지는 이미지와 같이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의 악이 아닌, 스스로 누구 보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범죄와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그 사람의 성향과 이 질환에 감염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으며, 누구 보다 잘 살기 위해서 노력 한다.”

설령 지금 당장에야 괜찮지 않더라도, 괜찮아 지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이를 계기로 “나와 무관한 일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느낀다. 본인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치부한 일이나 사건(질병 감염,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의 부재 등)에 타인이 아닌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게 질문을 드리고 싶다.

 

I'm fine (나는 괜찮다, 또한 괜찮아 지려고 노력한다)

Thank you

And YOU? ( 당신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