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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인터뷰

[회원인터뷰] 내 자신에만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 노동권팀의 라마를 만나다!

by 행성인 2015. 10. 4.

인터뷰 받은 사람: 라마(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인터뷰 한 사람: 오소리, 바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라마를 닮아서 라마

 

 

바람: 먼저 자기소개 해주세요.
 
라마: 저는 스물세살 대학생이고 라마라고 합니다. 행성인에는 작년 5월에 처음 연락을 해서 왔고, 노동권팀에 연락을 해서 들어오게 됐고, 남자입니다. (웃음)

 

 

아니 왜, 벌점 맞아가면서 까지 연애를 하냐


바람: 성정체성은 언제 처음 알게 되셨는지?
 
라마: 정체성?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중고등학때 짝사랑으로 아픈 기억들, 그런 썰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 걸로 갈등을 겪거나 그래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고민해본 적도 없고 공부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대학에 와서도 고민할만한 건덕지가 사실 없었어요. 대학 와서도 너무 바쁘게 살다가 3학년 때 들어서야 행성인에 들어올까 말까 고민하게 됐어요. 고민하게 된 계기가 뭐였냐면, 후배가 이쪽이었던 거예요. 그전까지는 제 정체성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가 오프라인에서 진짜 그런 사람을 보고 나니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정체성을 언제 처음 알게 되었나?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나는 이쪽이구나, 이렇게 살아야겠다 하는 계기가 있었던 적이 없어서.
 
오소리: 아, 그래서 정체성이 뭔가요?
 
라마: 게이겠죠? (웃음) 사실 요새, 문제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요즘 딱히 어떤 욕구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여서. 어떤 사람이 좋다라는 감정을 느낀지가 상당히 오래됐고, 지금도 그러다보니까 약간 애매한 것 같아요. 활동을 통해 만나는 과정에서 계속 만나보고 싶다는 감정이 거의 없어서. 그런데 성적인 자극 같은 경우는 남성에게 끌리긴 하는데, 오프라인에서 대상이 있었던 경우가 거의 없어서.
 
오소리: 중고등학교 때 전혀 끌림 같은 게 없었나요?
 
라마: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그 친구랑 놀면 더 재밌고. 그 노래 있잖아요. 사랑과 우정사이. 애매한 그런 관계였던 것 같아요. 그땐 어떻게 중고등학교 때 연애를 하냐는 생각이 있었어요. 학칙으로 연애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런 강박이 심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거 어기는 애들 이해가 안갔었어요. (웃음) 아니 왜, 벌점 맞아가면서 까지 연애를 하냐. 공부가 중요한 건데. 저 나름의 철벽을 치는 것도 있었던 것 같고. 그게 오래되다 보니까 자연스러워졌던 것 같아요. 대학 때도 그런 것 같아요.
 
오소리: 대학교에는 학칙 같은 건 없잖아요.
 
라마: 대학 때는 학칙은 없었는데, 제가 동아리를 했었어요. 그런데 동아리에 사람이 적다 보니까 그안에서 연애라든가, 그런거에 약간 거부감이 있었어요. 연애하면 동아리가 망한다. (웃음) 또 동아리 회장같은거 하면서 사람 챙기기 귀찮은 상태가 됐어요. 사람 만나는 게 일이 돼버린. 그러다보니 혼자가 편하고, 그리고 워낙 외로움 잘 안타는 체질이어서. 영화 보러나 밥 먹으러도 혼자 잘 다니고 해서 딱히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과 이걸 하고 싶다기보다는, 이걸 하고 싶은데 사람이 필요해. 그러면 주변에 사람들 아무나 모아서 같이 놀면 되니까. 약간 그런 상태로 계속 지냈던 것 같아요. 딱히 외롭다고 생각할만큼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오히려 요즘에 약간 이런 것 같아요. 단체들 나가다 보면 정체성을 많이 물어보는데, 내가 게이라고 말하면, 게이라는 역할? 남성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저 같은 경우는 약간 애매한 거죠. 분명히 남성에게 끌리는 부분은 있는데 실제 사람에게 느껴본 적은 많지 않으니까 사실은. 약간은 애매한 거죠.
 
오소리: 그러면 본인이 무성애자라거나 그런 생각은 안해보셨어요?
 
라마: 성욕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이게 실제 사람에게 계속 만나보고 싶다, 스킨십을 해보고 싶다 같은 걸 못 느끼니까. 약간 내재된 거부감도 큰 것 같아요. 두려움? 그렇게 자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집에서 부모님이 딱히 스킨십 하는 걸 본 적도 없고.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저는 저를 아직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빨리 연애를 해봐야 (웃음)
 
바람: 결론은 연애구나. (웃음)
 
오소리: 그런데 사실 잘 이해가 안되는 게, 그전까지는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가 후배가 이쪽이라는 걸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게...
 
라마: 사실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게 저한텐 그다지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그전까지 딱히 연애하고 싶다 이런 거에 관심이 없었고, 그냥 ‘이런 세계가 있다’ 정도였던 것 같아요. 나랑 먼 얘기였는데,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본 거죠. 보고 그 전까지 관심이 없었던 거에 대해서, 나는 왜 나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주변 사람들하고 직접 얘기를 해야 배우는 게 있고 나도 성장하고 그런 건데, 왜 나에 대해 관심이 없었을까 생각이 들면서 나에 대해 알아보자, 나랑 비슷한 사람이랑 얘기를 해보자 해서 나오게 됐던 거죠. 어떻게 보면 용기라고도 볼 수 있겠죠. 그 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사실 두려워서 피했다고 볼 수도 있는 거고. 친구들을 보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까 이런 사람이 있고, 이렇게 얘기해보니까 재밌는 것도 있구나 해서 (행성인에) 나왔죠.
 
오소리: 그래서 나오고 달라진 것 있어요?
 
라마: 사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알게된 건 많은거 같은데, 성소수자 문화라든가. 그런데 제 개인 신상에, 생각의 변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혼자서. (웃음) 그러니까 행성인의 가치관들, 이런 것들은 기존에도 가지고 있었던 거기 때문에 딱히 여기 와서 가치관이 변했다거나 그런 건 크지 않은 것 같고. 아무래도 이쪽 사람들 많이 알게 됐다는 것. 편하게 이런 얘기들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는 정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 같은 경우엔 기존에 학교에서 만나는, 소위 말하는 운동권 사람들이랑 비슷해서. (웃음)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오소리: 주변에 커밍아웃은 하셨어요?
 
라마: 친한 남자 이성애자 한명. 나머지는 성소수자 친구들이고. 막상 커밍아웃한 친구는 별로 없네요.
 
오소리: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커밍아웃 할 생각은?
 
라마: 아직은 딱히. 필요성을 잘 못 느끼기도 하고 두려움도 큰 것 같아요. 가족들과는 아직 정체성 문제로 크게 갈등을 겪어 본 경험이 없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크게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어요. 친구들 같은 경우엔 자주 보는 친한 사람들 몇 명한테는 이야기를 했어요. 애초에 아주 친하게 지내는 사람 자체가 많지가 않아서 안했던 것도 있는 것 같고, 군대 간 이쪽 친구한테는 그 친구가 전역하면 할 생각이에요.
 

 

내 자신에만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나 자신을 찾아서
 

바람: 아까 행성인에 먼저 연락을 했다고 하셨는데, 행성인은 처음에 어떻게 알고 가입하게 되셨는지?
 
라마: 그 때 동인련이었잖아요. 제가 그 때 아는 단체가 동인련과 친구사이 정도였는데. 친구사이는 뭔가 멀어 보이는 느낌이었고, 동인련은 좀 더 친숙한(?) 느낌이었어요. 인터넷에 치면 동인련에 관련된 글들을 더 많이 봤던 것 같기도 하고. 또 제가 노동이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집회도 자주 갔었는데 그 때 깃발도 많이 봤었던 것 같아요 . 그래서 검색을 좀 해보면서 고민을 하다가, 노동권팀이 제 관심사랑도 잘 맞는 것 같아서 들어갔어요.
 
오소리: 노동권팀에 들어오신 이유에 대해서도 같이 대답해주셨는데, 다른 팀에는 관심 없으셨어요?
 
라마: 사실은 청소년기가 지났고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없었고, 글쓰는 걸 잘하는 타입도 아니었고 . HIV/AIDS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엔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서, 내가 알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처음엔 들었고. 노동권 같은 경우는 대학에서 3년동안 활동을 하다보니까 좀 더 편하게 활동을 해볼수 있겠다, 기존에 했던 것들 이어가면서 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볼수 있을까해서 들어오게 됐죠. 사실 오프라인으로 성소수자를 본게 학교에서 후배 한두명 보고 바로 여기로 나온거니까. 다른 것들 관심 가지기 보다는 기존에 하던 것들 해보면서 해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바람: 노동권팀에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혹은 행성인 활동 중에서 기억에 남는 활동있나요?
 
오소리: 활동한지는 얼마나 되셨죠?
 
라마: 활동 자체는 1년 넘게 했죠. 나오기는. 그런데 약간 애매한 게, 1년 활동을 했는데 막상 열심히 했냐 하면 그렇진 못했던 것 같아요. 작년에 행성인에 들어오고 나서도 학교에서 맡고 있는 일이 있어서 열심히 못했고, 뭔가 다리 하나만 걸쳐 놓은 느낌으로 활동을 하다보니까 뚜렷하게 기억에 남거나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요. 사실은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고 부딪혀보고 깨져 봐야 기억에 남는데 가볍게 하다보니까 뚜렷하게 남는 기억이 없어서 아쉽네요. 활동을 열심히 해보면 좋겠는데 집회나가면 워낙 아는사람도 많고, 헌데 밖에 커밍아웃을 많이 한 게 아니니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 그렇기에는 애매한 게 있어요. 내적으로는 안타까움이 있는 것 같아요.
 
오소리: 행성인 활동 전에 다른 커뮤니티를 접해본 적은 없는 거예요?
 
라마: 일베 성소수자게시판?(웃음) 딱히 어플을 하지도 않았고. 오프라인에서 많은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죠. 어떤 루트로 나갈 수 있는지도 몰랐고.
 
오소리: 성소수자를 많이 접해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행성인에 오게 될 생각을 하셨어요?
 
라마: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내 자신에만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정체성이라는 게 태어나자마자 주어진다기보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같은 성소수자라고 해도 그 안에서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행성인(처음 들어갔을 땐 동인련)이 제 가치관하고도 맞았고, 여기서 활동하면 좋은 사람들하고 관계맺으면서 제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오소리: 얼마 전 일하는성소수자모임도 끝났는데, 노동권팀에서 활동하면서 드는 고민이 있나요?
 
라마: 성소수자와 노동이슈의 관계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난망한 것? 저도 어려운 거에요. 노동권팀에서 하는 활동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하다보니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적극적으로 나서서 뭔가 해보자 말도 잘 못하게 되고, 활동을 계속 한발만 적당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뭔가 뚜렷하게 일이 있어서 해버리면 좋은데,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또 요즘은 노동이슈 자체가 얘기하기 힘든 것도 큰 것 같아요. 행성인이니까 그나마 이 정도 할 수 있는 것 같고.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어려운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또 나 스스로도 앞으로 어떻게 활동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들어요.
 
오소리: 어떤 고민이요?
 
라마: 내년부터 군대를 가기도 하고.나중에 직장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요. 군인신분으로서도 그렇고. 한발만 계속 걸쳐 놓은 상태에서 한발 더 들어가서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오소리: 군대 갔다 와서는 뭐 할 거에요?
 
라마: 직장생활을 하면서. (행성인 같은) 이런 단체들이랑 계속 연을 맺고 싶기는 해요. 사람이 안정적으로 살다보면 점점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잖아요. 근데 또 그렇게 살기는 싫으니까. 이런 단체에 연을 맺으면서 문제 의식을 느끼고 살고 싶다는 바람은 있어요. 어떻게 내 삶과 활동을 이어갈진 계속 고민을 해보긴 해야 할 거 같아요. 물욕이 많아서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웃음) 어떻게 해야 될까요 반상근자님?
 
오소리: 왜 그걸 저한테 물어보세요. (웃음) 저도 사실 정체성 자각 전까진 그냥 대기업 들어가서 돈 많이 벌고 살고 그러려고 했는데, 정체성 알고 나서는 활동하는 게 재밌고 이게 내 일이다 싶고, 그런 거지 뭐.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웃음)
 
라마: 돈 많이 벌어서 기부라도 많이 하면서 살고 싶네요. (웃음)
 
오소리: 미래의 고액의 후원자님 이신가? (웃음)
 
라마: 아니면 로또가 당첨 돼서 활동을 하면서 살겠지.
 
오소리: 로또가 당첨되면 활동을 할까? (웃음)
 
 

행성인이 깃발 들고 나가는 거 좋아해요

 

행성인하면 연대! 연대하면 행성인!


 

오소리: 노동권 외에 관심 있는 주제나 분야 있나요?
 
라마: 관심있는 주제나 분야? 연애? (웃음)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성격이 그런 것 같아요. 뭔가 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빠져드는 타입이 아니라서.
 
오소리: 그럼 평소에 뭐하고 지내세요?
 
라마: 운동이요. 방학 때 내내 운동만 하고 집에서 누워있고. 그런데도 저는 그 생활이 만족스러우니까 딱히 사람을 만나야겠다 이런 욕구를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운동하고, 요새는 개학 했으니까 공부하고, 행성인 나오고. 되게 단조로운데, 저는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뭐 하는 거 있으세요? 딱히 없지 않아요?
 
오소리: 연애? (웃음)
 
라마: 연애하면 운동을 못하잖아요 (웃음)
 
오소리: 그래서 운동을 안 하죠. (웃음)
 
라마: 나는 되게 고민 될 것 같아요. 내가 가는 운동 시간이 있는데, 만약 데이트를 하자고 그래. 그럼 너무 고민될 것 같아요.
 
바람: 같이 운동하면 되지.
 
라마: 보통 같이 안하니까.
 
오소리: 요즘 성소수자 이슈 중 관심 있는 건?
 
라마: 음... 특별히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없어요. 그냥 성소수자 운동 전반? 그 중에서도 서울시청농성.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 이후로 성소수자 운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전엔 잘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밖으로 나온다는 느낌? 갈등도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고. 서울시청농성이 끝난 것 같지 않은 느낌. 그리고 서울시청농성이 재밌었어요. 좋은 환경에서 해서. 밥도 잘 주고 내 방보다 따뜻해서. 딱 시험기간이라 밤은 못 새고. 마지막 남은 이성이. (웃음) 딱히 공부를 한 것도 아닌데. 벌써 작년이네요. 오래됐다. 그때 타올랐던거에 비해서 요즘 일어나는거는 찔끔찔끔 일어나는 것 같아서. 그때가 전면전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오소리: 다시 농성을 하겠다 하면?
 
라마: 저야 참가자로 가서 그러면 되겠지만 주최하는 측에서는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저야 기본적으로 집회 같은 거 좋아해서. 밥도 잘주고. 사실 서울시청 밖에서 했으면 기억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웃음) 따뜻하지, 밥도 잘주지, 공연도 좋지, 발언들도 좋지 하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때 막 씨앤앰 비정규직 노조에서도 와서 연대발언도 해주고 그런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오소리: 시청농성도 그렇고, 행성인이 뭔가 하면 다른 곳에서 와서 연대 발언 해주고 그러는데, 그런 것들 보면 어때요?
 
라마: 좋죠. 저 같은 경우에 처음 행성인에 들어오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연대의 가치를 앞에 내세우는 거였던 것 같아요. 행성인 활동 전에도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성소수자 단체가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행성인이 제일 연대를 강조 하잖아요. 성소수자만으로는 운동을 이끌어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연대오면 기분좋고, 저는 행성인이 깃발 들고 나가는 거 좋아해요.
 


혼자 살든 같이 살든 자기가 마음껏 선택할 수 있어야죠

 
오소리: 라마님은 나중에 결혼할 거예요?
 
라마:어떤 결혼? 동성결혼?
 
오소리: 동성결혼이지, 게이인데. (웃음)
 
라마: 딱히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 쉐어하우스. 집을 공유하고 거실을 공유하며 살고 싶어요. 제가 한 사람하고만 오래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나중에 병 걸렸는데, 아무도 모르게 죽어버리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같이는 살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기도 해서 같이 살면 좋겠는데, 그게 일대일 관계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지금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수도 있긴 한데, 계속 일대일 관계를 맺는거 보다는 여럿이서 공동체로 살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관건은 집을 마련 할 수가 있느냐...
 
오소리: 그럼 동성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마: 저는 기본적으로는, 궁극적으론 결혼 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궁극적으로 계속 가져갈 수 있는 의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혼인제도 보다는 오히려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자 살든 같이 살든 자기가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제도요. 어쨌든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경제적인 게 크잖아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동성혼이라는게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이슈파이팅하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다만 그게 어느정도까지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동성혼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엄청 틀렸다고 말하기는 힘든, 그 정도 생각이에요. 또 한국 동성혼 운동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분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거잖아요
 

오소리: 행성인에서 하고 싶은 일은 일은 있나요?
 
라마: 지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게 고민이라 뚜렷하게 열정을 쏟아서 하나를 기획해 보는 것. 그게 구체적으로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서. 뭐가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심리상담 받는 것 같아. 인터뷰하면서 나의 활동에 대한 상태를 명확하게 보게 된 것 같아요. (웃음)
 
오소리: 행성인에 바라는 점은요?
 
라마: 바라는 점? 지금 되게 좋은데. 좀 더 단체가 커져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 그런 거 있었다. 요즘 대학같은데 보면 행성인같은 사회운동 단체들이랑 거리가 멀어지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성소수자모임이 있는 대학들이 있는데, 이런 사회운동 단체와 연계해서 활동도 크게 벌리고, 무슨 이슈가 있었을 때 같이 논의했으면 좋겠는데, 제가 듣기론 딱히 그런 것 같진 않거든요.
 
오소리: 그럼 마지막으로 미래의 고액의 후원자님께서 행성인 회원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라마: 좋은 단체 같고. 정말 좋은 단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정체성이 다양하다는 것. 그래서 다양한 회원분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좋겠어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분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거잖아요. 좀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 네,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성소수자 안에서도 소수 정체성을 가진 분들, 좀 더 같이 자주 활동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