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소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악화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신앙과의 갈등에 대해,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대해, 어떤 고민이든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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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모임 열일곱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일시: 8월 8일 토요일 오후 7시

 

장소: 서울 마포구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하늘엄마: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무애: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해인: 게이 조카를 둔 이모
- 종이비행기: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오소리: 양성애자(누나가 알고 있음)
- 모리: 게이(부모님과 누나들이 알고 있음)
- 바람: 게이(부모님과 형이 알고 있음)
- 어나더: 게이(부모님이 알고 있음)
- 재성: 게이(가족이 전혀 모름)
- 에버: 양성애자(부모님이 알고 있음)
- 사과: 게이(부모님과 동생이 알고 있음)
- 말발: 게이(어머니와 형이 알고 있음)
- 허진혁: 젠더퀴어(부모님이 알고 있음)
- 낫소: 게이(어머니와 여동생이 알고 있음)
- 박훈: 게이(어머니가 알고 있음)
- 김곰: 이성애자


모리: 안녕하세요. 오늘도 마찬가지로 자기소개와 근황 나눔 하면서 시작할게요. 저부터 할게요. 김수환이구요. 26살이고. 동성애자고. 3, 4년 전에 엄마, 아빠, 큰누나, 작은누나가 알게 됐어요. 제가 말을 한 건 아니고 어쩌다 그 분들이 알게 돼서. 많이 싸우고 갈등이 있었어요. 한 1년 반 애기 안 하다가 화해 했다가 다시 싸우고 다시 화해했어요. 엄마 아빠랑은 지금 잘 지내고 있고, 누나들이랑은 아직도 연락 안하고 있습니다. 딱히 근황은 없어요.


오소리: 오소리이구요, 26살이고 양성애자입니다. 누나한테는 커밍아웃 했어요. 부모님은 모르세요.


어나더: 어나더미라고 합니다. 21살이에요. 부모님한테는 1년 전쯤 사고로 알려졌어요. 사고라면 사고고. 의도치 않게 말씀 드리게 됐고 그 이후로 꾸준히 사이가 안 좋은데 별로 나아지는 기색은 안보이고 있고요. 동생들은 몰라요. 제가 저번 달 모임에 오지 않아서 두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집에서 나갔다는 거예요. 학교 근처에 고시원 하나 구했어요. 8월말에 이사 예정이에요. 방학이라 굉장히 여유롭게 보내고 있고 얼마 전에 연애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부모모임 운영진들끼리 열심히 책 발간 준비 중이에요. 잘 만들어서져서 좋은 책으로 많은 분들께 소개가 됐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들 심층 인터뷰를 진행 중인데 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있어요. 발간 후 11월에 좋은 결과물로 냈음 좋겠어요.


바람: 바람이구요. 현재 21살이에요. 어머니랑 친형한테 커밍아웃과 아웃팅을 동시에 겪었어요. 형이 커밍아웃 때문에 두시간 반동안 저를 폭행해서 혼자 살게 된 지 1년 정도 됐어요. 현재 남성 게이로 정체화하고 있어요. 한달 근황은 부모님들 몇 분과 정혜진 박사님의 치유밥상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상담 받는 중이에요. 동갑친구랑 썸타고 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낫소: 저는 오늘 처음 나왔고요, 26살입니다. 닉네임은 낫소이고 동성애자예요. 얼마 전에 가족들과 함께 장기간 여행을 하다가 도중에 본의 아니게 여동생과 어머니에게 커밍아웃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어머니가 그 이야기에 대해서 없었던 일처럼 하시는 걸 보고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더라구요. 취직준비를 할 나이라 말을 하지 않고 지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30대 초반 쯤 되면 결혼 얘기 나오면서 어머니랑 어차피 이 얘길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서. 스스로도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냐 하는 마음에 이 모임에 나오게 됐어요. 여기에 계신 분들 중에서 부모님들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어요. 저희 어머니도 연세가 60이 다 되어 가시는데, 그  나이대 분들의 생각이나 자식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재성: 재성이구요. 나이는 30살이고, 여의도에서 회사 다니고 있어요. 사실 이쪽에서 하는 행실을 보면 제가 이미 커밍아웃 다 했을 것 같지만 부모님껜 안 했고요. 이쪽인거 전혀 모르시고, 주변 친한 친구한테만 얘기했는데 다 받아들여줬고어요. 최근에 퀴어퍼레이드 다녀왔고. 평일에는 회사 다니고 토요일에는 종로 이태원 왔다갔다해요. 부모님께 커밍아웃 한다는게 집안 분위기가 있어서 최대한 숨기다가 내집 마련할 돈이 생기면 집나갈 각오하고 할 생각이에요. 정말 영원히 속이고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충격을 받더라도 이야기 안 하면 평생을 거짓말하는 거니까... 차라리 단판을 짓고 집을 나오든 부모님이 받아들이든 하는게 나은 것 같아요. 30살이니까 4, 5년 뒤면 부모님한테도 결혼 압박이 주변에서 들어올게 뻔한데, 참다가 각오를 해야겠죠. 직장에서도 사실 회사 분위기가 딱딱한건 아닌데 할 수 있는 분위기는 또 절대 아니에요. 큰 회사여서 어떤 경로로 소문이 퍼질지 몰라서 절대 내색을 하지 않아요. 퀴어문화축제 같은 곳에서 사진이 많이 찍혀도 얼굴이 블러처리 되니까 크게 걱정은 안 해요. 그리고 일반들이 굳이 이쪽 찾아보지 않아요. 회사에도 분명 이쪽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 사람들도 다 알고 있지만 서로 견제하는 것 같아요. 말하면 자기한테도 오게 되니까.


에버: 에버구요. 지금은 휴학생이에요.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은 작년에 했어요. 처음엔 부정하셨어요. 말을 했는데 모른척하시더라구요. 화도 안내고 뭐라 하지도 않으셔서 나름 스트레스였어요. 요즘에는 대학 자퇴서를 냈는데 학교에서 자퇴서 수리를 안 해주고 휴학으로 처리했어요. 곱창집에서 알바 하고 있어요.


사과: 사과구요. 커밍아웃은 작년에 부모님과 동생한테 했어요. 처음에 엄마 반응이 엄청 나쁘진 않았는데 그래도 하자마자 막 와~ 하면서 환영하셨던 건 아니고 울면서 “아닐거야” 하시다가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애키우는 재미를 모르는 게 아쉽구나”고 하셨어요. 그래서 부모님과의 관계가 나쁘진 않아요. 요즘 근황은 수험생이다보니까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말발: 말발이구요. 현재 대학다니고 있어요. 정체성 자체는 고 3때 확립했고, 확립 후 3일후에 어머니께 커밍아웃 헀어요. 약간 부정적인 반응이었어요. 그날부터 부모님과 대화를 단절하고 살다가 일주일 후에 부모님이 답답했는지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엄마한테 커밍아웃한 다음에 형한테 커밍아웃 했는데, 형은 “알고 있었어” 하면서 끝났어요. 요즘은 엄마 친구들이 저한테 여자친구 안사귀냐 이러면 엄마가 “얘 여자한테 관심 없어” 하고 얘기 해주세요. 요즘은 대학교가 방학이라 여유롭게 살고 있어요.


허진혁: 허진혁이고 27살이에요. 퀘스쳐너리에요. 커밍아웃해도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에요. “퀴어문화축제 갔다올게~”하고 갔다왔더니 부모님이 정신병원에 끌고 가더라구요. 그 후로 집 나와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제가 쇼크를 많이 받아서 부모자식 간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이 돼요. 약간 애매하게 풀려서 생활비나 물품은 보내주는데 부모님을 당분간은 안 만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에요. 집에서 보자고는 하는데, 지금은 친구집에서 살고 있고 정리가 되면 취직할 생각이에요. 대전 밖으로 나갈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대전엔 절대 안 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누나가 있는데 누나는 지역이 달라서 아예 이야기를 안 해요.


해인: 해인이구요. 제 조카가 게이에요. 한달동안 영화만 세 편 정도 봤어요. 연평해전, 소수의견, 극비수사. 오늘도 오기 전에 프랑스 영화 한편 보고 왔어요. 아까 바람님이 말한 치유밥상에 가고 있어요. 자기 자식도 아니고 조카가 게이인데 여기 왜 나오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요. 뭐 대단하냐고.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처음에 조카 때문에 오기는 했지만 지금은 저 자신을 위해 오고 있어요. 오다보니까 제가 해야할 일 중 어떤 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해서. 제가 서 있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된다면... 사실 와서 배우는게 너무 많아요. 저는 큰애가 24살이고 작은애가 21살인데 여기 오면 다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성소수자라 가지는 것 외에도 배우는 게 너무 많고, 알지 못했던 것도 폭넓게 알게 돼요.


무애: 아들이 게이이고 17살이에요. 약간 트랜스 성향도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은 게이라고 얘기하는데 트랜스성향도 있지 않나 관찰하고 있어요. 아들이 1년 전에 커밍아웃을 했어요. 처음 양성애자라고 했는데, 제가 “나는 네가 게이인 것 같은데? 잘 알아봐라. 확실히 알아봐라. 나도 알아볼게.”라고 했어요. 이게 우리 모자의 커밍아웃이에요. 16년 동안 쭉 지켜봤는데 아이가 세상이랑 소통 못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뭔가가 이상한데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아이가 예술을 하다보니 예술가의 성향이라 그런가 생각했는데 명쾌하지가 않았어요. 그렇게 의문이 있었던 게 아들이 커밍아웃하면서 풀리게 된 거예요. 근데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이 제게 너무 없었어요. 그래서 알아보러 나온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친구사이에요. 나오고 나서 6, 7월 두 달은 성소수자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현재 상황을 배우면서 보냈어요. 지금은 안정됐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게이 아들을 둔 부모로써, 그리고 이성애자로서 이 문제가 성소수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느껴요. 그동안 봉인되고 외면되었지만 끌어내야 하는 문제이고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들하고 저하고는 커밍아웃 이후에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아들의 성정체성을 존중하고 인정하게 되면서 서로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게 됐어요. 아들을 통해서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고,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게 됐어요. 저한테는 중요한 계기가 된 거죠. 행성인이나 친구사이 부모모임에 나오는 이유는 아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해요.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거든요. 정체성은 다양한 거니까요. 부모모임에 나와서 이 자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들한테 “트랜스 같니? 아니면 게이 같니?”하고 질문하는 이유는, 제가 관찰을 많이 하는데 우리 아들이 게이라고 얘기는 하지만 부모니까 어릴 때부터 본 게 있잖아요. 일단 형들한테 아들이 관심은 많이 가져요. 제가 행성인이랑 친구사이 모임 다녀와서 “게이형들은 참 잘생겼더라~”하고 이야기 하는데, 아이가 “그래?” 하면서 관심을 가져요. 그럼 얘는 게이겠구나 생각을 하는데, 우리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유별났거든요. 아기가 긴 머리 가발 쓰고 누나 레이스 양말 신고, 발레 하는 자세하고 유치원에 입장하는 거예요. 저는 얘가 예술적 삘이 강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자애들이랑 소꿉장난하고 놀고. 그런 역사를 보니까 ‘얘는 트랜스 성향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본인이 정체성을 인지 못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어요. “트랜스 중에는 신체를 바꾸고 싶은 사람도 있고,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더라. 너는 어떤거 갖니?”라고 물어봤어요. 바꾸고 싶다면 계획을 잡아서 바꿔줘야 하니까. 대답을 들어보니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대요.
 지난 두 달의 기간은 제가 빨리 이해하고 엄마로써 어떻게 해야하나 확립하는 시간이었어요. 우리집은 커밍아웃 이후에 너무 해피해졌어요. 우리 애는 지금 제 뒤에 숨어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염탐 중이에요. 아들이 귀여운데 코가 낮아서 코 높이고 살빼고 나오겠다고 하더라구요. 서로 같이 살면서 아들이 너무 힘들었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들한테 사과했어요. 몰라서 미안하고, 인형 사고 싶었는데 엄마가 빨리 가자고 한 것도 미안하고, 그동안 잘못했다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서 사과했어요. 아이가 “괜찮아 엄마” 하더라구요. 제가 사과하지 않으면 아이는 트라우마가 계속 남아있을 거예요. 그래서 사과한 거예요. 아들이 파트너를 데려오면 어떻게 해줘야지 구상하면서, 아들이 인형을 좋아하니까 책장에 인형들을 셋팅 해줄까 하는 계획도 세우고, 아들의 그런 부분을 존중 해주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요즘 우리집 분위기는 가볍고 해피하고 너무 좋아요.


하늘엄마: 아들은 33살이에요. 우리 아들이 게이인 걸 알게 되던 그 이전부터, 정말 힘들었어요. 우울증이 있나 생각했었어요. 졸업작품을 하려면 밤샘작업을 해야하는데 그냥 집에와서 방에서 두문불출하고 말도 안하고 밥도 안먹고 말걸어도 대답도 안하고. 1년에 한두번씩 대학생활하면서 그러는게 연례 행사였어요. 그래서 저는 아들이 예민하고 까다롭다고 생각했었어요.
 자녀 입장에 있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한테 ‘나는 게이다’라는 걸 넓게 돌려서 신호를 계속 줬다는 얘기가 많은데, 우리 아들이 그랬던 것도 일종의 신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런식으로 신호를 준다 해도 우리 엄마들은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한 사실 몰라요. 부모들이 성소수자라는 개념 자체를 머리 속에 안 넣고 살아왔거든요. 머리 속에 그런 게 아예 없어요. 매스컴에서 하리수 홍석천 들어봤지만 나와는 별개의 문제, 다른 세상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전혀 관심 안 갖고 살아요. 무지한 거예요. 엄마들이 보통  50대 정도이고, 젊으면 40대 많으면 60대잖아요? 저는 60대인데, 저희는 그런 거 배워보지도 않고 들어보지도 않았어요. 매스컴에서 나오는 이야기만 남일 보듯 보고. ‘우리아들은 까다로운 앤가 보다’하는 생각만 했죠. 기분이 좋을 때는 누나보다 다정다감해요. 살갑고 정말 매력있고 마음에 드는 아들이고 센스가 있고, 나하고 어떻게 이렇게 잘 통하나 싶을 정도로. 그러다 가끔 한번씩 우울해하는데 그런게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아들은 뭔가 화가 나면 방에서 문잠그고 밥을 안먹어요. 밥 안먹는거는요, 부모한테는 폭력이에요. 뭐 물어봐도 대답 안하고. 치고 받는 것만 폭력이 아니라 그런 것도 폭력이에요. 정말 부모들은 그럴 때 너무 힘들어요. 사실은 부모도 힘들 때가 많고 자식이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애가 풀어질까 맨날 그 구상만 하면서 지내는 거예요.
 지금 직장 3년차 다니고 있는데 직장에서나 뭔가 좋은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저한테 얘기해요. 4년전부터 파트너랑 잘 살고 있고. 서로간에 아픈감정을 주고 받았으면 그럴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표현을 잘 할수 있는게 굉장히 필요해요. 제일 빠른 방법은 자식이 부모님과 사이가 좋을 때 “부모모임이 있다더라” 하면서 알려주는거예요. 부모님도 정보를 알아야 해요. 저도 7년에 걸쳐 자식들이 어떨 때 상처받는지 공부해서 알게 된 거예요. 한순간에 알 수는 없어요. 나는 천재가 아니에요. 전혀 모르고 살다가 어떻게 한순간에 알겠어요. 그래서 부모의 그런 모습도 여러분이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부모도 몰라서, 취향을 골라서 하는 건 줄 알고 있는 부모가 많아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요. 고칠 수 있는 것인 줄 안 거예요. 7년 전에는 게이 엄마들이 없어서 저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기회가 좋아요. 전문가들 찾아봤는데 다 소용 없어요. 같은 입장에 있는 엄마들을 만나는 게 가장 큰 지름길이에요. 사이가 안좋다면 여러분들이 고개 좀 숙이고 관계를 회복한 뒤에 부모모임에 나오시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낫소: 처음부터 이런 모임을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셨던 것인지 궁금해요. 왜냐면 저희 어머니께 이런 모임이 있다는 걸 알려드렸는데도 싫어하셨거든요. 커밍아웃하고 나서 어느 날 어머님이 이야기하자고 하셨어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될줄 알고 어머니랑 독대했는데, 비난을 하시더라구요. 처음 하시는 말씀이 “왜 나한테 얘기했느냐. 너 때문에 내가 더 힘들어졌다.” 하셨어요. 제가 “엄마가 힘들어진 건 미안하다. 그렇더라도 내가 엄마 맘속 들어가서 치유해줄 순 없지 않느냐. 부모모임이 있는데 나가보지 않겠느냐” 했더니 “그런 정신병자 모임에 왜 나를 끌고가려 하느냐” 그렇게 얘기하시고 마지막에는 부모 자식 연을 끊자고 하시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그때만 한 게 아니라 여행 다니면서  계속하셨어요. 그래도 부모자식인데 연을 끊을 수는 없더라구요.


하늘엄마: 우리아들은 그 당시에 바닥까지 내려가있어서 제가 쿨한 엄마인 것처럼 연기를 한 건데, 지금 아드님처럼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상태면 나 같아도 그 엄마처럼 했을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제가 쓸데없는데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슬퍼하고 많이 울고. 가장 빠른 건 어떻게 해서든 이 모임에 모시고 오는 거예요. 정확한 정보는 직접 접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아드님이 설명해도 엄마는 안 믿을 거예요.


지인: 저는 아들이 게이에요. 3년 전에 알았어요. 아들이 이제 대학 3학년이에요. 모임오면서 알게 된건 애가 좀 더 여성적이었던 경우에는 엄마들이 더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았던 경우엔 엄마들이 “그럴리 없어” 하게 되는 것 같고. 애가 조금 여성적인건 있었지만 초중고 학생 회장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괴롭힘 당하고 그랬어요. 애가 약하고 화낼줄 몰라서 그런거라고 생각 했어요. 고등학교 올라가면서부터는 덩치도 커지고 행동이나 목소리도 남자다워졌어요. 애가 어느 날 자기는 미국에 가야한다고 미국 보내달라고 계속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는데 “엄마는 너무 약해서 말할 수 없다” 그러면서 말을 안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무 알고 싶어서 친구랑 하는 문자를 보고 게이라는걸 알게 됐어요. 그때는 애가 어려서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네가 스무 살 돼도 그러면 인정해주겠다고 했고, 네가 친구가 없어서 남자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도 했어요. 애가 착해서 그 전까지는 전혀 마찰이 없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3일 동안 굉장히 심하게 싸웠어요. 그때 상처를 많이줬어요. 제가 아예 모르면 괜찮은데 옛날에 책에서 동성애 치료가 가능하다고한걸 보고 애한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스런 말을 하면 애가 바뀔줄 알고 계속 그런 말을 했어요. 그러다 결국 미국에 보내게 됐어요. 미국 검정고시 보게 해서 대학교에 보냈어요. 미국 대학엔 성소수자 동아리가 잘 돼 있어서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실 무애님처럼 쉽게 받아들이는 분은 처음 봤어요. 특이한 경우예요. 무애님 보고 자기 부모님도 저럴 거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웃음) 저는 커밍아웃 받은 부모의 전형적인 단계를 그대로 거쳤어요. 충격, 부인, 분노, 죄책감, 수용... 처음에 저도 부정했어요. “너는 아니야” 그랬더니 얘가 “엄마는 좋은 엄마인 척 다 하더니 실망이다”해서 제가 “내가 원래는 홍석천 하리수 다 좋게 생각했는데 너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말했어요. 작년 초에는 죄책감이 정말 심했어요. 어땠냐면, 매일 새벽 3시에 깨요. 깨면 ‘내가 잘못 키워서 그런거 아닌가’, ‘태권도 괜히 그만두게 했나’, ‘축구 더 시킬 걸 그랬나’, 그때부터 다 내 잘못인 것 같아서  잠을 못 자요. 제일 걱정은 편견 때문에 애가 불행하게 살까봐. 그 당시에는 엄마가 불행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어떻게든 앞으로 불행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계속 울고 그러다가 잘살고 있는 성소수자의 부모님을 만나야겠다 생각하고 행성인이랑 친구사이에 연락했어요. 친구사이에서 하늘엄마님 만나서 서로 안고 울고. 부모모임 간 첫날부터 잠을 잘 잤어요. 제일 좋은 건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그 후로 자료를 많이 찾아봤더니 동성애자는 평균적으로 12, 13살 때 알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애가 그때부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애가 힘들었는데 엄마인데도 몰랐던 것, 그 당시 내가 상처주는 말했던 것 때문에 새로운 종류의 죄책감이 들었어요.
 부모님과 갈등 중인 성소수자 분들이 부모님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거나 빨리 받아 들여주지 않는게 불만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시는데, 성소수자 당사자들도 스스로 성소수자인걸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 시간을 생각하면 부모님에게도 시간을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미국 자료를 찾아보니 부모가 받아들이는데 평균 2년이 걸린대요. 커밍아웃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좋은 자료를 보여주면서 하는 것인 것 같아요. 부모들이 처음에는 잘 몰라요.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너무 무지해서 그런거예요. 저도 처음엔 선택인 줄 알았어요. 제가 이 모임 나오면서 관찰하려고 했던게 이게 생물학적 요인인지 환경적 요인인지 보려고 했는데, 프로이트가 환경적 요인을 강조해서 심리학쪽에서는 잘못 알고 있어요. 그런데 모임에서 보니까 다 틀렸더라구요.
 부모들이 제일 알아야하는건 자식이 성소수자인걸 알게 되면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러는데 오히려 부모들이 미안해해야해요.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꼭 알려줘야해요. 자료를 펼쳐서 보여주시고, 저는 생각이 바뀌게 된 게, 큰애가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를 보여줬는데 그 이후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 영화가 실화인데, 엄마랑 갈등하다가 애가 결국 자살해요.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 시도율 자료를 봤는데 너무 높아서 놀랐어요. 선택이면 왜 자살하겠어요? 생존이 달린 문제고, 이걸로 인해서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는 애들도 많아요. 그리고 애들을 힘들게 하는건 오히려 부모라는걸 알게 해야해요. 근데 서로 싸우면 부모는 오히려 반대쪽 자료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돼요. 서로 옳다 아니다 싸우지말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얘기해야해요.  부모입장에서는 전문가 얘기를 들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제가 심리학 전공중인데 전문가들도 잘 몰라요. 정신과 전문의도 모르는 사람 너무 많고.


종이비행기: 아들은 게이라고 얘기하는데 게이가 뭔지 잘 모르겠고 18살이에요. 어릴적부터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하고 다녔어요. 중학교때부터. 애교살이랑 코 세우는거를 너무 하고 싶어하길래 해줬어요. 그걸 하면 화장 안하겠냐고 해서. 안한다고 하더니 다시 하더라구요. 키가 183에 58킬로그램이에요. 반짝이도 바르고. 제가 그럴거면 그냥 모델을 하라고 얘기했어요. 모델을 하면 주위사람들이 쟤 왜 저러고 다니냐 물어보면 모델이라고 얘기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모델도 하기 싫대요. 퍼레이드 하는 것처럼 그러고 다녀요. 그게 너무 고민이에요. 의상은 핫팬츠랑 나시 좋아하고. 여성스러운데 게이라고 얘기하고 남자친구가 있어요.
 되게 잘못된 게 뭐냐면 인터넷 사이트 술모임에 자주 나가요. 종로에서 술 마시러. 26살 애랑 같이 모임에 가서 술을 먹고. 그런데 고딩이잖아요. 어떤 애가 건드릴 수도 있고. 그냥 이런 모임에 와서 건전한 사람들 만났으면 좋겠는데. 같이 만나는 애들이 지방에서도 올라와요. 걔들 부모님 마음은 어떻겠어요? 걱정이 돼서 차라리 걔들 우리 집에 불러서 자라고 그랬더니 맨날 와요. 나쁜 모임인 것 같아서, 술먹고 담배피고 하는 게 걱정이에요. 오늘도 여기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지방에 친구만나러 갔어요. 근데 난 이해가 안가는 게, 다른 애들도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애들은 정상처럼 보이는데 우리 애는그렇지가 않아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하리수가 되고 싶은지 홍석천이 되고 싶은지. 그랬더니 자기는 그냥 남자를 좋아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무애: 아들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해도 트랜스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야 돼요.


허진혁: 크로스드레서일 수도 있구요.


종이비행기: 토요일에만 그러고 나가서 놀아라 하는데, 그러지도 않고 학교 갈 때도 펄화장하고, 눈썹도 이상하게 그리고... 너무 눈에 띄어요. 그냥 화장도 아니고 갸루? 그런 화장. 키도 그렇고 옷 입는 것도 그렇고. 애가 한번은 자기가 창피하냐고 물어봤는데, 제가 솔직히 창피하다고 했어요. 졸업할때까지만 참아달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들어요. 중학교때부터 화장하고 다녀서 그냥 메이크업하는 미용학교에 보냈어요. 아들이 취업 나가야하는데, “엄마 나는 좋아하는게 있고 잘하는게 있는데 나는 그걸 좋아하는거지 잘하는게 아니야”라고 하더라구요.


허진혁: 자녀분이 되게 당당하다고 느껴져요.


종이비행기: 그런데 그 당당한게 화가 나요. 그게 뭐 그렇게 당당한지. 친구들이 집에 오는데 걔네도 다 그렇고, 아들이 지금 혼자 사는데 학교가라고 깨우려고 집 문을 열면 하이힐이 있고, 옷장 맨 아래는 “열어보지 마시오”인데, 열어봤더니 뽕브라가 있더라구요. 새벽에 갑자기 화장을 진하게 하고 여장하고 가발쓰고 골목을 돌아다는데, 그러면 너무 희열을 느낀대요.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허진혁: 그 사람 기준에서는 그 모습이 가장 자기다운 모습이라고 생각 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종이비행기: 인터넷 모임이란 게, 게이바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거기에 가는 사람이 다 이상한 사람은 아닌데 걔가 만나는 사람은 다 이상해요. 만나는 애들이 우리애를 막 술집에 데려가고. 걔가 게이든 트랜스젠더든 걔 인생이니까 상관없는데 위험할까봐. 인터넷 쳐봤는데 찜질방 막 그런거 있잖아요.


무애: 술하고 담배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종이비행기: 술 먹고 쓸데없는 짓 할까봐. 화장대 보면 서랍이 두 갠데, 한 서랍에는 콘돔이 있어요. 그걸 어디다 쓰냐 물어보면 자기꺼 아니라고 얘기하고.


무애: 콘돔을 보면 ‘우리 애가 안전하구나. 계획성이 있구나’하고 생각해야 돼요. 오히려 안심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인: 요즘 한국 청소년들의 첫 성관계 연령 평균이 13살에서 14살이에요. 콘돔을 쓴다는 건 안심할 일이에요.


종이비행기: 제가 엄마랑 같이 사는데 저희 엄마는 이해 못하고. 동네사람들더 이해 못하고 뭐라 그러면 제가 게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전 지금까지 걔 친구들 밖에 못봤는데 걔들이 다 화장하고 옷 여자같이 입고 다녀서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여기 와서 다른 분들 보니까 다들 멀쩡하네요.


김곰: 아드님의 성정체성 자체는 가볍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네요.


종이비행기: 어렸을때부터 그랬어요. 태권도 가기 싫고. 그런데 게이면 게이답게 굴어야하는데, 그냥 열심히 일하고 남자친구 좋아하면 그건 나쁘지 않고 그럴 수 있는건데, 화장하고 말투 이상하고 그게 이해가 안가는 거예요.


무애: 저도 우리 아들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하긴 했지만 성정체성을 규정하진 않고 있어요. 제가 괴로워하고 그런 엄마가 아니라 빨리빨리 받아들이는 그런 엄마인데도 우리 아이가 16년 동안 말을 안 했잖아요. 그래서 왜 얘기를 안 했을까 고민해봤는데, 이 사회에 성소수자 혐오가 얼마나 강하고 폭력적이지 아이가 알았던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커밍아웃을 안 한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이런 모임에 나가는 걸 아이에게 말해주니까 아들이 2차, 3차로 커밍아웃을 하더라구요. 우리 아들은 여자 속옷 하이힐 이런 건 없지만.


종이비행기: 그런 아들 있는 어머님 만나고 싶어요.


지인: 트랜스젠더 자녀분 있는 어머니가 계신데 오늘 오시려다가 일이 있어서 못 오셨어요.


종이비행기: 화장품이 정말 많고, 클렌징폼을 사면 나는 하나가지고 6개월 쓰는데 걔는 금방금방 다 쓰고, 화장품을 몇만원어치 사고 꾸미는데 정말 관심이 많아서 밥을 잘 안먹어요. 알바해서 필러 넣고. 나는 너무 이해가 안가는게, 게이인거 이해 못하는 엄마 둔 사람 안됐지만, 나는 그런 엄마도 아니고 다 이해하는데. 그래서 규정을 두기도 했어요. 월~금에만 화장 안 하면 안되겠냐고, 머리도 파랑머리 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엄마 노랑머리 한거 나한테 허락 받아서 한 거냐”고 그러고.


모리: 보니까 자식 분이 힘든 상황인 것 같지는 않아요. (웃음)


종이비행기: 내가 힘들어요. 본인은 당당한데 나를 생각해서 좀 참아줄 수 있잖아. 그걸 못 참나? 그래서 나는 여기서 좋은 형들을 소개시켜주고 싶어요. 거기는 다 ‘술먹고 죽자’ 이거예요. 우리 아들이 그 무리 중에서 제일 심하고 걔네들 말로는 제일 이쁘대요. 그걸 즐겨요. 자기가 젤 이쁘고 젤 멋있고. 친구들도 여장까지는 아닌데 핫팬츠, 끈나시.


지인: 같이 동질감 느낄 수 있는 친구들을 찾은게 너무 다행인 것 같아요.


종이비행기: 다행인데 술먹고 그러는게 걱정이에요. 20살 넘으면 상관없는데 고등학생이니까 아직 자기가 하는거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모리: 네. 종이비행기님 이야기를 나중에 조금 더 듣기로 하고 먼저 다른 분들 자기소개를 끝마쳐볼까요?


박훈: 박훈이구요. 지난번에 성소수자부모모임과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QUV가 함께 모임을 마련했을 때 패널로 참석했었어요. 그때 인연이 닿아서 다시 방문했고요, 고등학생 때 어머니께 이야기기하고 지금 원만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얼마 전에 그때 모임에 갔던 이야기를 엄마와 나눴어요. 엄마는 처음에는 태연하게 넘어갔는데, 그때 엄마도 부정, 죄책감 그런 단계가 있었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당연한 걸 뭘 묻냐고 하시더라구요. 엄마가 그냥 쿨한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있었다는걸 알고 그때 깊은 모정을 느꼈어요.  커밍아웃은 관계에서 맺어지는 것이기때문에 자식의 입장인 성소수자들과 커밍아웃을 듣는 가족들이 함께 만드는 과정인것 같아요. 그때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성인이 돼서 했으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고려대 성소수자 모임에서 매년 성소수자 퀴어 잡지를 발간하는데, 지난번 모임에서 느낀 게 많아서 인터뷰를 기획하고 있어요.


무애: 저는 처음에 이 모임에 올때 이 모임에 나오는 분들이 다 커밍아웃 한 분들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들 커밍아웃으로 고민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커밍아웃하고 나서 원만하게 지내는 분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부모와의 갈등을 자녀가 자꾸 혼자 짊어지고 고민하면 우울증이 오고 사회생활 못하고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겠더라구요. 근데 평생동안 죽을때까지 부모가 게이라는걸 인정 못하면 어떻게 할거예요? 평생 내 인생을 낭비해야할까요? 그럴 때는 과감히 끊고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옆에서 징징거리던든 말든. 냉정하게 부모랑 인연을 끊고 자기 인생을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하면 결판 지으려고 하더라구요. 이해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이게 평생 이해 안되는 부모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내 할일도 못하고 내 인생이 너무 비참해지잖아요.


하늘엄마: 저는 부모님을 이런 가족모임에 나오게 할때는 여러분이 부모님한테, “내가 부모님 모임을 가봤는데 우리 엄마보다 더 심하게 반대했던 부모님도 이해를 하는 과정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살사 구슬려가면서 밀당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님 도움 받아야할 시기에는 철저히 도움을 받아야죠. 내가 낮춰서 부모님 비위 맞춰가면서 밀당을.


김곰: 게이 데이팅 어플 딕쏘에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저는 이성애자인데, 동성애자인 분들을 만나 기회가 돼서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저 자신이 인터뷰를 하면서 많이 배우게 되고, 그냥 보통 사람들로 인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요. 동시에 미래에 대한 고민도 들고요. 단순히 동성애에 대한 문제 뿐 아니라 가족 제도가 가지고 있느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 미래에 과연 현재 같은 모양새로 가게 될까하는 생각도 하게 돼요. 동성혼 자체가 이슈가 되긴 하지만 결혼 자체를 주제로 삼지 않는 미래가 되지 않을까. 이미 서구에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얼마 전 EBS에서 ‘결혼의 진화’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여권, 모계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제도 자체가 굉장히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면이 있는 것 같고, 미래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게 우리 세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부정하는 사람이 되면 안되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 휴식 )


진혁: 언제 커밍아웃하는게 좋을까요?


지인: 강한 엄마면 집 나갈 준비 하고 나서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고, 약한 엄마의 경우엔 더 빨리 알았으면 좋을 것 같아요. 더 일찍 알아주지 못한 게 미안할 것 같아요. 저는 스무살 넘어서 알았으면 그렇게 심하게 안 했을 것 같기도 해요.


무애: 엄마마다 달라요.


하늘엄마: 무애님 같은 엄마는 드물어요.


무애: 부모가 알아봐야죠. 성소수자라는게 뭔지. 알아봐야하는데 엄마들이 안 나와요.


하늘엄마: 무지가 굉장히 무섭더라구요. 무지가 살인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괴롭겠지만 밀당을 해서 부모님이 부모모임에 나오게끔 해주세요. 지방에 계셔도 우리 모임에 부산이랑 대전에 사는 아버님이랑 어머님도 있으니까.


낫소: 제가 군대가기 전까지는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철저하게 숨겼거든요. 근데 군대 갔다온 후부터 제 주변에 고등학교 친구들이나 대학 동기들에게 커밍아웃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게이인 걸 알고 있는 친구가 사십 명 정도 돼요. 전에는 어디서 성소수자 관련된 책자 같은 걸 받으면 버리고 오거나 아예 안 받던가 했는데 일년전부터는 책장에 꽂아두기도 하고 그럤어요. 근데 전혀 눈치채지 못 하셨더라구요.


지인: 상상도 못하셨을 거예요.


진혁: 게이는 티비에나 나오는 존재야. 하는거죠.


종이비행기: 군대는 어떻게 해요? 남자들 많잖아요. 여자같은 애들도 군대가면 남자처럼 해요? 군대에서 보호해주나?


지인: 따돌림 당하기도 하고.


진혁: 군인권센터라는 곳도 따로 있어요.


지인: MTF 트랜스젠더는 군대 안가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정신과 상담받고 고환적출한다고 하더라구요. 트랜스젠더 부모모임이 있어요.


종이비행기: 그럼 트랜스젠더인데 고환적출 안하는 트랜스젠더는 없어요? 그럼 고환적출 안하는 트랜스젠더는 군대 가야해요?


모리: 네 가야해요. 법령상 그런 규정은 없는데, 병무청에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인권침해죠.


진혁: 예전엔 그러고도 그렇게 엄격하지 않았대요.


종이비행기: 군대에서 잘 지내요? 탈영 안하나?


진혁: 원래가 힘든 곳이라.


어나더: 살아남기 위해서 철저히 숨기겠죠.


종이비행기: 우리 아들은 중학교때도 상담치료를 많이 데리고 나가고 그랬는데 개는 상담하러 가서 “저는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애라 군대 가서도 당당하게 말할 것 같아 고민이에요. 그냥 숨기면 될텐데 분명 말 할 것 같아요.


어나더: 분명 주변에서 친구들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해줄거에요. 배우는 게 있겠죠. 어떻게 대처를 했는지.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거죠.


진혁: 걱정을 하셔도 술마신다고 몹쓸짓만 하는게 아니라 거기서 배우는 것도 있을테니까.


종이비행기: 친구들은 어디서 만나요?


어나더: 일반적으론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하죠. 거기서 친목을 만들면 실제로도 만나고 종로 갔다가 이태원 가고. 제 친구들도 똑같이 종로 다니고 이태원 다녀요. 어머니가 걱정하시는건 미성년자라서 그런 것 같아요. 법적인 책임. 권리와 의무를 가지니까 책임을 지는 건데. 어머니가 걱정하시는건 당연한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부모모임이나 인권운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제 친구들 중에도 이 시간에 종로가고 이태원 가는 친구가 대부분이에요. 저는 밖으로 나올 때 다르게 빠져서 여기 나오는 거지만 다르게 됐다면 유흥을 즐길 수도 있죠. 유흥을 즐기고 또 일상생활 잘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균형을 잘 맞춰야하는 것 같아요.


종이비행기: 누구 임신 시킬 일은 없겠다. 그 소리는 했어요. 우리 아들은 초딩 중딩 친구 아무도 안 만나고 그 클럽 사람들만 만나요.


어나더: 근데 그럴만도 한게 그동안 억눌려왔던게 풀린 거잖아요. 돌아가기 싫은거죠.


재성: 저도 고등학교 친구 거의 안 만나요.


어나더: 내가 숨길 게 없는 사람들이라 편해요.


종이비행기: 그래도 사회에 나가면 일반인들을 만날텐데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배울 수 없잖아요.


지인: 근데 아까도 얘기 했지만 우리가 성소수자가 아니라 모르고 있는게 뭐냐면, ‘이건 말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평생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저는 예전에 ‘왜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할까’ 생각을 했엇는데 이제 제가 그걸 느낀 거예요. 게이의 엄마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종이비행기: 지인님 어머니한텐 어떻게 말했어요?


지인: 저희 어머니는 저보다 훨씬 쉽게 받아들이셨어요.


무애: 우리 아이는 숨어있어요 아직. 우리 아이가 청소년 상담센터에 다니는데 성소수자인걸 숨기고 상담을 받아요. 그래서 제가 성소수자 상담에 특화된 곳에 데려갔는데 아이가 “다시는 이런 곳에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생각을 해보니까 우리 아이는 엄마한텐 말했지만 세상엔 말하지 못한거예요. ‘내가 아웃팅을 했구나’, ‘엄마의 속도와 아이의 속도가 다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일하게 아는 건 우리 이모인데, 우리 애가 커밍아웃 했을 때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성소수자였다는 걸 알게 되어서, 답답했던 게 풀려서 기뻐서 이모한테 전화했어요.


해인: 근데 내심 좋아해요. 엄마가 여기 나오니까. 잘한다 잘한다 하고.


종이비행기: 그럼 애는 누구랑 만나요?


무애: 우리 애는 여자애들과만 놀았는데 친구들이 놀렸나봐요. 그게 상처가 됐는지 그 이후론 애가 밖에 나가면 로봇처럼 다녀요. 자연스럽게 다니면 티가 날까봐. 아이가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기 위해서.


종이비행기: 그래서 걔는 그럼 누구랑 지내요?


무애: 엄마랑 지내요. 걔는 친구가 없어요. 그게 걱정이에요.


종이비행기: 우리 애는 아르바이트 구하는것부터가 너무 힘들어요. 화장을 허락해야하고 토요일엔 술집가서 놀아야 하니까 평일에만 일하는 곳이어야 하고. 걔가 하는 아르바이트가 콜센터에요. 친절하다고 친절사원이 됐대요. 그런거 좋아하고. 맥도날드 그런덴 학생이니까 안하려고 해요.


낫소: 제가 했던 말을 끝내자면, 자녀분이 계속 커밍아웃을 하고 다니는게 사회에 나가서 문제가 될까봐 걱정하시는 거잖아요? 근데 그걸 언제 말하고 언제 속여야 하는지 구분하는게 경험이 쌓여야 하는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외국계 회사에 성소수자 특별 전형에 붙어서 면접보려고 앉아 있는데 내가 여기 왜 앉아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편하게 살려고. 그때부터 그런 구분을 하게 됐어요. 자녀분도 다른 직장에 갈때 커밍아웃 하면 채용이 안 될 것 같으면 본인이 결정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바람: 저는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했었는데, 물론 커밍아웃을 하면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계속 연락하며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들도 있어요. 근데 커밍아웃을 안 하면 다 끊거든요. 그런 점에서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인: 다니다가 알려져서 내쫓기거나 하는 것 보다 미리 말하는게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진혁: 부모가 실패를 왜 걱정하냐면, 실패가 디딤돌이 되면 좋지만 재기불능이 될 수도 있잖아요.


무애: 근데 세상은 허들의 연속이에요. 부모가 막아주고 피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다 그런 훈련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벼랑 끝에서 떨어뜨리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때도 있어요.


종이비행기: 근데 다른 사람도 죽을 생각 많이 하는데 게이라고 곡 죽고 싶다고 그러는 것도 오바인 것 같아요.


낫소: 저도 쉽지만은 않은 삶을 살았는데, 힘들어서 쓰러지려고 할 때 부모님이 “집에 와서 쉬다 가라” 하는 말을 해주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어나더: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이비행기님 자녀분은 그 나이에 그 정도 자긍심을 가진게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종이비행기: 부모로선 화가 난다니까요.


무애: 화가 나는게 낫죠. 우울하게 있는 것 보다.


김곰: 어머니를 닮으신 게 아닌가...


종이비행기: 맞아요. 어릴 때부터 많이 닮았다고 그랬어요.


김곰: 저는 이번에 퀴어문화축제 처음 가봤는데 생각과 달리 보수적인 기독교계에 둘러쌓여 있는데 우리쪽에 별로 영향을 못주더라구요.


지인: 저는 작년과 올해 갔는데 이번엔 부스 수부터가 80개 넘었잖아요. 그리고 작년엔 경찰들이 혐오자들을 잘 못 막았는데 이번엔 잘 막았고.


무애: 저는 이번에 퍼레이드 하면서 사람들이 성소수자가 이렇게 많구나 하는걸 느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모르거든요. 이렇게 많은지.


종이비행기: 퀴어문화축제가 뭐예요?


모리: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의 축제입니다. 서울과 대구에서 매년 6월쯤 열려요.


종이비행기: 그걸 왜 해야 해요? 그냥 살면 되지.


지인: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요.


종이비행기: 우리 애는 거기서 회장하겠다.


무애: 우리가 자랄 때부터 여자/남자만 있었잖아요. 그걸 우리가 수정을 해야할 것 같아요. 우리 애가 성소수자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들 잘못알고 살고 있잖아요.


종이비행기: 인권단체에서 청소년 대상으로 성교육 같은 것도 해요?


어나더: 근데 이미 콘돔이 발견 됐다는 건 성교육이 많이 돼 있는 것 같은데...


종이비행기: 했어도 다른 자세로 할 수 있잖아.


무애: 엄마 보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웃음)


종이비행기: 저는 술집 간다 그래서 찜질방 같은거 생각했어요. 검색을 하면 그런거만 나와요.


무애: 그런 걸 봤을 땐 그런 자료를 누가 왜 만들었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지인: 저는 오히려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곳을 알려주고 싶더라구요. 거기 가보라고. 미국 대학교엔 성소수자 동아리가 잘 돼 있어요.


무애: 우리 아이가, 아이들이 누구와 어울리고 있는지 보세요. 자기하고 어울리는 사람하고 어울리는 거예요. 우리 아이가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 보면 보여요. ‘우리 아이가 왜 저러지?’ 하고 보면 답이 나오더라구요.

 


< 모임 소감 >


낫소: 아직 잘 모르겠긴 한데, 저희 어머니랑 나이대가 비슷한 분들 뵈니까 시간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조만간 부산에 내려가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인: 혼자서 힘들게 고민했던 이야기를 하세요.


무애: 이건 싸울 일이 아니에요. 무지와의 전쟁이에요.


종이비행기: 저는 당연히 나쁘다고만 생각했던 것들을 오히려 좋은 거라고 해주셔서 좋긴 한데, 걔가 떳떳한걸 보면 너무 얄미워요. 나에 대한 배신이고. 걔가 노는 걸 보면, 누굴 해하거나 폭력적인게 아니잖아요. 그냥 어울려 다니면서 노는거지. 그렇지만 너무 걱정이 되고, 걔 친구들 부모들은 또 얼마나 걱정을 할까. 무애님 자녀분은 친구 없이 우울하게 지냈다고 하시니까 그 꼴은 또 못 보겠고. 그거보단 나은 것 같아요.


무애: 맞아요. 부럽다니까요.


종이비행기: 제가 아까 우리 애한테 자랑을 좀 했어요. 나는 널 위해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오는데 넌 날 위해서 뭘 하냐고.


지인: 그 뒷말은 빼세요. (웃음)


어나더: 그 나이에 그런 자긍심을 갖는 게 쉽지 않아요.


종이비행기: 우리 아들은 전혀 우울하지 않아요. 그 친구들이랑 있으면 너무 편하대요. “그래서 넌 나랑 있으면 불행하냐”고 물었었는데.

 


- 끝 -

 


# 서울 지역 다음 정기모임:

 

10월 10일(토)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장소는 rainbowmamapapa@gmail.com 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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