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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

“동무, 인권불알 키셨습네까?” - 두 번째 모임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by 행성인 2015. 10. 26.

기록: 씨엘(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인권팀)

후기: 말발(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인권팀)
참여자: 에버, 씨엘, 말발, 용용, 건하, 윤형, 윤친, 피망, 고미
 
이번 시간에는 영상물을 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3가지의 영상물(서울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실태 논란, 인권위 단편영화 사람이 되어라, 서울시 여성가족 재단, 서울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실태 보고)을 보고 간단한 소감을 나눈 뒤, 사회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 그리고 사회가 바라보는 청소년의 모습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상을 보고나서 서울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조례의 내용과 그에 대한 의견을 알아보고,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회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시간에는 현재 자신의 아쉬운 모습이나 개선해야 할 모습이 주로 묘사 되었고, 사회가 바라보는 청소년의 모습 시간에는 항아리에 담겨져 햇빛을 받지 못한 콩나물이나 깨진 화분의 식물처럼 청소년을 어딘가 부족하고 미성숙하다고 인식하는 사회에 대해 비판적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많은 청소년이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에 불만의 뜻을 표출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에서 나온 결과물)

 

 

고미: 어... 일단 그림은 잘 못 그렸지만 단풍하고 별이에요. 흔히 단풍하고 별을 예쁘다고 하는데 사실은 단풍나무가 단풍이 드는 과정이나 별이 빛나는 과정은 죽는 과정이에요. 별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태워야 하는 것이고 단풍이 드는 과정 역시 엽록소가 파괴되는 과정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사회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과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청소년 내지 청춘이라고 불리는 시기를 통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터널이 상당히 어둡고 캄캄하고 힘들지만 그걸 바라보는 사회에서는 사실 그렇게 생각을 안 하거든요. 그 시기를 예쁘고, 아름답고, 멋있는 시기라고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단풍이나 별을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가 바라보는 청소년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별과 단풍이었어요. 그래서 그려봤어요.
 

 

 
사과: 얘가 뭐냐 하면요, 장독대에 들어있는 콩나물이에요. ㅋㅋ 사실 콩나물을 장독에 넣어놓고 뚜껑을 닫아두지 않거나 들판에 심으면 콩나물이 위로 쑥쑥 잘 자라요. 콩도 안 노래지고 줄기도 튼튼해지고 잘 자라는데 우리는 이걸 나물로 먹으려고 햇빛을 못 보게 닫아두고 물만 주며 키우잖아요. 마치 잘 자랄 수 있는 씨앗을 장독대 같은 틀 속에 넣어놓고 “여기서 잘 자라면 좋은 콩나물이 될 수 있어”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콩나물이 되는 건 그저 콩나물일 뿐이에요. 그렇게 딱 정형화된 틀에 가두고 꿈을 펼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청소년을 가두는 일종의 장독 뚜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용: 이렇게 그렸는데요. 정말 난해한텐데 이 모양들이 다 개성적이잖아요. 이건 표면적인 교육 시스템. “어? 넌 이걸 잘하네? 그럼 넌 이렇게 해서 클 수 있어” 실제로는 이렇게 다 크기도 비슷비슷하고 동그라미를 만들어놓고 이 개성을 안 버린 애는 도태되는거죠. 암흑의 세계.. ㅎㅎ

 

 

 

 

말발: 저는 개인적으로 선악과를 베어 물 때의 뱀? 그 뱀을 그리고 싶었어요. 청소년은 뱀이다 라는 느낌으로.  사실 선악과가 사전적 의미나 표면적인 느낌으로 봤을 때 무엇이 선한 것이고 무엇이 악한 것인지 분별하게 해주는 거잖아요. 그런걸 자칭 신이라는 양반께서.. 사실 신도 아니에요. ‘신’이라는 간판아래 “신이다”라고 말하는 이 분께서 이 사람을 묶어놓고 이빨을 뽑고 있는 거예요. 선악과를 못 먹게 하고 있는 거예요. 몸을 묶어두고. 그런데 이 뱀이 발버둥치니까 몸에서는 비늘이 떨어지는거죠. 그래서 이 장면을 통해서 무엇이 선한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알지 못하게 하려는 자칭 ‘허름한 신’이라는 분을 표현해봤고, 그것을 강제하기 위해서 몸을 묶고서 뭔가에 다다를 수 있는 수단을 뽑아내는 거예요. 그리고 떨어져나간 비늘은 그러한 과정에서 나온 그 사람의 개성이라던가 그런 비슷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윤친: 아까 사과님이 이야기하신 항아리의 콩나물과 비슷한데요. 깨진 화분에 시들어버린 새싹이예요. 깨진 화분은 오직 돈만을 따라서 흘러가는 비정상적인 사회의 상태를 의미하는 거구요. 시들어버린 새싹은 그 틀에 맞춰서 그저 순응하길 강요당하는 청소년을 말하는 거예요.

사과: 그럼 깨진 화분이 의미하는 바는 뭔가요?

 

윤친: 이게 사실 깨진 화분으로 표현하기에 모호할 수 있지만 제가 표현하는 깨진 화분이 의미하는 것은, 만약 깨지지 않고 정상적인 화분이라면 정상적인 사회에서 일탈을 하게 되더라도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받쳐줄 수 있지만 이 화분은 깨졌기 때문에 흙이 어디로 쓸려나가거나 빠질 수 있고 물도 다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일탈을 해도 잡아줄 수 없는 그런 사회를 의미합니다.

 

윤형: 전 딱히 추상적인걸 잘 못해요. 그래서 아주 추상적이지 않은 그림이 완성되었는데 사실 보면 여기가 청소년이라고 간판을 단 건물이에요. 사무실 같은 건물이고, 여기 있는 돋보기인지 안경알인지 프라이팬이지 모르게 생긴 것은 말 그대로 비청소년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으로 정리를 해봤어요. 그러니까 여기 보면 시각 밖에서는 완성된 건물이 있는데 시각 안에는 시멘트라든가 철근 등 아직 완성되지 못한 자재들이 있는 거죠. 그래서 현재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미완성된 존재이며 비청소년들의 교육이나 훈육을 통해 나중에 차차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표현했어요.
 
에버: 그럼 그런 시각이 사회에서 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면 본인이 생각하는 시각인 거예요?
 
윤형: 사회가 보는 시각이요.

 

피망: 저는 의미를 담아서 그냥 그렸는데 제가 색깔로 표현하는걸 좋아해요. 음 말해보자면 많은 청소년들이 사회가 만든 틀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잖아요. 그래서 모두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밝은 기운의 색깔들을 그려 넣었어요.
 

 

씨엘: 여기 바깥쪽에 있는 사람들은 비청소년이고 여기 안쪽에 그려져 있는 사람들이 청소년들인데요. 여기 바깥쪽에 있는 비청소년들이 안쪽에 있는 청소년들을 ‘보호, 감시’함으로써 ‘좋은 어른’들로 성장 시키려는 시스템을 표현해봤고요. 바깥부분은 이 시스템에서 탈출한 사람들이에요. 우리 사회에서 보자면 대안학교 학생부터 탈학교, 탈가정, 성소수자, 다문화, 장애인 청소년들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겠는데 이 사람들은 시스템에서 배제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격리되다시피 해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을 그려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