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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

[스케치] 11월 14일 민중총궐기

by 행성인 2015. 11. 26.

l2lMrFox(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많은 사람들이 매년 전태일 열사의 주기에 즈음하여 전태일 열사를 기리고 목소리 내는 노동자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2015년 11월 14일은 전태일 열사 45주기입니다. 험악한 정세 속에서 많은 단체들이 나와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민중총궐기에는 십수만명의 사람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대회를 가졌습니다. 2009년 광우병파동 관련 집회 이후 최대규모라고 합니다.

 

 

민중총궐기 사전 집회 중 '성소수자 궐기대회'

 

 

민중총궐기에 앞서 서울 시내 각지에서 약 20개에 달하는 사전집회가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모임 노동자·농민·학생들이 일자리노동, 재벌책임강화, 농업, 민생빈곤, 민주주의, 인권, 자주평화, 청년학생, 세월호, 생태환경, 사회공공성에 관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위 사진은 사전집회로 진행된 '성소수자 궐기대회' 의 모습입니다. 오후 1시부터 산업은행 앞 광장에 50여 명의 성소수자들이 모여 세상의 혐오에 맞서 성소수자 인권을 호소했습니다. 성소수자 궐기대회에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친구사이,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 있는 시민들도 성소수자 궐기대회에 함께했습니다.

 

 

 

 

집회의 공연과 구호를 외치는 장면 입니다

 

위에 있는 사진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몸짓패 소모임의 공연이 진행되는 장면입니다. 몸짓패는 민중가요 '불나비'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습니다. 파도에 저항하듯 우리의 존재와 의지를 드러내고, 불나비처럼 가시밭길 험해도 계속 나아가자는 의지를 담은 율동이었습니다.

 

왼쪽 아래 사진은 힙합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Love Conquer Hate' 와 '프리즘 : 무지개' 라는 곡에 많은 시위 참여자들이 호응하고 있습니다. 공연자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검열·혐오·탄압이 줄어들지 않는 이 현실을 물리치러 나왔다고 합니다.

 

오른쪽 아래 있는 모습은 시위 참여자 한 분이 성소수자 궐기대회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참여자들이 손을 흔들며 따라하고 있습니다. "헤이헤이 호호 호모포비아는 꺼져라! 헤이헤이 호호 혐오·차별 꺼져라! 헤이헤이 호호 조우석은 꺼져라! 헤이헤이 호호 박己혜는 꺼져라!" "혐오 차별 집어쳐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호림님과 웅님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서있습니다.

 

 

왼쪽은 얼마 전 "동성애자 무리는 더러운 좌파" 라고 말하며,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KBS 조우석 이사에 대한 항의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많은 십대 성소수자들이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언어적·육체적 폭력과 성희롱과 집단 따돌림에 노출되었지만, 도움 받을 곳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자살시도까지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궐기대회에는 공연 뿐 아니라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발언들도 이어졌습니다. 조우석 KBS 이사의 망언과 숭실대의 인권영화제 장소사용 철회, 혐오세력의 성소수자 부모모임 행사 방해 등 최근에 일어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부당함을 이야기 했으며, 이에 대하여 저항하자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다음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와 그와 함께하는 시민들의 행진

 

 

성소수자 궐기대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무지개 깃발을 들고 시청광장으로 행진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시민들은 'Lady Gaga 의 Born This Way' 에 맞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서울광장에 도착해서 전단지를 민중총궐기 참여자들에게 나눠주는 모습

 

서울광장에서 도착해서는 약 30분간 성소수자의 외침과 민중총궐기의 요구사항이 담긴 전단지를 시위 참여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참여자가 10만명이고, 전단지를 1만장 뽑았으니, 민중총궐기 참여자 10명당 1명 꼴로 저 전단지를 들고 계시길 바랍니다. 전단지 내용은 여기에 들어가서 보실 수 있습니다.

 

 

1114 민중총궐기대회의 이모저모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본대회를 위해 광화문을 향해 행진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경찰차벽과 살수차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왼쪽 위 사진은 경찰이 차벽으로 광화문으로 행진하는 것을 막자, 차벽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시위 참여자들의 모습입니다. 시청앞 집회를 마친 시위행렬은 종로1가로 이동했습니다. 역시나 그곳에서도 경찰의 차벽이 광화문으로 나아가는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오른쪽 위 사진은 6시 25분경에 찍은 것 입니다. 구급차 주위에서 물대포를 막고 있는 시위자들과 이들에게 계속 물대포를 쏘는 모습입니다. 이번 민중총궐기에서는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머리를 다친 60대 농민에게 계속 물대포를 쏘아댔고, 경찰은 심지어 머리를 다친 농민을 후송하러 온 구급차에게 까지 물대포를 쏘아 지탄받기도 했습니다.

 

왼쪽 아래 사진은 시위대가 종로1가를 막고 있는 버스를 끌어내려 하자, 경찰이 버스 안에서 시민들에게 소화기를 쏘아대고 있는 모습입니다. 최루액과 물대포의 물이 거의 다 떨어지자, 시위자들에게 소화기까지 사용합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뚫린 차벽 사이로 경찰과 시위자들이 대치하는 모습입니다.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는 행진과 동시에 시작되어, 집회가 끝나갈 때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차벽이 열리길 기다리는 동안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람들은 노상에서 피켓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저녁도 먹고, 작은 발언대회도 열었습니다.

 

 

 

오후 8시 40분경, 세종대로 쪽에 설치된 차벽이 뚫렸다는 소식에, 종로1가에 있던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하여 운동하는 분들이 시민들과 함께 세종대로로 향하는 행진에 합류하셨습니다.

 

 

 

이번 민중총궐기는 오후 11시 15분 경에야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 되었습니다. 사진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청계천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경찰 병력의 모습입니다. 거의 모두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캡사이신이 든 통을 차고 있습니다.

 

이번 민중총궐기는 경찰과 시위대 양 측의 폭력성과 위법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저도 경찰이 시위를 과잉진압 했다는 점과 일부 시위참여자들이 폭력적이었다는 점 둘 다 인정합니다. 어쨌거나 정치인들은 일부 사건들의 위법성 논란을 이용하여 각자 '판 벌이기' 에만 바쁠 뿐 민중총궐기에서 나온 목소리들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많은 언론들이 민중총궐기에 대한 오도가 섞인 편파 보도를 계속 해서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국민들을 양쪽으로 나누고 이간질하고 있습니다. 민중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이유가 뭘까요? 무엇이 성소수자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을까요?

 

이따금 사회를 '100마리의 양들과 1명의 목자' 에 비유하곤 합니다. 100마리의 양 중 연약한 1마리의 양이 길을 잃으면, 99마리를 때문에 1마리를 버리지 말고, 1마리를 찾으러 가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 99마리의 양은 목자가 1마리의 연약한 양이 구해오는 모습을 보고 '내가 길 잃었던 양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면, 목자는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기뻐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1마리 연약한 양을 버리면, 나머지 99마리의 양은 '내가 길을 잃는다면, 나도 1마리의 양과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불안해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 정부는 어떻습니까? 예컨대 성소수자를 양으로 비유하자면, 이들이 길을 잃고 '혐오세력'이라는 늑대에 노출되었을때, '박근혜 정부' 라는 목자는 1마리의 양이라도 구하려는 시도나 했습니까? 더 나아가 평소에도 '혐오세력' 이라는 늑대로부터 방패막이가 되어 주기는커녕, '양' 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이라는 '추위'를 피할 비닐 한 장 덮어주지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열리는 혐오세력 집회를 방관하고, 보라매병원에서 에이즈 환자에 대한 치과진료를 거부하고, 숭실대에서 인권영화제 장소대관을 불허하고, 성소수자 부모모임 행사준비를 방해하는 등 '혐오세력'이라는 늑대가 나타나서 양들에게 으르렁대면서 양들을 무는데도 '박근혜 정부'라는 '목자'는 '양'들을 보호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태희 변호사나 조우석 KBS 이사 같은 사람들이 혐오활동을 하도록 방관하고, 이들이 실세에 머무르게 놓아두고, '인권' 관련 전문 경험이 없고 기독교 정신을 내세우는 이은경 변호사를 인권위 비상임의원에 임명하고, 성평등조례와 차별금지법에 성소수자 조항을 삭제하는 등 '목자'는 오히려 '늑대'를 쫓아내지 않고, 저들의 눈치를 보며 이들을 알게 모르게 돕지 않습니까? '지금 상황이 90년대 이전으로 후퇴한 것 같다.' 라고 말하는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지요?

 

우리는 다시금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에서 우리의 울음을 들려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