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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언제나 맑고 아름다운 노을

by 행성인 2016. 6. 21.

창현(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성소수자부모모임과 회원조직팀 에서 활동하는 창현입니다.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지는 여름이네요.

 

저는 2010년 1월, 지역 청소년단체에서 활동을 하다가 동성애자인권연대를 추천받아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당시에는 SNS가 활발하지 않아 또래 친구들을 직접 만나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습니다. 지금은 만 6년을 맞은 행성인 활동이 너무 행복합니다.

 

저는 불교신자입니다. 하지만 계속 불자로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절에 다녔던 기억이 나지만, 유치원 졸업을 하며 기독교신자가 되었습니다. 일요일만 되면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고 예배를 보러갔죠. 시간이 흘러 미션스쿨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매일 수요일 예배를 드리고 어쩌다 보니 종교회장으로 선출되어 학생회 활동도 했지요.

 

고등학교시절은 끔찍했습니다. 종교시간 목사님은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동성애는 죄악 중에 죄악이고 사람이 하는 짓이 아니라고 매도하며 엄청난 혐오를 보였습니다. 당시 다니던 교회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당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던 저는 성정체성 갈등이 컸습니다. 교회에 대한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혐오와 실망감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저는 불자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학창시절 제가 느낌 혐오와 편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퀴어퍼레이드에 반성소수자 세력을 마주한 스트레스를 추스르기도 전에 미국의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이들을 향한 위협적인 발언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들은 우리에게 죽어라, 지옥에 떨어져라, 누가 회칼로 찔러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성소수자들에게 총구를 겨눈 증오범죄 속에서 50여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일상에서도 가끔 혐오범죄에 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합니다. 아직 한국은 물리적으로 가시화된 폭력이 기사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린치를 하고 똥을 뿌리고 폭언 폭행을 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은 위협과 폭력이 점점 커져 무시무시한 일로 다가올지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 다가올 수도 있지요.

 

정작 저들은 우리가 겁을 먹고 움츠려 가만히 있기를 바라며 폭력을 행사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혐오와 편견의 흙탕물에서 연대와 저항이라는 연꽃이 피어올라 꽃의 향기가 멀리 멀리 퍼져나가면 좋겠습니다. 혐오와 폭력에 맞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저는 믿습니다. 행성인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하면서 희망을 갖고 다함께 가꾸어 갑니다. 언제나 맑고 아름다운 노을처럼 맑고 아름답게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