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성인 회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망원동에 거주하며 이런저런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현우라고 합니다.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때 종로 인근의 술자리에서 회원가입을 했었는데,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지금보다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최근 행성인과 같이한 활동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것으로 편지를 대신할까 합니다.
한 달 전쯤이었을 겁니다. 행성인 사무국 활동가, 회원분들과 함께 광화문 인근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선전전을 했는데요. 1시간 정도 리플렛을 뿌리며 법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는 와중에 일단의 직장인 무리가 “차별은 무슨”이란 말을 흘리고 지나갔습니다. 순간적으로 잘못들은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게 차별입니다!”라고 답하려 했지만,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없더군요,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왜 그랬을까. 누구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을까. 별로 큰 소리는 아니었는데. 같이 걸어가는 주변 동료들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 끝에 저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 그 사람은 차별을 모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차별에 익숙해진 사람이구나.”라고. 일상의 차별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나머지 무엇이 차별인지 듣지도 고민하지도 않는 거라고 말입니다.
차별에 저항하고 차별 받는 이들과 연대하기보다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각자도생이 일반적인 현실에서 차별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남의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차별은 그 대상뿐만 아니라 차별하는 사람들의 삶 역시 옥죕니다. 한 명의 성소수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여성이며 장애인이자 이주민일 수 있듯이, 현실의 모순을 새로운 차별로 덮어버리는 세상에선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차별금지법 제정은 단순히 차별받는 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별이란 낙인과 폭력을 매개로 자신을 유지하는 이 사회를 바꾸는 행동입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끝이 아닌 시작이고 동시에 더 많은 차별 받는(받을) 사람들의 연대를 필요로 한다는 건 그런 맥락일 겁니다. 물론 누군가의 생각을 바꾼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제도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숨 쉬듯이 재생산되는 차별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차별이기에 역으로 없애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행성인의 지난 20년이 그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동의 연속이었으니까요. 그런 만큼 차별이 없다고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의 차별을 드러내고 이를 철폐하기 위해 보다 많은 회원들이 함께 연대하고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그 자리에 같이 서 있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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