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전국퀴어모여라)
전국퀴어모여라(이하:전퀴모)로 전국을 지배해보겠다고 설치기 시작한 게 2015년이었다. 지역에서 살때는 나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인지도 못했던 주제에 말이다. 그렇게 세명이 시작한 전퀴모가 2017년 서울 퀴어퍼레이드 때 깃발을 들고 행진했으니, 전국을 지배하진 못했지만 퀴어계의 깃발 정도는 지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작년에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함께 광주에서 퀴어라이브를 진행했으니, 이제는 광주 정도는 가볍게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광주를 대표하는 퀴어답게 늘 우아하고 품위있는 여성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성소수자 인권포럼 기획단이 광주의 퀴어라이브 진행팀에 패널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을 때 어느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내가 나서서 우아미를 뿜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덥석 응했다. 물론, 어느 누구도 나보고 발표를 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유명인의 삶이란 늘 한발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퀴어라이브 기획단을 맡았으며, 울산에서 퀴어라이브를 진행했던 울산 디스웨이의 엔진님의 울산 퀴어라이브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발표를 시작했다. 처음에 내 옆에 앉아서 “너무 떨려서 죽겠으니 재경님 손을 잡아도 되겠냐”고 했던 엔진님이 마이크를 잡자마자 랩을 하듯 말을 쏟아내는 것을 보고 떨리는 사람이 저렇게 말을 잘하면 평소에는 어떤 지경이라는건가 놀랍기도 했다. 엔진님은 지역에서 퀴어 관련 행사를 열면서 조심해야 할 상황에 대해서 잘 알려주셨다. 실은 다음이 내 차례였어서 너무 떨려서 자세힌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강정마을무지ㄱㅖ 숨통의 이상님께서는 제주도 4·3사건과 함께 제주도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셨다. 섬이라는 것의 폐쇄성에 대해서는 2년 남짓 제주도에 살면서 톡톡히 실감했기에 이상님의 말이 무척 공감되었다.
뒤이어 부산퀴어문화축제기획단과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QIP에서 활동하고 계신 전인님의 발표가 이어졌다. 부산의 퀴어커뮤니티 역사까지 꼼꼼하게 정리를 해 오셔서 놀랐었다. 30분만에 만든 나의 피피티 자료와 너무 비교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에 10회를 맞는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수 있었다. 비가 왔던 1회의, 퍼레이드 차량으로 쓰인 무지개 깃발로 뒤덮인 민주노총의 차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것도 없을거라고 생각하던 지역에서 활발하게 퀴어들은 활동을 한다. 그것은 전퀴모의 그간 활동에서도 잘 알수 있다.
전퀴모는 광주, 대전, 부산, 대구, 전주 등등 다양한 지역을 다녔다. 신기하게도 어딜 가든 우리를 격하게 환영하기 시작해서 처음 대전에 갔을 때 고작 3명의 퀴어를 만났지만 다음 해에 우리가 만난 대전의 퀴어는 50명에 육박했다. 전주도 마찬가지였고, 광주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광주에 갔을 때 만난 1명에서 시작해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광주의 전퀴모임지기는 25명이 넘었다. 전주시에 방문했을 때는 광역시도 아니고 작은 시에서 몇 명이나 올까 싶어서 작은 장소를 예약했다가 큰 낭패를 봤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전퀴모와 전주의 퀴어들을 만나고 싶어했었다.
이 모든 것은 전퀴모가 혼자서 이룬 업적이 아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어나는 것처럼 전퀴모의 행동이 지역의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것 뿐이다. 분명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살아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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