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9월 28일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올해 두번째 반성폭력 교육이 열렸다. 이날 저녁 총 13명의 행성인 회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이셨던 차차님께서 강의를 진행하셨다. 참여한 회원들은 각각 3~4명으로 팀으로 나누어져 각자 받은 사례에 대해서 같이 토의를 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해 내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의 내용은 단체 내의 위계, 권력 관계를 상대화하며 성평등한 문화를 모색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 인권단체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종다양한 성적침해, 폭력 등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나아가 당사자로서, 주변인으로서 성적 폭력에 대한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같이 대응책을 고민해보기도 하였다.
먼저 성폭력에 대한 마인드맵을 조별로 그려 보았다. 마인드맵에서 다양한 키워드들이 나왔고 모두가 공감할 만한 성폭력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어서 성폭력은 개개인의 사사로운 갈등이나 성차에 따른 본질적으로 다른 성적 욕망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공고하고 다양한 권력 관계, 사회 구조적인 성차별 문제와 관련되어 있으며 젠더, 인종, 민족, 계급, 나이 등에 관한 통념이 긴밀하게 얽힌 결과라고 정의를 내려주셨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성폭력을 간과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해 버렸는지 알 수 있었다. 성폭력도 폭력이기에 다양한 요소에 따른 권력의 역학관계와 사회 구조적인 성에 대한 오해와 차별 문제가 복잡하게 작용한 것이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인권운동단체/조직/공동체 내에서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등하고 안전한 관계를 맺는 시간, 과정, 기회 등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성소수자 단체 내 성폭력을 가시화하는 일이다. 최근에 여러 단체를 비롯 사회적으로도 미투 운동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는데 이 모두가 과거 조직 내에서 성폭력을 가시화하기를 꺼려하고 별 문제시 삼지 않았던 데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본다. 또한 신고, 제소 제도가 부재하고 성폭력 사건을 다루기 위한 또다른 커밍아웃, 단체 구성원들끼리의 신뢰의 부재, 본인의 혼란스러움, 성소수자와 성폭력에 대한 통계나 담론의 부재 등으로 인해 제때에 올바른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았기에 뒤늦게 미투 운동이 터져 나왔을 수도 있다. 특히 차차님은 그동안 성소수자의 성폭력이 많이 가시화되지 않아서 성폭력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혼란스럽고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설명해 주셨다.
성소수자의 성폭력에 대한 문제는 세분화해서 들어가면 더 복잡하다. 강의에서는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 이러한 성폭력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커뮤니티 내 성폭력의 사례가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사건화된 사례도 찾기 힘들며, 남성 간 성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커뮤니티 바깥보다 높은지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회에서 억압받는 성소수자들끼리 서로 또다른 상처를 낳을 수 있는 게이 커뮤니티의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이고 커뮤니티 내의 성폭력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권포럼에서의 그간의 지적을 언급하였다.
어떤 면에서는 성폭력이 제기 된 이후에 문제는 더 커진다. 성폭력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가운데 성폭력을 무시, 부인, 은폐하거나 피해유발론과 가해자 동정론은 가해옹호 네트워크를 형성해 성폭력이라는 잘못의 심각성을 무마시키기도 한다. 또한 절차와 형식에만 몰두한다던지, 속전속결이나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오히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조직 전체를 더욱 더 곪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먼저 조직 내에 작용한 권력의 문제, 피가해 관계, 피해 수준, 빈도 및 기간, 유형, 폭로 유무를 확인하고 직면하여 문제해결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방법론적으로는 가해자 대면과 편지쓰기, 직접적으로 가해자에게 분노, 경험 말하기 등이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 지지를 구해서 피가해자와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차차님은 조직적 차원에서 이와 같은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 방법과 전략에 대해 크게 6가지로 제언해 주셨다.
- 영혼 있는 절차: 피해당사자가 정의의 경험을 얻는 것. 방관자가 잠재적 지지자가 되고 서로 참여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
- 피해자의 재 위치화: 인간으로서 존엄과 명예회복 싸움. 인격이 아닌 몸으로 취급 당하는 경험이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피해자를 공동체의 부정의를 지적하고 공익적 문제 제기자로 인정.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에 문제제기를 함.
- 가해자의 탈권력화/ 탈중심화 : 상황 판단의 현실주의, 사건 해결의 행동주의.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 사과, 변화의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정신, 냉소, 좌절, 패배감에서 벗어나기. 문제 책임의 주체는 가해자.
- 사건 해결 과정에 매듭 만들기 : ‘끝’은 누구보다 피해자에게 중요하다. 진심 어린 반성, 문화 혁신 필요. 피해자의 통제력 상실 경험에 대한 치유, 통제력 회복 필수. 종결 시점에 대한 통제력을 지닐 수 있어야 함.
-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의 다각화: 정의와 부정의에 대한 공통 감각이 핵심. 고통의 의미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핵심. 고통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체계화. 소규모 토론식, 구체적 사례 다루고, 되돌아 보고 성찰 하고 교훈을 얻는 프로그램 운영 필요
- 기억을 공유하는 공동체: 단결하고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동체 만들기. 성폭력 사건은 내가 속한 이 조직이 기대했던 공동체가 아님이 드러날 때 ‘우리'라는 커뮤니티를 성립/복원시킬 수 있는 것은 함구와 뒷담화가 아니라 ‘공유된 기억’임을 명심.
- 한국 여성 민우회, <공생의 조건> 자료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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