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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모임/대학 성소수자 모임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릴레이 인터뷰①]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를 만나다!

by 행성인 2012. 11. 5.

이주사, 조나단, 모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1. 이화 변날과 역사에 대해 소개 부탁 드려요.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입니다. 이화여대 내 자치단위로서 학내 뿐 아니라 학외, 레즈비언 및 성소수자 인권 신장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롭게 할 여러가지 활동을 펼쳐나가고자 하고 있어요.


처음엔 2001년부터 대동제(이화여대 학교 축제)때 일시적으로 하는 모임이었어요. 무지개를 들고 행진했대요. 여성위원회 회원들을 포함한 몇 명으로 시작했는데, 신입 회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독립해서 2002년에 자치단위로 인준을 받았어요. 2003년에 첫 문화제를 개최했고, 올해 열 번째 문화제를 하게 됐죠.


중심 멤버나 상근자 없이 회원이 주체로 활동하고 있는데, 대학 모임이다 보니 활동하는 회원이 자주 바뀌어요. 올해 초에는 3명으로 좀 적어서 걱정했다가 현재는 새내기들이 많이 들어와서 현재 10명 정도 활동하고 있어요.



2.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1년 내내 하는 것은 학교에 현수막을 부착하는 활동이에요. 성소수자 인권이 존중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고 있어요. 우리의 존재를 학교와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죠.


중심이 되는 가을의 레즈비언 문화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문화제 때는 학문관(학생문화관)을 온통 무지개 빛으로 꾸미고, 자료집 배포, 영화 상영, 강연 주최 같은 걸 해요. 올해는 새롭게 파티와 미니 퍼레이드도 계획하고 있어요. 문화제는 11월 12일(월)부터 16일(금)까지 진행되고, 퍼레이드와 파티는 목요일(15일) 저녁이에요.

예전엔 레즈비언과 학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엔 레즈비언 뿐 아니라 ‘퀴어’라는 더 넓은 담론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그런 맥락에서 작년 문화제의 주제를 ‘LGBTQ words’로 잡았던거죠. 성소수자 전체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기 시작한 거에요. ‘퀴어’라는 담론이 가고 있는 방향도 그쪽이 아닌가 싶어서 그런 쪽으로 고민을 했고 활동도 풀어갔어요.


문화제가 없는 1학기에는 그때그때 계획해서 다양한 활동을 해요. 

작년엔 ‘다양성 하이 HIGH’라고 수업시간에 교수님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이나 배제가 담긴 말이나 차별적, 비하적인 말을 하셨을 경우 변날에게 제보해주면 교수님께 대신 메일을 보내드리는 활동을 했어요. 교수님이  꼭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시지 않아도 교수님의 마인드를 알 수 있는 효과가 있었어요..

또 올해는 또래상담도 하고 있어요. 말 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거죠. 전부터 블로그나 메일로 상담이 많이 들어왔는데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예 프로젝트 식으로 진행했어요. 상담 케이스가 많이 생겼어요. 주로 고등학생들이에요.

또 퀴어문화축제도 참가하네요.



3. 학내 분위기나 시선은 어떤지.

생각보다 저희 학교는 성소수자에게 열려있어요. 문화제 때도 제법 호응이 좋아요, 뭐 참여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긴 해도 나눠주는 자료집의 호응이 많은데요. 이번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걸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옛날에 기독교 동아리에서 테러했던 것에 비하면 그런 사람들은 줄어들었고, 아예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많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조형예술대(미대)처럼(변날이 위치한 학생문화관에서 거리가 먼 건물, 동선 상 학생문화관을 지나가기에 어려운 곳이다) 먼곳에 있는 사람들은 변날을 들어본 적도 없을 정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반대로, 변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변날에 뭔가 많이 기대하고 충고도 해요. 한번은 변날 활동가 중 한명이 쓴 글 중에 “나는 트랜스포비아다,” “그런데 그것을 느끼고 반성하고 고민해야겠다.”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반성하겠다는 내용이 강조가 잘 안돼있어서, 그 글을 보고 “인권 단체로서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거냐.” 그런 반응이 있었어요. 자신은 제 n성의 이화인인데 당사자로서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고, 변날의 존재 가치를 묻기도 했어요. 저희로선 글을 쓰다 보면 마감에 쫓겨 급하게 쓰거나 해서 충분히 검토가 되지 않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한 개인의 글이었지만 변날이 단체 차원에서 글을 더 검수 했어야 했고, 공부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4. 학교 안에서 활동하기에 힘든 점은 없는지. 활동비가 모자라진 않은지.

최근엔 학교에서 자잘하게 방해하는 게 많아졌어요. 현수막을 걸 때 원래는 2주에 한번씩 기간 연장 확인만 받으면 계속 걸어놓을 수 있었는데, 학교에서 있는지도 몰랐던 규칙을 만들어서 한 단체에서 한번밖에 연장을 할 수 없게 했어요. 그런데 다른 단체 현수막들은 더 오래 걸려있기도 하더라고요…하하 그래서 머리를 쓴 게 ‘그럼 현수막을 다른 걸로 새로 만들어서 걸자’하는 거였는데 그것도 방해를 받아서 지금은 둘 다 날방(변날의 동아리방) 안에 들어와 있어요.


대외적으로 커밍아웃 한 활동가도 있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라서 퀴어문화축제는 쉽게 가도 학교에서 하는 활동은 힘든 면이 있어요.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퀴어 쪽 인간관계가 딱 단절된 느낌이에요. 마치 하늘 위의 선녀처럼 둥둥 떠있는 느낌.


활동가들끼리 스케쥴 맞추는 것도 많이 힘들어요. 다들 공부하고 알바하고 인권운동까지 하려니까 시간이 없는 거죠. 시간이 없다 보니 신입도 잘 챙겨주지 못해서 신입들은 알아서 잘 커야 해요. 동아리면 학번제로 모집 한다거나 그런 게 있는데 저희는 그런 부분을 굳이 제약을 두지 않아서, 빈 학번, 빈 세대가 있어 아쉬워요. 그래서 신입을 또 잘 못 챙겨주기도 하고.


활동비도 많이 모자라요. 학교에서 동아리와 별개로 자치단위가 있는데, 변날은 자치단위거든요. 근데 다른 자치단위들이랑 지원비를 나눠 쓰다 보니까 서로 돈에 많이 민감해져요. 사실 그래도 모자라거든요. 그래서 후원을 받으려고 하긴 하는데 외부의 지원을 받으면 총학의 예산을 받는 당위성이 떨어져서 딜레마예요 (고민이 많아 보였다.)



5. 변날의 성격(커뮤니티 or 인권 단체), 변날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변날은 이름이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에요. 학내 성소수자 중에도 인권운동엔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블로그로 연락 오는 사람들 중에도 ‘인권운동엔 약간 거리감이 있는데, 아웃팅 당할 것 같기도 해서 좀 걱정되는데 괜찮을까요?’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인권 운동 한다고 좋게 보면서도 친목 커뮤니티만 찾는 사람들에겐 거리감이 느껴지는 거죠. 서울대 큐이즈(Queer In SNU, 서울대 성소수자 모임) 같은 경우는 우리처럼 인권 단체를 표방한 게 아니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저희는 이제 막 고민들을 키워가고 있는 상태인데, 조이 토마토(이화여대 레즈비언 온라인 친목 커뮤니티) 같은 친목 모임도 분위기가 많이 죽어서 어느새 레즈비언 대표 단체처럼 되어 버렸거든요. ‘좀 더 가볍게 가면 어떨까?’하는 고민을 하기도 해요. 무거운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 같아요.


커뮤니티적이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우리끼리만 하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거든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말들 말들이 모여 경향과 대세를 만드는데, 뭔가 해보자!하고 기합 넣지 않아도 잘 되는데, 우리는 항상 제자리에서 반복해서 모두가 알고 있는 답을 확성기로 들려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학생문화관(중앙 동아리들, 총학생회실 등이 있는 학생 위주의 건물, 공간)에 있는 사람들만 우리를 아는 게 아닐까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개인 라디오가 유행을 탄 적이 있는데, 그런 새로운 아이디어가 재밌어요. 인권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고민들을 많이 발견하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면 바이포비아(성소수자 내에서 양성애자를 배척하는 경향)나, 티부(티나는 부치-너무 남성 같은 외모의 부치), 긴머부(긴머리 부치, 티는 안 나는데 부치) 처럼 새로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오는게 부러웠어요.


동인련은 장병권씨, 센터(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KSCRC)는 한채윤씨 처럼 중심이 되는 멤버가 있는데, 저희는 학교 단체니까 4,5년마다 멤버가 바뀌잖아요. 사람들이 바뀌다 보니 선배들도 잘 모르고 이어지는게 없어서 아쉬워요. 물론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한다는 게 좋긴 하지만, 고민이 축적된 고학번이나 선배들이 글을 써줬으면 하는데 다들 신입이니까 항상 커밍아웃과 정체성 이야기만 하게 되요. 당사자에게는 새로운 고민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새롭지 않은 고민이 되는 것. 고민이 축적 되지 않는 것이 아쉬워요. 그래도 학교 구성원들도 매해 바뀌니까 그 사람들에겐 새롭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6. 이성애자들도 함꼐 활동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는데.

올해 처음 해본 건데 아직 들어온 분은 없어요. 문을 닫지 않겠다는 의미에요. 들어오면 어떨 지 궁금해요.



7. 학업과 병행하기 힘들진 않은지.

힘들어요.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른 친구들이 과제하고 시험 공부하고 있을 시간에 전 문화제 글 쓰고 있는 게 억울하기도 해요. 그래도 ‘자기 삶이 편하면 운동하려고 할까? 그럼 그런 삶을 그냥 살겠지’ 하는 생각을 해요.



8. 변날에서 해보고 싶은 일.

피콘: 전 기독교 동아리와 문화제를 함께 해보고 싶어요. 기독교 동아리 중에도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인 동아리가 있는가하면 한기연(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처럼 성소수자와 동성애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가진 동아리도 있거든요. 문화제 할 때 동아리나 관련 분에게 지지 메시지 써 달라고 하는데 한기연 굉장히 열심히 써줬던 것으로 기억해요. 한기연은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에 반대하는 그런 동아리 아니라고 소개하는데 그래서 개념있다고 생각했어요.

밀리: 영상 같은 거? 이것 저것 해보고 싶어요. 문화제 말고 아이디어 떠오르는 대로 다른 것들 재밌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글 쓰는 방식만이 아닌 신선한 것들)



7. 학교 밖 단체와의 활동은 하고 있는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외부 성소수자 단체들 사이에서 우리의 위치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작년에는 외부와 연대를 많이 했어요.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대학모임’ 때 변날도 같이 했었는데 릴레이 강연회를 변날도 성소수자 주제로 했었어요. 사람들도 많았고, 학교들이 돌아가면서 많이 했었는데, 그게 잘 이어지지 않았어요.


1월 LGBT 인권 포럼 때 대학생 성소수자 연대체를 만들어보자고 했었어요. 뭉쳤을 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더라구요. 효과도 더 큰 것 같고. 그때 저랑(밀리) 한양대 LGBT 인권 위원회의 활동가랑 몇 번 모였는데 서로 각자 생활과 활동에 정신 없다 보니 이어지지 못했어요. 사실 변날 쪽에서 아이디어를 먼저 내기도 했고, 다른 대학단체보다 정보 공유할 것도 많으니까 변날이 연대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개인에게 주어지는 부담도 많으니까 이어가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많이 아쉽죠.


그 때 모임이 ‘결’이 된 건데, 작년에 처음 모일 때는 많은 대학 단체가 ‘퀴어’라는 단어로 모인거였는데, ‘여성주의 네트워크’ 쪽으로 정체성이 바뀌면서 성소수자 단체들이 좀 많이 빠졌어요. 성소수자 문제도 여성주의 안에 있긴 한데 대학 단체들이 많이 빠지게 된건 아쉬워요.

올해 센터(KSCRC)와 함께 LGBT 상담 컨퍼런스를 했어요. 변날은 장소를 대여해주고 일을 돕는 역할을 했어요. 자료집도 만들고. 정말 좋았어요.


무지개행동 회의에도 참가하는데, 약간 어려운 면이 있어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성소수자 운동을 해오신 분들이어서 그런지 의견서도 뚝딱 만들어내고. 정치 이야기라던가 모르는 이야기가 많이 오가면 변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가서 함께 참여하고 그러면서 많이 배우게 돼요. 저희는 무지개행동엔 배우고 공부하러 가요. 사회의 더 큰 어른들의 이야기.



8. 이번 레즈비언 문화제(십년감수) 소개 부탁드려요.

11월 12일(월)부터 16일(금)까지 일주일 동안 열려요. 전에는 자료집을 내는 게 주였는데 이번엔 파티도 하고 퀴어 문화축제 때 퍼레이드 하는 것처럼 이대에서 신촌까지 미니 퍼레이드도 해요. 미니 퍼레이드와 파티는 목요일에 하는데, 파티 때는 공연팀도 섭외했고, 저희가 재롱잔치 같은 것도 해요.  장소는 신촌 ‘렛츠비어’에요(레즈비언 같아!!!). 또 월요일 저녁에는 정은영 강사님이 ‘퀴어미학: 불화의 정치’라는 주제로 강연도 해주시고, 문화제 동안 영화 상영도 계획하고 있어요. 영화 상영은 ‘비슷하지만 다른 영화’ 두 개를 같은 날 상영해요.



9. 변날의 이런 점은 최고다! 어떤 게 있을까요.

날방(변날의 동아리방)이죠. 장판도 있고, 겨울을 위한 전기장판도 있어요. 밤늦게 집에 못갈 땐 와서 자도 되고. 날방은 벽이 하늘색으로 칠해져 있어요. 원래는 야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는데, 후배(전활동가들 몇몇이)들이 보기 싫어서(민망해 해서) 칠했대요. 날방은 학교 안에서 내가 퀴어임을 말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공간이에요. 와서 이야기하고 쉬기도 할 수 있는 거죠.

아참 망구스(변날의 마스코트)도. 원래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온 캐릭터인데, 학교에서 행사할 때 저희가 인형 탈을 쓰고 해서 변날의 마스코트가 됐어요.



10. 운동을 하다가 축적한 고민들을 이후에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밀리: 세상에 대한 고민이 많기도 하고, 원래 제가 하고자 했던 운동은 학내운동이라기보단 좀 더 크고 추상적인 운동이었어요.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근데 무지개행동회의도 가보면 드는 생각이 ‘언제쯤 괜찮아지지?’하는 생각이에요. 다들 열심히 뭔가를 하곤 있는데도... 그래서 갈수록 더 큰 시위를 하고 싶어져요. 더 크게, 큰 판으로.

피콘: 저는 미디어처럼 대중에 스며드는 운동에 관심이 있어요. 아까 말했던 개인 라디오 방송 같은. 인권운동으로 할 수 있는 운동도 있지만 커뮤니티나 대중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운동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함께 먹은 점심.맛있었어요!


변날 인터뷰에도 함께 해 준 제임스에게 박수를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