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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해외 인권소식

인도네시아 성소수자 활동가 리니( Lini Zurlia)를 만나다

by 행성인 2015. 7. 27.

조나단(행동하는성소수자 웹진기획팀)

 

지난 7 22, 이화여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시민사회 여성활동가 역량강화 프로그램 EGEP 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성소수자 활동가 리니(Lini Zurlia) 님이 행성인 사무실을 찾아주셨습니다. 리니 님은 아버지가 무슬림 종교 리더인데도 히잡도 벗고 티비 토론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활동가인데요.

 

     구글링으로 찾은 리니님이 성소수자 이슈를 이야기 한 TV 프로그램

 

 마침 행성인 웹진팀이 상반기 평가를 하기 위해 모였던 날이라서 웹진팀원들과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고 고민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그곳 단체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실 거에요. 그날의 대화록을 통해 궁금증이 풀리길 바라봅니다. 글의 목적상 리니 님에게 소개한 행성인 활동은 생략하고 리니 님이 이야기하는 내용 위주로 구성하였습니다. 소개를 위해 리니님이 ppt 슬라이드를 보여주셨는데요. 이 슬라이드는 이화여대에서 발표했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니 입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성소수자 단체 중 하나인 Arus Pelangi 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섹슈얼리티 운동에 대해 소개를 드리자면, 50~60년대 여성운동이 시작된 때부터 섹슈얼리티는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60년대에 Himpunan Wadam Djakarta ( Hiwad , 자카르타 트랜스젠더 여성 단체)가 만들어졌는데요. 만들어 질 때, 당시 시장이 주재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습니다. Makassar라는 한 인도네시아 지역에서는 여성적인 남성 (Calabai), 남성적인 남성(calalai)을 이야기하는 토착 용어가 있었어요.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인도네시아에서는 다양한 섹슈얼리티가 금기가 아니라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있었는데 역사가 진행되면서 후퇴되었다는 것이죠.

 

 

 

 

1973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vivian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당시 이슬람 종교회의인 Ulema 의회에서는 현행법 하에서 성전환은 허용된다고 했었는데요. 그런데 70년도에는 허용되었던 것이 80년대에 이르자 같은 Ulema 의회에서 성전환은 종교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거라고 반대되는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Ulema 의회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드리자면, 전국의 이슬람 지도자 연합체입니다. 이 의회는 정부에도 입법이나 규칙을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끼칠 만큼 세력이 강한데요. 이 의회에서 발행되는 의견서 내용에 따라서 정부는 입법이나 규칙을 고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그래서 이 Ulema 의회가 80년도에 반 성소수자적인 의견서를 발표함에 따라 국가 정부도 거기에 맞춰서 차별을 하게 된 거죠.

 

 

 

국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국가 여성 폭력 철폐 위원회>에서는 이성애 여성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보호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다만 여성에 포커싱이 되어 있기 때문에 동성애 남성이나 트랜스젠더 남성에 대해서는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Arus Pelangi 단체에서 조사한 것에 따르면 89.3%의 성소수자가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폭력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49%의 MTF 트랜스젠더 여성이 모르는 사람에 의해 성폭력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 폭력은 모르는 사람뿐 아니라 선생님, 가족, 친구에 의해 폭력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성소수자에게는 집도 돌아가서 쉼을 구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닙니다.

 

 

 

Arus Pelangi는 여러가지 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사무실 공간이 집 같은 형태 입니다. 대부분의 성소수자 단체는 집 같은 형태 인데요. 사무 공간 외에 청소년 성소수자 쉼터를 마련하고 있고,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폭력에 의해 기거할 곳이 없는 성소수자들이 사무실에서 임시로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펀딩과 관련해서는 지금 인도네시아 정부가 반성소수자적이기에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있고요. 회원과 기타 펀딩처를 통해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활동 중에는 매년 포럼을 열고 있고요. 성소수자 당사자만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포럼도 열고 있습니다. 성적 주체성 세미나인 무지개 공동체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하는데요. 최근 미국 대법원 판결 난 이후로 해킹을 당해서 지금은 접속이 차단된 상태입니다. 이상입니다. 혹시 질문할 내용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해주세요.”

 

 

             

 

 

 

Q: 설명 잘 들었습니다. 저희도 회원 단체면서 펀딩을 받아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꼈어요. 사무실을 집처럼 만들어서 사용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저희도 작년에 비슷한 문제로 현재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인 청소년 성소수자 쉼터 인큐베이팅 사업을 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단체로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가족과 관련한 이슈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게 있나요?

A: 행성인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구체적인 사업은 없는데요. 한가지 예로 들어드릴 만한 활동 중 하나는 중학교와의 협력입니다. 중학교와 협력하여 학교 내 괴롭힘에 대한 교육 사업을 하고 있어요. 공적인 장인 중학교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내용을 노골적으로 넣을 수는 없지만 교육 내에 성적 지향이나 세상에는 이성애자만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풀어내며 학교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Q: 트랜스젠더 종교 회의에서 우호적인 발언을 했었는데 80년대 되어 퇴행한 것이 그 당시 정세 변화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나요?

A: 당연히 정치적인 이슈가 있었는데요. 70년대는 민주주의 정권이었는데 80년대에는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그 정권은 종교를 사람들을 억압하기 위해서 활용했는데요.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이어지다가 97년 다시 민주정권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활동가들이 다시 우호적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 투쟁을 이끄는 중입니다.

 

Q: 우리나라 같은 경우 보수 기독교 계에서 동성애 혐오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사람들을 위축시키기도 하고, 기독교계가 보수 정권과 연결이 돼서 문제가 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인데 종교적인 차별 선동, 혐오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나요?

A: 당연하죠! 인도네시아는 사실 이슬람 국가가 아니라 민주주의국가입니다. 다수가 이슬람교도일뿐이죠. 다수가 믿어서 국가가 의견을 따르기도 합니다. 점점  조직화가 강해지고 있어요. 퀴어영화제가 이슬람 단체에 의해 공격 당하고. 트랜스젠더 미인 대회도 공격받았습니다. 실제로 제 친구가 신체적 피습을 당하기도 했어요. 미국 동성혼 합법화 이후 더 심해지고 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ILGA(International lesbian, gay, bisexual, trans and intersex association) 회의가 있을 예정이었는데, 이슬람 단체의 위협으로 취소됐을 정도입니다. 일반 사람뿐만 아니라 동료 인권활동가가 공격을 가하기도 해요. 실제로 제 페이스북에 다른 인권활동가가 저를 공격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종교적 극단주의자뿐아니라 인권활동가에게도 공격받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Q: 젠더이분법을 벗어난 사람들(젠더 퀴어)에 대한 모임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나요?

A: 젠더퀴어 지지모임이 하나 있는데, 이 모임에 대해 대단한 부분 중 하나가 자카르타 신학교가 지지하는 모임이라는 점이에요. 저도 그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했었어요. 자카르타 신학대학은 퀴어이론, 퀴어문학을 커리큘럼 중 하나로 신설하는 작업을 거치는 중입니다. 자카르타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기독교가 이슬람보다 훨씬 더 진보적인 스탠스를 가지고 있어요. 인도네시아에서는 기독교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면 성소수자와 관련해 진보적인 코멘트를 내주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Q: 마지막으로 웹진 독자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소수자로서 저희는 이 세상이 끝날때까지 계속해서 싸우고 투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