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10월 22일, 나비 필레이(Navi Pillay) 전 유엔인권최고대표(2008~2014)와 무지개행동의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간담회는 나비 필레이의 성소수자 인권 관련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상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나비 필레이는 남아프리카공화곡 Natal 주 최초의 비백인 여성변호사로서,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운동가들을 변호하는 인권변호사로 29년 동안 활동하였다. 2008년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지명추천을 받아 유엔인권최고대표로 임명되어 2014년까지 활동하였다.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 해소를 유엔 총회 등에 제시하며, 유엔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주요 의제로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일임하기도 했다. 더불어 사회적 소수자들의 평등권 옹호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나비 필레이가 유엔인권최고대표가 된 직후 주목한 것은 총회에서 부여한 권한으로 해야 할 일들 목록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당시 유엔 인사들에게 성소수자 인권은 가장 관심 받던 이슈가 아니었다. 심지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직원들은 성소수자 인권 이슈를 언급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성소수자 이슈를 언급할 경우 굉장히 많은 나라의 반발을 살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총회에서 중동 국가들은 성소수자 인권 이슈를 언급하지 말라며 직접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새로운 인권이나 권리의 종류를 당신이 만들어낼 수 없으며, 성소수자 인권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나비 필레이는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고, 총회 연설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위험한 수준이라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한다. 나비 필레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방점을 찍어 성소수자 인권에 접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조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유엔에서 전세계 차원으로 실태조사를 한 것이다. 이는 그전까지 유엔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개별 국가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웠고, 이에 큰 캠페인을 벌였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여 각국 대표, 고위급 대표를 모아 성소수자 인권 의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공개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첫 캠페인은 남아공에서 시작됐다. 남아공의 유명한 성공회 신부와 재판관 등이 캠페인에 동참하며 대중과 언론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다른 나라에서 펼쳐진 캠페인에도 유명 배우들이 참여하며 호응을 얻어냈고 굉장히 좋은 교육 자료도 제작되었다.
 
나비 필레이가 폭력과 차별에 집중했던 전략도 유효하게 받아들여졌다. 성소수자 인권 관련 항목이 세계인권선언에 나와 있느냐는 공격에도, 모든 사람은 폭력이나 차별을 받지 않아야하지 않기 때문에 성소수자 역시 마찬가지라며 대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아랍국가의 총리를 만났는데, 나비 필레이가 성소수자 인권 이슈에 주목하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이에 나비 필레이는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그럼 총리님께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거냐?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거냐?” 총리의 대답은 “그건 아니다.”였다. 이후 총리는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일을 계속하라. 그러나 동성결혼은 건드리지 말라.”라며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나비 필레이는 캠페인의 키워드를 평등으로 옮겨갔다. 평등권으로 접근함으로써 모든 인권이 평등하게 존중 받아야하며 거기에는 동성끼리 결혼할 권리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식의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기에도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나비 필레이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핵심으로 문을 열어야 함을 꼽는다. 문을 여는 과정은 매우 천천히 진행될 것이며, 그 과정에 사람들에게 교육을 하고 전략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 또한 첨언한다.
 
이후 간담회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이슈와 관련하여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의 비독립성,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침해, 성교육 표준안, 성평등조례, 종북몰이 등의 상황을 공유했다. 이에 나비 필레이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당신들의 용기에 존경을 표하고 지지한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자료는 스스로 말하기에, 폭력이나 차별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론 중요한 인사들을 우리의 편으로 만들어 지지 발언을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해주었다.
 
관련 사례를 들려주기도 했다. 다보스 경제 포럼에서 만난 어느 사업가의 이야기였다. 포럼에서 성소수자 이슈를 다루었는데, 어느 사업가가 노골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해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의 아들이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한 이후에는 성소수자 인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희망을 가지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유심히 보고 기록하고 알리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중요한 성과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완벽해보이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인권의 개념으로 밀어 붙이는 운동이 최선의 전략이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활동을 통해 이룬 많은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격려해주며 간담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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