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권소식/해외 인권소식

누가 이런 사람을 뽑았지? - 트럼프 내각은 성소수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by 행성인 2016. 11. 17.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후, 인수위원회와 내각 구성이 이뤄졌다. 이런 변화가 성소수자에게는 어떤 변화를 미칠까? 지금 트럼프 내각에 확정된 인사는 많지 않다. 계속 미루는 탓이다. 하지만 현재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가장 큰 대어부터 꼼꼼히 뜯어봐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생각만해도 그의 얼굴이 TV에서 튀어나올것만 같다.

 

도널드 트럼프

 

- 그는 자신이 ‘전통적’인 사람이라 결혼평등에 반대한다고 했다. 나중에 가서는 결혼평등을 되돌리는 법안을 만들 대법원 판사를 뽑겠다고도 말했다.


- 또한 그는 First Amendment Defence Act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 법령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람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다면 종교의 자유에 의거하여 처벌하지 않는 법안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B라는 성소수자가 A의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을 때 떨어뜨려도 A를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 그는 또 노스 캐롤라이나의 HB2 법안을 지지했다. 이 법은 공공시설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 출생증명서에 있는 성별에 따라 들어가라는 법안이다. 현재 노스 캐롤라이나의 경우 성별정정은 성별적합수술을 한 트랜스젠더에게만 허락된다. 때문에, 성별적합수술을 하지 못하는, 혹은 하지 않기로 선언한 트랜스젠더의 경우 자신의 성과 일치하지 않는 화장실을 사용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법안은 ‘근래에 가장 안티-성소수자적인 법’이라 불리기도 했다.

 

- 더 나아가 그는 오바마 정권이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존엄을 존중하고 그들 자신의 성별에 맞는 화장실을 쓰도록 제시한 제안을 폐지해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여러모로, 폭탄과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트럼프가 폭탄이라면 이 사람은 지뢰밭이다.

 

마이크 펜스

 

- 마이크 펜스는 보수적 씽크탱크를 운영했고 그곳은 호모포빅한 기사를 펴냈다.

 

- HIV/AIDS 프로그램에 가는 공적 지원금을 그만 주고 그 돈으로 전환치료를 하는 집단에게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디애나 주지사였을 때, 인디애나 주에서 ‘종교의 이유’로 차별해도 되는 법안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한 베이커리에서는 주인이 동성혼에 쓰일 웨딩 케이크를 만들지 않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 입법자들에게 동성혼을 막으라고 부탁했으며, 동성혼을 ‘사회적 붕괴’라고 말하기도 했다.

 

- 개인 페이스북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댓글을 지웠다.

 

- 군에서 ‘동성애를 주류로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했다.

 

-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를 막는 것이 종교적 자유에 반한다며 반대했다.

 

- 동성혼이 법제화되기 전에, 동성혼이 인디애나에서 불법이었기 때문에 인디애나에서 결혼하려 하는 동성 커플은 $10,000 달러의 벌금이나 혹은 18개월동안 감옥에 갇혀있어야만 했다. 또한 이들을 결혼시켜 주려고 하는 시장이나 성직자, 판사 등은 $1000의 벌금이나 180일동안 감옥에 갇혀있어야만 했다.


 

발! 여기 정상적인 사람이 있겠지? 비서실장은? 백악관의 비서실장이라도 좀 비교적 괜찮은 사람이 있을거야! 라고 하는 사람은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내각에서 확정된 사람은 백악관 비서실장밖에 없는데, 이 사람들 역시 호모포비아다. 라인스 프리버스에 대해 살펴보자.

 

라인스 프리버스

- 공화당 내 게이 단체인 GOProud를 지지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 단체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 동성혼 반대에 찬성했다.

 

- 공화당이 전환치료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했다.

 

- 아이들은 ‘다른 성별인 부모’를 가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비서실장이 두명이니 다른 사람은 괜찮을 거야! 라고 마지막 남은 희망을 걸어보지만, 과연 그럴까? 스티븐 배넌의 행적을 보면 이 사람 역시 호모포비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티븐 배넌

 

- Breitbart.com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그곳에서 기사를 쓸 때 트랜스젠더 비하 용어나 동성애자 비하 용어를 헤드라인에 사용했다.

 

- 호모포비아들의 손에 죽은 매튜 셰퍼드가 실제로는 그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며 음모론을 펼쳤다.

 

-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이 원하는 화장실을 쓰게 하는 조치에 반대하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적 고정관념을 이용하여 기사를 썼다.

 

- 공중파에서 레즈비언 비하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 

 

성소수자들에게 힘든 나날이 될 것 같다. 벌써 트럼프가 당선된 후 "이제는 트럼프의 미국이다!" 라고 선언하며 공격적으로 나오는 사람이 많다. 캘리포니아에서 대선 결과를 보고 있던 게이 영화감독의 경우 병으로 머리를 맞아 피가 흐르는 상태로 병원을 갔다. 한 영상에서 트럼프 지지자가 흑인에게 인종차별적 욕을 하다가 ‘트랜스젠더 같은 (동성애 비하용어)놈’ 이라고 하는 영상도 있다. 집에 무지개 깃발을 걸어놓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걸 태운 경우도 있고, 한 게이 커플에게 '진짜 대통령이 네 결혼을 무마시킬 날을 기다렸다. 게이 가족=지옥에서 불타라. 트럼프 2016'이라고 써놓은 글도 있다.


불타버린 무지개 깃발

 

'진짜 대통령이 네 결혼을 무마시킬 날을 기다렸다. 게이 가족=지옥에서 불타라. 트럼프 2016'


놀랍게도 트럼프는 당선 된 후 <60분>이라는 쇼에서 “나는 동성혼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이미 확립되었다. 그건 법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얼마나 오래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인수위원회에도 동성혼을 반대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비서실장, 부통령 모두 성소수자에게 반인권적인 발언을 하고 관련 법률를 통과시키려 한다. 미국 내 성소수자 운동에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
 
아마도 트럼프 정권에서 성소수자 관련 법률은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막 싹트기 시작한 트랜스젠더 인권 관련 법률들이다. 가장 걱정되는 화장실 관련 법안이라던지, 성별정정을 더 쉽게 하기 위한 법안이라던지, 성별적합수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조치들은 요원해 보인다. 동성혼에 대해 트럼프는 인정한다고 했으나, 그가 앞으로 뽑을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 죄다 호모포빅한 발언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언제 뒤집힐 지 모르는 상황이다. 혹시 뒤집히지 않는다고 해도 성소수자 커플이 입양하는 것 역시 아예 금지되거나, 가능하더라도 몹시 까다로운 절차와 방법을 거쳐야 할 지도 모른다. 성소수자 혐오범죄의 경우 경찰이 혐오범죄라고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것을 혐오범죄라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에 따라야만 혐오범죄라고 인정하여, 사실상 혐오범죄라고 신고하기 매우 어렵게 할 지도 모른다.
 
정말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